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걸 더는 늦출 수가 없어서

한 권의 책을 선택하여 그림책을 보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내가 선택한 책은

바로 <고녀석 맛있다>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저학년 아이들, 특히 1학년 새내기들에게는 책을 보는 법도 자세히 알려 줘야 한다.

이 아이들은 뭐든지 처음이기 때문에

처음을 자세히 가르쳐주기만 하면 고대로 잘 따라서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처음은 좀 힘들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정말 천사 같이 예쁜 아이들이다.

 

 

 

 

 

아이들과 <책>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옮겨 적어 본다.

 

 

얘들아, 책의 앞표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목, 글 작가, 그림 작가, 옮김, 출판사 이름이 적혀 있단다.

제목은 크게 잘 보이지만 다른 것들은 자세히 관심을 기울여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단다.

매일 아침독서를 하면서도 눈여겨 보지 않았었지?

지금부터는 그림책을 펼치기 전에 제목, 글작가, 그림작가, 출판사 이름도 한 번 따라 읽어 보도록 하렴.

앞표지에는 그림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그림을 보면서 누가 주인공일지 어떤 장면일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아.

앞표지의 그림은 아무래도 그림책에 나온 여러 개의 그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면이 실리게 되겠지?

이런 것 하나하나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고민고민해서 결정하는 거란다. 제목의 글씨 색깔도 마찬가지고.

책꽂이에 있는 다른 책들과도 비교해 볼까?

어때? 많이 다르지.

 

얼른 책을 펼치고 쉽겠지만 조금 참고 뒷면으로 돌려 보자.

그러면 짤막하게 책에 대한 소개 내용이 나온단다.

그걸 한 번 읽어보는 거야. 뒷표지에는 책에 대한 정보가 나오는 셈이야.

혹시 엄마 손 잡고 책을 사러 갈 일이 있으면

뒷표지 내용을 한 번 읽어 보면 무슨 책을 고를까 도움이 많이 된단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번 보도록 하자.

어느 날, 마우라사우라가 숲에서 우연히 알을 줍게 된단다.

그 알을 주워 와 자신이 낳은 알과 함께 따뜻하게 품어 주는데 그 알은 다름 아닌

마우라사우라를 한입에 꿀꺽 잡아먹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티라노사우르스였단다.

마우라사우라 엄마와 티라노사우루스 아들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그래도 조금 더 참아 보렴.

아직 더 볼 곳이 남아 있단다.

 

책등을 한 번 살펴 보자.

사람의 등처럼 책에도 등이 있단다.

책등에도 책에 대한 정보가 다 들어 있단다.

책제목, 글작가, 그림작가, 옮김, 출판사까지.

책장에 꽂아 놓더라도 원하는 책을 금방 찾을 수 있도록 책등에도 필요한 정보를 넣어 두었단다.

어때 책을 여기저기 구경하니 재밌고, 신기하지?

앞으로 무슨 책을 보던지 간에 선생님과 함께 했던 방법대로 해 보렴.

그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거야.

 

자! 이제 그럼 책장을 넘겨 볼까?

한 장을 넘기면 속표지가 나와.

색깔만 있는 것도 있고, 그림이 있는 책도 있어.

지난 번 읽어 줬던 <봄이 오면>은 멋진 봄의 숲의 모습이 그려져 있구나!

반면 <널 영원히 사랑할 거란다>는 갈색으로만 되어 있네.

속표지의 색깔도 책을 만드는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고심해서 색을 선택하는 거란다.

책을 구석구석 살펴 보면 어디 하나 정성이 안 들어 간 곳이 없단다.

그러니 책장을 침을 묻혀 넘기거나

찢어져라 세게 넘기거나

공처럼 던지거나

낙서를 하거나 하면 안 되겠지?

책이 너희들의 친구라고 생각해 봐. 친구를 마구 함부로 다루면 안 되겠지?

친구의 몸을 더럽게 또는 아프게 할 수는 없잖아.

그러니 책장을 넘길 때도 조심스럽게, 책을 항상 내 몸처럼 깨끗하게 소중히 다뤘으면 좋겠다. 그치?

