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 뇌과학과 정신의학으로 치유하는 고장 난 마음의 문제들 서가명강 시리즈 21
권준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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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인간의 뇌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빵!하고 터져버린다. 스스로를 놓아버린다는 뜻. 쉬는 동안 잘 쓰담쓰담해주면 금세 활기를 찾아 가동성 있게 움직이고. 1만 시간의 법칙과 휴식의 중요성, 예술가의 뇌는 일반인의 뇌와 다르다는 점. 우울증의 무게차는 딱 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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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2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독까지 하셨다니 이 책이 달리 보이네요. 저의 뇌는 휴식을 너무 야무지게 잘 취한답니다. 그래서 조금 달려줘야 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오늘 말고. 내일은 설날이니까 패쓰. 목요일엔 어디 가야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5-01-28 09:25   좋아요 1 | URL
단발님은 언제나 달리시기 때문에 좀 쉬셔야 합니다. 달리기 하면서 쉬세요, 그래야 뇌가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
 
토니 모리슨의 말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생애 처음과 마지막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토니 모리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마음산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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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태도를 가늠해보기 딱 알맞은 때에 내게 온 책, 작가의 작품은 많이 읽지 못했으나 읽는 면면 영혼이 강풍에 휘날릴 적마다 어떤 확고한 태도를 지니라고, 그게 좋을 거라고 혼내지도 않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지 않고 넌지시 속삭임을 건네받았던 것도 같다. 오래도록 재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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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2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좋았어요. 무엇보다 이 분이 얼마나 강한 분이신지 느껴졌구요. 그렇게 단호하면서도 어쩜 이리 부드러우신지.
저도 재독 예약!

수이 2025-01-28 09:24   좋아요 1 | URL
단발님 닮았어요, 강한 부드러움, 부드러운 강함.

단발머리 2025-01-28 09:25   좋아요 1 | URL
진짜요? ㅋㅋㅋ🙂‍↔️🤩😘☺️😎

수이 2025-01-28 09:26   좋아요 1 | URL
네, 진심. 일단 우리는 뼈대가 굵고…… 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웃음 포인트다. 아 푸른 뱀 너무 예쁘다, 라고 폰케이스 보며 활짝 웃음을 짓던 사람을 갑자기 놀리고 싶어져서 그 푸른 뱀을 고른 안목이 누구 안목이겠니? 그 정도 안목이라면_ 말했더니 활짝 웃음을 짓다가 갑자기 뻣뻣해지더니 어쩐지 뱀에서 사악한 기운이 마구 풍겨져 나왔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미친듯 웃음이 나왔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찐웃음이 나와서 음식점이 떠나갈 정도로 웃었다. 하루키는 생각보다 재미나서 이틀이면 끝날 거 같다. 그래서 속도 조절을 위해서 하루키를 저 멀리 두고 사흘 동안 못다 읽은 책을 완독하기 위해서 거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 어떻게 할까나, 또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 딸기라떼를 흡입하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는 오래된 중년 부부가 말다툼을 하고 있다. 흐음. 프랑스어로 이 정도 레벨은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자괴감이 깊이, 한편으로. 불어로는 분명히 못 읽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루키 읽는 동안 하나 더 캐치, 위 문장 말고, 그러니까 이건 누구의 삶도 아니고 내 삶이라는 생각이 문득.










That‘s what schools are like. The most important thing we ever learn at school is the fact that the most important things can‘t be learned at school.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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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27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일 2페이퍼 격하게 환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빨리 읽으시네요. 한글도 슉슉 읽으시더니 영어도 빨리 읽으시는구나, 수이님은.
저는 하루에 8쪽이 최대인데 말이에요.

수이 2025-01-27 22:56   좋아요 1 | URL
제가 연애 안 하고 책 읽으면 제일 좋아하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1-27 23:12   좋아요 1 | URL
설마요 ㅋㅋㅋㅋ🤤🫨😯😍🤗

수이 2025-01-28 09:05   좋아요 1 | URL
설마요, 하면서 므흣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람, 연애해도 책 잘 읽을 수 있을걸, 다음에는 ㅋㅋㅋㅋㅋㅋ
 


















