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
한스 크리스찬 폰 베이어 지음, 전대호 옮김 / 승산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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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물의 근원(arche, ἀρχή)은 '큐비트(qubit)'이다. 즉, 우주는 본질적으로 '정보(in-formation)'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는 근대과학적 '메커니즘'(기계론) 개념과 인문학적 '의미'(목적론) 개념의 중간에 위치한다. 정보를 통하여 물질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 실재적인 것과 관념적인 것은 이어진다. 형상계와 정신계를 구분하였던 사유가 허물어지고 통합되는 것이다.

 

 그 잠재적 폭발력을 생각할 때, 별점 열 개도 아깝지 않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책이다. 과학책 한 권을 꼽아 보라고 하면 이 책을 고를 것이다. 책 한 권을 골라 보라고 해도, 이 책을 후보 군에 놓고 고민할 것 같다.

 

 저자의 『Warmth Disperses and Time Passes: The History of Heat』 번역본은 절판되었다. 물론 위 책에도 관련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아쉬운 일이다. 온라인 중고샵에 정가의 5배를 넘는 67,500원에 한 권이 나와 있다. 아쉬우나마 일본인 물리학자가 쓴 옆의 책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절판되었지만 헌책방에 많이 나와 있다. 1979년 전파과학사에서 나왔던 책과 같은 책인데, 과거의 책이 더 전문적인 역자가 번역한 책인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인용한 다음 책들을 함께 볼 수 있을 것 같다. 슈뢰딩거의 『Nature and the Greeks and Science and Humanism』는 곧 번역되어야 할 것 같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이른바 '빨간 책'은 세 권짜리이다. 절판된 톰 지그프리트, 『우주, 또 하나의 컴퓨터(The Bit and the Pendulum)』는 중고샵 가격이 무려 15만 원이나 된다.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스티븐 와인버그의 책은 『과학전쟁에서 평화를 찾아(Facing Up)』 외에도 몇 권이 더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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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과학 - 생생한 판례들로 본 살아 있는 정의와 진리의 모험
실라 재서너프 지음, 박상준 옮김 / 동아시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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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좋은 책이다. 그러나 (많이 애쓰신 것 같긴 하지만) '미국책'을 번역한 티가 심하게 나고, 법률용어 번역이 부정확하다. 번역을 다듬고 해설을 붙여 다시 내고 싶은, 매우 아까운 책이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과학기술과 사회'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책들을 냈다. 번역되어야 할 책들이다. 두 권만 꼽자면 책에도 많이 인용된 『The Fifth Branch: Science Advisers as Policymakers』와 『Learning from Disaster: Risk Management After Bhopal』을 고르고 싶다. 『Handbook of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와 같은 책도 한국에 한 권쯤 출간되면 좋을 종류의 책이다. 『Dreamscapes of Modernity: Sociotechnical Imaginaries and the Fabrication of Power』는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김상현 교수가 공편자로 되어 있다.

 책에 나오는 참고문헌들 중에는 다음 책들에 관심이 갔다(단행본 한정). 피터 후버의 『Galileo's Revenge: Junk Science in ihe Courtroom』은 분량도 길지 않고, 번역되면 좋을 것 같다. 그에 따르면, 주변과학과 주류과학을 분별할 수 없는 법원의 무지와 무능력 때문에 쓰레기 과학(junk science)’, 사이비과학(pseudoscience)’이 걸러지지 않고 법정에 들어온다고 한다. 브루노 라투르의 책도 좋은 책이 많다. 『Law, Science, and Medicine』은 교과서다. Calabresi의 책은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후일을 위하여 언급하여 둔다. 앞서 게재한 적이 있는 Dorothy Nelkin의 『Dangerous Diagnostics』도 여러 번 인용되어 있는데, Sheila Jasanoff와 Dorothy Nelkin은 "Science, Technology, and the Limits of Judicial Competence", Science, Vol. 214 (1981)을 공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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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본 과학은 노벨상을 탔는가 살림지식총서 379
김범성 지음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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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은 1949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1907~1981)가 최초이다. 하지만 일본인은 이미 1901년, 즉 노벨상이 시상되던 첫 해부터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郞, 1854~1917)가 추천되는 등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었다[그러나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노벨상 위원회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여, 하인리히 코흐(Heinrich Hermann Robert Koch, 1843~1910, 190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문하에서 히데키와 혈청 요법에 관한 논문을 공저한 '이미 저명한 백인'인 베링(Emil Adolf von Behring, 1854~1917)에게 상이 돌아갔다]. 1907년부터 노벨상 위원회로부터 노벨상 추천 의뢰를 받았고, 노벨상에 다가가는 연구 성과를 꾸준히 냈다. 급기야 2002년에는 박사 학위가 없는 평범한 회사원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이제 일본인의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더 무서운 것은 노벨상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것만으로 일본 과학의 저력과 저변을 모두 대변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이 책은 비록 사회문화적 분석에까지 깊이 나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노벨상 수상을 가능하게 한 바탕에 자율적, 자립적, 수평적, 민주적 연구 문화가 자리잡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책에 나온 예화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

 

 1. 194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는 '러셀-아인슈타인 선언'(1955. 7. 9.)에 서명한 열한 명 중 한 명이다. 그는 1957년 '퍼그워시 회의'에 참석하였고(위 회의는 영국 과학자인 Joseph Rotblat과 함께 1995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 1962년 도모나가 신이치로(朝永振一郞, 1906~1979,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사카타 쇼이치(坂田昌一, 1911~1970) 등과 함께 핵무기 근절을 내세운 '교토 과학자 회의'를 조직하기도 하였다. 도모나가는 '원자력 이용 3원칙', 즉 민주, 자주, 공개의 원칙을 수립하는 데 힘썼다.

