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 - 신석기 시대 사계절 역사 일기 1
송호정.조호상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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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바람에 열심히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지난 번 도서실에서 빌려 놓은 역사 일기가 눈에 들어와  정독을 해 보았다. 

사계절에서 야심차게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는 역사일기 시리즈의 첫 권이다. 지난 번 딸이 역사일기를 출품하느라 함께 읽은 것은 3권 <고구려 평양성 막강 삼총사>였고 이번에는 선사시대와 고조선 시대 시리즈를 읽어 보았다.  막강 삼총사는 내가 좋아하는 송언 님이 일기글을 쓰셔서 유독 애착이 가는 책이다 . 1권과 2권은 다른 분들이 일기글을 쓰셨지만 아마추어인 나는 솔직히 별 다른 점을 못 찾겠다.  3 권을 모두 읽어 본 첫 느낌은 이 역사 일기 시리즈가 잘 기획되었다는 것이다.역사와 일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10권까지 해서 우리 나라 역사 전체를 아이들의 시각에서 쓴 일기 형식으로 낼 계획이라고 하니 가능하면 이 시리즈를 다 만나보고 싶다. 

우리 집에는 다른 집에 흔한 전집이 없다. 유일하게 있는 전집이 바로 내가 지른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역사전집이다. 지르고 나서 남편한데 엄청 구박을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딸이 딱 한 번 읽고 더 이상 거들떠 보질 않는다. 그래서 전집은 사 주면 안된다. 아직도 전집에 목숨 거는 부모들에게 더 이상 전집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전집 사서 나처럼 실패하느니 아이가 좋아하고 사고 싶어하는 단행본을 사 주고 아이가 여러 번 스스로 읽는 게 더 좋다.  

딸 말이 이 역사 일기 시리즈는 마음에 든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역사 시리즈가 있어서 다행이다. 10권까지 다 나오고, 다 만나본 후 소장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면 그때 사 주려고 한다.  비교하건데 모 출판사에서 나온 삼국유사, 삼국사기 전집에 비하면 이 역사 일기 시리즈가 훨 낫다. 그러니 무조건 전집이라고 혹 하지 않기를..... 매번 도서실 담당 연수에 다녀오면 강사님들 말씀이 우리 나라 30-40대 부모님들(특히 어머니)이 전집에 너무 현혹된다는 것이다. 지금 어머니 세대가 학교 다닐 때 우리 나라에 전집이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어릴 때의 그 기억 때문인지 유독 현재 어머니들이 전집 매니아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일단 전집은 책꽂이에 꽂아 놓으면 폼 난다. 서재를 사진으로 찍어 올린 것들 보면 역시 전집이 많은 집들이 서재가 단정해 보인다. 단행본은 폼이 전혀 안 나고 지저분하기만 하다.  그래도 서재가 폼 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아이가 좋아하고 자주 그 책을 읽느냐가 관건 아니겠는가?  유독 우리 나라 부모들만이 책 사주는 취향이 전집 이라는 여러 강사님들의 말씀은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교실에도 어떤 어머니가 바자회에서 사 오신 전집류를 교실에 기증해 주셔서 책꽂이에 꽂혀 있는데 아이들이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  .   

1권은 신석기 시대 소년 사슴뿔이의 생활을 담고 있는 일기이다. 이름부터 지금과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왼편에는 사슴뿔이의 그날 그날의 일기가 나오고, 오른쪽 책 날개에는 그 당시 생활을 알 수 있는 실제 자료들에 대항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역사라는 것이 아주 오랜 전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아주 낯설 수 있는데 왼쪽이 바로 일기 형식으로 쓰여져 있어서 쉽게 읽힌다. 그렇지만 그 일기들은 충분히 고증을 한 내용들이기기에 쉽지만 상상이 아니라 바로 실제로 충분히 일어 날 수 있었던 일들이다. 사슴뿔이의 하루 하루를 읽다 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을 저절로 알게 된다.  나와 상관 없는 오래 전에 일어난 일들을 따분하게 외우는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슴뿔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 보듯이 들여다 보면 어느새 역사에 대해 한 걸음 발자국을 떼게 된다.  이게 바로 이 시리즈의 매력인 듯하다. 