글쓰기를 가르치는 게 가능한가요? 라는 질문에 토니 언니 왈, 일부를 가르치는 건 가능하죠. 비전이나 재능은 불가해도, 허나 글쓰기를 '편안하게 느끼도록'. 여기에 밑줄 그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베프가 글쓰기 부탁을 한 적이 있다. 단칼에 거절했다. 그건 네 이름으로 나가야 하는 글이고 네 시선으로 네 생각이 들어야 하는 글인데 그걸 내가 쓰고 네 이름으로 나간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라고 화를 내지 않고 이야기했다. 글을 쓰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걸 내게 부탁하느냐 했을 때 내가 3시간 걸려 할 일을 너는 30분 만에 끝낼 수 있잖아, 라고 했다. 그건 내 재능이다. 그러면 선생님께 가서 이야기해. 내가 써줄게, 대신 내 이름으로 내. 나는 네가 아니다. 내 글은 나만의 것이고. 물론 지나고보니 너무 차가웠던가 싶지만 한 시간 넘게 징징거리며 부탁하니 어느 순간 짜증이 확 일었고 있는 그대로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이 있고난 후 베프라고 여겼던 그 친구는 나를 칼같이 끊었다. 솔직히 그런 생각을 가진 이를 내 베프라고 여겼던 나 스스로가 한심해서 절연에 대한 슬픔이나 고통 같은 건 느낄 수도 없었다. 모범생이요, 착하고 다정해서 많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친구였다. 하지만 그 친구와 절연한 순간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친구를 이용하기도 하는구나 그게 바로 인간이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문학과 선생님들과 대학교 시절 내 은사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쓰기를 편안하게 여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모조리 그들 덕분이었다. 네 혀는 네 열 손가락 끝에 달려 있구나, 라고 선생님은 코멘트를 달았다. 토니 모리슨을 읽다가 이 문장을 읽고 그렇지, 만일 선생님의 그 코멘트가 아니었더라면, 그 선생님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 수많은 내 선생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이게 내 한계라는 걸 물론 알고 있고. 공간은 널찍하고 난방기가 강하게 돌아가지 않아서 공기는 좀 썰렁한 편이다. 뜨거운 커피는 차가운 공기로 인해서 금방 식어버렸다. 글쓰기가 편안하게 느껴지면 좋은 생의 이점들은 무엇이 있을까. 뭐가 있으려나. 작년에 열심히 쓴 편지들을 읽어보았다. 완전 미친년이 따로 없었구나 알았다. 아침을 먹으면서 아이에게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그때 미쳤고 그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다 삭제할까 하다가 아니다, 그때 미쳤던 나도 나였다 싶어서 정말 이건 못보겠다 싶은 것들만 삭제했다. 메모를 하고 정리를 하고 그 안으로 어떤 것들을 쏟아부을 수 있을까 글쎄, 그건 가봐야 알 일이겠지. 요즘 들어 슬슬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았다. 집중력을 도둑맞았던 거로구먼, 라는 걸. 그 집중력을 너무 다른 곳으로 쏟아부어서. 그렇다고 해서 그 리비도를 다른 식의 활동에 쏟아부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 보면 결이 다른 리비도가 아닌가 싶기도. 그 리비도와 이 리비도에 경계가 있고 그걸 뒤섞을 생각이 나는 없다, 여전히 그러하고. 존경도 없고 폄하도 없다. 정도껏의 애정과 정도껏의 무관심일뿐. 내 안에는 특유의 스토이시즘이 있는데 이 뷰포인트가 나를 제3자로 만들어주는구나 알았다. 잘 쓰고 잘 읽는 이들은 깔렸다. 단순히 그 행위를 잘 한다고 해서 호기심이 일지도 않고 애정이 지속되지도 않는다. 글 잘 쓰는 친구 하나가 있는데 더 이상 그 친구에게 일절 애정이 가지 않는 걸 보고 또 알았다. 잣대를 어디에 두었는지 알겠더라. 베셀 작가가 되면 좀 다시 애정이 생기려나 싶기는 한데 베셀 작가가 되어도 애정은 일어나지 않을듯 하다. 친구였을 때는 너와 나의 결이 같다,는 말이나 그 애인이 제일 닮았다는 소리를 들려줬을 때 아 뭔가 기쁘군 했으나 친구가 아니라고 여겨진 순간부터는 너와 나는 다른 결이다, 비슷한 관계를 가졌다 해서 같은 종족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거리를 두는 나를 보고 또 알았고. 눈발이 날렸다가 멈췄다가 한다. 가치를 어디에 지니는지 알 거 같네. 깨끗하다고 여겨지는 면모와 더럽다고 여겨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것들. 업보라는 게 있다면 그걸 주관할 이는 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내 업보는 내가 알아서 한다. 그러니 제발 관심도 없는데 내 업보를 갖고 왈가왈부 하지 마. 한 녀석은 장자를 갖고 그렇게나 깨닫는 척을 하더니만 또 한 녀석은 붓다 말씀 연이어 계속. 아 머리 아파. 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나왔다. 딸아이가 같이 커피를 마실 나이가 되었다는 게 신기하긴 신기하군. 낯선 말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쓰지 못할 때의 답답함과 갑갑증을 얼마나 느껴야 하나. 언니 시나리오 작품 엎어졌다. 세상이 날 억까해, 라면서 5키로 빠졌다고. 술 마시지 말고 담배 태우지 말고 억까 한두 번 당하나, 우리 나이에, 밥 챙겨 먹어, 잠 잘 자고. 했다. 세상이 날 억까해, 이럴 때는 스토아주의로 나가는 게 제일 마음 편함. 문장을 직조할 때, 그 직조 과정을 배우는 게 나는 좋은 거로구나 그것도 이번 기회에 새삼 알았다. 문장의 구조를 알고 낯선 말을 익숙한 말로 바꾸고 익숙한 말이 낯선 음향으로 같은 의미를 지닐 때.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걸 창 밖으로 마주본다. 1년 전에는 눈도 좋았고 눈 설 그 글자도 좋아했다. 1년이 흘렀고 눈은 여전히 좋지만 눈 설 그 글자는 이제 싫어한다. 함께 사는 동안에는 스트레스를 매일 받아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헤어지고난 후 완벽한 타인의 자리에서 서로를 마주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이건 참 낯설면서도 신기한 경험이군. 거리감을 두고 서로를 완벽한 타인으로 대한다는 것. 인간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실패로 인해서 얼마나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미리 헤아린다고 해서 딱 그 헤아린 만큼의 고통을 당하는 것도 아니기에. 하지만 확실한 건 실패를 한 인간은 한 번 더, 그러니까 실패를 다시 맛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다. 어느 정도 내가 모럴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고 칠 때, 내 모럴의 기준은 이거라는 걸 올해 1월 알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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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27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수이님의 글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신 그 선생님들께 저도 감사드리고 싶어요.
눈이 펄펄 내리더라구요. 온 세상이 눈천지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5-01-27 19:54   좋아요 1 | URL
언니 오늘 겁나 춥죠? 간만에 한강 얼 거 같은 날씨.

