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로누푸 섬의 여우 담푸스 그림책 5
다카하시 히로유키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담푸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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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전쟁이 인간과 자연을 해치고,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동물들의 입장에서 전쟁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 책을 통하여 동물에게도 전쟁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리게 하고, 자신 또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어린이들도 이 책을 통하여 전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게도 잔인한 것임을 느꼈으면 좋겠다.

배경이 되는 치로누푸 섬은 태평양 쿠릴 열동에 있는 작은 섬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이 외딴 섬까지 총성이 울릴 정도로 전쟁이 격렬하던 때의 치로누푸 섬의 한 동굴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여우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을 보고 나니 예전에 봤던 <반딧불의 묘>가 생각난다. 그 영화가 남매가 겪는 전쟁의 고통을 그린 것이라면 이 그림책은 한 외딴 섬의 여우 가족이 겪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반딧불의 묘>를 보면서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그림책도 읽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찡하다.

 

 

 

 

 

 

그림책은 철저하게 흑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여우 가족만 색깔을 입혔고 딱 두 장면만 배경색으로 칼라를 썼다. 전쟁이 주는 두려움과 고통은 칼라보다는  흑백으로 표현하는 게 더 설득력 있어서 그랬을 것이고, 전쟁의 고통을 겪는 주인공 가족은 유일하게 칼라로 채색하여 주인공의 고통을 독자로 하여금 절감하게 하였으며, 또 여우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초록색 배경으로, 여동생 여우가 엄마 품에 안겨 죽어 가는 장면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베이지톤과 봄맞이 꽃이 지천에 깔린 모습으로 처리하여 다른 장면들과 구별하여 놓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은 매년 이 섬을 찾아와 고기를 잡는 노부부와 전쟁이 격렬하던 때에 섬에 들이닥친 군인들 뿐이다. 노부부는 길 잃어버린 여동생 여우를 보살피고 다시 부모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는 친절을 베풀지만 군인들의 경우는 오빠 여우를 총으로 죽이고, 아빠 여우 마저 죽게 만들며 엄마 여우에게 총상을 입히고, 여동생 여우는 덫에 걸리게 하는 등 일가족을 몰살시키는 파괴자이다. 똑같은 인간이면서 여우에게 있어서 노부부는 은인이고, 군인들은 파괴자이다.   동물이나 자연에게 어떤 존재가 될 지는 결국 인간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전쟁이 없었으면, 전쟁이 이 섬에까지 번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남매 여우들은 무럭무럭 자라 부모님께 사냥법을 배워 치로누푸 섬에서 은빛 털 휘날리며 사냥을 하고 다녔겠지. 전쟁은 여우 가족에게도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경험하게 만들며 행복했던 보금자리를 떠나 먼 하늘나라로 가게 만드는 그런 두려운 존재였던 것이다. 