아다시피 역사 부문이 5학년으로 내려왔다.  예전에 6학년 가르칠 때 나조차도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아서 열심히 박은봉 님의 <한국사 편지>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 번 6학년 후배 교실에 올라가 보니 개정판 <한국사 편지>가 떡하니 있는 걸 보고 반가웠다.  그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중학년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사 부문만큼 배경 지식의 차이가 확 드러나는 부문이 또 있을까? 역사에 대해 미리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어린이들은 수업 시간에 눈이 반짝반짝 빛나지만 반대의 경우(여기에 속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에 해당되는 어린이들이 선생님이 하는 말이 무엇이다냐? 하는 표정으로 아주아주 지루해 한다. 우리네 역사를 우리가 모르면 안 되는데.... 얼마 전 그림책 읽기부 어린이들에게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를 읽어 주는데 읽어 주기 전 한국 전쟁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책 읽어 주는 시간 보다 더 걸렸다.  아이들이 한국전쟁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니 그것부터 설명을 해 줘야 제대로 책에 대한 이해를 할 거 아닌가?  역사 부분 가르치는 내내 이런 막막한 기분이 든다.  5학년 가기 전에 역사에 대해 대략적으로 훑어 볼 수 있다면 아주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어린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역사 시리즈가 나온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주로 역사 전집은 위인들 위주로 설명된 게 대부분인데 이책은 바로 그 시대의 평범한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과 똑같이 평범한 아이들이 다른 시대에 살면서 생활하는 모습이 재미 있게 쓰여져 있어서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다.  읽다 보면 일기라는 것을 어떻게 써야 맛깔스럽게 쓰는 지도 덤으로 알게 된다.  역사와 일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곧 있으면 여름 방학이다. 방학 동안 아주 오래 전 내 또래 친구들은 어떻게 살았을지 그 친구들의 일기를 몰래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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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0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편까지 읽었는데 리부는 2편까지만 썼군요.ㅜㅜ
이 시리즈 아주 참신한 기획물로 대박을 기원했어요.^^
이 시리즈를 보고 박은봉 선생님 한국사 편지를 보면 더 좋을 듯해요.
 
키티, 나의 키티 동화 보물창고 33
빌 월리스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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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자신에게만  두려움을 주는 대상이 누구나 존재할 것 같다.  난 그것이 바로 계단 내려가기와 축구공이다. 계단에서 한 번 굴러떨어진 기억이 있어서인지 다른 사람을 힐끗 쳐다보면 계단을 보지 않고도 잘 내려가는데 난 꼭 계단 하나하나를 확인하며서 내려간다. 축구공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한 번 축구공에 세게 맞은 경험이 있은 후로 축구공이 왠지 무섭다. 막연히 두려운 대상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경험과 관련지어 두려움의 대상이 정해지는 듯하다. 

10살 리키도 마찬가지이다. 리키는 개가 가장 두렵다. 아주 어렸을 때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심하게 물어 뜯기고-죽었다고 생각했으니까- 무시무시한 광견병 주사를 12대를 맞은 뒤로 아주 조그만 개를 보더라도 그 자리에 얼어 붙고 덜덜 떤다. 왜 아니겠는가?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만든 것이 바로 개인데... 

