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서 배우는 음악의 모든 것
미카엘 로젠펠트 지음, 오렐리아 프롱티 외 그림, 이정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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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클래식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바로 고등학교 시절.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이 바로 클래식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자 줄곧 클래식 음악만 하루종일 틀어주는 라디오를 끼고 살았더랬다. 결혼을 하고나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우아하게 클래식을 배경 삼아 아이들을 길러야지 했었는데 지금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 보니 아이들과 자주 듣는 음악은 가요나 팝송이 되고 말았다. 아이에게 클래식을 접하게 해 주는 일이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변명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처럼 참 반가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해설이 있는 CD 자료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CD를 듣고 있다.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 보는 클래식인가.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호호호!!! 

어린이들과 음악 수업(1,2학년은 즐거운 생활)을 하다 보면 의외로 아이들이 음악 지식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그건 음악 학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조차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예전에 초등학생일 때는 선생님이 오선지에 열심히 악보 베끼기 연습을 시켜서 굳이 피아노 학원을 다니지 않았더라도 악보를 그릴 수 있었고, 계이름을 읽을 수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때에 비하면 실력이 형편 없다. 물론 교육 과정 조차가 그렇게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있기에 오선지에 악보 그리기는 하지도 않지만  안타까운 건 전혀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쳐줄 기회조차 박탈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다 운이 좋아 담임이 음악에 관심 있어서 신경써서 가르쳐야만 겨우 겨우 계이름을 읽을까 말까. (강남은 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근무하는 학교 아이들은 그랬다.)고학년은 그나마 교과 선생님이 있어서 음악을 담당하게 되면 좀 사정은 나아지지만 대체적으로 음악에 대한 기본 지식은 별로 없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이 책은 가려운 곳을 알아서 잘 긁어주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꼭 알아둘 필요가 있는 기본 지식들이 총망라되어 있어서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음악의 모든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음악적 기본 지식은 없지만 가끔 감상 시간에 클래식을 틀어 주면 아이들이 의외로 좋아하는 것을 느낀다. 자주 접해 보지 않아서 낯선 것일 뿐이지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면 충분히 아이들도 가요만큼 좋아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이런 귀절이 있었다. <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하나도 없다. 다만 어려서부터 책을 자주 접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의 문제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다면 어릴 때 부터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 맞다. 음악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클래식. 국악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어려서부터 마련해 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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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닮고 싶은 조선의 고집쟁이들 - 열정과 도전으로 성공한 조선 최고의 전문가들
아해와 이야기꾼 (김단아, 김명옥, 심재은, 최서현, 최정이) 지음, 한창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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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고집쟁이들이라...  

고집쟁이라함은 좋은 의미보다는 나쁜 의미가 강한데 이 책에서 고집쟁이라 함은 바로 <소신>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주~욱 인물을 살펴 보니 내가 아는 인물이 한 명도 없다. 

천민 시인 홍세태, 시대를 앞선 소설가 이옥.  흔들리지 않는 사관 민인생, 고집불통 화가 최북, 최고의 만능 기술자 최천약,  천연두 전문 어의 유상, 책을 만든 훈장 장혼, 장악원 악사 김성기. 상제 전문가 유희경,  호조 아전 김수팽   이상 10명이다. 

직업도 가지가지이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양반이 아니라 모두 중인 이하의 신분이라는 거다. 신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열정을 가지고 그 일을 하였으며 때로는 고집불통으로 보일 만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왕을 비롯하여 그 누가 딴지를 걸어도 소신 있게 일한 사람들이다. 

