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 동화 보물창고 49
위더 지음,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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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동이 터오는 아침에

길게 뻗은 가로수를 누비벼

잊을 수 없는 우리의 그 길을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네

하늘과 맞닿은 그 길을

 

초등학교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다. 서정적인 이 노래에 슬픈 사연이 담겨 있었다는 걸 안 건 좀 더 자란 후였던 것 같다.  이렇게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넬로와 파트라슈가 그 추운 겨울,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 날 하나의 눈송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이 노래를 부르면 좀 애잔해지곤 한다.

 

요즘 나에게 소위 말하는 명작 동화 시리즈가 계속 오고 있다. 학생 시절에 그들을 등한시하였던 것을 이제라도 제대로 읽어보라는 신의 계시로 알고 열심히 정독하고 있는 중이다. 딸을 보니 다른 책들을 추천해 주면 제법 읽는데도 명작시리즈는 선뜻 손에 잡질 않는다. 엄마를 닮았나?   명작 혹은 고전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작품들이 어느 정도의 나이게 되어서야 제대로 읽힐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떤 분은 <고전 읽기 혁명>이라는 책을 내시면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계시고, 나를 비롯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히고자,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애를 봐도 그렇고 내가 가르친 아이들을 봐도 그렇다. 그렇다고 섣불리 완역본이 아닌 축약본을 읽히는 것은 더 위험해 보인다. 얼마 전  반 아이가 <빨간 머리 앤>을 읽는다고 해서 " 이거 너한테 어려울텐데?" 하자 " 엄마가 사 줬어요. "라고 대답한다.  1학년 아이가 읽기에는 아직 무리인데 말이다. 아직도 상당수의 부모들은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예전에 도서관담당자 연수에서 들었는데 지금 30-40대 학부모들은 특히 고전을 읽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그 세대가 어렸을 때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명작동화시리즈가 나왔다고 한다. 그때 명작동화를 읽고 자란 아이들이 부모가 된 지금 명작, 전집류를 굉장히 선호한다고 들었다. 나도 솔직히 우리 애가 명작을 읽어줬음 하지만 그게 어디 부모 맘대로 되는가! 다른 책은 자연스레 읽으면서 명작은 아직 대면대면한다.  그래도 옆에서 계속 재밌다고 감동적이라고 부추기고, 함께 읽어가면 언젠가는 자기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날이 있겠지 생각해 본다. 읽히고 싶은 책이 있다면 부모가 읽어 줘라는 원칙을 잊지 말자. 그리고 기다리자.  나도 지금 이 나이에 고전을 읽고 있지 않는가!

 

하여튼 서론이 장황해졌다. <플랜더스의 개>는 내 기억으로 두 번 읽은 것 같다. 지난 번 읽었던 책은 완역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에 다시 읽으니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다. 가령 이 책은 파트라슈의 입장에서 썼다는 것과 넬로의 불행은 몽실이의 불행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 넬로가 그렇게 어리지 않았다는 것(15세) 등이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한 마디로 벨기에판 몽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조실부모하고, 할아버지와 가난하게 살면서도 순수함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사는 넬로, 그에게 파트라슈가 선물처럼 오고, 그들은 가난하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산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정들었던 집을 떠나게 되고, 알로아의 아버지로부터 도둑으로 오인을 받고, 마을 사람들에게 차디찬 냉대를 받으면서도 그래도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생을 포기하지 않던 넬로가 마지막 미술대회에서 수상을 하지 못하고 자시의 꿈이 꺾여 버리자 무너지는 것을 보고 맘이 무지 아팠다.

 

자신의 꿈이 꺾인다는 게 그것도 실력이 아니라 돈에 의해 꺾인다는 게 이렇게 절망스러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의 모습 또한 돈 앞에 굽신거리며 비굴하게 구는 모습이 인간의 나약함과 인간의 잔인함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동화가 이렇게 비극적으로 끝난다는 것도 그 때 당시에는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것 같다.  권정생 작가님처럼 우리 어린이들이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아름다운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진짜 현실을 보여 줄 필요도 있다는 그 말씀이 떠올랐다. 지금의 벨기에를 떠올리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난함, 배고픔 등이 그 당시 1872년에는 그 곳 에서도 만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며 놀랍기도 하였다. 가난해서 먹을 것을 살 수 없고, 그래서 굶어 죽는다는 것. 그 지경까지 이르게 할 수 있을 만큼 인간이 잔인하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웃이 조금만 나눠 줘도 되는데 그러면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데 말이다.......

