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애벌레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3
허정원 글, 최정현 그림 / 꿈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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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애벌레들 사이에 초록 애벌레가 끼어 있다면, 초록 애벌레는 인기가 많을까 아님 왕따가 될까?  요즘은 후자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빨간 애벌레들은 자신들과는 달리 초록색이고, 점도 없는 애벌레를 무시하고, 함께 놀지도 않아, 결국 초록 애벌레는 외톨이가 된다.

 

   애벌레들이 사는 숲 속에는 이들을 돌봐 주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 빨간 애벌레들이 잘할 때마다 점 하나씩을 주시곤 하신다. 점이 9개 모이면 멋진 무당 벌레가 될 수 있는데 마지막 점 하나는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하는 게 빨간 애벌레들의 최종 과제다.  외톨이 초록 애벌레 또한 빨간 애벌레들처럼 점을 모으고 싶다는 말에 할머니는

 

누구나 다 점이 필요한 것은 아니란다.

어떤 친구들은 점이 있고,

또 어떤 친구들은 점이 없고.....

이 세상에는 다양한 것들이

서로 모여 사는 법이지. 

라는 멋진 말씀을 들려 주신다.

 

   그렇다. 이 책은 다름을 인정하는 법에 대해 말해 주고 있다. 얼마 전 은둔형 외톨이가 편의점에 난입하여 무차별 공격을 하였다는 기사를 봤다. 예전에 비해 은둔형 외톨이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렇게 타인에 대해 공격성을 발휘하는 빈도수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은둔형 외톨이들이 생겨 나지 않도록 어떻게 사회가 도와줄 수 있을까?

 

   남과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닌데 나도 그렇지만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해 포용하지 못하고, 무조건 틀리다고 보는 시선 때문에 이런 은둔형 외톨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이 그림책에서도 빨간 애벌레들이 자기와는 좀 생김새가 다른 초록 애벌레를 인정해 주고, 함께 놀기도 하고, 대화도 하고 하였다면 초록 애벌레가 외톨이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빨간 애벌레들은 초록 애벌레를 보자마자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외면하고 무시한다.

 

   물론 이 그림책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초록 애벌레가 위기에 빠진 빨간 애벌레들을 구출해 주기도 하고, 빨간 애벌레들 또한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등 해피 모드이긴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앞서 거론한 사건처럼 은둔형 외톨이들이 언젠가 폭발하여 묻지마 공격을 가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닌데 그걸 수용하지 못하고 그것도 수가 많다는 것을 악용하여 소수를 몰아 세우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본다.

 

   또한 이 그림책은 자아 존중감에 대한 이야기로도 보인다. 멋진 날개를 펼치며 날고 있는 나비를 보며 부러워하는 초록 애벌에게 나비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자기 안에 멋진 날개가 있단다. 그걸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너도 네 옆에 있는 날개를 힘껏 펼쳐 보렴!

 

  자아 정체성 없이 빨간 애벌레와 나비를 따라 하려고 하고, 부러워만 하던 초록 애벌레에게 나비가 해 준 이 말은 바로 너 자신을 사랑하고 너를 믿어라는 말처럼 들린다. 정작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임이 가장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은 누가 자신을 다르니까 틀리다 라고 공격하더라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 그래, 나 원래 초록 애벌레야. 너희들과 달라. 다른 게 뭐 어째서?"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실을 둘러 보면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없는 아이들이 해마다 몇 명 있다. 특별히 두드러지게 뭘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 아이들 말이다. 칭찬 거리를 찾고 또 찾아 보지만 칭찬 거리가 없는 아이들 말이다. 차라리 장난 꾸러기들은 장난이라도 잘쳐서 교사믜 마음에 각인이 되는데 이런 아이들은 정말 무개성하여 통지표 쓸 때도 매번 애를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이들에게도 자기만의 날개가 있다는 이 진리를 믿어야 겠다. 그리고 조그만한 변화라도 캐치하여 칭찬을 해 줘야겠다.  학생이 자신의 날개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란 생각이 든다. 무개성인 어린이들에게도 자기만의 독특한 날개가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말이다. 그 날개가 발견되는 시기 또한 개인차가 있어 보인다.

