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까만 돌 일공일삼 77
김혜연 지음, 허구 그림 / 비룡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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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는 까만돌을 한참 재미있게 읽고 있을 때 또 한 학생의 자살 소식이 들렸다. 소위 교육1번지라고 하는 강남 대치동에서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하던 고1학생이 '공부가 어렵다. 학원 다니기가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그동안 해보지 못한 염색 머리를 며칠 전에 한 채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 학생에게 까만돌이 옆에 있었다면? 그의 말을 가만히 들어 주는 까만돌 같은 존재가 주변에 있었다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린 학생들이 폭력과 성적의 과중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계속하여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생명을 던지고 있다. 부모된 한 사람으로서 학생들에게 가혹하다 싶은 현 교육제도와 사회 구조들을 제발 개선했으면 하는 절실한 바람을 가져 본다.

 

   책의 주인공 지호는 왕따다. 지호에게 아토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호반의 악당 삼총사는 지호를 호시탐탐 괴롭힌다. 지호는 2년 전에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었다. 아빠는 그 충격으로 스스로 말문을 닫은 채 살아가고 있다. 아빠가 전혀 지호를 돌보지 않기 때문에 지호와 아빠는 할아버지댁으로 내려와서 지내고 있다. 지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새와 벌레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런 지호를 보고 아이들은 "미쳤다"며 더 놀려댄다. 어느 날 옆집에 이사온 줄리 아줌마와 지호가 부딪히는 바람에 아줌마 가방이 열리고 물건이 와르르 쏟아진다. 미처 주워 담지 못한 까만돌을 지호가 발견하는데 돌이 "간지러워!" 하며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줄리 아줌마의 돌이기는 하지만 말하는 까만돌이 너무 신기해서 방에 가져 온 지호는 그때부터 까만돌을 향해 자기 맘속에 담아 놓은 이야기를 수다쟁이처럼 털어 놓는다. 까만돌은 결코 친절한 상담자는 아니다. 지가 내킬 때만 말을 한다. 그래도 지호는 좋다. 자기 말을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게 말이다. 아니 속내를 털어 놓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지호는 살 것 같다. 삼총사에게 매번 당하는 지호를 향해 까만돌은 " 너는 왜 당하고만 있는데? "란 일침을 놓는다. 그제서야 지호도 삼총사를 향한 역습을 시작한다.

 

   까만돌을 통하여 지호가 서서히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할 무렵, 우연히 아빠가 지호의 서랍 속에서 까만돌을 발견하게 된다. 아빠 또한 까만돌이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여 까만돌을 주머니에 넣은 채 산책을 한다. 아빠 역시 까만돌에게 그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자신만의 비밀을 털어 놓는다. 아빠 또한 아빠 만의 큰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문을 닫아 버리고, 지호도 돌보지 않은 채 지내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소중한 지호를 또 잃어버리지 않도록 아빠가 제자리를 찾길 바랄 뿐이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까만돌은 줄리 아줌마, 지호, 지호 아빠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어 주고 그들에게 평안을 선물한다. 까만돌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섣불리 참견하지도 않는다. 까만돌의 존재만으로도 그들은 위안을 얻는다. 그들이 까만돌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는 순간 그들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 받는다. 나에게도 그런 까만돌이 있다. 내가 속상할 때, 내가 화가 날 때, 내가 억울할 때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까만돌이 바로 남편이다. 그런 남편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여자들이 남자보다 수다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다 보면 해갈이 된다. 그렇지 않고 속에 꼭꼭 담아 두면 병이 생기고 만다.

 

   앞서 말한 그 학생도 누군가에게 좀 더 일찍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았다면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지 않았을까 싶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 나이에는 부모보다는 친구가 더 가깝고 친밀한 존재인데 학생들이 서로서로에게 그런 까만돌 같은 존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속내를 털어낼 만한 시간조차 부족한 현실이니-방학 동안에도 학기보다 더 치열하게 학원 순방을 해야 한다고 한다.-학생들에게 서로에게 까만돌 같은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라고 말하는 것부터가 한낱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어야 이런 경쟁구도와 성적지향주의를 개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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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오름 2012-02-1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운 일이군요..ㅠㅠ

수퍼남매맘 2012-02-19 17:36   좋아요 0 | URL
진짜 안타까운 일이죠. 더 이상 이런 소식들이 전해지지 않도록 사회가 달라졌음 좋겠어요.
 