 

성당에 걸린 루벤스의 그림을 그토록 간절히 보고 싶어하던 넬로. 그 그림이 루벤스의 그림이었다는 것은 나도 몇 해 전에 남편을 통해 안 사실이다. 그런데 완역본을 보니 진짜 여러 번 루벤스가 거론된다. 그런데 왜 예전에 몰랐을까? 이런 것이 바로 축약본의 문제점이 아닐런지.... 넬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루벤스의 그림을 보지 못하자 파트라슈에게 하소연 하는 장면이 이 책에서 찾은 나의 보물이다.

 

" 이 그릠을 못 보다니 너무 속상해.  파트라슈, 그것도 가난해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야. 그분이 이 그림을 그렸을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여 주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 분명히 그 분은 우리 같은 사람들도 언제든 와서 보라고 했을 거야. 그런데 그림들을 저기 저렇게 천으로 가려 두다니! 저토록 아름다운 그림들을 저 어두운 곳에 말이야! 저 그림들은 빛을 보지도 못해. 부자들이 와서 돈을 내지 않으면 아무도 봐 줄 사람이 없으니 말이야. 저 그림들을 볼 수만 있다면 난 죽어도 좋아. "

 

내가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임이 분명한데 넬로는 그 그림을 마지막 죽음에 이르러서야 볼 수 있었다. 넬로의 마지막을 지켜 주었던 루벤스의 그림을 덧붙여 본다. 루벤스도 자신의 그림이 가난하든 부자든 상관 없이 모든 이들에게 보여져 마음의 평안을 주길 원했을 것이다. 가난해서 차별 받고, 못 먹어서 굶어 죽는 일이 없어야 할 터인데 그로부터 140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가난하다고 차별 받고, 굶어 죽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십자가에 올려지는 그리스도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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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6-18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랜더스의 개는 생각보다 내용이 짧더라구요. 저는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읽었는데. 루벤스를 몇 번이나 되뇌어 보았습니다. 네로가 그렇게 그리던 작가 이름 정도는 알아 둬야지 하면서요.

수퍼남매맘 2012-06-18 15:16   좋아요 0 | URL
루벤스 자체로도 유명한 화가이지만 넬로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그림의 작가인만큼 꼭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위 그림을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이렇게만 봐도 감동스러운데.....
 
별이 된 소년 비룡소 걸작선 19
팜 무뇨스 라이언 지음, 피터 시스 그림, 송은주 옮김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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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시스의 그림이 정말 아름다와서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다. 350쪽 넘는 책이긴 하지만 글자 크기가 큰 편이고,곳곳에 피터 시스의 아름다운 그림이 들어 있어서 고학년어린이들이 읽기에 그렇게 힘든 책은 아니다. 그러니깐 너무 쪽수가 많다고 지레 겁먹지 않길 바란다.

 

이 책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칠레의  거장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쓴 책인데 굳이 말하자면 성장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파블로 네루다는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군사 정권에 시로 맞서 항쟁하기도 하였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등 정치 활동도 열심히 하였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엔 파블로 네루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책에 나온 어린 시절을 보면 그렇게 병약한 네프탈리가 어떻게 그런 신념을 가지고 군부에 대항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책을 끝까지 다 읽어 보면 네프탈리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인물로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아주 의지가 강한 자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그렇게 병약하고, 가녀림에도 불구하고 폭군인 아버지에 맞서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이뤄 스스로 별이 된 것처럼 지금도 칠레인들 마음 속에서 커다란 별처럼 빛나고 있는 파블로 네루다의 어린 시절로 들어가 보자.

 