여우 가족의 슬픈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여운이 있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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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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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월 대보름날은 아니지만 아홉 가지 나물을 먹는 재미를 이 책을 통하여 느낄 수 있었다. 아홈 편의 단편은 각각 고유한 맛을 가지고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었다. 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을 모아 놓은 이 책은 골라 보는 재미와 더불어 신인 작가들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순서대로 읽지 않고 책의 타이틀이 된 <나의 철부지 아빠>부터 읽어 보았다. 전에 재미나게 읽었던 <불량 아빠 만세>와 많이 흡사하였다.  이제 서른 밖에 안 된 철부지 아빠와 철이 일찍 들어 애 늙은이 같은 아들의 이야기이다. 불량 아빠 만세와 다른 점은 거기서는 부모가 이혼하여 아빠랑 사는 상황이었고, 여기서는 미혼부라는 점이다. 나중에 엄마가 죽었던  게 아니고, 자신만 낳아 놓고 아빠에게 맡기고 엄마는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빠가 그동안 자신을 속였다는 것에 아들은 분노하고, 엄마를 찾아 오라고 몰아치며 아빠와 아들의 갈등은 심화된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매사에 아이보다 더 철 없이 행동하는 아빠지만, 그래도 아빠는 아빠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환승입니다.>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름 가지고 놀림을 당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요즘 우리나라의 가정 상황과 잘 버무린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환승이라는 이름 때문에 매번 친구에게 놀림 당하는 주인공과 영구라는 이름을 가진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이다. 그 이름처럼 바보 (?)처럼 살아서 맨날 남에게 뒷통수 맞는 아버지는 급기야 가출을 하게 된다. 정직하게 살거나 착하게 살면 언제나 바보 취급 받거나 아님 된통 당하는 우리 사회를 풍자한 듯하다. 착하게 살아라 보다 착하면 손해 본다고 말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정직하게 살면 성공할 수 있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 줄 수 있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 겠는가?  정직, 배려, 나눔 보다는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참 걱정이다. 그래도 뻔한 이야기이지만 " 네  이름처럼 다시 또 환승하면 된다는 걸 알았어. " 라고 말하시며 하루만에 돌아오시는 환승이 아빠 영구씨처럼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뇌리에 남는 작품은 바로<얼룩이>이다. 코시안과 떠돌이 개의 우정을 그린 작품인데 인간의 나약한 면이 잘 드러나 있었다.주인공은 코시안으로서 새로운 동네와 학교에서 " 깜시" 라고 놀림을 당하고 항상 혼자 외로이 논다. 어느 날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개 한 마리가 철조망에 목이 찔린 채 " 깽깽" 거리는 것을 보고 집에서 펜치를 가져와 떠돌이 개를 도와준다. 그 뒤부터 떠돌이 개와 소년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개의 이름도 지어 준다. 바로 얼룩이다. 처지가 같아서일까? 둘은 언제나 함께 였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소년의 반 친구들이 소년을 놀리자 얼룩이가 물듯이 친구들을 향해 " 컹컹" 하고 짖는다. 하지만 소년의 말에 금방 순둥이가 되는 걸 보고 아이들은 " 이 개 니 거야?" 라고 묻고 소년은 망설이다가 " 내 개 아니야 " 라고 힘없이 대답하다. 내 개라고 했다간 아이들한테 잡종이라고 놀림을 당할 게 두려워서였다. 아이들은 거기서 물러서지 않고 얼룩이를 향해 돌멩이를 던져서 맞추라고 한다. 아이들이지만 참 잔인한 면이 있다. 소년은 마음 속으로 '얼룩아, 피해' 라고 외치며 돌멩이를 던지지만 얼룩이는 피하지 않고 돌멩이를 맞는다. 처음엔 다리, 두 번째는 머리를 정통으로 맞아서 피를 흘리고 쓰러지며 "깨깨깽" 거리는 얼룩이. 힘들게 얻은 친구 얼룩이인데 다른 아이들의 놀림이 두려워 자신의 손으로 돌멩이를 던져 머리를 맞힌 그 죄책감 때문에 소년은 괴롭다. 그리고 깨닫는다. " 얼룩아, 너만 있으면 되는데.... " 강자 앞에서 비굴해지는 나를 보는 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그 일 때문에 소중한 단 하나의 친구를 잃게 된다면.... 인간은 어떤 면에서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 이 작품은 다시 깨닫게 해준다. 동네 친구들의 모습은 인간의 잠재된 못된 습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들이 모두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약하기 때문에 강자 앞에서는 쫄고, 비굴해지며, 약자를 건드리는 묘한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런지...  요즘 유행하는 말로 " 쫄지 마 " 라고 외쳐 보자.     

깊어 가는 가을, 평소에는 책 안 읽던 사람들도 왠지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계절이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이 책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신인 작가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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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엘리베이터 - 제9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14
김이삭 외 지음, 권태향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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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회 푸른문학상 동시집이다. 깊어 가는 가을과 시는 정말 잘 어울리지만 삶에 쪼들려 살다 보면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여유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군다나 시를 읊조리는 일은 여간해선 잘 안 되는 일 중의 하나이다. 그래도 시를 읽는 순간만큼은 아파트 거실에 앉아 있어도 한적한 숲에 있는 듯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세 명의 신인 시인과 초대시인들의 시들로 이뤄진 귀한 동시집이다. 이번 동시집의 특징은 다문화를 다룬 동시들이 몇 편 보인다는 점이다. 그동안 많이는 아니지만 푸른문학상 동시집을 몇 권 읽었는데 내 기억으로 다문화를 다룬 동시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동시집에는 다문화를 소재로 쓰여진 동시가 몇 편 있길래 소개해 본다. 

 

신토불이(송명원) 

의성 마늘 

영양 고추 

풍기 인삼 

 

우리 땅에서 자라 

우리 몸에 좋은 

우리 농산물 

 

누가 키우는 줄 아나? 