나는 누구일까? 열두 살 슬기의 철학놀이 1
손석춘 지음, 정민아 그림 / 느림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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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책 제목에서부터 철학적 향기가 풍겨 나온다.

"철학" 하면 일단 머리가 아프고, 말장난 같기도 하고, 비실용적인 듯하여 삶에서 잊혀지기 쉬운데 이 철학 동화 시리즈는 철학 이란 기초 학문을 아주 쉽게 접근하고 있어서 좋았다. 아직도 "철학"하고 친하게 지내지는 않지만 철학이 모든 학문의 근본이고, 곧 인간의 존립의 이유란 것에는 동의한다.  나 어릴 적에 이렇게 생활에서부터 철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슬기 삼촌 같은 분이 내 옆에도 있었다면 철학과 친해질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니 지금의 어린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이렇게 철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동화책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이 시리즈 말고도 다른 출판사에서도 철학 동화들이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다른 책들은 많이 읽어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 것은 없고, 이 책은 일단 쉽고, 재미있다. 어른인 나도 "철학" 하면 머리부터 무거워지는데 일단 아이들에게 철학이 머리 아프고, 지루하면 안 되니깐 그 점에서 합격이다.

 

삼촌이 초5인 조카 슬기에게 철학에 대해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 주고 있어서 독서력이 있는 저학년 어린이들도 차근차근 곱씹으며 읽으면 충분히 소화할 만한 내용이다. 가장 먼저 철학이란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바로 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요즘 어린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생각하는 힘"에서 출발하였음을 확인시켜 준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98.6% 일치하는데 나머지 1.4%차이  때문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고 그건 바로 생각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삼촌은 말해 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어린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TV, 컴퓨터, 휴대폰 등등으로 인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 힘이 약해지고 있다. 철학은 바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씨앗이다. 그 씨앗은 저절로 싹을 틔울 수가 없다. 물도 주고, 햇빛도 알맞아야 하며, 영양분도 있어야 한다.  싹을 틔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독서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도100% 동감한다.

 