철도 노동자이면서 가족에겐 폭군이나 다름 없는 아버지, 마음은 착하지만 남편을 거역하지 못하는 힘 없는 새어머니, 성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 때문에 그 꿈을 포기하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 로돌포 형,순진하고 귀여운 여동생 로리타와 함께 미래의 꿈이 시인인 공상가 네프탈리가 살고 있다. 또래 친구들보다 병약하여 학교에 잘 나가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사물을 관찰하고, 제 눈에 신기한 것들을 수집하고, 낱말을 주어 담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네프탈리. 그런 네프탈리를 볼 때 마다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쓸모 없는 녀석"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그렇게 폭군인 아버지 밑에서 그런 자녀들이 태어났는지.... 아버지는 그저 명령하고, 강요할 뿐 아내나 자식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가족이란 그저 자신의 대리만족을 채워줘야 할 존재일 뿐. 하지만 여리디 여린 새순 같은 네프탈리는 그런 아버지를 견딘다. 그게 참 대단하다. 불면 날아갈 것 같고, 아버지의 호통 한 번에 당장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네프탈리는 아버지의 그 모든 걸 묵묵히 참아 낸다.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은 여름 휴가 때 극에 달한다. 여름 휴가 하면 낭만적이고, 즐거운 일들이 그득할 것 같지만 네프탈리와 로리타에겐 전혀 반대의 일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교육이었다. 수영을 전혀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작정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 들어가서 알아서 수영을 하라는 것을 지겨볼 때는 진짜 아버지 맞나 싶을 정도로 분노가 일었다. 애들이 수영을 배우기도 전에 파도에 휩쓸려 죽을 수도 있는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아이들을  절망과 위험에 빠뜨리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인정할 수 있나 싶었다.독재자나 다름 아닌 아버지 밑에서 그래도 네프탈리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더 건강하고 강인해 보였던 로돌프 형은 노래를 포기하고 아버지가 원하는 직업을 택하지만 병약하기 짝이 없는 네프탈리는 결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꿈을 이룬다. 이는 사람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보여진다. 비록 네프탈리가 아닌 "파블로 네루다"라는 이름으로 시를 발표하긴 하였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꿈을 이뤘다는 것이 정말 가치로운 게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 내내 폭군같은 아버지 때문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왜곡된 사랑을 견뎌 내고 결국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주옥같은 시로 우리의 심금을 울려 주며, 꿈을 꾼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로운 일인지 몸소 알려 준 공상가 네프탈리, 위대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늦었지만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꿈 꾸는 자는 진정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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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4-26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정말 좋았어요.
읽고 나서 며칠은 그 속에 잠긴 듯했어요.
파블로 네루다의 성장기를 보셨으니 스카르메타가 쓴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보면 좋을거에요.
우편배달부는 아들을 낳아 '파블로 네프탈리~~~~~ '라고 이름을 짓지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2801277


수퍼남매맘 2012-04-25 14:57   좋아요 1 | URL
정말이에요. 며칠 동안 네프탈리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순오기님이 추천하신 책 접수합니다. 방금 님 서재에 다녀왔습니다. 영화 " 일 포스티노" 였군요. 이 영화 오래 전에 봤지만 정말 감동적이었거든요. 민음사 책 집에 많으니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꼭 챙겨서 읽어보겠습니다.
 
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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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지인들이 좋다고 하셔서 구매를 하여서 읽어 보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던가! 나의 첫 느낌은 기대만 못하다는 거였다.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책이 동화책인 이상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먼저 올라온 리뷰들을 대충 읽어 보면 어린이 독자들보다 엄마 독자들의 마음을 더 움직인 듯 하여 보인다. 대부분 엄마로서의 초심을 잃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한 리뷰들이었다. 물론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 엄마 " 로서의 역할을 되돌아 보며 많은 반성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 또한 엄마들처럼 엄마의 역할을 되짚어 보고, 자녀들의 역할 또한 반성해 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직 수퍼남매와 반 아이들에게 읽어 주지 않은 상황이라 어린이 독자들의 반응을 잘 모른다. 그냥 내 주관적인 느낌이 이 책은 어른 독자들에게 더 인기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현수는 왜 엄마가 없을까? 하는 설명이 없이 초반부터 엄마 장난감을 갖고 싶어한다는 설정부터 나오기 때문에 현수가 왜 엄마를 갖고 싶어 하는지  현수 마음이 되어 보는 게 쉽지 않았다. 나 같은 독자는 왜 현수는 아빠하고만 사는 지 궁금하다. 그런데 그 답을 알 수 있는 장치가 없다.  현수는 왜 생명장난감인 엄마를 사고 싶어했을까? 같이 놀아 주고, 집에서 기다려 주고, 비 오면 우산 갖다 주는 그런 사람이 필요해서일까? 아님 할아버지에게 말한 대로 안아 주고, 책 읽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그런 엄마가 필요했던 걸까?  현수가 초반에 엄마를 갖고 싶어하던 이유와 중반부에 나오는 이유는 내가 보기엔 같아 보이지 않아현수의 입장 되어 보는 게 더 어려웠다.  현수의 상황이 좀 더 세밀하게 설명되어졌다면 현수가 엄마를 갖고 싶어하는 마음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수가 조립하면서 손가락을 찔러 피가 나는데 피 한 방울이 엄마의 심장 언저리에 떨어져 닦기도 전에 번지는 장면이 나온다. 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복선이라고 생각했다. 피를 나눈다는 그 설정으로 인하여 이 생명장난감 엄마는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현수와 피를 나눈, 따듯한 심장을 지닌 진짜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어린이 독자들이 이 장면을 암시라고 기억하고, 나중에 엄마가 마음을 가지고, 미소를 갖게 되는 것을 이것과 자연스럽게 연결지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하였다.