 

  다름과 자아 존중감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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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 보물창고 47
루이스 캐럴 지음, 황윤영 옮김, 존 테니얼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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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바로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 북을 보면서였다. 물론 그전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책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었지만 책과 별로 친하지 않았던 어린시절을 보냈기에 책을 직접 읽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고 남편이 어느 날, 영어로 된 팝업 북을 사왔는데 그 책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팝업 북 자체도 환상적이었지만 계속 보다보니 내용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글로 된 책을 구해서 읽었다. 처음 느낌은

"엉? 뭐야? 이게 뭐가 재밌다는 거야?" 이거였다.

순 말장난을 하는 것같은 이야기는 책을 여러 번 닫았다 펼쳤다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또한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책에 심취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그래도 끝까지는 읽었다.

 

그리고 또 다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지난 번보다는 좀 수월하게 책장이 넘어갔다. 그래도 여전히 말놀이 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하였다. 드디어 다 읽고 작품 해설을 읽어 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받았다. 번역자들도 원작에 나오는 말놀이 하는 부분 때문에 번역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남편에게도

" 당신 앨리스가 재밌어요?" 라고 물어 보기도 여러 번 하였다.

남편도

" 별로~" 라고 대답해 주어 위안을 받기도 하였다.

보통의 마인드를 가진 나 같은 사람들은 앨리스에 푹 빠지지 못하는데 왜 이 작품이 150여년 간 꾸준히 사랑 받고, 명작이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루이스 캐럴은 뱃놀이를 함께 한 친구의 세 자매를 즐겁게 해 주려고,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지어서 해 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작가는 나 같은 어른이 아닌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 아이들을 타겟으로 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웃고, 울고 그런다. 어른과는 감정 코드가 참 다르다. 특히 작은 아이를 보면 그렇다. 진짜 아무 것도 아닌 일 가지고도 푸하하 웃는 걸 본다. 그에 비하면 난 안 웃는 것 같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잘 웃고, 더 잘 운다. 내가 이 책에 심취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내가 어른이라는 점도 한 몫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판타지가 대세이지만 이 책이 나올 때만 해도 교훈적인 동화가 주류를 이루었다고 하니 이 작품이야말고 판도를 뒤바꾸는 걸작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루이스 캐럴은 선견지명이 있는 작가이자 순수한 동심을 간직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난다면 앨리스와 더불어 환상적인 모험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책도 때가 있는 것 같다. (나처럼 늦게 만나지 말고)이런 책들을 제 때 만나 읽는다면 책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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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편지가!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1
황선미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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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의 신작이다. 중학년 정도면 거뜬히 읽을 수 있겠지만 연령을 떠나서 두근두근 첫사랑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것 같다.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는 딸 아이는 " 엥?" 이런 느낌인가 보다.

 

11살 동주는 또래 보다 키가 작아서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으로 옷도 크게, 신발도 크게 신고 다닌다. 그 바람에 단짝인 재영이는 동주를 "헐랭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럴 때면 동주도 뚱뚱한 재영이를 "마뚱"이라고 맞받아준다. 이처럼 키는 작지만 보통의 남자 아이들처럼 생활하던 동주에게 변화가 생긴다. 키가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자라는 변화 말이다. 어느 날, 동주의 가방 속에 멍청한 편지가 들어온 다음부터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그 놈의 멍청한 편지-다른 아이한테 가야할 편지가 동주 가방에 들어온 것이다.-때문에 그 편지를 쓴 유치원 단짝 영서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이제는 동주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큰 영서, 유치원 때 질질 짜던 모습이 아니라 남자애들보다 더 당당하게 주장을 하는 영서, 그 아이가 다른 남자에게 보낸 러브레터였다. 그런데 왜 그 러브레터가 동주 가방 속에 있고, 동주는 왜 그 편지를 보면서부터 자꾸 영서에게 안테나를 세우게 되냐고?

 

가끔 가다 딸에게 " 너 좋아하는 남자애 없어?" 라고 물으면 딸은 매번 " 없어" 라고 말하곤 한다. 어제도 이 책을 함께 읽고 나서 " 너 이런 적 없냐?" 물어보니 또 " 없다" 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학년에 한 커플 있다는 말을 살짝 해 준다.

"딸아,  요즘은 1학년도 커플 있고, 유치원 애들도 반지 나눠 끼고 그래" 라고 내가 말해 줬다.

언젠가는 딸도 이런 가슴이 찌릿한 경험을 하게 되겠지. 그러면서 자라는 거란다.

 

초딩들의 연애도 더이상 쇼킹하지 않는 요즘이건만 황 작가님은 왜 이런 책을 내셨을까? 그건 바로 누구에게나 한 번 쯤 찾아오는 첫사랑의 두근거림이 결코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동주가 말하는 멍청한 편지라는 것이 편지가 주인을 잘못 찾아와서도 그렇지만 그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멍청하다는 의미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 동주의 입에서 말끝마다 "멍청한 편지"가 나오는 것 같다. 

