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민국은 군대다 - 여성학적 시각에서 본 평화. 군사주의. 남성성, 청년학술 56
권인숙 지음 / 청년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1) ‘여성학적 시각에서 본 평화, 군사주의, 남성성’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우리의 일상적인 인식과 실천에 깊이 내면화된 군사주의의 영향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군대와 징병제는 한국 사회의 모든 사람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주요한 고리라는 점에서, 그와 관련해 아버지, 어머니, 누나, 여동생, 애인, 친구, 아내, 남편, 대학 동기나 선후배, 성매매여성, 징집자, 징집거부자, 징집기피자, 징집면제자들이 개인적/집단적으로 축적한 경험의 의미를 분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의 젠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주요한 열쇠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젠더와 군사주의는 그 자체로 너무나 광범한 주제이기 때문에 이를 책 한 권으로 다루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다. 이 책 역시 그간 연구가 많지 않았던 주제에 대한 시론적(혹은 본격적) 문제제기로 볼 것이다.
2) 주제를 둘러싼 이모저모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다. 권인숙 교수님의 우직함이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하지만 뿌리 깊은 군사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여전히 막막하고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5장,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과 남성성’이 특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간 해당 주제에 대한 모종의 참조점이 필요하던 터였다. 이 글은, 군대에서 계급과 남성성이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성폭력이 어떻게 지배(위계질서 확립)와 남성성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되는지, 군대에서의 이러한 경험이 어떻게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대단히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다.
3) 무뎌지기 쉬운 공간... 적어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