그런 리키에게 떠돌이개가 나타난다. 리키의 헛간에 떠돌이 개가 몰래 숨어든 것이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거의 죽기 직전에 있는 그 개를 보고, 리키는 <개도 싫지만 동물이 죽는 건 더 싫어>하며 몰래 먹을 것을 갖다 준다. 개에게 물린 사건이 있은 후로 개를 가까이 해 본 적이 없는 리키는 저 혼자 먹을 힘 조차 없는 그 떠돌이 개가 우유를 먹을 수 있도록 개의 머리를 받쳐 준다 . 개를 만진다는 것은 리키에게는 기적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어린 개는 배가 터질 것처럼 먹는다. <기운을 차릴 때까지만 먹을 것을 갖다 줘야지> 하던 키티는 어느새 떠돌이 개를 돌보고 있었다. 리키와 떠돌이 개 키티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아빠가 고모를 위로하기 위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아빠를 대신하여 암소가 송아지를 낳는 곳을 찾아 나선 리키와 키티에게 뜻하지 않은 위험이 몰아닥친다. 바로 떠돌이 개떼를 만난 것이다. 추운 겨울 밤. 이제 막 태어난 송아지를 먹기 위해 나타난 개떼와 송아지를 지키기 위한 리키와 키티의 싸움은 불가피했다. 혼자서 여러 마리 개를 상대로 싸우는 키티를 보며 리키는 자신의 잠재의식 깊은 곳에 있던 두려움마저도 떨쳐 버렸다. 자신의 개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리키가 자신의 개 키티를 지키기 위해 개 떼들과 싸우는 장면은 전율을 느낄 정도로 감동적이다. 오래전 그 어릴 때처럼 다리를 개에게 물어 뜯기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개들과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하다. 리키와 키티가 서로를 구하기 위하여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을 머릿 속으로 그려 보며 읽으니 그들이 지금 그 순간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리키가 키티와 함게 힘을 합쳐서 무서운 개 떼들과의 싸움에서 완전히 승리한 걸로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이 작품은 그저그런 범작에 그쳤을 것이다. 그 후에 또 다시 닥친 절망과 그 절망을 극복하는 리키가 그려졌기 때문에 이 작품이 빛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나 싶다. 한 고비 넘겼다 싶으면 또 다음 고비가 온다. 그리고 우린 그 고비를 또 죽을힘을 다해 넘어간다. 리키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서 개에게 당한 몸과 마음의 상처가 키티라는 떠돌이개를 통하여 겨우 치료되었다 싶었을 때 그 보다 더 큰 고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또 절망한다. 하지만 키티는 그렇게 절망 속에 갇혀 지내지 않는다 . 키티를 통해서 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것처럼 이번에도 똑 극복할 것이다. 그렇게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리키는 더 단단해지고, 더 성숙할 것임을 독자는 안다. 우리도 리키처럼 그렇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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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0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어제 독서실 가서 이 책 읽었는데 아직 리뷰를 못 썼네요.
나는 자전거 타는 거 무서워서 못 배웠어요. 어려서 집채만한 자전거를 안고 넘어진 후휴증으로로~~~ㅋㅋ

수퍼남매맘 2011-07-0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전거 못 배웠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선배에게 배우다 넘어지는 바람에 앞니가 약간 부러졌거든요. 그후론 후덜덜~~ 아직 못 탑니다. 드라마에서처럼 바구니 달린 자전거 폼 나게 타고 싶지만 마음만 그럴뿐 엄두가 안 나요. 완전히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흑흑흑!!!
 
[빨강 연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빨강 연필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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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를 한 편 본 듯하다. 그 중에서도 무조건 착한 일만 하는 수퍼 히어로가 아니라 초능력을 가진 자로서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스파이더맨 >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평범한 우리네들은 누구나 한 번 내가 수퍼 히어로라면, 나를 초능력을 가진 자로 만들어 주는 마법과도 같은 비밀의 물건이 있다면 구질구질하지 않고 한 번 폼나게 살 수 있을텐데 라고 상상해 봤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민호도 요즘 흔히 말하는 엄친아와는 거리가 먼 아이이다. 부모님은 별거 상태이고, 학교에서 그닥 모범생도 아니고, 평범하기 아니 약간은 부족한 것 처럼 보이는 아이이다.  그런 아이에게 어느 날 꿈만 같이 뭐든지 잘 쓰게 만드는  빨강 연필이 손에 들어온다. 그 빨강 연필로 글짓기를 했더니 하루아침에 반에서 최우수 글짓기로 뽑히게 되고,  글짓기로 상도 타게 된다. 뜻하지 않게 변방에 있던 민호가 이제 당당히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덩달아 혼자서 민호를 키우는 어머니 또한 잘난 아들 덕분에 의기양양해지기 시작한다. 

빨강 연필이 있으니 그동안 반에서 잘 나가던 재규보다도 더 잘 나갈 수 있고, 글짓기를 잘한 덕분에 혼자 좋아하던 수아에게도 관심을 받고, 재규만 좋아하는 것 처럼 보이던 선생님에게도 백일장 대회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게 되지만 그 속에서 민호는 갈등한다. 빨강 연필이 자신을 글짓기 잘하는 민호로 만들어 주었건만 마냥 기쁜 것은 아니다. 그건 아마 민호에게 양심이란 게 있기 때문이리라.

빨강 연필이 대신 써 준 <우리 집>은 민호가 바라는 우리 집의 모습이긴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아니므로 거짓말을 한 셈이고, 그걸로 다시 글짓기 우수작으로 뽑혀 사람들로 부터 칭찬을 받게 되자 민호는 오히려 죄스럽기 마저 하다. 한 번 시작한 거짓말은 이제 엄청난 눈덩이로 불어나서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어 보인다.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민호. 이제 진실을 밝히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은 아닐까? 아님 지금이라도 수아에게 자신이 유리 천사를 깨뜨렸다고 고백하는 게 나을까 ? 지금까지 한 글짓기는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바로 빨강 연필이 대신 한 것이라고 모두에게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나을까?  모든 걸 밝혀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줄까?