 

네팔에서 온 바바티 형 

방글라데시 사라줄 아저씨  

몽골 아줌마 침께  

  

말냉이꽃   (김이삭) 

필리핀 아줌마 

끄릉, 끄르릉 

유모차 밀고 지나간다. 

 

지나간 길섶에 

아주 작은 말냉이꽃 

바람에 손 흔들고 있다. 

 

- 힘내요, 코시안 엄마! 

먼 나라 들풀인 

나도 꽃을 피웠어요. 

 

쫄병 생긴 날( 송명원 ) 

우왕- 우왕 

팔 년 만에 울려 퍼진 

아기 울음소리 

 

지난해, 

병인이 아재와 결혼한 

베트남 아지매가 

내 쫄병을 낳았어요. 

 

우리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송명원) 

" 착한 베트남 아가씨,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 " 

삼거리 신호등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 

 

술 취한 남편 피해 숨어 산다는 

필리핀 아줌마의 뉴스 한 도막 

 

여권 빼앗기고 월급도 못 받은 채 일한 

태국 아저씨의 신문 기사 

 

일 끝내고 한글 교실에서 

우리말 배우는 

 

엄마 마음은 어떨까? 

  

다문화는 지금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큰 흐름이다.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배척하고, 무시해서는 안 되고 함께 가야 하는데, 시에서도 나타나듯이 아직 우리 사회는 그렇게 다문화에 대하여 여유롭거나 배려가 많거나 온정을 베푸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다문화에도 차별이 있어서 선진국에게는 후하고, 우리 보다 낙후된 지역 출신에게는 야박하다는 것이 생각해 보면 참 비굴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고나 할까?  울 아들 다니는 유치원에 다문화 가정이 있는데 코시안 쪽이 아니라 유럽이나 아메리카 쪽이다.  딸 아이 말에 의하면 학부모들이 그 아이가 자기 아빠랑 영어로 대화 하는 걸 보면서 " 어머, 쟤는 좋겠네. 돈 안 들이고 영어 잘해서.. " 부러워 하더란다. 만약에 그 아이가 코시안이라도 그렇게 말했을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졌지만 백인에게는 상당히 호의적이면서 필리핀 계열, 흑인 계열은 상당히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백인이 영어로 길을 물어 보면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데, 필리핀계 외국인이나 흑인이 길을 물어 보면 냅다 도망 가는 것이다. 이처럼 다같은 다문화인데 굉장히 편파적이다. 유럽에 가면 우리도 똑같이 그런 취급을 당한다고 하더라. 그런 취급을 받을 때 본인들 기분은 어떨지 상상해 보라.  학교에서도 원어민 교사를 보는 아이들의 눈이 상당히 편파적이다. 백인은 아주 호의적이고, 흑인계열은 아주 싫어한다. 이것 또한 부모나 사회로부터 학습된 게 아닐까? 그래서 어려서부터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르게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에 18만이나 되는 다문화 가정이 있다고 한다. 백인계 가정만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권리를 누리고, 코시안 같은 가정은 무시 당하고, 핍박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같은 다문화 가정으로서 인정하고 그들 또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권리들을 누리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마음이 짠한 동시가 아니라 다문화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알콩달콩 사는 재미나고 행복한 이야기들이 동시로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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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북한 아이들 이야기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이은서 지음, 강춘혁 그림, (사)북한인권시민연합 감수 / 국민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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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무상급식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이기도 하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 급식을 먹는 나로선 매일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음식들을 보면서 참 미안하단 생각을 하곤 한다.급식을 도와주시는 도우미 할머니들께서는 매번 “ 아휴 아까워라! ”를 연발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남긴 음식은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 

