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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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코스트너의 걸작(?)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주요부문의 상을 휩쓸고 있을 때, 빌딩 밖에는 인디언들이 모여서 반대시위를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뉴스의 기사내용이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에서야 조금씩 깨닫게 된다. 백인주인공이 착한 인디언들 편에 서서 나쁜 인디언들을 물리치는데, 그 착한 인디언과 나쁜 인디언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이었나?하는 의문도 생긴다.

얼마 전에 읽었던 현각스님의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1권의 전반부에서도 인디언의 멸망에 관해 토론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의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밖히셨듯이 미국이라는 국가도 인디언의 멸망이라는 '원죄'의 위에서 성립된 국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그에 관한 심도깊은 사상적 배경이나 역사적인 의의 등을 논하기 이전에, 백인들에 의한 인디언 멸망이 얼마나 참혹하고, 잔인했었는지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참담한 심정이었다. 눈물이 난다기 보다는 분통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수백년 전에는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으나 지금은 소수민족으로 전락해버린 인디언들은 그때의 비극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반세기 전의 가혹했던 일제시대를 너무 빨리 잊어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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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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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들이 몇몇 있다.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듯한 글이 매혹적인 전여옥씨의 저서들은 통쾌하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현재 이 땅에 살고있는 여성들의 처지와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서 무책임하게 테러리스트가 되라고, 느끼고 탐험해보라고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각종 전문가들이라는 지식인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장 아쉬운 점들 중의 하나가 그런 것들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 땅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는 독자들이 느끼는 현실과의 어긋남, 허황된 공상 따위들 말이다.

이주향씨도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에서 실제 가정에서는 거의 있을 법하지 않은 극단적인 부부관계를 설정해놓고는 남녀차별, 불평등을 토로한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남성들이 진지한 페미니스트들의 온건하고 정당한 주장마저도 좀 배운 여자들의 잔소리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오숙희씨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를 읽었을 때의 충격이란... 돈과 일에 관한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한 충격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세이노 칼럼'을 읽었을 때의 감탄과 비슷하다. 허황되고 무책임한 충동질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이면서도 매우 유용한 이야기들이었다.

여성인 저자가 여성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이 정도 수준의 글을 쓸 수가 있구나!하는 남성중심적인 입장의 감탄이 들기도 한다.

솔직하게 돈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오숙희씨가 그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들, 폼나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으라는 것등 전체적으로 '세이노 칼럼'의 주제들과 공통되는 점이 많다. 돈과 일에 관한 교훈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되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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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 - 내 안의 나를 바꾸기
양창순 지음 / 현대문학북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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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저 가벼운 읽을거리에 지나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일씨가 심리학과 정신의학에 관한 유익하면서도 꽤 재미있는 여러 에세이를 출간한 뒤,우후죽순으로 정신과 전문의들이 책을 써내고 있다. 물론 이 책이 그러한 시류에 편승하기 위해서 쓴 책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책값이 약간 아까울 정도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들 뿐이다.

김정일 이후에 출간된 비슷비슷한 주제와 소재의 책들 중에서 가장 유익했다고 생각되는 저서는 김형섭씨의 '자신있게 살고 싶다면 실패의 기억부터 지워버려라'라는 책이다. 이 책이 수많은 정신과전문의들의 저서들 중에서 가장 감명깊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가장 실망스러운 이유는 '내 안의 나를 바꾸기'라는 부제와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라는 거창하면서도 심오하고 의미심장한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내용 때문이다. 난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김형섭씨의 저서처럼 진지하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깊이있는 내용을 담은 책이길 기대했다. 원제목과 부제목은 독자들로 하여금 당연히 그러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저자 자신의 신변이야기, 살아온 인생담과 대중문화등을 통해서 맛보는 정신의학의 단편들 정도이다. 나름대로 재미있게 썼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실망한 허접스러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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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1 - 사도의 습격
GAINAX 지음, 사다모토 요시유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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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최근들어서 시들해지고 잊혀져버린 에바의 인기를 생각할 때, 그리고 반면에 건담시리즈는 그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립하면서 계속 확대재생산을 해나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볼 때, 많은 사람들이 패로디와 오마쥬로 이루어진 에바의 세계는 불완전한데다가 영속적이지도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때는 건담의 인기를 넘어서 새로운 세대의 애니를 대표한다고 평가받았었지만 당시의 강렬하면서도 폭풍과도 같았던 인기와 관심이 불과 몇 년만에 사그러든 지금의 처지를 생각할 때, 정말 허무함을 감출 수가 없는 심정이다. 에바에 그리도 신선한 독창성이 없었단 말인가? 정말 다른 사람들의 말대로 패로디와 오마쥬로 치장한 겉만 번드르르 한 작품이었던가?

어쨌든간에 한동안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던 그 강렬했던 추억만으로도 최고의 애니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역시 애니메이션이었을 때 진정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밋밋한 흑백그림에 활자로 새겨진 대사들만으로는 주인공들의 비장미 넘치는 대사들을 제대로 음미할 수도 없을 뿐더러, 살아 움직이는듯했던 에바의 힘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처음 애니를 통해서 에바를 접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이제는 너무도 무뎌져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에바가 소개되었을 때 어떤 관계자가 에바의 메카닉을 보고는 악당로봇이 참 멋지게 생겼군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지금까지의 애니와는 무언가 다른 신선하고도 비장함이 넘치는, 획기적인 걸작이었다.

하지만 역시 에바는 애니였을 때가 가장 좋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실망스럽다고는 하더라도 원작애니가 워낙 출중한 작품이라 기본 이상은 된다. 강력하게는 아니지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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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캘린더 - 2002년도 탁상용
문학수첩리틀북스 / 문학수첩 리틀북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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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시리즈나 '스누피'시리즈 처럼 '해리 포터'도 결국은 한 시대를 풍미한 뒤에 결국은 그 시대를 대표하고야 마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될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1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부터 가장 최근에 출간된 4권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이면서도 고른 분포의 인기를 누려오면서 각종 관련 서적과 장난감들, 아기자기고 귀여운 팬시상품들, 결국에는 다음 순서로 당연한 절차인 영화화에 이르까지 그 영향력과 인기의 범위를 끊임없이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변이 없는한 이러한 대단한 인기는 완결편인 7권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해리 포터 캘린더'도 수많은 관련상품들 중의 하나인데, 나름대로 부실하지 않고 꼼꼼하면서도 귀엽게, 한마디로 '해리포터'의 주독자층인 아이들이 딱 좋아할 정도로 잘 만든 제품이다. 비록 처음엔 신기해하면서 관심을 갖고 이리저리 들춰보다가, 두어달만 지나면 책상 한구석에서 잊혀진듯 조용히 남은 1년을 처박혀있어야 할 운명일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램이 있었다면 영화의 주인공들을 주제로 했더라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싶다. 약간은 어벙해보이는듯한 소설 삽화의 주인공들보다는 똘망똘망 귀여운 꼬마들인 영화의 주인공들 말이다. 다른 여러 독자들도 비슷한 생각인 걸 보니, 개인적인 취향만은 아닌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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