단발머리 2025-01-27 19:57   좋아요 1 | URL
네, 많이 춥네요ㅋㅋㅋ 전 기모청바지에 기모티, 오리털 점퍼를 입어서 많이 춥지는 않았어요. 내일 춥다고 해요. 장갑도 끼자고요!🧤

수이 2025-01-27 20:13   좋아요 1 | URL
내복은? ㅋㅋㅋㅋㅋ
 




 
















토니 모리슨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아 이건 메모해놓자 싶어 마이크를 꺼내갖고 와서 가슴에 달았다. 훈이 사진을 찾아달라고 해서 비공개로 돌려놓은 기록을 하나씩 보다가 불과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무척 낯선 과거 자신의 모습들을 마주하면서 좀 놀라웠다. 그러다가 또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이 뭘까 곰곰.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뭐였고 그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뭐였던가 싶어서 더불어 그렇게 유약한 정신으로 마주하는 동안 더 뻔뻔해지고 더 과감해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흙을 파고들어 머리를 어둠 속에 놓고 있노라면 마치 난처한 상황이 저절로 사라져 얼추 시간이 흐르고난 후에 머리를 들어올리면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일상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고. 거기엔 모두 자신이 들어있는데 말이다. 왜 그걸 보지 못하는가 기이하기만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말 못하고 생각 못하는 바보로 아는 건 대체 또 뭔지. 그게 언제나 매번 신기하고 신기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딸아이 베프가 좋아하는 과자라며 친구 줬는데 엄마도 좋아할 거 같아서 하나 더 샀어 하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 내게 내밀었다. 밤이 늦어 커피 말고 우유를 조금 유리잔에 따르고 포장을 뜯어 한입 크게 베어무니 역시 맛났다. 18년 전으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어. 어떻게 할래? 막둥이도 진이도 (정이는 그런 질문 한 적 없다) 그런 질문을 한 적 있다. 심지어 내 딸아이조차. 같은 선택을 하면 또 같은 인생길을 똑같이 반복하는 거고? 물어보니 막둥이도 진이도 크게 고개를 끄덕끄덕. 18년 전으로 돌아가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하고 같은 결정을 하게 될 거다. 어제 영화를 보고 광화문 사거리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태우는 한켠 공간에서 담배를 물면서 갑자기 그 질문이 또 떠올랐다. 한치 흔들림도 없이 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 걸 안다. 내 환상이 내 현실로 이루어졌으니.







모이어스 폴 디는 세서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당신의 사랑은 너무 진하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이런 것인가요?