 

가족이 함께 읽으면서 엄마, 아빠의 역할, 자녀의 역할에 대해서 함께 자신의 생각들을 나눠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은 드나, 과연 엄마들에게 반성하는 마음을 주는 것처럼 자녀들에게도 똑같이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실마리를 제공할 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별이 되는 소년>이란 책을 함께 읽어서인지 감동이 반감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별이 되는 소년>또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쓴 책인데 디테일이 살아 있고, 주인공 네프탈리에 몰입되는 느낌이 강한데 거기에 반해 <엄마 사용법>은 뭔가 약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마 이 책만 따로 읽었다면 나 또한 분명 지금보다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니까 어떤 타이밍에 읽느냐도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대충 딸아이게 스토리를 말해 주니 읽고 싶다고 하는 걸 봐서 아이들도 좋아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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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4-24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니까요. 우리 가족은 아빠빼고 읽었는데, 셋다 모두 열광했어요. 찬이도 너무 잘 읽었고요. 저는 최근에 읽은 책 중 으뜸으로 친답니다. 사람마다 다른 느낌 한 번 더 접수합니다. <<별이 되는 소년>> 한 번 살펴봐야겠어요.

수퍼남매맘 2012-04-24 07:15   좋아요 0 | URL
남에게 최고인 책도 나에게는 별로일 때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있는 것 같아요. 리뷰에도 썼지만 이 책만 읽었으면 아마 더 좋아했을 것 같아요. 같이 읽은 책이 너무 훌륭해서.... 이러다 희망찬샘도 <별이 된 소년>에 실망할 지도....
 
그림 형제 동화집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0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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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태교를 위해서 동화책 한 권을 사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이 바로 <그림 형제 동화집>이었다. 그런데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 아이들 책 치고, 너무 잔인하다" 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태교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중간쯤 읽다가 책을 덮고 말았다. 그러니까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읽다가 그 때 기억이 새삼 나서 빙그레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 때는 그저 "잔인하다. 더 이상 못 읽겠다" 로 끝나고 말았는데 이번엔 왜 그림 형제의 동화가 잔인할 수 밖에 없는지 깨닫게 되는 것 까지 나아갔다. 그동안 나의 독서 여정에도 나름 진보는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그 때문에 옛 성현들은 같은 책이라도 여러 번 읽으라고 하셨던 것은 아닐지.

 

  우선 그림 형제의 동화집은 그들이 창작한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독일에 전해지고 있던 우리나라로 치면 전래 동화를 모은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안데르센 동화집은 안데르센의 창작 동화이지만 그림 형제의 동화는 동화를 채집 각색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안데르센상'은 있어도 '그림 형제상"은 없는게 아닐까?

 

 처음에 그림 형제는 어머니의 소망 대로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당시 독일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처럼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여러 개의 봉건 영주들이 나누어 지배하는 소위 영주국가였다. 그런데 프랑스 대혁명의 영향과 더불어 독일에서 본격적인 통일 논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차츰 게르만 민족 정신이라는 것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철학자 피히테가 독일 민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문화적으로도 같은 민족으로 하나라는 생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림형제가 있는 법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독일 법학 분야도 독일 통일을 위해 하나라는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독일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성문법인 독일 민법이 필요하다는 것엔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 성문법을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이것은 티보와 사비니의 논쟁으로 집약되어 나타났는데 그렇게 티보는 로마법을 그대로 독일 민법전으로 쓰자고 주장했고 사비니는 법은 민족정신과 더불어 태어나고 발전하고 죽는 것이니 법과 민족정신은 별개일 수 없으며 따라서 독일 민법엔 로마법이 아니라 독일 고유의 법전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그 논쟁에서 사비니가 이겼고 때문에 독일 법학은 독일만의 고유한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당연히 그림 형제 또한 그를 위해 노력했다. 말하자면 '그림동화집'은 바로 그러한 그림 형제가 독일만의 고유한 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 가운데 태어난 산물이었다는 얘기다.