민호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호가 자신만의 비밀일기장에 쓴 글이다.  

양치기 소년은 혼자 너무 외로웠다. 

양이 아니라 사람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했다. 

누군가 소년의 외로움을 알아주었다면 

그의 말을 한 번만 더 믿어 주었다면 

그런 사람이 한 명만 있었다면 

소년의 양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거짓말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자기를 다시 믿어주는 사람이다. 

민호의 일기장은 두 개다. 선생님께 제출하는 일기장과 별개로 자신만의 비밀일기장이 있다. 하나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일기장이고 하나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쓰는 일기장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누구나 민호처럼 제출용과 비밀일기장 두개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일기는 자신을 위해 쓰느 건데 말이다. 고학년은 그래서 일기 검사가 별 의미 없어 보인다.

민호의 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민호가 수아의 유리천사를 실수로 깨뜨린 사건부터 시작해서 빨강연필의 활약에 힘입어 글짓기 대회 수상을 한 것까지 민호에게 빨강연필이 오롯이 기쁨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속에서 민호는 선과 악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독자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진실을 밝힘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릴 지도 모르고, 무엇보다도 자기만을 믿고 있는 어머니를 실망시켜드릴 수도 있기에 섣불리 진실을 말하지도 못하는 민호의 마음이 절절히 실려 있다. 이 비밀일기는 민호가 자신을 그대로 믿어 주는 단 한 사람을 얼마나 열망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민호는 이렇게 갈등하면서 비로소 엄마와 싸우고 나서 집을 나간 아빠도 내 마음 같지 않았을까 하면서 아빠의 입장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빨강 연필- 지니와도 같은 행운이 민호에게 어느 날 찾아왔고 그 행운은 민호를 어느 새 주목 받는 아이로, 전국 백일장 대회에 나갈 만큼 능력 있는 아이로 변신시켜 놓았지만 민호는 그게 바로 자신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악마의 유혹 같은 속삭임이란 걸 깨닫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도 자신의 몫임을 알게 된다. 빨강 구두를 신고 싶었던 아이가 빨강 구두를 신자마자 그 빨강 구두에 이끌려 미친 듯이 춤을 추고 급기야 춤을 멈추기 위해 발목을 자르게 된다는 안데르센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다. 빨강 연필이 민호를 글짓기 재주가 많은 아이로 하루아침에 주목 받게 해줄지는 모르겠으나 언젠가는 그 빨강 연필을 자기 손으로 잘라내야 할 때가 올 지도 모른다.

평범한 우리에게 놀라운 능력을 가져다 주는 빨강 연필이 있다면 그걸로 일기도 잘 써서 선생님께 칭찬 받고, 글짓기도 잘해서 상장도 받고, 전국대회 나가  우승도 하고, 요즘 치러지는 기말고사도 올백도  맞을 것 같고 ,모든 것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지만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행운과 능력은 우릴 꼭그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만은 않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초능력이 주어지면 그걸 선하게 쓸 사람이 거의  없기에 신은 인간을 전지전능하게 만들지 않으신 거라고 생각한다. 전지전능한 인간이었다면 그 능력으로 선을 행하기 보다 악을 먼저 행할 것을 알기에 신은 인간을 부족한 채로 놔둔 것이다.  