글작가, 그림작가, 편집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 소중한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니만큼

어린이들도 책을 볼 때 좀 더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다뤄졌으면 좋겠어.

아무리 내 책이라고 해도 말이야.

 

 

여기까지 책에 대한 설명을 해 주고

책을 읽어 줬다.

아이들은 역시나 빠져 들어 눈을 반짝거리면서 잘 들었고,

난 역시 읽어주면서 또 한 번 뭉클해져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어떤 아이도 눈물이 날 것 같다는 고백을 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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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시간에

봄에 피는 꽃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발표를 시켜 보니 여름에 피는 해바라기도 나오고, 무궁화도 나오고.

그렇지. 일학년이 다 알 리가 없지.

오류는 수정해 주고.

봄에 대한 꽃을 가지고

<시장에 가면 @@도 있고>라는 노래를 개사하여

<봄이 오면 개나리도 있고, 민들레도 있고~~>이렇게 이어 붙여 노래 부르기를 해봤다.

하나씩 꽃이름이 늘어나게 해서 노래를 부르는 건데

역시나 1분단은 꽃이름 2개를 넘기지 못하고 탈락하고,

2분단은 다섯째 번 꽃에서 탈락하고

3분단은 7개를 붙여 부르는데도 성공하였다.

 

봄이 오면 개나리도 있고, 민들레도 있고, 진달래도 있고, 철쭉도 있고, 할미꽃도 있고, 목련도 있고,산수유도 있고

 

실패한 1,2분단도 여러 번 반복해 보니 성공을 하긴 했다.

그러니까 반복학습이 중요한 거란다.

3분단은 집중력이 좋은 거지.

여하튼 내친 김에 8단계도 도전해서 매화까지 붙여서 불러 보자고 했더니 의욕이 왕성해진 아이들이 서로 도전해 보겠다고

난리를 쳐댄다.

 

꽃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니

<봄이 오면>이란 그림책이 생각 나서 들려 줬다. 내 목소리가 아니라 텔레비젼으로... 오늘은 총회 때문에 목을 아껴야 해서...

7분 짜리인데 <길벗어린이>출판사 홈피에 가면 그림책이 동영상으로 된 게 여러 편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교실에 책을 갖다 놨는데 도저히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정리를 잘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집중해서 잘 봤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 곰과

겨울잠을 안 자는 여우과 헤어지기 싫어 한겨울이 될 때까지 둘이 놀지만

겨울잠을 자지 못한 곰은 점점 피골이 상접해지고,

그런 곰을 보면서 여우는 결심한다.

" 눈꽃을 보면서 널 기다릴 거라고" " 봄이 오면 만나자" 고 말이다.

 " 다시 보여 주세요" 하는 걸 보니 성공했다.

내일 교실 가서 다시 찬찬히 찾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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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려 일어나 보니 주위가 온통 깜깜하다. 날씨가 흐린 탓이었다.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우산을 들고 나섰지만 쓸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날에는 아이들이 더 재잘재잘댄다. 각오를 해야지.

 

주요행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학부모연수이다.

출근하자마자 교무부장샘이 차 준비, 단상 준비, 멀티실 청소를 해야 한다고 하셔서 순간 멘붕이 왔다.

나는 가정통신문까지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일들을 주문하시니 마음이 바빠졌다.

다행히 새로오신 교감님께서 1학년 쌤들은 수업에만 집중하라고 하셔서 안심하였다.

교감님 최고!!!

은근 꼼꼼하시고, 합리적이시고, 유머러스하시다.

오늘 연수는 교장님과 교감님께서 신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수를 하는 것이다.

수업 후 교장실에 내려가서 잘 끝나셨는지 여쭤 보니

50여 분 오셨는데  작년보다 현저히 인원수가 줄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1년이 이렇게 다르다.

그만큼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고, 그건 어떤 의미로 가정 경제가 악회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학부형 총회 때도 못 오시는 분들이 꽤 있겠다 싶다.