철학의 기본 명제인 " 나는 누구인가?" 로부터 출발한 여행은 다른 맹수들에 비해 취약한 신체 구조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다스리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인간만이 가진 힘, 바로 " 생각하는 힘" 설명해 주며, 더 나아가 나 또한 그런 귀중한 존재로 이 세상에 존재함을 깨닫게 해 준다. "나"의 탄생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신비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무려 3억개의 정자 중에서 단 하나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탄생한 "새로운 인간"이 바로 " 나 "임을 자각한 순간, 나의 존엄성 및 타인의 존엄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 타인에 대한 존중감을 길러 줄 것이다. 내가 소중한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어린이들 스스로 알고 있다면 학교 폭력은 상당수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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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2반 오마리 외교관 되다 직업체험동화 1
김유리 지음, 송진욱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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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개학을 하였다. 하지만 2주 정도 공부를 하고 나면 종업식을 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제 한 학년 진급을 하게 되고, 새 담임과 새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만남에서 반드시 거치는 절차가 바로 자기 소개인데 빠지지 않는 항목이 바로 " 나의 꿈"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꿈은 직업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미래에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막연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무런 꿈이 없는 것보단 어릴 때부터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 그 꿈 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아주 간혹 가다 " 꿈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다 야무져서 일학년 아이들에게 물어 봐도 자신의 꿈을 정확하게 말한다. 꿈이 바뀌어도 상관 없다. 나도 어려서부터 교사가 꿈이지는 않았다. 어른들 중에서도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으니 여러 번 바뀐다고 해서 이상하 게 전혀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들이 입에서 나오는 꿈의 종류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과 꿈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울 때는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아이가 여럿 나오고,  해리포터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마법사가 된다는 아이가 여럿 있었다.  요즘은 가장 많이 나오는 게  연예인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의 꿈을 하나하나 듣고 있노라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부모에 의해 세뇌된 흔적이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의 재능과 관심과는 별개로 소위 잘 나가는 직업들을 말하는 걸 볼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어제 신문에서도 어떤 학부모가  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가 보니 어떤 영상물을 보여 주는데 7할 정도의 아이들이 의사가 되어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는 기사를 봤다. 누가 우리 어린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바로 돈돈돈 하는 어른들 때문이 아니겠는가? 부디 어린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서 열심히 나아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꿈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으며 ,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마리" 라는 5학년 아이가 세 개의 직업을 체험해 보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꾸며져 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는 일과 사람 시리즈에서는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다큐멘터리처럼 밀착 취재하여 그 분들이 하는 일들을 소상하게 설명해주는 반면, 이 책은 오마리라는 어린이가 꿈 이라는 가상 현실에서 그 직업인이 되어 자신이 직접 체험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로 꾸며져 있다. 두 책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다양한 직업들에 대해 미리 조망해 보면서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어서 진로 교육 차원에 있어서 아주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5학년 2반 오마리는 자신과 같은 반에 있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 알리가 친구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알리를 구해 준다.  알리의 집에  가게 된 마리는 알리가 태어난 "오만" 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알리로부터 오만에서 가져온 예쁜 주전자를 선물로 받는다. 그 날 밤, 알리가 준 주전자를 문지르자 놀랍게도 오마리는 그 순간, 오만으로 파견된 우리나라 외교관이 되어 있다. 외교관과 비서로서 조우한 마리와 알리는 오만과 대한민국과의 협력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음 직업 체험지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소말리아로, 오마리는 국제기구종사자가 되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 주고, 소말리아의 재건을 위해 프로젝트를 짜기도 한다. 자신과는 다른 처지에서 목숨이 위태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 마리는 점점 성장한다. 여기서 마리는 그들을 동정하고, 무작정 물질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의지를 일깨워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 마리가 간 곳은 다이아몬드가 많이 묻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나라 "시에라리온"으로 이 곳에서 마리는 NGO로 활동한다. 요즘 뉴스에 NGO활동이 가끔 소개되어 어린이들도 NGO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리의 말처럼 다이아몬드가 많이 묻혀 있는데도 가난하게 사는 게 정말 이해가 안 가지만. 그게 바로 거짓말 같은 이야기였다. 이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저 밑바닥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기 보다 총칼을 들고 싸울 수 밖에 없는 나라. 어린이들은 꿈 조차 꾸지 못하고, 배우려는 생각조차 해 보지 못하며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스스로 총칼을 짊어지고 전쟁터로 향한다. 소년병들이 도망가기 못하도록 그들의 손과 발목을 잘라버리는 극악무도한 사람들의 행태를 읽을 때는 마음이 진정되지 못했다. 마리는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배움의 꿈을 키우도록 학교를 짓고, 그 어린이들에게 총칼 대신 연필을 쥐어 주려고 노력하였다.  마리가 한 소년병을 학교에 오라고 설득하는 말이 귀에 쟁쟁거린다.

"총은 결코 다시 들어서는 안 돼. 총이 가져다 주는 모든 것들은 결국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해서 빼앗는 거잖아. 하지만 배움은 달라.  다른 사람에게 총칼을 겨누지 않고도 네가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

나도 이 말이 진리임을 믿고 싶다. 간절히.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기도 하다. 지금 당장 굶어 죽게 생긴 아이들에게 이 말이 먹혀 들어갈까 싶기도 하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요즘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안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되물림 되는 가난의 고리를 벗어던질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하여튼 이 책에서는 대부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므로 이 이야기는 일단 접기로 한다.