사후에 그들의 이름 석자 알아 주는 자 없지만 그들은 그들이 사는 동안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만큼 최고의 고수였다. 그들이 고수가 되는 목적 또한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 자신이 하는 일이 좋아서였으며 그 일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나아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였음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이옥 편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개혁적인 정조왕 마저도 문체 만큼은 옛것을 고집하여 문인들의 사상과 창작 활동을 억압한 사실은 어떤 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만큼 정조가 왕권이 불안하였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이에 이옥은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문체를 고집하였고 그일로 귀양까지 갔다.문인에게 자신의 사상을 자신의 문체에 담지 못하는 것은 죽은 거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이옥의 일기에서<글은 어느 누가 읽어도 이해가 되도록 쉽게 써야 한다>는 대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  

민인생 편에서는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여 사초에 쓰려고 하는 사관과 그런 사관을 두려워하여 가급적 멀리하려는 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후세에 진실 그대로를 알리려 하는 사관의 노력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조선왕조실록은 오직 왕의 좋은 모습만 기록되어 있는 그저 그런 기록물로 전락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종의 어명에도 굴하지 않고 편전에 숨어 들어 끝까지 사초를 한 줄이라도 쓰려고 하는 민인생 같은 사관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과 같은 조선왕조실록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그 감흥이 남다르다.

최북편은 정말 고집스러움의 극치를 보여 준다. 소박하기 그지 없는 집에서 항상 그림만 그리고 그림 값도 제대로 받지 않는 화가 최북이 양반님네 생일 잔치에 억지로 불려 나가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가 그린 것은 평소에 즐겨 그리던 메추라기 두 마리.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관원이 그림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자 이를 듣고 있던 최 북이 <쓸데없는 것에 욕심을 내고, 그 욕심을 멈추지 않는 양반네들이 이 어리석은 메추라기 같지 않습니까? > 이렇게 말하자 이를 듣고 있던 양반네들은 최북의 손가락을 당장 잘라 버리라고 호령을 하고 이에 최북은 손에 들고 있던 꼬챙이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만다. 얼마나 양반님네들이 꼴보기 싫었으면.... 양반을 상대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도화서에 들어가서 편하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만을 그리고 싶다고 거절하는 예인으로서의 고집이 감동을 준다. 

유상 편에서도 마마에 걸린 왕의 치료를 놓고 유상은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소신 있게 행동한다. 다른 어의들은 처방해서는 안 된다는 약을 처방하고 그것도 모자라 몰래 탕약에  저미고를 넣는 행동은 그 시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중죄이나 유상 자신이 천연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실력이 있었으므로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집스러움 그 뒤에는 실력이 있었던 것이다. 

김성기 편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을 알려 준다. 활을 만들던 궁장이 어느 날 거문고 소리에 심취하여 편안한 직장도 관두고 기약 없는 거문고 소리를 찾아 무작정 스승을 찾아 가고 받아 주지 않는 스승님의 마음을 돌이켜 거문고의 고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말 그대로 무엇에 미친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준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처럼 세상에 유명하지 않으나 이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정말 소신 있게 한 자로서 존경을 받기에 합당하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물들 중에서도 이런 훌륭한 인물들을 찾아 내고 후세에 알려 주는 일 또한 굉장히 가치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위인전이라는 말보다 인물전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어린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인물전이 많이 나와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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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 찾기/열네 살이 어때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찾기 - 조선 시대의 놀라운 기록 문화 책과함께어린이 찾기 시리즈
신병주.이혜숙 지음 / 책과함께어린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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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은 고등학교 다닐 때 사회 시간에 배운 이래 참 오랜 만에 들어 본 말이다. 책 제목에서 규장각 이란 말보다 왕실 도서관이란 말에 더 꽂혀서 이 책을 선택하였다. 요즘 내가 가장 흥미 있어 하는 게 바로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관련된 책은 관심이 많아서 거의 100%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대장금]이란 드라마에 나온 장금이도 바로 [조선왕조실록]에 한 줄로 설명되어 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런 인물이 작가의 상상력을 빌어 그렇게 방대한 대하 사극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조선 시대 기록 문화가 정말 대단한 것이구나 하며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또 잊어 버리고 있었던 위대한 기록 문화를 이 책을 통하여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규장각은 정조가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창덕궁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답고 한적한 곳에 2층으로 만든 왕실 도서관이었다.  정조가 죽은 후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서울대학교 안에 그 모든 기록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책 첫 장을 펼치면 마치 용이 꿈틀꿈틀 대는 듯한  영조의 글씨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치 영조의 카리스마를 보는 듯하다. 이어 영조의 아들인 사도 세자의 8세 때 쓴 글씨도 볼 수 있다. 단정한 글씨체를 보니 사도 세자의 성품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이렇게 조선 시대 왕들의 글씨가 보관되어 있는 곳이 바로 규장각이다.  왕들의 글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 보니 역시 글씨는 인물의 됨됨이를 그대로 표현해 주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기록은 바로 임금들의 뜨끈한 목욕탕에 대한 기록이었다. 조선 시대 임금들이 자주 온천을 이용하였는데 그 때 애용하던 온양 행궁의 크기를 그림을 통해 상상해 보니 그 당시 임금의 권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직 온양 온천에 가보지 못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여러 임금들이 피부병이 있어 이 곳을 자주 애용하였다고 하니 임금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였다.