학부형 총회 때는 다 오셔야 하는데 말이다.

 

선 긋기를 하는데 오늘은 유난히 틀리는 아이들이 여러 명 있었다.

모두 남자로 5명 정도가 틀린 것 같다.

다시 설명을 해 주고, 직접 같이 해 봤는데도 여전히 틀려서 집에 가서 엄마와 하라고 하였다.

오후에 동학년샘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다른 반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고 한다.

주의력이 약한 아이들은 눈으로 본 것을 손으로 그려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단체 사진을 찍었다.

정문 현관에 학급 액자를 만들어 놨는데 거기에 필요한 사진이다.

3열 횡대로 만들어 옆반 선생님을 잠시 불러서 나도 함께 찍었다.

찍기 전에 큰 소란이 일어났다.

한 남자 아이가 계속 장난을 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이르고 정작 본인은 소리를 꽥 질러대고....

나도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혼을 내 줬다.

교실에서 그렇게 큰 소리를 내다니.....

나중에 살짝 불러서 " 담엔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안 된다고"고 타이르니 " 죄송합니다" 한다.

그럴 때 보면 멀쩡한데.

 

생기부에 들어갈 개인 증명 사진을 찍어야 해서 아이들에게 색칠공부 한 장씩을 나눠 줬다.

뭔가 작업을 해야 할 때 그림공부를 시키면 참 유용하다.

출석번호 순으로 교실 앞문 쪽에 놔둔 의자에 앉아 사진 촬영을 하였다.

사진을 찍다 보면 아이들이 참 이쁘다는 걸 느낀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보면 이쁜데 모아 놓으면 와글바글하니...

 

색칠공부를 시켜 보니 미술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몇 명 눈에 보인다.

김@@, 이@@ 등등

1학년 치고는 아주 색칠도 꼼꼼하게 잘하고, 옆에다 스스로 꾸민 것을 보니 창의력이 보인다.

칭찬을 많이 해 주었다.

간혹 가다가 한 가지 색만으로 낙서하듯이 그리는 아이가 발견되곤 하는데 그런 아이는 다행히 없었다.

유치원에서 아님 가정에서 색칠공부를 많이 했는지 색칠공부 실력은 높은 편이었다.

 

크레파스로 색칠을 하다보니 손에도 묻고, 책상에도 묻어서

물티슈 있는 사람은 가져다 닦으라고 했다.

없는 친구들한테는 한 장씩 빌려주라고 했더니 역시 잘 빌려주는 착한 신입생들

빌린 아이들은 나중에 가져 오면 꼭 갚으라고 해줬다.

손도 닦고, 책상도 반짝반짝 잘 닦는 어린이들!

 

넷째 시간에는 <우리들은 일학년>이란 노래를 배웠다.

인생에 단 한 번 뿐인 일학년.

일학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인데

어제 배운 <사뿐사뿐 걸어요>노래는 음을 못 잡더니

오늘은 그런대로 잘 따라 부른다.

2분단이 제일 잘 불러서 급식을 가장 먼저 받았다.

작년 아이들보다 편식하는 습관은 없는 듯해서 다행이다.

맞아. 우유도 잘 먹는다.

 

아이들 다 가고 나서 책상 속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김##가 숙제할 거리를 가져 가지 않았다.

전원 숙제를 다 해와야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어준다고 했건만.....

어제도 통신문을 고대로 학교에 놔두고 가서 오늘 숙제 검사에서 걸렸는데

내일도 걸리게 생겼구만.

전체에게 책상 속에 있는 8칸 공책, 통신물 파일 가방 속에 넣으라고 했건만 또 안 듣고 있었던 게지.

이런 아이들이 99% 남자 아이들이다.

남자 아이 부모님들은 그래서 여자 아이들보다 2-3배 신경을 써야 한다.

통신문 파일 검사를 해 보니 오늘에서야 전원 다 가져왔다.

이제야 서서히 생활습관이 길러지는 것 같다.

 

상담자료를 쭉 훑어보니 울 반 어린이들이 5명 빼고는 모두 큰 아이이다. 허걱!!!

