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네 가족사진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4
노경실 지음, 김재홍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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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겨울 노경실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질 때 작가님의 소개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때 해 주셨던 동생분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읽으니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 

복실이는 노경실 작가 자신이고, 이 이야기는 당신의 가족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쓰신 책이다. 

자신의 품에서 죽어간 9살 여동생이 평생 아픈 추억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작가는 동생의 죽음을 더 이상 슬픔으로만 간직하지 않고 이렇게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이 위대해 보인다. 

가족의 죽음은 큰 상처로 남아 있기 마련이라 굳이 들춰 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작가님은 그렇게 마음 속에만 남겨 두지 않고 이렇게 작품 속에 동생을 등장시키므로 인해 

현재까지도 동생과 함께 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지금도 동생이 4명이라고 소개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여겨진다.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작품을 쓰신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작품을 쓰는 가장 강한 원동력은 바로 <가족 >이라고 말이다. 

 

58년 개띠라서 나보다는 12년 차이가 나는 시대적 상황이지만 읽으면서 굉장히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책은 30-40대 부모님들이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 주면 어린이들에게 훨씬 이해가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회충약 먹는 이야기, 변소청소 이야기, 대중 목욕탕 이야기, 문둥병자가 구걸하는 이야기, 뽑기 만들어 먹는 이야기, 우산 하나 

로 넷이 쓰고 가는 이야기, 가족이 함께 가던 소풍 이야기 등등 

나에게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 시절 이야기들이 등장하여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 속에서 함께 못살던 시절 가족이 함께 돕고, 다투기도 하고, 슬픔을 맞이하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는 이야기 속에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시절엔 이웃이 있었다. 가족처럼 함께 웃고, 함께 울어 주던 정다운 이웃 

이 있었다. 

복실이네 가족 사진에 혼자만 덩그마니 오려 진 사진으로 붙여진 남실이(죽은 동생).  

남동생 훈이의 돌을 기념으로 온 가족이 사진관에 가서 가족 사진을 찍었다. 

현상하여 보니 남실이가 사진 속에 없는 거다. 

미리 하늘 나라에 갈 거라고 알기나 한 것 처럼 말이다. 

사진이 귀하던 시절. 다시 찍을 수는 없고 남실이 사진을 오려 붙여 만든 흑백 가족 사진 한 장,  

복실이도 펑 하는 소리에 놀라서 다른 델 쳐다 보고 있는이상한 가족 사진 

아마 복실이네는 이 가족 사진 한 장을 가지고 

그 모든 추억들을 생각해 낼 것이다.

어렸을 때 사진사 아저씨들이 이상한 꽃 배경이 있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사진 찍으세요 > 외치던 기억이 떠오른다.    

얼마나 찍고 싶었던지...

특별한 날에만 사진을 찍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아무 때나 어디서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나처럼 막내들은 그나마 돌 사진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잘 나온 가족 사진은 아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이 사진 한 장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을 복실이네를 생각하니 가슴이 쏴아해진다.    

복실이네 부모님은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끝내 가정을 포기하지 않고, 온 가족이 그 슬픔들을 함께 이겨 나간다. 

마지막 부분 아버지께서 미군 부대를 나와 

자신만의 전파상을 동네에 내시며 가게 이름을 짓는 장면이 나온다. 

막내 아들 <훈이네 전파상>으로 하자는 의견에 

맏이인 복실이가 처음으로 반기를 든다. 

살아 생전에 남실이가 딸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구박을 받았는데.. 

그렇게 해서 전파상 이름은 결국 <우리 집 전파상>으로 낙찰되었다. 

 

그때에 비하면 물질적으로 많이 풍요해진 지금 

아무 때나 사진을 마구마구 찍을 수 있는 요즘  

과연 우리는 그때에 비해 가족이 더 사랑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가족의 행복은 꼭 물질적 풍요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 함께 걸어갈 수 있을 때 그 가족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복실이네 가족처럼 말이다. 

딸을 먼저 하늘 나라에 보내 부모의 마음 

자신의 품 안에서 죽어 간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의 마음 

늘 함께 티격태격하던 언니, 동생이 어느 날 보이지 않는 낯선 마음 

복실이네 가족은 그런 아픔들을 함께 어루만져 주고,  함께 견뎌낸다. 