또 관심 있게 본 기록은 바로 초상화였다. 여러 인물들의 초상화가 보관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오른쪽으로 약간 몸을 튼 상태로 그림을 그렸다. 정면은 거의 그리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방향이 똑같아서 놀라웠다. 초상화를 통해서도 그 인물의 성품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의 인상이 좀 험악해서 뜻밖이었다. 또 도화서에서 의궤를 그릴 때 임금이 있던 자리는 그리지만 실제 임금의 모습은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로운 것이었다.  물론 어진을 그릴 때는 의외였지만 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우리 나라 최초의 세계 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재 원본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인 이 지도의 필사본을 옮겨 그리기 위해 15년간 노력한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이 찬 교수의 노력은 가슴 뭉클하다. 일본의 대학 도서관에서 이 지도를 발견하고 직접 손으로 베껴 지도를 완성하기 까지 그 분의 집념과 노력이 얼마나 가치로운 것이었는지 보여 준다. 그런데 그렇게 한 개인이 15년을 바쳐 노력하는 동안 과연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렇게 소중한 문화 유산을 다른 나라에 뺏긴 것도 억울하고 분한 노릇인데 그것을 찾아오는 노력을 왜 개인이 나서서 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외규장각에 있던 소중한 기록들 또한 프랑스에서 대부분 가져간 것을 아직도 되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담 나라는 그것들을 반환받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는가? 

몇 해전 극장에서 보여 주었던 공익광고 중에 우리 문화 유산 되칮기 내용이 있었다. 우리가 아직 되찾지 못한 문화 유산이 정말 많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라도 우리 나라는 빼앗긴 문화 유산을 찾아 오는 노력들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기록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보존하는 것 또한 후손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라고 본다. 하루빨리 규장각에 있어야 할 문화 유산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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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 아빠 백점 엄마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동심원 14
이장근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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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에 있는 신형건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온몸 구석구석에 난 문으로 모든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를 읽게 되면 독자 또한 그 순간만큼은 시인처럼 온몸에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모든 걸 느끼게 되는 것 같다.  5명의 신인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나 또한 깊어지는 가을에 잠깐 시인의 마음이 되어 온몸에 열린 문들을 통해 모든 것을 예민하게 느끼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5명의 시인 중에서 가장 코드가 맞는 시인은 [빵점 아빠 백점 엄마]를 지은 이정인 시인이다. 일상의 것들을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언어로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이 좋았다.  

