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하기 싫어서 왓 이즈 섹스를 좀 읽다가 또 딴 짓을 하다가 숙제하기 전에 메모한다.
일기를 써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싫은데요, 라고 말했다가 하라면 좀 해, 라고 해서 아 네 선생님, 급수그렸다. 선생님, 한국어로 일기 쓰는 것도 벅찬데요, 했더니 그럼 한국어로 쓰지 말고 더 벅차게 써봐 라고 그래서 흡, 했다.
같이 수업을 듣는 멤버 중에 정치외교학과 학생이 있었다. 설마 알겠나 싶어서 *** 교수 알아요? 하니 아 네! 제 친구가 광팬이예요, 전 교수님 강의는 못 들었어요, 해서 아 네, 하고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제 친구에게 말했더니 *** 교수님에게 사랑한다고 자기 롤모델이라고 여신이라고 전해주실 수 있냐고 톡 왔어요 해서 하하 네 전해드릴게요, 했다. *** 교수에게 연락을 해서 *** 학생 아나? 물어보니 아 얼굴 기억 나, 수업 태도 좋고 좀 똘똘해, 인사도 잘 하고, 해서 너보고 여신님이란다 했더니 급조증이 와서 아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더니만 좋았던지 게시글로 올렸더라. 밥 사준다고 전해줘 했더니 졸업해도? 둘이 그러고 또 ㅋㅋㅋㅋㅋ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 때때로 우리가 나누는 것들
대형전광판에서 공익광고를 하는데 그걸 보다가 광화문 사거리에서 폭소하고 말았다. 그 체제와 제도를 견고하기 위해서 국가가 얼마나 애쓰는지, 얼마나 그걸 사람들 머릿속에 주입시키려고 하는지 내내 가능하다면 24시간 내내 가능하다면 365일 내내 가능하다면 10년 20년 30년을 통틀어 인간사 백년, 그렇게 만들고자 애쓰는 걸 알고 있다. 폭소는 물론 비웃음이었다, 가능하면 다이렉트로.
이틀 전에 피티 받고 지옥 아니라고 한 사람 손 들어요, 맞읍시다, 찰싹. 미친듯 헉헉댔더니 술담배 금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안돼! 소리를 빽 질렀더니 그럼 보름에 한 번씩만 와인 한 잔, 담배 한 대, 해서 일단 오케이 했다. 소주랑 맥주랑 담배랑 어제 다 했는데 했더니 몸 만든다는 사람이 몸에 안 좋은 것들은 다 하셨군요 혼났다. 주 이틀 쉬고 주 5일 두 시간씩? 하면 했더니 탄수화물단백질수분 제대로만 챙겨주면서 하면 100일? 그래서 100일만에 일단 콜, 했더니 죽여달라고 하실지도, 원하는 몸까지는 힘들고 근육 얼추 몸에 붙어서 라인은 살아나지 않겠는가 해서 그럼 라인 만드는데 100일 해서 오케이 싸인을 보내고 맨몸필라테스 바로 해도 죽지 않을까 물었더니 죽지 않는다 오늘 가볍게 하지 않았냐 그러니 가서 가볍게 무리하지 말고 다치지 않는 선에서 하라 해서 10분 쉬고 바로 들어가서 50분 풀로 채우고 머리카락 땀범벅에 속옷까지 젖어 헉헉댔더니만 뼈다귀만 있어서 더 힘들어하는 거다 선생님한테 체력이 바닥이네 한소리 듣고 주3회 수업 빠지지 마라 해서 피티 선생님이랑 스케줄 잡아봐야 하는데요 그 소리가 안 나와서 바닥에 뻗어서 헉헉댔다. 유산소 운동 매일 20분 하라고 해서 아니 점장님이 유산소 하지 말라고 했는데요 했더니 점장님에게서 피티 받는 거 아니니 내 말을 따르라 해서 그러기로. 지구력 키우는 게 관건인데 이야기를 하고 공부랑 똑같은 거네? 했더니 운동도 몸 만드는 것도 공부랑 똑같죠 해서 저는 공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했더니 공부 좋아하지 않으니 운동하면서 지구력 키우자 해서 눈동자 굴렸다. 물 마시면서 선생님 나 저거 언제 들어요? 하고 역기를 가리키니 수연님 욕심이 어마무시하시구나 하더니 저건 다음주에 합시다 했다. 하체 운동만 오늘 미친듯 했다.
머리카락이 땀으로 젖어서 거지 같아 너무 웃겨서 거울 너머로 셀카 찍고 샤워하고 열탕 안에 들어갔다가 냉탕 안에 들어갔다가 다시 열탕 안으로 들어가니 그제서야 몸이 노곤거리기 시작했다. 건식사우나 들어가려고 봤더니 아지매들이 그득해서 빈 자리 하나도 없어서 대기타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머리 말렸다. 안 죽고 살았네?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든 생각은 일단 그것. 단골 커피집에 직장인들 대기줄 어마무시 늘어선 거 보고 고개 도리도리, 다른 곳 가서 커피 한잔 하고 한 보헤미안 인텔리겐차 이야기 리뷰 하나 읽고 셀피 찍고 이제 숙제해야지.
에이드리언 리치 문장 하나 심장에서 떠올랐다. 요가만 하던 시절이, 걷기만 하던 시절이 좋았구만, 느낀다. 평화로웠다. 겁나 무서웠던 오늘 여선생님 왈, 아무것도 안 하고 소파 위에 달라붙어 있다가 걷고 요가하면 그게 운동인 줄 아는 거고 그 이상 라인을 잡아놓으면 그게 운동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는 거고 라고 바닥에서 헉헉거리면서 거칠게 호흡하는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체력이 안 되는 거라고 변명하지 마, 그냥 멘탈이 겨우 그 정도인 거니까, 라고 내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속으로 이를 갈고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하고 수업 끝나고난 후에도 다른 이들은 다 가뿐하게 움직이는데 나 혼자 계속 헉헉대며 대자로 뻗어있으니 선생님 오셔서 출석부에 내 이름 적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해요, 수연님, 이라고. 선생님의 선명한 복근에 감탄을 하고 복근 따위 만들겠다고 한 내가 미친년이다 속으로 말했다. 라떼 마시고 노래 하나 듣고 눈빛 다시 순해져서 다시 숙제로. 내일은 민이 데리고 운동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