빨강 연필이 민호를 언제 찾아왔는지 떠올려 보자. 바로 민호가 수아의 유리천사를 실수로 떨어뜨려 깨뜨린 후 그걸 몰래 숨기려고 할 때였다. 인간이 가장 나약할 때 악마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나를 유혹한다. 나를 한 번 가져 봐. 뭐든지 할 수 있어. 너를 최고로 만들어 줄게.그건 바로 예수가 광야에서 40일 간 금식 기도를 할 때 나타난 사단이 예수를 유혹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어떤 면에서 나약하다. 그래서 쉽게 악마의 유혹에 현혹되기도 한다. 어린아이는 더 그렇다. 민호가 그랬듯이 한 순간에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이 되어 버려 언젠가는 자기 스스로 빨강 연필을 불에 태워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럴 때 민호가 일기에 쓴 것처럼 내가 가장 나약할 때 나를 믿어줄 단 한 사람의 누군가가 있다면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책을 그닥 많이 읽어보지 못했지만, 내가 읽어 본 책 중에서  베스트 5에 들어갈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이것 저것 많이 하셨는데 그 경험들이 책 안에 다 녹아들어간 것 같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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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 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 그림으로 보는 히로시마 이야기
나스 마사모토 지음, 니시무라 시게오 그림, 이용성 옮김 / 사계절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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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실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 바로 금광이었다. 세상에 이런 책이 있었다니! 내가 수서한 것은 아니고 다른 샘이 수서한 책이었나 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대해서 말로만 들어서 알고 있었지 자세한 과정과 그 상황에 대해서는 솔직히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은 그 당시 -히로시마 원폭 투하- 히로시마에 살고 있었던 작가가 쓴 책이고, 이 작가는 바로 <종이학>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원폭의 피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그는 계속해서 그와 관련된 책들을 써서 바로 이 지구상에 그런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과 더불어 더이상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험해서는 안 됨을 외치고 있다.

원폭 투하 당시 그 자리에서 즉사한 타로의 영혼이 자신이 살았던 히로시마를 떠돌면서 그때의 상황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그림책이 써져 있다.

원폭 투하가 있기 전 평화롭던 히로시마의 모습이다. 한 번도 왜 히로시마였을까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어마어마한 계산 끝에 히로시마라는 곳이 타격의 대상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 당시 인구 4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던 히로시마는 군사기지가 있던 곳이었다.

8월 6일 오전 8시 16분 바로 그날 580m 상공에서 한 줄기 빛이 보였다. 폭발 중심부에 있던 사람들은 주황색 섬광을 보았다고 한다. 원폭은 엄청난 빛과 방사선을 뿜어 냈다.

원폭투하로 인하여 나무에 빛이 스며든 것이 보인다. 580n 상공에서 폭탄이 터졌는데도 그 빛이 이렇게 환하다. 폭발 당시 폭심의 온도는 섭씨 몇백만 도에 이른단다. 그러니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바로 살이 타내려 즉사하고 마는 것이다.

폭발 후 세찬 폭풍이 지나간다. 얼마나 세찬지 폭심 3km안에 있는 것들은 거의 부서져 내리고 말았다 . 도시는 순신간에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4시간후 불기둥이 솟아 올랐다. 모든 것을 태워 버렸다.

히로시마는 한순간에 시체더미로 변하고 말았다.소학교에 화장터를 마련해 놓은 모습이다.
그때 당시 히로시마 인구가 25-30만명(전쟁으로 인해 들락날락)으로 추정하고, 가족의 생사를 알기 위해 온 사람들과 구급대원들까지 합하여 원폭 1기로 인하여 45만명이 피폭당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 사랃들은 방사능에 노출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을 터이니 히로시마에 왔던 사람들 모두 피폭된 것이지.

핵무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본격적으로 개발이 되었다고 한다. 독일과 맞서기 위해서 미국과 영국이 합동으로 개발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독일이 유럽에게 항복을 하여 핵무기가 필요없게 될 무렵,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하는 바람에 바로 미국은 이 원자폭탄을 터뜨리기로 결정한다. 미국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힘을 온 세계에 특히 소련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쟁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원자폭탄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이렇게 전쟁은 몇 명의 전쟁 미치광이들 때문에 애궂은 사람들만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왼쪽이 바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우라늄 원자탄 리틀보이의 모습이다. 옆에 것은 나가사키에 투하된 플루토늄 원자탄이다. 별로 크지 않은 무기지만 그 위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 원인과 핵무기 개발 과정, 어떻게 하여 히로시마에 투하하게 되었는지까지 세세하게 나와 있다.

45만명 아니 그후로도 지금까지 원폭 피해자가 나오고 있으니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이렇게 한순간에 결정이 나는 것을 보고 정말 전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고스란히 전쟁의 피해는 아무런 죄도 없는 국민들이 그대로 받고 있으니 말이다.
원폭투하 장소가 히로시마로 결정되기 까지 17개의 도시가 거론되었다는 것도 정말 놀라웠다. 남편은 왜 동경이 아니었을까 질문을 한다. 내 생각에는 수도를 타격하면 세계적으로 반발이 심할 것을 우려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요한 군사 시설이 있는 곳,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곳 등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교토, 히로시마, 고쿠라,니가카로 추려졌다고 한다. 이 도시들은 나중에 원폭이 떨어질 것을 감안하여 그동안은 폭격이 적었다고 하니 얼마나 치밀한 계산 끝에 이뤄진 원폭투하인지 모른다 .