 

 2. 일본 화학회는 2001년 11월, 젊은 연구자를 장려하겠다며 새로이 상을 제정하였다. 그런데 수상자로 추천된 것은 이미 고인이 된 198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후쿠이 겐이치(福井謙一, 1918~1998)와 200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시라카와 히데키(白川英樹, 1936~)였다. 시라카와 히데키는 이러한 움직임이 노벨상의 권위에 기대어 일본 화학회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3. 일본 정부는 한때 '50년간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하여 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野依良治, 1938~)는 '노벨상을 획득하고자 하는 것은 경박한 행동이며, 이러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학문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인 3인 중 한 명인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 1940~)는 위 1. 사카타 쇼이치 연구실의 일원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 방법론으로 '변증법적 유물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고백하였다. 사카타 연구실은 1946년 '학문의 자유와 평등'을 내건 '물리학 교실 헌장'(역자는 이와 같이 번역하였으나, '나고야 대학교 물리학과 헌장'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링크 참조)을 제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위 헌장은 '연구의 주체는 교실 회의를 구성하는 연구원으로, 대학원생급 이상의 연구원은 모두 대등한 자격을 지닌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마스카와는 현재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노요리의 지적(위 3.)처럼, 노벨상은 연구의 과정에서 주면 받는 것이지, 따내는 것이 아니다. '노벨상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기획한다는 것은 연구활동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연구성과가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 의해 '노벨상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받을지를 예측한다는 것도 어렵다. 일본인 과학자들의 노벨상도, 그들의 30년 전, 50년 전 연구성과에 대한 것이었다. 노벨상은 연구가 이어지면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일 뿐,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다(이상 책 88-89면).

 

 역자의 다음 번역서들도 이 책의 연장선에서 '일본의 과학문화'를 들여다 보기 위하여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단, '이공계 기피현상'은 오늘날 극심한 취업난 속에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었다. 그 본질이 변하였는지는 의문이지만... (박진용, "'인구론을 아시나요' 취업 절벽에 한숨 짓는 문과생들, 서울신문 2016. 12. 12.자 기사; 안하늘 외, "문과생들, 취업 위해 공학 복수전공까지?", 아시아경제 2015. 3. 18.자 기사 등을 참조)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책들이 보인다. 정재승 교수의 책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2009년 우수과학도서로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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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8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이 전도유망한 과학자들을 발굴해내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시스템은 우리나라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몇 십년 안으로 노벨상 받는 학자들을 배출하겠다는 식으로 설레발치던데, 보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

2016-12-29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셀링 사이언스 - 언론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다루는가
도로시 넬킨 지음, 김명진 옮김 / 궁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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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저널리즘'의 이모저모를 전반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1987년에 이 책을 낸 저자는 2003년 69세를 일기로 작고하였다. 한국에서는 2010년에 책이 번역되었다. 과학도, 언론도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분야들이기에, 30년 전에 나온 이 책이 다소 생뚱맞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줄 수 있는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고,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번역을 결정한 역자와 출판사에 사의(謝意)를 표한다. 인고를 요하는 번역작업을 끈덕지게 밀어붙이고 있는 역자에게는 특히 더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어느 모로 보나 '과학사회학'은 독자층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은 장르이다). 힘에 부칠 수 있었을 텐데 각주까지 꼼꼼하게 번역해 주셨다. 후속 연구를 하고 싶은 분들께는 나쁘지 않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단, 이 책에 나온 참고 문헌들 역시 과거의 것들이다). 책 내용보다는 이상과 같은 의미를 고려하여 별 다섯 개를 부여한다.

 

 대중에 대한 과학 교육(?)은 주로 '언론'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로 인하여 우리의 삶은 이로운 방향으로든, 해로운 방향으로든 크게 영향받는다.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관료, 정치인들 역시 '대중들'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문과 출신인 그들은, 과학의 문외한들이고, 기업 등 이익집단의 로비와 여론(언론)의 영향을 받는다(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조. 박건형, "검증 안 된 '특허사업' 판친다", 서울신문 2008. 11. 21.자 기사).

 

 그래서 '과학 저널리즘'에 대한 담론과 성찰은 긴요하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를 다룬 책들이 많지 않고, 별로 읽히지도 않는다. 다음과 같은 책들이 눈에 띈다. 모두 언론학 전공자들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 외에도 과학사회학 분야에서 다양한 책을 냈다. 그 중 일부만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는『Workers at Risk: Voice from the Workplaces』에 관심이 간다. 아마존에도 리뷰는 거의 달려 있지 않다. 같은 역자가 한 권을 더 번역했다.

 끝으로, 역자의 포트폴리오를 소개한다. 공역·공저한 책까지 알라딘에서 22권이 검색된다. 일부를 추려 분류해 보았다(상세는 링크 클릭). 며칠 전에 게시한 『토마스 쿤과 과학전쟁』에도 역자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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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사기꾼 - 세계를 뒤흔든 과학 사기사건과 그 주인공들의 변명
하인리히 찬클 지음, 도복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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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절판


과학사에서 발생한 학문적 사기 사건들의 나열. 사례는 풍부하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자행된 부정직 사례를 다룬 『지식의 사기꾼』으로 이어지는 줄 모르고 이것만 사 읽었는데, 합본판으로 읽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2편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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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7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묵향 2016-12-28 07:22   좋아요 0 | URL
몸살이 나서 끙끙 앓고 있는 줄 어찌 아시고ㅎ cyrus 님도 건강한 연말연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