 

주인공이 남자인 것도 이유가 있어 보인다. 보통 초딩 때는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미숙하다. 여기서도 보면 유치원 때는 동주가 영서를 지켜 주었지만 전세가 역전되어 지금은 영서가 키도 훨씬 크고, 이성교제면에서도 앞서 가고 있다. 이렇게 여자 아이들이 앞서는 초딩 시절에 키도 남보다 작고, 감정 또한 유아 수준인 동주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성에게 호감이 가고, 두근거리고, 좋아하게 되고, 마음 아픈 모든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그것 또한 성장통임을 알려 주는 것 같다.

 

독자인 어린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이성을 좋아하는 마음을 간접 경험하게 되고, 그런 감정이야말로 키가 자라는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 자신을 자라게 하는  또다른 성장통임을 깨닫게 될 듯하다. 마치 딸아이 같이 말이다. 두근거림을 경험을 한 아이들은 경험한 그 때의 느낌을 살려서,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앞으로 다가올 그 두근거림을 예습해 보고 말이다. 물론 예습한다고 해서 그 일일 닥쳤을 때 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멍청하다"라고 치부하지는 않겠지.

 

나 자랄 때 보다 모든 것을 빨리 경험하게 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동주처럼 이렇게 낯선 감정이 찾아오면 당황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아주 소중한 감정이란 것을 일깨워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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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악마를 찾아간 라일라 난 책읽기가 좋아
필립 풀먼 지음, 피터 베일리 그림, 양원경 옮김 / 비룡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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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진 1 .

클릭하시면 원본싸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의 제목은 <불의 악마를 찾아간 라일라>였다. 책 표지에는 분화구에서 연기가 나는 화산과 어떤 아이가 화산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화산 쪽으로 걸어가는 아기가 바로 주인공 `라일라'였다. 이름이 `라일라'인 것으로 보아 `여자'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부터 궁금증이 생겼다.

 

주인공 `라일라'는 폭죽 장인 `라챈드'의 딸이다. 어려서부터 불꽃이 춤추는 모습, 폭죽이 터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서 커서 폭죽 장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라챈드'는 딸이 위험해 질까 봐 폭죽 장인이 되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친구 `출랙'을 통해 폭죽 장인이 되는 비결을 안 `라일라'는 불의 악마`라즈바니'가 살고 있는 메라피 산으로 홀로 떠난다.

 

`라일라'는 폭죽 장인이라는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메라피 산에 올라가고 발이 부어오르고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도 끝까지 산에 올라가는 걸 멈추지 않는다.

 

이 책에서 꿈을 가지고 있는 건 `라일라' 뿐만이 아니다. 딸이 무사하게 돌아오는 것이 꿈인 라챈드, 사업성공이 꿈인 `램바시와 해적들', 일자리를 되찾는 것이 꿈인 `출랙', 암컷 코끼리 프랭기패니와 결혼하는 것이 꿈인 코끼리 '햄릿..'.....

모두 작은 꿈들이지만 다 소중하다. 왜냐하면

"지금은 씨앗 같이 조그마한 꿈이지만 물을 주면 커다란 나무로 성장할 것이니까."


이 그림처럼 말이다. 책에서 불의 악마 라즈바니가 라일라에게 폭죽장인이 되려면 `세 가지 선물'을 꼭 가지고 와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라일라는 나중에 그 세 가지 선물을 알게 되는데 첫째는 재능, 둘째는 용기, 노력, 의지 등이고 셋째는 행운이다. 그래서 내가 그린 그림에 물주는 장면을 보면 세 개의 원에 각각 재능, 노력, 행운이라고 써 있다.

 

라일라는 폭죽 장인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선물을 다 갖췄는데 나는 어떨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부모님께 물어보았더니 " 너는 재능과 행운은 갖췄는데 둘째 번 선물 즉 열정 혹은 의지가 부족해." 라고 답하셨다. 맞다. 내가 생각해도 난 열정과 의지, 노력이 부족한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라일라처럼 꿈을 향한 열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불의 악마 라즈바니가 말한 세 가지 선물을 완벽하게 갖춰서 내 꿈을 꼭 이뤄야지!

 

마지막으로 라일라, 너의 오랜 꿈이었던 폭죽 장인이 된 거 축하해.