배고픔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도 매번 많은 음식이 고스란히 버려지는 것에 대한 죄스러움이 있는데 배고픔을 아시는 할머니들이 느끼는 감정은 당연한 것이다. 버려지는 음식들을 보면서 일단 무상급식을 이루기 위해 그토록 싸워야 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무상급식이 이뤄졌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세금이 아깝기도 하며, 음식 쓰레기로 인하여 파생될 환경오염이 염려스럽고,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각에도 굶주리고 있는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에게 참 미안하단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매번 급식을 남기는 아이들은 정작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없고 음식을 버린다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전혀 못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배고픔을 경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 사람이 굶어 죽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도 상상 조차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하여 걱정 없이 먹고, 놀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것인지 어린이 스스로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는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고 살아가는 어린이들과 비교하여 현재 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느끼게 해 주는 시리즈이다. 하지만 그 느낌은 단순히 ‘난 행복하구나! 정말 다행이다!’ 를 넘어선다. 왜냐하면 타인에 대한 관심마저 가지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배려와 박애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니까. 그 셋째 번 이야기는 바로 우리와 허리가 잘린 채로 60여 년 넘게 헤어져 살아온 북한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다문화 이야기들은 많이 나오는 반면 북한 아이들과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 이야기들은 자주 접할 수가 없었던 터에 아주 귀하고 소중한 책이 나왔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꼭 소개해 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책에는 여섯 가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마지막 이야기만 빼면 하나같이 가슴이 아리고, 먹먹하며 끝도 없는 절망 속으로 빠져 드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북한에서는 1학년 때부터 청소당번으로서 가장 먼저 학교에 가서 해야 하는 일이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먼지 하나 없이 닦는 일이란다. 그 조그맣고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초상화를 닦다 보면 떨어져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의무교육이라고 하지만 매번 교과서도 없이 공부하고, 목숨을 걸고 도둑질을 해서라도 ‘꼬마 과제’를 해결해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꼬마 과제’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과제가 아니라 철, 고무, 종이 등을 정해준 양만큼 학교에 바치는 것을 뜻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사계절마다 논으로 불려 나가 일을 해야 한다. 몇 시간이나 뙤약볕 아래에서 일을 해도 먹을 것 하나 안 주기 때문에 독만 없는 식물이라면 눈에 보이는 대로 뜯어 먹을 정도라고 한다. 민들레의 경우 너도 나도 민들레를 하도 뜯어 먹어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란다.
 

수용소에서 살게 되면 생활은 더 참담하다. 남조선 방송을 들었다고 붙잡혀 온 명진이의 이야기에서 수용소 생활은 인간의 존엄성이란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생활이다. 수용소 사람들은 한 마디로 개만도 못한 인생들이다. 

수용소를 지키는 군인이 잘못을 하면 군견재판을 한 다음 총살을 한 대요. 나이가 들어 군견이 죽게 되더라도 고기로 먹지 않고 묻어 준대요. 그런데 우리는 수용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서조차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해요. 나 때문에 죄 없는 동무가 맞는 와중에도 오로지 먹을 것만 생각했던 나와 죽 한 그릇에 슬픔도 잊고 그것이 무엇이든 하나라도 챙기려는 아이들, 사람이 죽으면 쓰레기처럼 내다 버리는 선생님도 모두 인간임을 잊은 채로 살고 있어요.(본문 58쪽)

일곱 살 동생과 단둘이 남겨진 명섭이의 ‘꽃제비’ 생활도 수용소 이야기 못지 않게 암울하다. ‘꽃제비’란 명섭이 형제처럼 부모가 없거나 있다 해도 돌봐 줄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일컫는다. 얼마 전 TV에서도 북한의 꽃제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유심히 지켜봤어요. 아무래도 죽은 것 같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어요.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꿈쩍도 안 해요. 나는 얼른 신발을 벗겨 새까만 상처투성이인 동생 발에 신겼어요. 아이가 채 씹지 못해 입 안에 든 강냉이는 두 손으로 입을 벌린 후 손가락을 쑤셔 넣어 꺼냈어요. 그러고는 눅눅한 강냉이를 옷에 여러 번 문댄 후 동생 입에 넣어 주었어요.(본문 98쪽)

살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 시체 입 안에 있는 강냉이까지 꺼내 먹어야 하는 꽃제비들의 생활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명섭이 형제는 살기 위해 먹어야 하므로 버려진 쓰레기들도 마다하지 않고 먹다가 탈이 나기도 여러 번했다고 한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건 하나 남은 동생을 먹이기 위해 명섭이가 음식을 훔치다가 걸려 몽둥이로 얻어맞는 장면이었다. 살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 음식을 훔쳐야만 했던 꽃제비 명섭이가 머리에서 피가 나는 줄줄 흐르는 데도 아랑곳 않고 흩어진 밥완자를 주워 담는 모습은 정말 너무도 처절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실컷 먹고 싶어요.”라는 꽃제비들의 외침이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들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함부로 남기지는 않겠지?

