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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들이 몇몇 있다.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듯한 글이 매혹적인 전여옥씨의 저서들은 통쾌하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현재 이 땅에 살고있는 여성들의 처지와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서 무책임하게 테러리스트가 되라고, 느끼고 탐험해보라고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각종 전문가들이라는 지식인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장 아쉬운 점들 중의 하나가 그런 것들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 땅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는 독자들이 느끼는 현실과의 어긋남, 허황된 공상 따위들 말이다.
이주향씨도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에서 실제 가정에서는 거의 있을 법하지 않은 극단적인 부부관계를 설정해놓고는 남녀차별, 불평등을 토로한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남성들이 진지한 페미니스트들의 온건하고 정당한 주장마저도 좀 배운 여자들의 잔소리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오숙희씨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를 읽었을 때의 충격이란... 돈과 일에 관한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한 충격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세이노 칼럼'을 읽었을 때의 감탄과 비슷하다. 허황되고 무책임한 충동질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이면서도 매우 유용한 이야기들이었다.
여성인 저자가 여성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이 정도 수준의 글을 쓸 수가 있구나!하는 남성중심적인 입장의 감탄이 들기도 한다.
솔직하게 돈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오숙희씨가 그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들, 폼나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으라는 것등 전체적으로 '세이노 칼럼'의 주제들과 공통되는 점이 많다. 돈과 일에 관한 교훈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되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