 



이 리뷰는 딸이 비룡소 주니어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마지막 미션으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임을 밝혀 둔다.

나도 읽어 봤는데 꿈을 이루기 위한 라일라의 이야기가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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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푸른숲 새싹 도서관 1
김향이 글, 이덕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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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수요일 이 책을 가지고 공개수업을 하였다.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는 가능한 책을 매개로 한 공개수업을 하자는 게 나의 신념이 되었다. 책과 관련되 수업을 준비하자면 가장 큰 관건이 바로 책의 선정이다. 공개수업에 읽어줄 만한 책의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아이들도 재밌어야 하고, 참관 오신 학부모들에게도 남는 것이 있으면서 아무도 읽어 보지 않은 신선한 책이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딱이다 싶은 책을 발견하였는데 바로 이 책이었다.  그래서 그 동안 리뷰도 일부러 올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수업 전체를 동영상 촬영하는 바람에 다른 때보다 더 긴장되어서 이것 저것 실수도 많고 시간이 부족하여 생략한 것이 있었지만 그래도 성공한 것이 있다면 아이들과 참관 오신 학부모들이 이 책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점이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수업을 한 당사자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무슨 내용을 가르쳤는지 가물가물 기억에서 사라지는데 책을 소재로 한 수업들은 다른 수업에 비하여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처음 했던 수업이 <종이 봉지 공주>였고, 다음 해에는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이란 책이었다. 그 다음에는 권정생 작가님의 여러 가지 책들로 북 아트를 하였고, 올해 수업은 바로 이 책을 선택하였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이들에게 지난 주 공개수업 때 읽어준 책 제목을 물어 보니 잊어버리지 않고, 대답을 잘하는 걸로 봐서

아이들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 듯하다. 그걸로 나름 만족하고 있다.

 

겉표지에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를 부르짖고 있는 아이는 둘째 아들  민재이다. 민재는 이가 아파서 엄마에게 진통제를 달라고 하지만 엄마는 형 간식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느라 민재 보고 찾아서 먹으라고 한다. 형이 말만 하면 뭐든지 즉시 해 주는 엄마가 자기가 이가 아프다는데도 약도 안 챙겨주는 게 못내 서운한 민재는 드디어 심통이 나고, 결국 문을 쾅 닫고 들어와 형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에 주먹을 날려 보기도 하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책 씩씩거리기도 하고,  단식 투쟁을 해 보지만 어딘가가 허전하다.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라고 생각하는 민재. 하지만 화가 나서 굶기로 작정한 민재의 코를 맛있는 카레 향기가 유혹하고.....

 

누구나 어려서 형제들과 함께 자라면서 민재처럼 엄마는 형만 사랑한다는 그 서운한 감정을 느껴 봤을 것이다. 나 또한 셋째딸이라서 그런 감정을 자주 느끼곤 하였다. 어릴 때 내가 자주 하던 말 중에 " 엄마는 내가 막내라고 돌 사진도 안 찍고..." 하면서 못내 서운한 그 마음을 토로한 적이 여러 번이다. 동생은 동생대로 형은 형대로 가끔씩 아니 어쩌면 자주 느끼게 되는 그 불안하고 서운한 감정,  만인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 흔한 감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 그러면서도 찐한 감동도 주면서 의미 있게 풀어낸 좋은 그림책이었다.

 

책 내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대사는 엄마가 민재의 엄청 비가 내리는 수학 시험지를 발견하고는

" 큰 애는 몸이 약해서 걱정, 작은 애는 공부를 못 해서 걱정" 이라며 신세한탄을 하자

우리의 주인공 민재가

" 엄마 그럴 때는 큰 애는 공부를 잘해서 좋고, 작은 애는 몸이 튼튼해서 좋다  라고 말하는 거예요. " 라고

엄마의 푸념을 정정해 주는 부분이었다.

 

수퍼남매를 놓고도 종종 이런 푸념을 늘어 놓곤 했던 나를 반성케 하는 민재의 한 마디였다. 아이일 때는 부모가 나를 덜 사랑하는 것 같아 힘들어하고, 부모가 된 지금은 자식들을 서로 비교하며 단점들만 들춰 내느라고 스스로 힘들어하는 현재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현재 자녀의 위치인 아이들에게는 부모는 자녀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현재의 부모들에게는 자녀를 비교하지 말고 각각이 가진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는 큰 부모가 되라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었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이런 저런 쌓인 회포들을 풀어가도 좋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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