 

마리는 비록 꿈이었지만 세 직업을 체험해 보면서 더 넓고 깊게 보게 되었다.마리가 외교관, 국제기구 종사자. NGO로 활동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통해 마리는 아마 예전과는 다른 직업관이 생겼으리라고 생각한다. 직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고 남이 행복하며 그래서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매개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다른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자라고 하여도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이 행복하지 않거나 다른 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건 올바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리는 알리가 준 요술 주전자를 통해 세 가지 직업을 미리 체험해 보았지만 어린이들은 이런 좋은 책들을 통하여 간접 경험을 함으로써 다양한 직업 세계애 대해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어떤 일이 나의 적성과 잘 맞을 지도 스스로 탐색해 나갈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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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7
여을환 글, 김천정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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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돌이" 란 이름은 어릴 적 자주 불렀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 마을에 살았더래요. 둘이는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그러나 둘이는 마음 뿐이래요. 겉으로는 흠흠~~ 안 그런 척 했더래요. "  이렇듯 갑돌이란 이름은 나에게는 그 노래 속의 갑돌이로 각인되어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는 마음씨 착한 그림책의 주인공 갑돌이가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책의 중간 부분을 넘어가면서 "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인데?"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얼마 전 아들에게 읽어 주었던 바로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와 내용이 흡사한 것이었다.  갑돌이가 말을 타고 가는데 풍뎅이 한 마리가 붕붕붕 날아 오더니 " 아저씨, 아저씨, 나도 태워 주세요. "한다. 갑돌이는 풍뎅이를 태우고 말을 타고 간다. 얼마쯤 가자 밤 한 톨이 데구르르 굴러와 " 아저씨, 아저씨, 나도 태워 주세요. " 한다. 갑돌이는 풍뎅이와 밤을 태우고 길을 간다. 이렇게 여섯 친구를 태우고 갈 길을 가는 갑돌이의 이야기는 그 전개 방식이 동짓날이면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게 될 할머니가 푸욱 푸욱 한숨을 쉬며 팥죽을 쑤고 있자, 팥죽 한 그릇만 주면 할머니를 도와 주겠다고 약속하는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 나오는 친구들과 닮아 있었다.  그림책을 끝까지 읽고 해설부분까지 읽어 보니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갑돌이와 여섯 친구는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의 다른 버전이라는 해설이었다. 옛이야기의 특징이 바로 이 두 이야기처럼 약간씩 변형된 형태로 전해지는 게 많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생겨난 걸로 추정되는데 그림형제의 이야기 속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일본에도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1)말에 태워 달라는 풍뎅이                      (2)풍뎅이의 대사에 풍뎅이가 그려짐.

(3)말에 태워 달라는 알밤                         (4)쇠똥을 태우려고 하자 말의 표정이 압권임.

 

아마 이 그림책을 처음 대하는 독자들은 모두 나처럼 " 이거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인데 ?" 하는 느낌이 팍 들 것이다. 두 그림책을 비교하면서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내친 김에 비교를 해 볼거나?  편의상 할머니와 갑돌이라고 하도록 하겠다.

 

할머니 이야기 속에서는 일곱 친구가 등장한다. 갑돌이에서는 여섯 친구가 등장한다. 겹치는 것은 알밤과 자라이고 개똥이 쇠똥으로 변하고, 나머지 물건들은 다르다. 각각의 친구들은 그림책을 보면서 직접 확인하는 게 더 흥미로울 것 같아 건너뛴다. 할머니 이야기 속에서 아가씨는 등장하지 않고 갑돌이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한다.  아마 갑돌이가 총각이기 때문에 아가씨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할머니 이야기 속에서 친구들은 팥죽을 얻어먹는 댓가로 할머니를 도와 주고, 갑돌이 이야기 속에서는 말을 태워 준 댓가로 위험에 빠진 아가씨를 도와 준다. 둘 다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물리치는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선방을 날리는 것은 아궁이 속에 숨어 있던 알밤이고, 결정적으로 호랑이를 쓰러뜨리는 한 방을 날리는 것은 절구와 맷돌이다. 해설을 보니 아궁이와 절구, 맷돌도 나름 숨겨진 의미가 있어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속에 감춰진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두 이야기다 호랑이를 물에 빠뜨리는 결말이 똑같은데 수퍼남매와 읽으면서  " 왜 호랑이 가죽을 팔지 않고, 그냥 물에 던졌을까? " 질문하자 딸이 " 욕심이 없어서요" 이런 답을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할머니도 갑돌이도 정말 욕심이 없는 인물인 것 같다. 옛날에는 호랑이를 잡아 가죽을 팔면 살림살이에 많은 보탬이 되었을 텐데 그걸 그냥 물에 빠뜨리는 것을 봤을 때 전혀 재물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주인공의 모습을 담아 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심성을 가졌기에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아량을 베풀며, 쇠똥도 말에 태우는 여유를 가졌겠지 싶다. " 갑돌이와 여섯 친구"를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와 비교하며 읽으니 더 재미있다.