큰 아이인 경우에 또 장단점이 있다.

관심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고, 서툴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통신문 회수율이 저조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둘째 자녀 보호자 두 분이 다행히 센스 있게

청소도 해 주시고, 커튼도 빨아 주셔서 그나마 다행이다.

큰 아이를 키워 본 보호자들이 훨씬 대하기가 편하다.

큰 아이 보호자들은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조그마한 일에도 전정긍긍하고, 상처 받고 그러는 경향이 있다.

일 년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도 큰 애 입학시킬 때 내가 더 떨렸던 기억이 난다.

둘째 때는 한결 여유로왔다.

담임도 마찬가지이다.

첫 일학년을 맡았을 때 난 아이들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정말 기대치가 높았고, 요구하는 게 많던 교사였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제는 한결 여유가 생겼고, 아이들 수준도 파악되고,

지금 몰라도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큰 아이를 학교에 보낸 보호자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저 아이가 " 학교가 즐겁다. 우리 선생님 좋다. 친구들이 좋다" 라는 말만 나오면 성공한 일학년이니

다른 것에 너무 중점을 두지 마시길 바란다.

보호자가 너무 경직되고, 긴장하면 어린이들도 그렇게 된다.

그러니 보호자가 먼저 기대를 낮추고,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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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3-0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년은 신경 쓸 게 정말 많겠어요.
더구나 학년부장일까지 겸하시니... 응원합니다!

수퍼남매맘 2013-03-08 17:42   좋아요 0 | URL
네. 학년부장까지 겸하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첫 주가 지났네요.
시간이 규칙적으로 흐른다는 게 위안이 됩니다.
 

첫 주는 적응 기간 때문에 한 시간 늦게 등교인데도 불구하고

맞벌이 가정이 많은 탓에 아침돌봄을 하고 있는 도서실은 일찍 온 1학년 아이들로 북새통이었다.

괜히 내가 사서샘께 미안해졌다.

9시 40분 쯤에 사서샘이 한 줄로 세워서 일 학년 각반으로 데리고 오셨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담임들도 차분히 수업 준비를 해야하는데

일찍 어린이 손님들이 들어닥치는 바람에 정신이 산만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작년에 1학년 교사들이 신입생도 첫주부터 똑같이 정상수업을 하자고 건의했는데

그게 절충안으로 결정이 나서 첫주만 3교시 수업을 하는 걸로 되었다.

하여튼 도서실, 교실, 가정 모두 불안정한 것 같아 보인다.

일찍 온 아이들은 아침독서 10분이 아니라 30분을 해야 하니 지루해서 미칠려고 하고....

내년부터는 반드시 그냥 1교시부터 정상수업하는 걸로 적극 건의를 드려야지.

유아때부터 어린이집을 통해서 더 이른 시간부터 단체생활을 한 어린이들이 대다수라서

굳이 적응기간을 둘 필요가 없는 듯하다.

오히려 지금처럼 혼선만 야기하는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은 어제보다 아침독서 분위기도 한결 좋아졌고, 어제 돌출행동을 하던 아이도 오늘은 정말 얌전히 생활하였다.

물론 오늘 처음 나눠 준 <학교생활 첫걸음> 앞뒤에 검정 크레파스로 낙서를 해 놓긴 하였지만.....

전체적으로 어제에 비하면 하루만에 전체적인 학습 분위기가 많이 나아졌다.

어제 하루 아이들과 수업 하고나서는 한숨이 푹푹 나왔다.

왜 아니겠는가?

작년 아이들과 지금 아이들과는 1년의 차이가 있는데

그걸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고, 아이들은 잘 따라와 주지 못하니 약간 절망감이 와서 어제 좀 우울했다.

 

첫째 시간은 8칸 공책에다 선 긋기를 연습을 하였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 연수 때 배운 건데

8칸 공책(일명 네모 공책 또는 깍두기 공책)에 하면 선이 다 보여서 아이들이 훨씬 수월하게 선 긋기를 할 수 있다.

