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가긴 하는데 실제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는 섣부르게 권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개인적으로 책의 본래적 특질들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지 아니한가... 주의이기 때문인데, 어딘가 영상미디어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듯해 보여서 일단 살펴는 보자 생각하고 바구니에 담아두기로.



오랜만에 목차와 소개를 보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 해. 

편향, 편견, 오해, 이런 것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럭무럭 자라났을 것이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누구에게든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알 껍질이든, 버블이든, 캡슐이든 매트릭스든 뭐든 간에 깨고 나오고 싶다면 책을 읽어야지.



상상력, 창의력, 동기부여, 뭐라고 불러도 좋겠다. 이런 책들은 페이지를 넘겨가다보면 마음 안 어딘가를 꾹꾹 누르고 간다. 대단하지, 경이롭지... 를 넘어, 뭐라고 불러야할지 잘 모르겠는 그런 마음 언저리를 밟아 깨우고 간다. 어른도 그런데 애들은 오죽할까? 좋은 책들을 아이들 곁에 갖다 놓는 건 정말로 세상에 다시없는 수익률을 내는 투자다. 전집 말고.



좀머 아저씨의 책들은 무슨 잣대로 재든 빠질 데 없는 최고 도감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추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순간에도 그게 잘 안 된다면 제삼자의 시선을 빌려올 수도 있겠다. 따가운 말이 있더라도 뭐 어떤가, 뒷담화도 아니거니와 설령 욕이더라도 그게 배 뚫고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나와 우리가 어렵게 가까스로 공고히 한 정체성이라도 가끔은 흔들어 부수고 시대에 맞게 조금씩 다듬고 깎을 필요가 있는 법이니까.



네? ... 어슐러 르 귄이잖아요. ㅎㅎㅎ 



작가도 전혀 모르고 제목도 굉장히 낯선 언어의 느낌이고... 다 되게 멀게 느껴지는데 작가가 형법학 교수란다. 게다가 중국 범죄심리 소설의 일인자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기도 하고. 갑자기 누쿠이 도쿠로가 생각나는 건 왜 때문일까. 누쿠이 소설을 읽었던 시절엔 정말이지 꿈자리가 너무나 뒤숭숭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었는데 (무섭다기보다 그, 사건에 얽힌 마음들 때문에 -_-) 왠지 그럴 것 같아 이 책도.



물리학자들을 본투비지니어스로 추앙하는 청소년께서 계시는 관계로다...



이거는 활에 환장하신 아드님(-쉐키)이 계시는 관계로.

세상엔 온갖 다종다양한 무기가 많은데 이 분은 왜 하고많은 것 중에 활에 꽂히셨는지는 가족 중 그 누구도 모른다. 사실 본인도 모르는 듯. 그러나 이런 책을 사주면 당분간 나는 더 많은 핸드메이드 화살들이 날아댕기는 꼴을 봐야할지도...?



어쩐지 떠올리게 하는 책이 있는데 읽어보기 전엔 모르겠다. 아무튼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책, 독서, 도서관 내지는 서점에 관한 책들 안 좋아하는 사람 거의 못 봤다. 이미 질리게 읽은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덜 질렸나보다. 아마존 평점은 괜찮은 편이고 다른 책들도 있네. 궁금하다.



인터뷰집. 나는 인터뷰를 좋아한다. 책꽂이에 인터뷰집만 모아둔 칸이 있을 정도로 인터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잘 써주면 좋겠지만, 일하기도 바쁜 사람들이 모두 그럴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또 좋다. 귀한 이야기들을 모아준 이다혜 작가에게도 감사를. 


밀리지 말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모아서 신간(다 사 보는 것은, 솔직히 좀 무리지만)을 정리해두는 건 여러모로 편리하긴 한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시간이 들어간다. 아무리 나중에 내가 편하려고 이런다지만 세상에 진짜 공짜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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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들은 일인분으로 지나치게 많은 양을 제공한 것과 값싼 고지방 재료를 사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아빠는 콧방귀를 뀌면서 신문을 내 앞으로 밀었다. 그러고는 경멸조로 말했다.

"모든 것이 늘 다른 사람 잘못이라는 거야."