원폭을 날랐던 비행기의 모습이다. 레이다에 잡힌 히로시마의 모습을 보니 정말 끔찍하다.
그 밑에 살고 있던 히로시마의 사람들은 그 순간 평소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겠지. 전쟁은 군국주의자들이 일으켰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져야했다.

폭심과 폭심으로부터 반경 3KM안에 어떤 피해들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자료이다. 작가도 3KM 안에 살고 있었는데 용케 조금 다치기만 하고 살아남았다고 한다. 살아남은 자로서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벌어져서는 안되야 하기에 이렇게 책을 쓴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더 강력한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험하고, 서로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도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2개의 원폭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많이 지었다니.... 이번 쓰나미에 또 한번 방사능의 위협을 받고 있지 않는가!
때로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서 다행인 점도 있지만 꼭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히로시마를 보면서 또 한번 전쟁의 참상을 알았다. 지금의 핵무기들은 히로시마의 그것보다 더 강력하다. 그 무기들이 어느 곳에서도 쓰이질 않길 바라며 핵무기 개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원자력 발전소 건립도 말이다.
전쟁은 소수가 일으키지만 그 피해는 힘없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는다. 그런 전쟁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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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행진 - 야누시 코르차크 양철북 인물 이야기 1
강무홍 지음, 최혜영 그림 / 양철북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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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태생의 교육학자이자, 의사, 무엇보다 버려진 유태인 고아들과 끝까지 함께 한 야누슈 코르착에 대한 이야기이다.  

촉망 받는 의사로서 환자가 끊이지 않는 코르착은 언제나 길에 버려진 고아들에게 마음이 쏠렸다. 

가난하여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그 아이들. 

코르착은 마침내 의사 일을 접고 스스로 고아들의 아버지가 된다. 

고아들은 그런 코르착의 마음과는 달리 욕하고, 서로를 헐뜯고, 싸우고, 심지어 도둑질까지 한다. 

한 번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들은 그 누구도 믿지 않는 마음의 병이 생긴 것이다. 

코르착은 그런 아이들에게 <인간의 존엄함>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자신이 아이들을 떠나지 않을 거란 믿음을 

심어 준다. 

한편 어린이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어린이공화국>을 세워 스스로 정한 규칙과 그 규칙을 어길 경우 재판 

을  받는 자율성을 길러 준다. 

서서히 아이들과 코르착 간에 믿음과 사랑이 두터워질 무렵 

독일이 폴란드를 침략하고 유태인들을 게토 지역에 수감시킨다. 바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것이다.

고아원도 마찬가지 게토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되고 유태인들은 굶어 죽거나 병에 걸려 죽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다. 

먹을 것이 부족한  걸 알고 코르착은 스스로 구걸을 하러 나섰다가 혼자 헤매고 있는 고아들을 데려 온다. 

사람이 늘어 나면 먹을 것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코르착과 아이들은 서로의 것을 나눠주고 함께 있어 행복해 한다. 

8월 어느 날 ,

트레블링카로 떠나는 열차를 타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코르착은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코르착은 깨끗한 옷을 갈아 입고, 아이들도 준비를 시켜 길을 나선다. 

" 자, 지금부터 여름휴가를 가는 거야. 가다가 길을 잃거나 흩어지지 않도록 줄을 잘 맞추어서 가도록 하자." 

코르착에 말에 아이들은 하나의 흐트러짐 없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열차를 향해 행진해 갔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는 길이 바로 죽음의 길임을 알기에 흐느껴 울 수 밖에 없었다. 

  

4학년 그림책 읽기부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었다. 

굉장히 산만한 아이들이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르착의 고귀한 희생을 듣고 있으니 갑자기 숙연해 지나 보다.   

교실 안이 조용해진다.

까불까불하던 아이들의 눈들이 한 곳에 몰리고, 

마지막 코르착의 품에서 가장 나이 어린 여자 아이가 고개를 떨구는 장면을 읽어 줄 때는 적막감이 흘렀다. 

읽어 주는 나도 갑자기 목이 메었다. 

6월에 꼭 읽어 봐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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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16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막 나왔을 때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에 내 리뷰가 실렸었죠.
그리고 야누슈 코르착의 책을 더 찾아 읽었고요~~~ 이타적인 삶을 사는 건 아무나 하지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