우리네 가족들도 그랬으면 한다. 가족이 있어서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절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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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꿈이 뭐니? 드림박스 Dream Box 2
한봉지 지음, 왕정인 그림 / 파란하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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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초가 되면 자기 소개 시간이 항상 있다. 

자기 소개에 빠지지 않는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장래 희망 즉 꿈이다. 

우리 반 어린이들과도 자기 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어린이들의 꿈은 트렌드가 있다. 특히 저학년 어린이들은 그때 유행하는 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자신의 꿈을 <파티시엘>이라고 말하는 어린이가 몇 명 있었다. 

바로 투니버스에서  인기리에 방여하고 있는 만화가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유행할 때는 <마법사>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이 여럿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을까? 

글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선생님은 아니었을 것 같고... 

그럼 지금은 꿈이 있나? 

벌써 직업이 있는데 또 다른 꿈이 필요할까 싶지만 이 책에서는 나같이 직업이 있는 사람도 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게 맞는 말인 것 같다. 

꿈은 과거형이 아니다.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 > 라며 현재형으로 말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 나의 꿈은 

아침독서10분이 학교 전체에 전파되는 것이다. 

우리 반을 시작으로 해서 옆반에 윗학년에 퍼져서 마침내 

우리 학교 전체가 아침독서10분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꿈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구체적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계획들과 실천을 해 나가야 하는지 전략적인 면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중간 중간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말이다. 

평발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 리그에도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 

언어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이 되었던 처칠 

하루 19시간 연습한 결과 프리마돈나가 된 발레리나 강수진

자동차 전복 사고로 갑자기 중증 장애인이 되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다시 강단에서 가르치고 있는 이상묵 교수  

가난에 찌들었지만 가난한 시절 자신을 즐겁게 해 준 생쥐의 캐릭터를 가지고 미키 마우스를 만들어 

유명한 만화가가 되고 디즈니 랜드를 만든 월트 디즈니 등등  

때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 때론 우리가 잘 모르는 인물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기울였는지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남들은 그들이 꾸는 꿈을 헛된 <거위의 꿈>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비웃기도 하였지만 그들은 결국 해내고 말았다. 

  

가끔 어린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꿈은 있는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꿈은 크게 가져라 

현재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다고 해서 꿈조차 작게 가진다면 그처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꿈을 가졌다면 결단을 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하나하나 거기에 필요한 일들을 해 나가야 한다.   

단 돈을 무조건 많이 벌겠다는 식의 꿈은 무의미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실제로 요즘 어린이들에 꿈을 물어 보면 <부자 >라고 대답하는 경우를 종종 듣는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단순히 <부자>가 되는 꿈은 아니라고 본다. 

<부자>라도 자신만을 위한 부자가 아니라 적어도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이 자신의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수  

있는 부자이면 좋겠다.

 

꿈을 가진 어린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꿈을 가진 것만으로는 꿈을 이룰 순 없다. 

어떻게 하면 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그 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지 이 책은 알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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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마들린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
루드비히 베멀먼즈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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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쓴 줄 알았는데 찾아 보니 쓰질 않았다. 

가끔 이렇게 아주 유명한 작품은 건너뛰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어제 우리 반 어린이들을 책자리에 모아 놓고 읽어 준 책이다. 

 

3월에 읽어 주는 책들의 주제는 바로 <용기, 자신감, 자아 정체성,꿈> 등이다. 

처음 시작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바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을 3월에는 꼭 읽어 준다.  마들린느의 씩씩함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더불어 친구들의 우정까지도 말이다.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에펠탑을 바라보고 서 있는 노란 옷들의 꼬마 아이들과 수녀님이 보인다. 

바로 기숙사에 살고 있는 12명의 아이들과 선생님이다. 

그 중에 가장 작은 아이가 바로 주인공 마들린느이다. 12명의 아이들은 기숙사에 살고 있다. 

유치원생 정도 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부모님과 헤어져 기숙사에 사는 것 자체가 바로 용기가 아닐까 싶다.  