왜 선 긋기를 하냐면? 손에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악력을 말한다.

곧장 연필을 잡게 되면 아이들이 글씨를 제대로 잘 못 쓴다.

크레파스부터 시작하여 색연필, 사인펜, 연필 순으로 매일 조금씩 선긋기 연습을 하면서 악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3월 내내 선 긋기 연습을 하게 되면 아이들이 연필을 잡을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1학년을 맡게 되면 꼭 3월 한 달 간은 선 긋기 연습을 한다.

 

하다 보면 꼭 집중을 안 해서 틀리리는 아이들이 3-4명 나온다.

실물화상기로 보여 주면서 똑같이 따라하라고 하는데도 못 하는 애도 있다.

그러면서 자연히 아이들의 발달을 파악하게 된다.

틀린 아이 수도 어제보다 줄었다.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 기쁘다.

 

2-3교시는 드디어 <학교생활첫걸음>으로 수업다운 수업을 했다.

발표 연습도 해 보고, 발표 실전도 해 봤다.

앉아서는 그렇게 재잘대던 아이는 손 들고 발표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계속 해서 수업 방해를 할 뿐.....

첫 1학년 담임을 할 때

이 짧은 내용 가지고 어떻게 40분 수업을 하나 막막했었는데

이제 몇 년을 내리 하다 보니

고무줄처럼 늘일 수도 줄일 수도 있는 능력이 생겼다.

수업 시간에 장난 치다 종이에 손이 베인 아이가 있어

다같이 보건실 가는 공부도 해 봤다.

보건실까지 가면서 <사뿐사뿐 걸어요>를 실천해 보는 것이다.

 

우유당번도 정해서 우유상자 갖다 놓는 것도 알려 주고,

통신문 담당도 정해서 각반에다 통신물 배달하는 방법도 알려 줬다.

어제는 아무나 시켰더니 배달 사고가 났다.  한 반이 못 받은 것이다.

야무져 보이는 아이로 당번을 정해 줬다.

자질구레한 것들을 세세히 설명하다 보니 어느새 급식 시간이 되었고,

어제보다는 메뉴가 카레라이스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급식을 잘 먹었다.

작년에는 내가 동학년에서 가장 늦게 급식이 끝났는데

올해는 가장 빠르다.

작년에 다른 반샘들이 어떻게 급식 지도를 하신 걸까 그 노하우가 궁금하다.

 

오늘 첫 숙제 검사를 해 보니 숙제를 안 해 온 아이가 3명 있었다.

숙제는 생활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일부러 내 주는 건데

(난 아이가 해결할 만한 숙제를 내 주는 게 아이들의 생활 습관 및 학습 습관을 정착시키는 데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집에서 공책을 안 가져왔다는 둥.

학교에다 공책을 놔두고 갔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입학한지 2일 밖에 안 되었는데 아아들이 뭘 알겠는가?

보호자가 챙기지 않아서 숙제를 안 해 온 거라고 생각한다.

알림장도 아직 안 쓰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로지 아이들이 집중 해서 담임의 말을 부모님께 잘 전달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집중력 약한 아이들은 매번 놓친다.

2일째 크레파스가 없어서 짝꿍 것을 빌려 쓰는 아이에게는 내일도 안 가져오면 혼 낸다고 엄포를 놨다.

입학식 날 배부한 담임 편지에 분명히 <크레파스 준비>라고 써져 있건만.....

 

학년 초만큼은 힘드시고 바쁘시더라도 보호자들이 다른 때보다 몇 배 관심을 기울여서 신경을 써 줘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과 과제만큼은 해결해서 괜히 아이가 담임한테 혼 나지 않도록 말이다.

담임한테 체크를 당하면 그게 바로 급우들에게 각인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한 지각, 준비물, 과제 점검은 확실히 해 줘야 한다.

특히 저학년은 보호자의 관심이 아이의 성공적인 학교 생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에 자주 오시라는 의미가 아니라

가정에서 마땅히 챙겨줘야 할 것들 잘 챙겨주시라는 의미이다.

