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회사 선배가 쓴 자기소개서를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읽은 것 중 가장 멋진 자기소개서였는데, 글 쓰는 일을 하는 회사에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식이 자유로운 덕을 보았겠으나, 딱 저 다니카와 슌타로의 <자기소개>같은 자기소개서였다. 저런 산뜻함으로, 그가 살면서 사랑해온 영화들에 대해 쓴 자기소개서였다. -159쪽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밝힘으로 나를 알리는 방법은, 내가 혐오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세지 않을까?

내가 누군가를 '좋은 사람'으로 느꼈을 때, 그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을까, 대수롭지 않은 뭔가를 '어떤 방식으로' 좋아하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어떤 길을 선택해서 걷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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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먼지 티클 하나 없이

즐거움과 따뜻함만을 느낀 날이었다.

집에 와서 식탁 위에 그대로 있던

재활용 쓰레기들을 착착 치웠다.

이런 날도 있다.

일 년의 삼 분의 일이 이런 기분이라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겠지. -102쪽

 

같은 곳에서 천국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에 형광펜을 입히면서, 이것을 정확히 그림이야기로 풀어놓은 책이 같이 기억났다.

 

이것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별 다섯짜리 그림책입니다. 결국 파랑새 철학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걸 풀어낸 방식은 절대 진부하지 않아요.

(좋은 책은 왜때문에 이렇게 빨리 절판되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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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팔랑
천유주 글.그림 / 이야기꽃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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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머리칼이 살랑거리며 나부끼는 4월초, 벚꽃엔딩이 한참 들려오기 시작하는 그 계절감을 그대로 박제해 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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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이노우에 마사지 글 그림, 정미영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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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에 나오는,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을 굉장히 명쾌하게 설명한 한 문장이 있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가 바로 그것인데, 이 그림책을 보다 보니 그 문장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유사한 주제를 다루면서 조금 더 철학적인 그림책으로 <이게 정말 나일까?>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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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면 거기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시간은 주로 밤. 유리창 너머로 저 아랫동네의 불빛이 반짝이며 넘어온다. 노랗고 붉은 불빛들이 주는 위안, 저 멀리 불을 밝힌 창에서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오늘도 잘 살았어요. 당신도 그런가요? -94쪽

 

매일같이 그날의 하루와 안녕하면서 베란다 바깥쪽을 내다보면 초롱하게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과 먼 아파트의 점점이 들어온 불빛들이 힘들었던 하루치 마음을 위안한다고 느낀 적이, 나도 있기 때문에... 이 문장을 쓴 단어벌레님의 마음을 감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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