울 아들이 7세인데 그 어린 것을 혼자 떨어뜨려 기숙사에 보낸다고 가정해 보니 나로서도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 꼬마 니꼴라>에도 그만한 아이들이 부모와 헤어져 캠프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있는 걸로 봐서 

외국- 특히 유럽-에서는 그런 일련의 활동이 분명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문화의 차이를 발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나처럼 너무 아이들을 못 믿는  부모들이 많은거 아닌가는 생각도 가져 본다. 

오히려 저희들끼리만 있으면 독립심도 생기고,  

스스로 질서도 유지하고 문제 해결력도 기를 수 있는데 부모가 못 믿는 바람에 너우 의존적인 아이들로 기르고 있지는 않나 반 

성도 해 본다.  

마들린느를 비롯한 열두 명의 아이들은 항상 두 줄로 산책도 가고, 밥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이 부분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아이들 중에는 <나란히 나란히 >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마들린느는 그 중에서도 가장 키가 작지만 가장 씩씩하여 쥐도 무서워하지 않고,  

산책을 할 때도 난간 끝에 매달릴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다. 

키와 용기는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밤 선생님은 아이들 방에 무슨 일이 있음을 감지하고 빠른 걸음으로 가 본다.  

기숙사에 유령이라도 나타난 걸까?

그게 아니라 씩씩한 마들린느가 울음을 그치질 않는거다. 배가 너무 아파서 말이다. 

선생님은 의사 선생님을 부르고,의사 선생님은 구급차를 불러 마들린느를 병원으로 옮긴다. 

2시간 후 맹장염 수술을 마친 마들린느는 자기가 있는 곳이 병원임을 알게 된다. 

항상 같이하던 11명의 친구들 없이 마들린느는 병원에서 혼자 이것저것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병원에 입원해 본 사람들은 병실에 누워 있으면 얼마나 시간이 더디 가는 지 알 거다.  

시간 죽이기에는 관찰 또는 독서가 최고다.  

씩씩한 마들린느는 관찰력 또한 대단하다. 

기숙사에 있는 11명 또한 마들린느를 그리워한다. 

드디어 선생님이 마들린느를 병문안가자는 말을 하자 일제히 환호를 질러댄다. 

마들린느가 있는 병실에 온 아이들은 여러 가지 선물에 깜짝 놀라  이것저것 만져 보느라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마들린느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수술자국을 당당히 보여 준다.

우리 반 어린이들은 수술 자국이 보이질 않는다며 더 가까이 보려고 나에게 다가온다. 

 

병문안을 다녀온 그날 밤 선생님은 다시 또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도대체 이번엔 무슨일이 생긴 걸까? 

 

<마들린느와 쥬네비브>라는 책도 이 책 만큼 재미있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내용과 그림,  좋은 주제를 담고 있는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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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순난앵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홍재웅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열린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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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도서관에서 린드그렌의 이름이 있길래 얼른 집어 들었다. <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린드그렌. 그 이름만으로도 얼른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삐삐 시리즈를 즐겁게 읽었던 나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면서 언뜻 < 린드그렌 책 맞아?> 라고 다시 저자의 이름을확인하게 될 거다. 이 책은 분명 삐삐 시리즈의 경쾌함,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다. 계절로 표현하자면 삐삐 시리즈가 이글이글 작열하는 여름이라면 <그리운 순난앵>은 허허벌판에 차가운 눈이 내리는 쓸쓸한 겨울이다. 

순난앵. 이건 뭐야? 사람 이름 같기도 하고 동물 이름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하다. 본문을 보니 스웨덴의 지명이다. 역자의 해설을 보니 <순난>이라는 말은 스웨덴어로 '남쪽의' 또는 ' 남쪽으로부터 오는' 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엥'은 잔디와 풀이 많이 나 있는 풀밭 혹은 목초지를 뜻한다고 하니 '순난앵'은 ' 따스한 바람이 부는 남쪽 풀밭'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그리운 순난앵'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가난하고 , 헐벗고, 굶주리고, 병에 걸린 가엾은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자리'를 뜻한다. 

책은 네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 그리운 순난앵> < 라임오렌지 나무가 노래해요.> < 매 매 매! > < 에카의 융케르 닐스> 모든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앞서 말했듯이 가난한 어린이들이다. 