모리슨 너무 진하다, 맞아요. 아주 과도한 수준에 이를 수도 있어요.

모이어스 사랑이 너무 진해졌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모리슨 잘 몰라요. 정말이지, 잘 몰라요. 그게 심각한 문제예요. 우린 멈출 줄을 몰라요. 베이비 석스도 이렇게 묻지요. "넘칠 때는 언제이고 부족할 때는 언제인가?" 이것이 인간의 마음과 영혼의 문제예요. 하지만 시도해봐야 해요. 시도해봐야 합니다. 해야 돼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빈곤해집니다. 마음이 빈곤해져요. 사랑이 없이 산다는 것은 재미도 없고 위험도 없어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삶이죠. 사랑은 살고 싶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삶을 당당한 것, 당당한 사건으로 만들어줍니다.

모이어스 그렇지만 선생님의 소설 속 사랑 이야기를 읽어보면 세상이 사랑을 파멸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 세상 때문에 파멸의 운명을 맞게 되는 일 말이죠.

리슨 저는 이야기 속의 인물들을 벼랑 끝에 세워놓으니까요. 낭떠러지에 가능한 한 가깝게 몰아갑니다. 어떤 재질의 인물들인지 보려는 거죠.

모이어스 [가장 푸른 눈]의 피콜라 브리드러브는 현대문학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 푸른 눈을 원하는 소녀 말이죠. 소녀를 학대하는 사람은......

모리슨 전부 다죠.

모이어스 부모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미움받는 못생기고 촌스러운 외톨이. 그리고 마침내 광기에 빠집니다. 하지만 저는, 그 소설을 읽은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소녀를 기억합니다.

모리슨 아이는 이른바 주인 서사master narrative에 완전히 굴복한 거죠.

모이어스 어떤 서사요?

모리슨 주인 서사요. 어떤 것이 추한 것, 무가치한 것인지 혐오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생각 말입니다. 아이는 그 생각을 가족으로부터, 학교에서, 영화에서, 온갖 데서 받아들였습니다.

모이어스 주인 서사가 뭔가요? 인생이라는 것입니까?

모리슨 백인 남성의 인생입니다. 주인 서사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는 사상적 각본입니다. 주인의 이야기, 역사입니다. 특정한 관점을 갖고 있지요. 크리스마스선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물건이 작고 하얀 인형이라고 생각하는 소녀들이 있다면 바로 주인 서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고 넌 그렇지 않다." 그래서 피콜라는 거기 굴복해버립니다. 이야기의 화자를 비롯한 소녀들은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는데 약간 반항심이 있고 좀 당돌한 아이들이죠. 어떤 어른도 믿지 않아요. 피콜라는 가진 게 너무 없어요. 가진 게 전혀 없고 필요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완벽한 피해자가 됩니다. 철저한 연민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 피콜라가 공동체나 사회로 돌아올 방법은 없어요. 학대를 당한 아이로서 피콜라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상 속으로, 광기 속으로 도피하는 것이에요. 우리 정신은 언제나 그런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거든요. 우리 스스로 상상해버려요. (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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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26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물어봐 주세요. 18년 전이라면....
저도 같은 선택, 과거 저의 18년 전과 같은 선택을 했을 거 같아요. 저는, 그랬을 거 같아요.

토니 모리슨 다 읽었는데... 그냥 들고만 다닐까.... 너무 예뻐요.
손톱에 관심 크게 없는데, 수이님따라 나도 하고 싶어요. 토니 언니랑 깔맞춤으로 ㅋㅋㅋ

수이 2025-01-26 19:36   좋아요 1 | URL
언니, 18년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우리는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또 똑같이 절망을 하면서 또 똑같이 기뻐 날뛰어서 어쩔 줄 몰라 하겠죠. 제 쌍둥이영혼이 언젠가 그런 말을 초여름날 했습니다. 손톱 안 하는 여자들은 너랑 나밖에 없어, 라고. 저는 이제 손톱 하는 여자 무리로 ㅋㅋㅋㅋ 아 근데 진이가 언니 네일 하면 손톱 망가지고 암 생겨, 그러니까 그 쥐 잡아먹을듯한 그 색깔까지만 하고 더 이상 하지 마, 라고. 그래서 2개월에 한 번만 하면 안돼? 했더니 단호하게 안돼! 해서 저 3월은 쉬고 4월에 핑크로 하려구요. 그리고 1년 네일 쉬어요. 토니 모리슨 말 너무 좋아서 2025년에 토니 모리슨 소설 다 읽으려고, 간만에 문장 읽으며 황홀경 느낌. 메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