온 가족이 다 듣도록 큰 소리로 읽어 주었다. 그리고 상처 받을 걸 각오하고 <얘들아, 우리 아빠는 몇 점? 우리 엄마는 몇 점? >이냐고 용감하게 남매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딸이 말하길 아빠는 98점,  엄마는 100점이란다. <얏호!!! 이 정도 점수라면 그동안 아이를 키운 보람이 있는 거야.>하며 안심이 되었다.  남편은 <그만하길 다행이야 > 란다. 적어도 자기는 이 시에 나온 아빠처럼 빵점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 오버랩된다.아직도 가사일은 엄마 차지인 우리 나라 현실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우리 아이들 세대 정도 되어야 성구분 없이 프랑스처럼 모든 가사일을 공동 분담하게 되려나... 뒤이어 나오는 [남자들의 약속]또한 웃을 수 만은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아마 시인도 이런 현실 속에서 살고 있나 보다. [긴 말 짧은 말 ] 또한 엄마, 아빠를 떠나서 남녀의 차이를 분명하게 잘 드러내 준 시였다. [강아지풀꽃]이란 시도 좋았다. 강아지풀꽃에게 너도 꽃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시인의 마음이 짦은 시지만 잘 표현되어 있다.[꼬꼬댁]이란 시를 읽고 나서는 얼마나 웃기던지... <저는 고지댁이 아니라/ 꼬꼬댁이라고> 생각할수록 웃기다. [초승달]은 시인의 풍부한 상상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 말간 하늘에 생채기 낼까 봐/ 별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찌르게 될까 봐/  조금/ 조금/ 살찌운다>  [10분 친구] 라는 시는 지금 어린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시다. 친구들과 놀 시간이 오며 가며 10분 밖에 안되는 우리 어린이들.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아야 사회성도 생기고. 배려심도 배울 수 있는데 말이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장근 시인의 시 중에서는 [힘센 층]이란 시가 좋았다.  < 2층에서 15층까지/ 모두 업고 있는 / 1층이지> 라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아파트에서 가장 인기 없는 층 중의 하나가 1층인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림자 싸움]은 다음에 우리 반 친구들이 싸우게 되면 한 번 써먹어 보고 싶다. 싸운 친구끼리 꼭 손 잡고 가라는 벌을 준다면  친구끼리 다투는 일은 줄어들 것 같다. [어려운 숙제]는 당분간 우리 나라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숙제일 듯 하다. 몇 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혼자인 아이들이 늘어났다. 반면 다자녀는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다. 출산율 저하는 엄청나게 비싼 교육비 때문 아닌가?  

안오일 시인의 [마음에 맞는 몸]은 수긍이 가는 그런 시다. 마음 따로 몸 따로 가지 말고 제발 마음에 맞는 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오지연 시인의 [김치 담그는 날]은 어릴 적 김치 담그시던 엄마 곁에서 연속 매운 김치를 집어 먹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뭐니뭐니해도 김치 담글 때 바로 그 옆에서 엄마가 쭉쭉 찢어 입에 넣어주시던 그 김치 맛이 최고다. 올해는 배추 값이 폭등하여 서민들은 김장도 못할 처지가 되어 버렸는데.... 아!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그 김치가 먹고 싶어져 군침이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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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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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일이 시험이다. 내 시험이 아니라 울 딸 초등3학년 중간고사날이다.  그래서 기필코 내일 전에 이 서평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또 한 번 읽었다. 

<양파의 왕따 일기>를 보면서 현실을 너무 잘 표현해 주고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작품도 초등 3학년 준석이의 일상이 잘 드러나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작가 주변에 초등학생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현 초등학생의 일상을 이렇게 세세히 알 리가 없으니깐 말이다. 그것도 어린이의 입장에서 말이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나로서도 깜짝 놀랄 정도로 현 초등학생들의 생활 모습이나 사고 방식이 정말 잘 표현되고 있어서 오히려 피드백을 받을 정도이다. 

8개의 소제목 중에 가장 매력적인 것은 바로 첫째 번이다. 진짜진짜 재미있다. 우리 나라 동화도 이렇게 재미 있을 수 있구나! 연신 감탄을 하였다. 마치 < 꼬마 니꼴라>와 < 종이 괴물>을 읽을 때와 같은 유쾌함이  가득찼다.  너무 재미있어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읽어 줬는데 거실에서 컴류터를 하고 있던 남편까지도 웃을 정도로 정말 상큼하다. < 양파의 왕따 일기>가 칙칙한 회색이라면 이 책은 노랑색에 비유할 수 있겠다. 