지금은 북유럽의 선진국인 스웨덴도 이렇게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난에 찌든 어린이들이 각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리운 순난앵>에서는 고아가 된 남매  마티아스와 안나,  <라임오렌지 나무가 노래해요>에서도 마찬가지 고아원에 보내진 말린,< 매 매 매 >에서는  가난한 목장 집의 아이 스티나 마리아,  <에카의 융케르 닐스>에서는 언제 죽을지 모를 정도로 건강이 나쁜 닐스. 이런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어른인 내가 봐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안쓰럽기 짝이 없다.  

책 제목이 된 <그리운 순난앵>을 살펴 보자.

순난앵 마을에 살던 남매는 고아가 되자 멀리 농가에 보내어져 우유를 짜고 외양간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을 한다. 그들이 먹는 거라곤 오직 청어를 절인 소금물에 감자를 찍어 먹는 게 고작이다.  남매는 어서 겨울 학교가 열려서 그곳에 가서 글을 배우는 것이 꿈이다. 겨울 학교에 가면 이 지긋지긋한 생활이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맛있는 도시락을 싸 온 아이들은 가난뱅이 남매를 놀려 댄다. 농장으로 돌아 오는 길에 빨간 새를 만나고 그 새를 쫒아가 보니 이상한 틈 속에 문이 보인다. 먹지 못해 깡마른 남매는 그 문으로 들어가 본다. 그런데 그곳은 추운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고 개울에서 놀고 있는 여러 아이들은 이 곳을 <순난앵>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는 남매도 다른 아이들처럼 물에서 놀 수 있고, 피리를 불 수 있으며 나무배를 만들어 놀다가 배가 고파지면 어머니라고 불리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맛있는 핫 케이크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다시 농부의 집으로 돌아가려면 빈 틈으로 나오면 된다. 그렇게 겨울 학교가 열리는 동안 남매는 순난앵을 방문하여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견뎌 낸다. 마지막 겨울 학교가 열리던 날! 이제 더 이상 순난앵이란 곳에 올 수 없다는 생각에 남매는 가슴 밑바닥까지 슬퍼진다. 겨울 학교가 끝나면 예전 처럼 다시 농부의 집에서 들쥐의 잿빛 같은 생활을 해야 하니깐 말이다. 빨간 새를 쫒아 순난앵에 들어 온 남매는 한 번 닫히면 절대 열 수 없다는 그 문을 조용히 닫는다.  어린 나이에 부모도 없이 고생하며 굶주리며 살았던 남매는 따뜻한 남쪽 풀밭이 많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더 이상의 불행은 없기를 바란다.

나머지 세 편의 이야기들도 가난한 어린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함께 그들이 경험하는 판타지가 나온다. 어린이들이 경험하는 판타지는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들의 표상이기도 하다.  마티아스와 안나에겐 순난앵이 그렇고, 말린에게는 라임오렌지 나무가 그렇고, 스티나 마리아에게는 희고 예쁜 양들이 그렇고, 닐스에게는 성에서 망누스 왕대신 자신이 죽었던 경험이 그렇다. 이런 판타지들을 통해 현세에서는 외롭고 힘들었던 그들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 이상 그 불쌍하고 가엾은 어린 아이들이 고통 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삐삐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만 린드그렌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재주와 어린이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진 참 포근한 책이었다. 그림 또한 그런 분위기에 맞춰 펜으로 그려졌는데 그림에서도 순난앵을 기다리는 어린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잘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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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의 초록 책 사계절 중학년문고 20
질 페이턴 월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박형동 그림 / 사계절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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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만큼 상큼한 SF동화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실로 오랜만에 SF장르를 읽은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SF라는 느낌이 사라지지만 먼 미래, 지구가 멸망하여 우주선을 타고 4년을 여행한 끝에 행성에 도착한다는 설정이므로 확실히 SF 동화이긴 하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을 지내면서 확실히 지구가 많이 병들긴 했구나를 실감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도 이 책의 가족들처럼 바쁘게 짐 하나 달랑 꾸려 지구를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야한다면 무슨 물건을 가지고 떠날까 상상해 본다.