 

(5) 여섯 친구를 모두 태운 갑돌이

(6) 저 멀리 외딴 집에 불빛이 보임.

(7) 아가씨를 구하기 위해 각자 위치로!!!

 

이 그림책의 그림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다. 하지만 여섯 친구를 만날 때마다 매번 달라지는 말의 표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갑돌이가 쇠똥을 태운다고 할 때 말의 표정이 압권이다. 갑돌이 뿐만 아니라 말의 표정까지 신경 쓴 작가의 세밀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거기 뿐만 아니라 여섯 친구가 갑돌이를 향하여 " 아저씨, 아저씨 나도 태워 주세요. " 말할 때는 친구들의 캐릭터를 넣어 대사를 써 준 그 섬세함까지 있어서 어린 독자들은 말의 표정과 여섯 친구의 캐릭터를 찾는 재미도 솔솔할 듯하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대사와 함께 흉내 내는 말이 정말 많이 들어 있어서 초1, 초2 국어 부교재로 딱이다. 1-2학년 때 반복되는 말, 재미 있는 말, 흉내 내는 말 등을 학습하는데 이 책을 함께 읽어 보며 공부하면 아이들의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붕붕붕, 또각또각, 쿵쿵쿵, 데굴데굴, 엉금엉금, 겅중겅중, 따가닥따가닥, 뭉그적뭉그적, 뚝뚝 등 진짜 많다. 끝으로 저학년 아이들이 독후활동으로 역할극을 하면 참 좋을 듯하다. 대사가 간단해서 아주 잘 표현할 것같다.

 

(8) 맷돌의 한 방으로 가버린 호랑이의 모습- 아이들은 이런 모습 무척 좋아함.

(9) 마침 도서관에서 빌려온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가 있어서 비교함.

 

아직 이 책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와 비교하여 읽어 보면 옛이야기의 특징도 이해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물건과 동물들이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물리치는 것에서 용기도 얻게 되고, 국어 공부도 하고, 역할 놀이도 하는 등 일석사조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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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배달부 키키 1 - 홀로서기를 시작한 키키 마녀배달부 키키 1
가도노 에이코 지음, 하야시 아키코 그림, 권남희 옮김 / 소년한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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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 때 딸이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책 5권 중에서 <마녀 배달부 키키1>이 들어 있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작이기도 해서 궁금하던 터에 얼씨구나 잘 됐다 싶어 딸에게 빌려 읽었다. 1-6권까지 나와 있던데 산타 할아버지는 왜 1권만 주셨을까? 이 책이 마음에 든 딸은 2권-6권까지도 읽고 싶다고 한다. 딸아, 나머지는 상금 탄 걸로 사거라.

 

마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백설공주에 나오는 딱 그 마녀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여기에 나오는 마녀는 전혀 다르다. 사람처럼 평범하고 오히려 사람들을 도와 주는 착한 마녀이다. 마녀가 나온 책을 여러 권 봤지만  이렇게 착하고 사랑스럽게 마녀를 묘사한 책은 보지 못했다.