준석이의 1인칭 시점으로 씌여진 이야기는 정말 공부 못한다고 구박과 잔소를 받는 현 초등학생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해 준다. 오죽하면 시험괴물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준석이 말대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시기에 학원에 다닐랴 시험 공부할랴 공부 못한다고 나머지 공부하랴 마음이 자랄 여유가 없는 불쌍한 우리 초딩들. 진짜 가엾다.

준석이가 공부는 못하지만 그림은 잘 그리는데 오직 어른들 눈에는 시험 성적이 우수한 서현이 같은 아이들만 모범생으로 보인다.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초등학생 때는 공부한 기억은 전혀 안 나고 친구들과 재미 있게 이것 저것 하며 놀았던 기억만 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아이들이 이 다음에 커서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린다면 어떤 기억이 날까? 공부했던 기억만 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공부 못하는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잘하는 친구는 잘하는 친구대로 스트레스가 더 많다는 것을 서현이가 보여 준다. 그만큼 부모가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 나다.  나 또한 가르치면서 그런 친구들을 간혹 보는데 정말 안 됐다. 오죽하면 서현이가 시험날 시험지를 고쳤겠는가! 공부 못하면 이라크에 보낸다는 서현 엄마의 협박성 멘트는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부모가 그렇게 최고가 되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닐런지....  

우연히 갖게 된 시계로 인해 과거와 미래의 모습을 보게 된 준석이가 꼴통 클럽 4총사들과 더불어 시험지를 미리 보고 공부하는 모습은 얼마나 공부를 잘하고 싶고 어른들에게 인정 받고 싶었으면 그런 행동을 할까 싶었다. 아무리 미리 시험지를 봤더라도 답을 달달 외워야 하고 왠만큼 풀 줄 알아야 하므로 서로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모습은 귀엽기 까지 하다. 미래를 안다는 것의 짜릿함은 잠깐이고 시간 경찰관에게서 미래 감옥에 가게 될 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나서 자기의 실력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어릴지라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려는 모습이 엿보여 듬직하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는 준석이 같은 친구들이 많다. 누구나 서현이 같은 아이일수는 없다. 내 배로 낳은 아이도 어쩜 그리 성격과 재능이 다른지 놀랄 때가 많다. 아이게게 가장 큰 상처는 다른 누구와 비교하는 거라고 한다. 준석이가 가진 재능도 있는데 자꾸 공부 잘하는 서현이와 공부로만 비교를 당하는데 준석이는 얼마나 괴롭겠는가? 그런데 어른들은 모든 아이들을 성적으로만 평가하려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나조차도 거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자꾸 주문을 건다. <공부로만 비교하지 말자. 아이들은 다 각자 가진 재능과 달란트가 있다. 그걸 발견해 주고 용기를 주고 격려해 주자. 칭찬해 주자> 이렇게 말이다. 내 자녀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공부 못한다고 상처 주지 말자. 공부는 못하더라도 다른 것을 잘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울 딸도 준석이처럼 3학년이다. 딸아이 왈 2학년 까지는 시험 부담 없이 정말 즐거운 학교 생활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험이 있는  3학년 부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고 한다. 시험은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아이들에게는 괴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리라. 준석이에게 시험이 없었다면 아마 준석이의 그림 실력이 더 빛나 보였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부활한 초등학교 일제고사가 다시금 우리 어린이들을 갉아 먹고 있다. 정말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합심하여 아이들에게 이런 고통을 맛보지 않게 막아 줬어야 하는데..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하면서 80년 대에 성적에 비관하여 목숨을 끊는 상황을 보면서 겨우 겨우 초등학교 만이라도 시험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자면서 힘들게 없앤거였는데 이렇게 다시금 부활을 해서 우리 자녀들을 괴롭히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초등학교 만이라도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어야 하는데... 

 본격적으로 시험을 보게 되는 3학년이 되면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아무래도 독서의 여유가 줄어든다. 실제로 3학년 부터 독서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도 한다. 내가 가르치는 1학년 아이들은 정말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건만, 이 아이들이 3학년이 되어 책에서 멀어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것도 바로 우리 어른들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니 더욱 더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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