빨간 머리의 아이. 패티네도 우주선 탑승에 선택되어 간단한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패티 아빠는 세 자녀에게 책 한 권 가져갈 수 있는 것까지 허락한다. 각자 책 한권을 가방에 넣고 드디어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출발한다. 이들이 탄 우주선은 가난한 나라에서 뽑혀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는 여전히 차별을 받나 보다. 4년을 여행한 끝에 발견한 행성에 조심이 착륙. 가장 어린 나이에 속하는 패티가 이 행성의 이름을 <샤인>이라고 짓는다. 행성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유리처럼 빛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이 곳에서 정착할 준비를 한다. 나무를 베어 각자의 집을 만들고, 수질을 검사하고, 지구에서 소중하게 가져온 씨앗을 뿌리고...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모험을 한다. 어른들의 조심스러움에 비해 아이들은 거칠 것이 없다. 그런 아이들 덕분에 여러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알아 낸다. 사탕 나무도 발견하여 그 액을 받아 열량을 보충하고, 초록빛을 내는 해파리를 이용하여 등불을 만들고, 국자처럼 움푹 파인 곳에 널려 있던 자갈들이 바로 인간나방이었다는 것들 말이다. 아이들과 인간 나방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은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이는 낙원처럼 묘사된다. 어느 날 어린이들의 친구가 된 나방들이 이상하리 마치 고요한 연극 한 편을 하더니, 짝짓기를 하고, 다음 날 모두 죽은 채로 발견되는 모습은 끔찍하다. 인간 나방들이 남긴 알 (자갈처럼 생겼던 것이 바로 알이었다. )을 보면서 어른들과 아이들은 이것들이 나방이 되기까지는 아마도 오랜 세월이 흘러야 될 것임을 짐작할 뿐이다. 한편 땅에 뿌린 밀의 씨앗은 무럭무럭 잘 자라긴 하지만, 지구에서 볼 수 있었던 불투명 초록잎이 아니라 투명하며 여전히 밀알은 유리처럼 반짝거리는 육각형이었다. 어른들은 이 밀을 먹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점점 지구에서 가져 온 식량도 떨어져 가는데 말이다.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패티, 조 , 세라는 육각형 밀을 갈아 물로 반죽을 하여 팬 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아빠는 이 아이들이 탈이 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유리처럼 생겼던 밀이 뱃속에 들어가 몸에 상처를 낼까봐 말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나까지 조마조마해진다. 

겉표지에 나온 장면은 패티가 지구를 떠날 때 챙긴 바로 초록 책이다. 초록색 비단 표지에 금박 무늬가 수 놓아진 책이다. 행성에 도착한 아이들은 놀거리가(게임, TV, 컴퓨터 등등)가 없기에 자연스레 자신들이 가져 온 책을 저녁마다 읽는다. 그러다 서로 바꿔 읽기 시작하는데 패티가 가져 온 책은 글쎄 아무 것도 씌여진 게 없는 빈 노트였다. 빈 노트를 가져 온 패티를 나무라는 언니와 오빠. 자신이 책을  골라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아빠.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패티가 가져 온 이 초록책은 마지막에 큰 역할을 한다.  패티의 초록 책의 비밀이 마지막에 밝혀질 때까지는 나도  이 책의 제목이 왜 <패티의 초록 책>인지 눈치채지 못했다.

생각 거리를 많이 던져 주는 진지한 책이다. 패티 아빠가 행성에 도착하여 하는 말 중에 지구에서 한낱 수리공에 불과했던 자신이지만 이 곳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쓸모 있고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행성에 정착한 이후로 패티 아빠가 벌이는 활약상은 대단하다. 집을 짓는 것부터 해서, 파종기를 만드는 것까지 아빠의 만드는 재주는 이 곳에서 빛을 발한다.  지구에서 무시 받던 직업이 이 곳에서는 판사, 검사, 의사 보다 더 필요하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또 하나 

모든 것에 두려워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거침없이 모험을 즐기며 문제를 해결한다. 이 작가가 전해주려는 메시지 또한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모험심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패티의 초록책이 순수함의 결정판이다. 순수함의 결정판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읽어 보시길 추천한다.  

때로는 아이같은 순수함과 모험심으로 행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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