 

 사비니는 민족정신은 언어와 이야기에 깃들어 있다고 말했고 그림 형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독일만의 고유한 민족성을 살피려면 무엇보다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담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독일만의 고유한 정신을 찾기 위해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민담을 모았던 것이다. 그렇게 모은 86편의의 이야기를 그들은 결국 <어린이들과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옛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내게 되는데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그들이 생각한 독일 민족 정신의 정수 같은 것을 모은 것이었다.

 

 그래도 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이토록 이야기가 잔인한 것일까? 

 

 알아보니 이는 당시 독일의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독일은 기근과 전염병으로 제대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때문에 많은 독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이란 그 무엇보다 잔혹함이었고 바로 그러한 보통 독일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인식과 받았던 느낌이 그대로 그림 형제의 동화에 투영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림 형제 동화들에서 '먹는다'는 것이 그리도 자주 반복되고 먹을 것이 부족하자 가차 없이 아이들을 숲에 버리는 <헨젤과 그레텔> 처럼 반복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도 바로 드러나는 것 같다.

 

 한편, 그토록 잔인하고 잔혹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이 음흉한 계략이나 고난과 맞서 싸우다 끝내 승리하는 것을 보면 그림 형제들은 비록 그러한 삶일 망정 그래도 뭔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했던 것 같다. 또한 더 나아가서는 그들이 염원했던 독일 민족의 통일이 이루어지기까지 그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정신 역시도 주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그림 형제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새삼 우리나라의 옛 이야기들을 모아서 펴내시는 한국 작가님들 생각이 났다. 아마 그 분들의 마음 또한 그림 형제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리의 옛 이야기를 모아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 위해 펴내시는 그 분들 역시도 결국은 우리들에게 정말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주려는 것이 아닐런지 깨닫는다.

 

 이 책에는 모두 12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요술식탁과 황금당나귀와 자루 속에 든 방망이>라는 이야기이다.  재봉사인 아버지와 세 아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에게는 우유를 주는 염소 한 마리가 있었다. 세 아들은 그 염소에게 풀을 배불리 먹이고 집에 데려오는데 배불리 먹은 이 염소는 집에만 오면 풀을 하나도 먹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해대는 통에 아들 셋은 아버지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집에서 쫓겨 난다. 아버지는 나중에 이 염소가 거짓말을 한 걸 알고 후회를 하지만 이미 아들을 몽땅 내친 후였다. 한편 쫓겨난 아들 셋은 각자 수련을 하고 나서 신기한 물건들을 스승님께 하사 받고 자신을 내쫒은 아버지에게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에 나쁜 여관 주인에게 속아 다시 한 번 고초를 당하지만 막내 아들의 지혜로 여관 주인을 골탕 먹이고, 형들이 받은 신기한 물건들도 되찾아 온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가 특히 의미심장한 이유는 산업혁명 때의 독일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염소에 의해서 쫓겨나는 세 아들은 제1차 인클로저 운동으로 목축지가 대량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쫓겨날 수 밖에 없었던 농민들과 무척 닮아 보인다.

 

 

 

 

- 1차 인클로저 운동 당시를 나타내던 그림. 이렇게 경작지가 대부분 목축지로 바뀌게되자

 농민들을 어쩔 수 없이  자기네 고향에서 쫓겨나 도시로 몰려가게 된다. -

 

 