 

열세 살 된 주인공 키키는 마녀의 딸이다. 마녀의 딸들은 열살 정도가 되면 마녀가 될지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살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단다. 키키는 마녀가 되기로 결심을 굳히고 엄마 고리키로부터 마녀 수업을 받는데 마녀의 세력이 약해진 터라 고리키 또한 부릴 수 있는 마법이래 봤자 고작 두 개이다.  재채기약 만드는 것과 빗자루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다. 키키는 그 두개 중에서도 하늘을 나는 마법 밖에는 배우지 못한 채 마녀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홀로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홀로서기"란 13세 생일이 지나면 자기 집을 떠나 마녀가 없는 도시나 마을을 찾아서 혼자 살기 시작하는 일을 뜻한다.

13세에 홀로서기를 하다니.... 그것도 혼자서 외딴 곳을 찾아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다니 말 그대로 홀로서기네. 수퍼남매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고향 마을과 고리코 마을>

 

보름달이 뜬 날, 키키는 자신이 13년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 빗자루, 지지, 아빠가 준 라디오만 가지고 홀로서기할 미지의 장소를 찾아 떠난다. 키키가 홀로서기할 곳으로 정한 곳은 바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바다가 있는 고리코 마을이었다. 할 수 있는 마법이라곤 하늘을 나는 것 밖에 없는 키키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 낸 일은 바로 " 마녀 택배 " 였다. 마음씨 착한 오키노 아줌마 빵집에 세 든 키키는 " 마녀 택배" 라는 간판을 붙이고, 본격적으로 일을 착수한다. 초반에는 고리코 사람들이 환영해 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키키가 바닷가에서 어린이를 구출하는 사건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과 키키의 관계는 친밀해진다. 키키가 무엇을 배달하냐면  고무젖꼭지를 배달하기도 하고, 설날을 배달하기도 하고, 봄이 오는 소리를 배달하기도 한다. 그렇게 배달하고 나서 받는 사례는 돈이 아니라  빵, 복대, 어떤 경우에는 경험 그 자체가 사례라고 말하는 키키. 욕심 부리지 않고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하고 사는 키키의 모습이 인간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홀로서기를 떠나는 키키                 마녀 택배를 시작하는 키키

 

    (1) 바닷가에서 아이를 구하는 키키     (2)   빗자루에 빨랫줄을 걸어 빨래를 말려 주는 키키

    (3) 봄의 소리를 배달하는 키키            (4)  복대를 한 고양이 지지

 

먼저 이 책을 읽은 딸에게 어떤 배달이 가장 기억에 남냐고 물어 보니 봄이 오는 소리 즉 악기를 배달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 같다고 하였다. 연주자들이 기차에 놔두고 내린 악기들을 배달해 주라는 어려운 부탁을 받은 키키가 달리는 기차 지붕 위에 뛰어 내려 악기를 빗자루에 매달아 배달하는 에피소드는 정말 스릴 있다.

 

난 키키의 평생 친구인 고양이 지지가 복대를 한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읽다가 푸하하 웃고 말았다. 뜨개질을 아주 잘하는 할머니가 부탁한 배달 품목은 아주 큰 복대였다. 그걸 선장인 아들에게 전해 달라는 거였다. 온갖 물건과 사람에게 복대를 해 주는 할머니 덕분에 지지도 복대를 하게 되는데 복대를 한 검정 고양이라니!  도대체 그 큰 복대는 어디에 쓰일고? 상상에 맡긴다.

 

그림 작가 이름이 낯익어서 책을 찾아 보니 <이슬이의 첫 심부름>의 작가였다. 역시......내 눈이 정확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녀 배달부 키키를 정말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마녀하면 섬뜩하고 나쁘다고만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이웃집 친구 같은 사랑스러운 마녀도 있다는 것을 아주 재미 있고 유쾌한 에피소드를 통하여 보여 주고 있다.  키키의 홀로서기를 읽는 어린이 독자들도 나름대로 홀로서기를 준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게 키키처럼 부모 곁을 떠나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 지금 당장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하나를 정하여 꾸준히 실천하는 것, 그것 또한 홀로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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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3 2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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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3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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