내가 기사를 훑어보는 동안 아빠는 인간은 결단력 없는 동물이라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마침내 아빠는 오트밀 그릇을 옆으로 밀어버렸다. 그러고 엄마와 나에게 자기가 비만인 것은 돼지처럼 먹기만 하고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아빠는 고백했다.


"다른 사람 잘못이 아니라 바로 내 잘못이라고!!"


-137-138쪽


아저씨 진짜 완전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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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도대체 언제적 얘기여) 연구하고 수업듣고 논문쓰고 하던 시절 경험이라는 게 아주 핫한 키워드여서 여기에서도 경험 블라블라하면 오오-, 저기에서도 경험 블라블라하면 아하, 끄덕끄덕, 이랬던 때가 있었다(한마디로 이현령비현령...). 그래서, 그놈의 정체가 뭐냐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있었는가하면 내가 워낙 어렸 -_- 어서 그런 생각따윈 싹을 내릴 여지가 없었는데 새삼 궁금해지긴 한다. 네 놈은 뭐냐, 아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특정 출판사를 편애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연속 글항아리 책... ㅎㅎ

이런 덕후느낌 충만한 책은 재미없는 경우가 몹시 드물다. 관심 있으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남들한테도 신명나게 얘기하게 되고 거기에 전문적인 지식까지 더하면 무적이랄까. 원래 덕후기질 있는 인간이라 심지어 옛날엔 튀김의 기술이었나, 꽤나 고가인 책을 사서 독파한 적도 있는데 그래서 튀김을 잘 하게 되었는가하면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튀김 기술이 눈부시게 향상되어 동네 아줌마 레베루는 확실히 뛰어넘었지 싶은 자뻑도 종종 했다. 다만 기름 냄새 질색하는 동거인덕분에, 쩜쩜쩜. 



저자가 밝히길, 스스로는 페미니스트 소설을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이것은 페미니스트 소설이 되어야만 한다고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번역은 아직 안 된 듯한데, 전작 Boys Don't Knit에 이은 후속작이라는 걸 보니 대강 어떤 흐름을 갖고 기획된 이야기인지 감이 온다. 누구라도 그럴 듯. 주인공 여자아이임에 분명한 표지 소녀의 표정이 압권이다. 



뭘까... 이 책, 감이 안 잡힌다 (설정이 너무 미스터리판타스틱한 미궁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 학교 일진들한테 개기다 몸이 두조각 나서 영육이 분리된 채 어쩔 줄 모르던 주인공이 호그와트보다 더 알 수 없는 요상한 학원에 살게 된다... 는 설정인데 세팅부터 드라마틱하네.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이슈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이 조그만 별 공간을 나눠 쓰는 피차 세입자 입장에서, 좀 더 사이좋게, 폐 끼치지 말고 양보 좀 하면서 공존하면 좋지 않을까.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다 쓸려 쫓겨나갈 입장인데 말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한 쪽은 일방적으로 참고 양보 당하기만 하는 입장이라, 누군가가 나서서 써 준 이런 책들을 보면 반갑고 고마운데 과연 얼마나 이런 책들을 '읽어줄지'는 약간 의문이다.



나 하나 믿어서 뭐가 될까 회의적이지만, 어쨌든, 나 혼자 잘났다고 잘사는 시기는 점점 저물어가는 게 확실하다. 다 같이 잘 살아야 결국 나도 잘 산다. 



유현준 교수의 책들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도시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과 공간의 역할에 대해 다루는 책들에 관심이 좀 많아져서 이런저런 책들을 살펴보는데, 좋은 책이 또 한 권 나온 듯.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꼭 보고 싶은 사진집!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더라. 



여자친구는 사라지고, 아버지는 암 선고를 받고,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급사하고. 불행의 한가운데서 주인공을 대경실색케 하는 물건이 발견되었으니 그것은 누군가가 실제로 저지른 듯한 살인을 고백하는 노트였다. 와우, 정말이지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고 머리 위로 흙을 덮는 것 같다. 그래서 주인공이 맞닥뜨리게 되는 진실은 뭘까?



남미계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흐르는 뭔가가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게 뭔지는 모른다. 질기고 끈끈한 것, 격하고 폭발적인 것인데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것. 라틴 아메리카엔 뭐가 있어서 그럴까? 그게 그들의 어떤 성향을 강화시키고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걸까?