 그렇게 쫓겨난 농민들은 도시로 몰려갔고 거기서 이제까지의 농업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들을 익힐 수 밖에 없었는데 이야기 역시도 그것을 그대로 담고 있다. 세 아들이 각각 수제자가 되어 한 가지 기술을 익히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리 기술을 익히더라도 농민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성공을 얻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중간에서 그들의 이익을 가로채는 자본가가 있어서 그들이 일하는 만큼 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확히 과도한 노동에 비해 받는 임금은 턱없이 적었던 당시 독일 산업 현장을 그대로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즉 아들들의 신기한 물건을 가로채는 여관 주인이 바로 그러한 악덕 자본가들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당시 독일인들은 어떻게 하면 그들로 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를 참 많이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러는 빵으로 상징되는 식량 비축을 통해서 더러는 금화로 상징되는 많은 돈의 축적을 통해서 벗어나려 해보지만 이야기에 따르면 다 실패했던 것 같다. 막내 아들이 보여주는 방망이는 아마 그들의 최후 방법 같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 처럼 오로지 방망이가 상징하는 무력 저항만이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놀랍게도 <요술식탁과 황금당나귀와 자루 속에 든 방망이> 는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당시 독일의 농민들 그리고 도시로 몰려든 농민들의 애환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림형제 동화집에 실린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갖가지 경험과 생각들을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로 변형한 것이었다. 이렇게 유럽의 역사를 알고 읽게되니 그림형제의 동화가 전혀 새롭게 읽힐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브레멘 음악대는 당시 영주국가로 분열되어 있던 독일이 외세의 위협에 제대로 대항하려면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얘기라는 것을 알게 되듯이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들려줄 때도 그냥 이야기로서가 아니라 당시 나라의 역사나 상황을 공부하고 난 뒤 들려주면 훨씬 더 풍부하게 이야기에 다가갈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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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마타 공작실 -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장난감 만들기
전승일.이석연 지음 / 길벗어린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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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마타" 말이 생경하였다. 책을 보니 " 오토마타" 란  한 마디로 " 기계 인형 놀이"라고 할 수 있단다. 이 책은 오토마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직접 오토마타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안이 부록으로 덧붙여져 있다.  처음엔 수퍼남매와 함께 직접 오토마타를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를 찍어서 포토리뷰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그래서 리뷰가 늦어졌다- 요즘 완전 절망 모드라서 만들기는 추후에 하기로 하고, 더 늦기 전에 책 소개를 하고자 한다. 책에서는 정말 간단하게 오토마타를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서 집에 철사와 펜치- 우리 집에 펜치가 없다.-만 있으면 지금 당장 뒤에 있는 부록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

 

오토마타는 크게 나누어  기계장치와 인형 , 이렇게 두 부분이 합해져서 이루어진다. (본문6쪽)

오토마타는 " 여러 가지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 을 뜻하는 말로써 " 스스로 동작하다" 라는 라틴어에서 나온 말이다. (본문 10쪽)

 

기원전 250년 무렵, 그리스 과학자 크테시비오스는 톱니바퀴와 펌프 장치 따위로 작동하는 자동 물시계 클렙시드라를 발명하였는데, 이 장치에 부착된 인형이 움직이면서 시간을 가리켰다.  이 클렙시드라가 최초의 오토마타라고 할 수 있다. (본문 10쪽)

 

 

오토마타의 기원을 보니 대강 이해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오토마타가 있는데 바로 장영실이 만든 물시계(자격루)가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오토마타란 말이 생경할 뿐이었지 실제로 오토마타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오늘날 오토마타에 가까운 " 움직이는 인형" 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 후 18세기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현재 외국 작가들은 나무를 깎아서 만든 인형을 움직이는 오토마타를 제작하는데 이 책에서는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피자 박스를 이용한 종이 인형을 가지고 오토마타를 만들고 있다. 재료가 구하기 쉬워서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항상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하는 생각이 구하기 쉬운 재료가 아니라 백화점 아니면 구하기 힘든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만이었는데 이 책은 재료 자체가 아주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부록에 도안까지 들어 있어서 정말 집에 펜치와 철사만 있으면 지금 당장 아이와 함께 제작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고학년 아이들은 펜치의 안전사용법만 제대로 숙지하면 얼마든지 혼자서 만들 수 있을 듯하다.

 

8가지 작품이 실려 있는데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만드는 나만의 장난감이라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자녀수가 줄어들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양의 장난감을 사 주는 것과 완제품의 장난감을 사 주는 게 아이에게 별로 좋지 않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장난감은 아이가 직접 만들어 사용할 때 더 애착이 가고, 창의성도 길러지고,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오토마타를 만드는 기본 원리와 기능을 숙지하고 여기 책에 실린 도안 대로 따라하다 보면 스스로 자신이 도안을 하고, 자신만의 오토마타를 만드는 데까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수퍼남매와 직접 만들어 보지 못했지만 기운을 추스리면 꼭 만들어 보리라.

 

오토마타 제작 과정

 

 

 

여러 가지 유형의 오토마타

 

 

부록에 있는 도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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