작년에 어떤 반 아이는 한겨울인데도 양말도 안 신고 와서 담임이 참 애처로왔다고 한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저학년인데도 고학년처럼  아이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 안심해선 안 된다.

아이를 키울 때 자기 스스로 걸음마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부모가 안아 주고, 업어 주고, 손을 잡아 주는 게 맞다.

 

그래도 오늘 어떤 아이 두 명이

급식 먹기 전에

" 선생님, 학교가 정말 재밌어요" 라는 말을 해서 기뻤다.

그래. 내일은 더 재미나게 공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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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3-03-0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학년 올해부터 통합교과서라 엄마들도 걱정이고 선생님들도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선생님은 멋진 선생님이실거예요, 일학년들 그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모두 옳은 말씀이네요,,

수퍼남매맘 2013-03-07 07:16   좋아요 0 | URL
울보님, 반갑습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1-2학년군으로 되고, 통합교과서가 되어서 교사도 학부모도 많이 새롭죠. 통합교과서를 들춰 보면 기존의 바생, 슬생, 즐생이 그래도 한 권의 교과서로 된 것 뿐이더라고요. 아이들은 유치원 때 통합으로 배워 그게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어요. 오히려 수학의 <스토리텔링>단원이 더 난해하다고 할까요?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icaru 2013-03-0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되어, 들려주시는 말씀 여러모로 새기게 되네요 ^^~

수퍼남매맘 2013-03-07 17:09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신입생들과 교실에서 첫 수업을 하는 날이다.

1학년은 3월 내내 처음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참 고달프다.

실내화 신는 것부터 시작해서 신발 주머니 넣기, 화장실 가기, 통신문 배부하기 등등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여야 하기 때문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잔소리를 해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모두에게 말한 이야기를 꼭 되물어 보고, 똑같은 질문을 연속해댄다.

그럴 때면 왜 내가 1학년을 맡았지? 하는 후회감이 밀려 온다.

5월 정도는 지나야 아이들이 비로소 학생다와진다.

놀토 없을 때는 수업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 그래도 3월 한 달은 급식이라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었건만

이제는 입학식 다음 날부터 급식을 하게 되니 진짜 3월이 무지 힘들다.

하나 하나 보면 그렇게 천사 같은 아이들인데

모아 놓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처럼 행동하니...

 

연거푸 4년을 1학년을 맡다 보니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장점은 말할 것도 없이 학년에 대한 전문성이 생긴다는 점이고

단점은 전에 맡은 아이들과 끊임없이 비교를 한다는 것과 타성에 젖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오늘만 해도 벌써 신발 주머니 안 가져온 아이 둘에다 (첫날부터 신발 주머니 없이 오는 경우는 첨 본다.)

통신문 제출 안 한 아이 10 여명

크레파스 안 가져 온 아이 1명

이름표 안 달고 온 아이 등등

신입생 치고는 준비물을 챙겨온 게 정말 실망이었다.

한편으론 학부모들이 얼마나 바쁘면 그럴까 이해가 가면서도

그래도 신입생인데 이렇게 준비물을 안 챙겨 보내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랴!

보호자들이 못 챙겨 준건데....

작년에 비해 준비물을 챙겨 오는 게 다소 떨어진다.

해거리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작년 우리 반이 사립 수준으로 높았던 게지.

그렇게 위로를 해야지.

 

처음으로 교실에서 수업을 하니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아이도 몇 명 보인다.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계속해서 재잘거리는 아이가 있다.

주의력이 약한 아이들은 하루를 생활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이 아이가 올해의 나의 목표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교장님의 말씀처럼 할미꽃의 겉모습을 보지 말고 할미꽃의 내면을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할미꽃이 구부러지고 털도 북슬북슬한게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부들부들한 주단 같은 속내를 볼 수 있다는 교장샘의 말씀이 힘들었던 오늘 하루, 나를 일으켜 세운다.

교실에 있는 할미꽃 같은 아이들 , 그 아이들의 고운 속내를 들여다 보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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