사실 이미 나는 멋진 구름 사전 한 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또 웬 구름 사진집이냐고? 그러게 말입니다. (멍...)



정인이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인데 책도... 음... 그런데 고통스러워도 알아야 할 것들이 있긴 있다. 오지라퍼라고 눈총을 맞더래도, 주위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참견하고 간섭하고...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모두가. 



이 책을 신간목록에서 발견하기 바로 하루 전날 윌슨 교수를 입에 올릴 일이 있었는데 바로 신간을 발견하고 헙... 했다. 조만간 지갑을 털어... 아니 지갑은 이미 텅텅 비었고 카드를 털어 사야겠다. 몇 년을 얼굴을 보고 지내 낯익은 택배기사님이 뭔 맨날 알라딘 택배상자만 오냐며... ㅎㅎㅎ 그러게요. 좀 팔기도 해야 하는데.


읽을 책은 쌓여만 가고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헉헉헉 

2021년도 잘 사 보겠습니다(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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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2-0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항아리 덕후가 되셨나봐요. 아는 새, 모르는 새^^

라영 2021-02-08 16: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 이렇게 세월 보내다보면 좋아하는 출판사가 생기더라고요.
 

1. 


예전에 리뷰를 쓴 적이 있어 그걸로 책 소개는 대신... ▶

잠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착각과 신화와 기타 등등을 일거에 과학적인 근거들로 쓸어버리는 소름돋는 책. 읽고 나면 더 이상 잠을 일상에서 가능한 한 쫓아내려는 시도를 할 의욕을 잃게 된다고나 할까요. 


2.


이 책을 읽으면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여성/아동을 대상으로 삼는 범죄에 관련된 용어와 거기에 얽힌 (유쾌할 리 없는) 역사를 배울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윤리 후진국이었어? 라는 실망과 대빡침이다. 이 책을 (꼭, 사서) 읽는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공간이 어떻게 범죄를 이해interpret해야하는지를 알리려 하고, 이 곳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힘을 쏟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겠다. 


3.


토드 로즈 교수에게 관심이 많다보니 그의 저작은 손 닿는대로 읽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모두가 공식을 넘어서 진리인양 받아들이는 표준적인 사회적 성공 양식이랄지, 사다리랄지... 그것을 호쾌하게 걷어차버리는 그들의 연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결국 이건 개인적인 신념이 저자들의 신념과 일치하는가 불일치하는가가 호불호를 가른다는 뜻).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갔거나 걷고 있어 이미 반들반들하게 닦여버린 그 길은 그냥 잊어버리고, 당신이 생각하기에 옳다고 여겨지는 그 길을 선택해라! 거칠게 말하면 그 정도의 자기계발서같이 보일 수도 있는데, 적어도 작년 한 해 읽어봤던 자기계발서 중에서는 군계일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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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세 권 :) 


3. 


책 좀 읽는다는 지인들이 빠트리지 않고 꼭 추천했던 작가가 루이즈 페니인데.... 되도 않는 곤조를 부리느라 그런 것은 아니고 어쩌다보니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작년에 아주 상태가 좋은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중고로 내놓은 분이 계셔서, 시리즈를 전부 갖추게 된 김에 읽기 시작. 나 왜 이거 진작 안 읽었던 걸까... 

스리 파인즈라는 캐나다의 어떤 시골 마을이 있다. 모두가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아주 가깝게 지내는, 작고도 작은 마을인데 여기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가마슈라는 이름의 경감이 이곳에 파견되어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려 한다. 그런데 이 캐릭터가 몹시 독특해서 일반적인 경찰 또는 탐정에 익숙한 미스터리 독자에게는 이질감까지 선사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수사를 한다. 최대한 객관적인 것만을 수용하려 하고 섣부른 판단과 추론을 끝까지 경계한다. 현실에선 굉장히 희귀한 타입이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인물이지만 그래서 나는 그를 더 응원하게 된다. 당신의 신념이 끝까지 승리하기를. 