이러한 책 속의 이야기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니 얼른 믿기지 않는다. 나도 그런데 하물며 어린이들에겐 더욱 믿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이야기들이므로 믿기지 않아도 사실인 것이다. 이 책에 삽화를 그린 화가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우리나라에 정착한 분이다. 이 분은 화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북한에 남아 있을 수가 없었기에 남한으로 넘어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으로 오는 것도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남한으로 와도 여전히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편견, 무시, 부적응, 경제적 어려움 등등이 새터민들을 힘들게 한다고 한다. 새터민들의 어려움은 <나는야, 늙은 5학년>에 잘 묘사되어 있으니 이 책 또한  읽어 보시길....목숨을 걸고 탈출한 새터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남한 사람들의 몫인 듯하다. 주변에 새터민들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말도 걸고,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들이 또 한 번 남한에서 절망을 맛보지 않게 말이다.

사람들은 남과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대로 상대적 행복감도 느낀다. 이 책은 바로 우리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통하여 상대적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상대적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어린이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먹을 권리, 입을 권리, 공부할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가져야 할 것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도 모색하고 실현해 나갔으면 한다. 가령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북한 아이들 이야기 편)책의 판매 수익금 1%는 탈북 어린이들을 돕는데 쓰여진다고 하니 지금 당장 책을 사는 것도 좋은 실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날이 추우면 이들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힘들어진다고 한다. 북한의 아이들에게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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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5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을 바꾼 생각천재들 - 창의력으로 꿈을 이룬 24인의 이야기
박성철 지음, 강일석 그림 / 국민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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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상을 바꾼 생각천재들의 한 명인 스티브 잡스가 타개하였다. 스티브 잡스가 한 일은 정말 대단하다. 아이폰, 아이패드의 개발로 세상은 진짜 변했다.  이제 지구촌의 왠만한 사람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나라 안팎의 상황을 알게 된다. 아무리 언론을 통제해도 더 이상 대중을 눈가림하고 속일 수 없는 세상으로 만든 게 바로 스티브 잡스의 업적이다.  앞으로는 스티브 잡스처럼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들을 끄집어 내는 창의적 인재들이 이 세상을 움직일 것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교육은 창의성 교육을 제일 목표로 삼고 있지만 교육 현실은 그것과는 동떨어져 안타깝기 그지 없다. 창의성 교육을 표방하면서 아직도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들이 잔재함에 맥이 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책들이 꾸준히 나와 주고 창의성이 미래의 핵심임을 학부모, 교사, 학생 자신이 스스로 자각하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도 변하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 본다.  그래서 노벨상을 수상할 날도 오겠지 희망을 가져 본다.

여기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창의성, 생각 보다 쉽네! " 라고 생각하게 될 거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보고 그걸 깨달았으면 한다. 창의성이란 것이 어렵고,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에서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는 것, 작은 것 하나라도 관심 있게 지켜 보고 관찰하는  습관, 생각날 때 마다 메모하는 습관등에서 출발한다는 것 말이다. 

한 예로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사람이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나무를 이용해 원을 만들어 허리에 두르고 돌리는 것을 보고 훌라후프를 만들고, 원주민들이 돌을 끼워 줄을 달아 던지는 놀이를 보고 요요를 개발하였단다.이 이야기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유심히 보는 것이 바로 창의성의 시작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또 병상에 누운 아들이 직선으로 된 빨대를 빨기 힘들어 하는 것을 본 일본인 어머니가 고안한 게 바로 주름 빨대란다. 이처럼 불편함을 고치려는 노력 또한 창의적 발상의 시작점인 것이다. 마지막 감옥에서 칫솔을 개발한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각하기를 멈추거나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앞으로 대세는 남과 다른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인 어린이들이 창의적인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어른들은 물심양면 도와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또 창의력 학원에 다녀야 하는 걸까? 창의력 학습지를 풀어야 하는 걸까?  글쎄, 다른 건 모르겠고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창의력 신장에 분명 도움이 된다. 이는 빌 게이츠도 말한 사실이다. 아직도 빌 게이츠는 매일 1시간 이상씩 책을 읽고, 주말에는 더 많은 시간을 책 읽는 데 투자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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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10-1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의성도 계발된다는 사실~ 열심히 노력해야 해요.

수퍼남매맘 2011-10-17 00:46   좋아요 0 | URL
계발된다는 게 천만다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