"나는 지켜보네. 관찰해서 뭔가 알아차리는 걸 아주 잘하지. 그리고 들어. 귀담아듣는 거야. 사람들이 어떤 낱말과 어떤 목소리를 택해서 무얼 말하는지, 혹은 무얼 말하지 않는지. 그리고 이게 핵심이야, 니콜 형사. 바로, 선택이지."

"선택이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선택해. 지각 대상도 선택하지. 태도도 선택하고.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네.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알지. 그 증거를 숱하게 보았거든. 매번. 통곡할 일에서든, 환호작약할 일에서든. 결국은 선택 문제야." -113쪽


4. 


엘리너 올리펀트는 평범하지 않게 평범한 사람이다. 타인들은 평범하지 않다고 그녀를 평가하고, 자신은 가장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너는 정말로 평범하려고 힘껏 노력하는데 사람들은 종종 엘리너가 들을 줄 알면서도 그녀가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비웃는다. 평범하려는 그 노력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면 그렇게 하지는 못할 거다. 그리고, 나는 안다. 세상엔 엘리너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어디선가 툭 부딪히며 튀어나온 엘리너들이 내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사회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일단은 눈썹을 둥글게 휜 채로, 저 사람 도대체 뭔가 문제야, 왜 저래? 라고 혼잣속으로 생각할 거다. 그들 안에 어떤 우물이 있는지 모르면서, 알고 싶어하지 않으면서.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이 좀 나온다. 잔뜩 나온다고는 못 하겠는데, 조금 나오지만 한 열 명쯤의 좋은 사람 몫을 합한 것 같은 좋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엘리너를 알아보고 살짝 뒤에 서 있다가, 조금 기다려서 옆자리로 옮겨 함께 걷는다. 그런 대목들이 굉장히 좋다. 세상에 이렇게 심성이 따뜻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좋아진다. 없었더라도 이런 소설을 읽으면 조금 별나 보였던 사람들을 보는 눈이 예전과는 좀 다를 거다. 


레이먼드가 빠르게 걸었고, 나는 새 부츠 때문에 그와 보조를 맞추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흘끗 쳐다보더니 걷는 속도를 늦춰 보폭을 맞추었고 나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런 작은 제스처 - 그의 어머니가 식사 후 차를 내올 때 내게 물어보지 않고도 내가 설탕을 넣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한 것, 로라가 미용실에서 내게 커피를 가져다줄 때 접시에 작은 비스킷 두 개를 올린 것 - 가 아주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런 단순한 일을 해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241쪽


5.


2020 탑픽5에서 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쉽게 읽힐 책이라면 주저없이 이 책을 먼저 추천하겠다. 가장 공감하기 쉬운 감정과 상황을 그리고 있으니까. 그리스의 한 섬에 휴양차 여행을 온, 아무 연고도 없던 관광객들이 우연히도 동시에 비극적인 해상 사고를 목격한다. 현재진행형으로. 그 사건은 그들에게 공통의 트라우마 비슷한 낙인을 찍고 그들을 한데 묶어버린다. 관광만 하고 떠나려던 섬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은 그들에게 정신적인 상처만 남긴 게 아니라 인생의 방향키를 크게 틀어버리는 역할을 하는데... 라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얼개이고, 사실 이야기의 전부라고 과장할 수도 있지만 구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을 촘촘히 메우는 이야기의 질감과 무늬가 사실 중요한 거니까. 

불행 앞에서의 사람들의 연대감이라든가, 사람은 누구든 자기 일만큼은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든가, 아무리 남의 조언이 중요해도 결국 결정은 본인이 하는 거라든가...일반적인 이야기들이 엄청 많이 들어가 있어서 공감하면서 읽기에 더없이 좋다. 쉽게 읽히면서 재미있고 그런데 팔랑팔랑하니 가볍지 않게 쓰고 예쁘게 마무리 매듭까지 잘 감추는 게 이 작가의 장점인 것 같다(고 하기엔 이 책밖에 읽어본 게 없어서 말하기 어렵...). 


2020년도 재미난 소설들과 - 유난히 소설을 많이 읽은 해였다 - 다이내믹하게 보낸, 감정적으로는 다이내믹했는데 실제 현실은 맨날 집순이... -. 올해는 사정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몰라도 역시 많은 이야기들을 읽고 쌓고 그리고 또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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