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 현민시스템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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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은 대표적인 흥행작가이다. '쥬라기 공원', '잃어버린 세계', '타임라인'등 수많은 걸작들을 써낸 작가답게 그가 대학원시절에 학비를 벌기 위해서 집필했다는 '긴급한 때에는'(원제: 'A Case in Need') 과학적 상상력이나 최신 하이테크가 등장하지 않는 의학스릴러임에도 불구하도 커다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뻔하지만 민감한 주제인 낙태를 소재로 해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다.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었고 이 책을 두 권이나 구입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와 '낙태'라는 제목으로 말이다.(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똑같은 책을 사모으는 취미가 아니다.)

이러한 후진적인 출판계의 만행(?!)은 시드니 셀던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처럼 유명작가의 경우에는 늘 있어온 일이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짜증을 넘어 화가 치민다. 서점에 가보면 도대체 몇 종류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제목으로 각각의 출판사를 통해서 나와있고, 알라딘을 둘러봐도 이런 오래된 작품들의 경우에는 원문제목을 표기하는 일을 가끔 소홀히 한다.

어쨌든 오프라인서점들과 출판사들이 원하는대로 제한적인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다. 과연 그들이 신나게 떠들던대로 진정으로 독자를 생각하는 출판문화가 확립될 것인지, 양서를 마음껏 공급할 것인지는 앞으로 독자들이 지켜봐야 할 일이다. 솔직히 무슨 기대를 하겠느냐마는 말이다. 온라인서점의 대규모할인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따위의 제목바꾸기 짓거리나 해대던 집단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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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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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상속녀와 유산, 그와 결혼한 야심만만한 매력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의외인 점은 이런 통속적인 스토리에서 꼭 등장할 법한 남자에 대한 시기와 비난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평범한 소설이라면 주변의 인물들이 '처녀의 유산이 목적이 아니냐!?'는 식으로 한마디씩 했을텐데 말이다.

<끝없는 밤>은 정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둘의 만남과 결혼, 사랑이야기만 계속된다. 마치 부유한 재산과 상류층의 암투,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드니 셀던의 작품들처럼 말이다. 시드니 셀던의 화려함과 박진감, 적나라한 재미는 느낄 수 없지만 그런대로 무난히 읽어내려갈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역시, 고작 수십페이지를 남겨두고서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진다는 점이 너무 미진한데다가 크리스티의 후기작품답게 지루한 배경, 심리묘사가 등장하는 점도 불만이다. 사건이 터지고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해결해나가는 간결한 재미의 초기작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매우 못마땅한 작품이다.

제목 또한 유별나게 의미심장하다. <ABC살인사건>, <예고살인>처럼 이야기의 핵심을 간단하게 요약해주는 제목이 아니라 '끝없는 밤'이라는 범인의 심리와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끝없는 밤>은 취향에 따라서 선호하는 독자의 부류가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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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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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역자후기를 읽어보면 <예고 살인>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첫째, 둘째를 다투는 걸작이라고 한다.(개인적으로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크리스티의 최대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명백한 과장이다. 역자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번역할 때마다 꼭 '최고의 작품'이라는 식의 표현을 덧붙이기 때문이다. 그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쥐덫>등 참으로 많기도 하다. 하긴 그만큼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고르게 뛰어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예고 살인>을 평가하자면 나름대로 재미있고 뛰어난 작품이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최고의 반열에는 들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시작은 기가 막히다. 조그만 동네의 신문에 살인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게임으로 생각했던 동네사람들이 모여들고... 예고된 시간에 살인이 일어나는데, 죽는 것은 갑자기 침입했던 괴한 자신이다. 경찰은 초반에 외부인의 범행을 추리하기도 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성향으로 볼 때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작품의 시작부터 다양하고 개성있는 등장인물(마을사람들)을 자세하게 소개해놓고, 그들이 모인 자리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외부인의 소행이라니 말이다. 마지막의 범인이 역시나 의외이긴 하지만, 가장 범인이 아닐 것같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크리스티식 공식에는 충실한 편이다. <예고 살인>은 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결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 중 1,2위를 다투는 걸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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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 단맛 감칠맛이 영업안에 있더라
권종숙 지음 / 한비미디어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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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 단맛 감칠맛이 영업안에 있더라>. 가벼운 제목과 공허한 내용의 일본책들과는 달리 진한 무게감이 전해지는 도서이다. 저자소개에 나와있는 사진 속의 주인공인 권종숙씨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듯한, 주름살 많은 옆집아저씨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영업경험과 노하우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33년의 세월동안 한분야에서 전력투구해온 저자의 프로근성과 영업관이 잘 나와있는 책이다. 책 자체의 완성도는 딱히 뛰어나다거나 감명깊은 수준이 아니다. 두페이지분량의 짤막한 내용들이 조금 미진하기도 하고, 간혹 상식정도도 못되는 뻔한 내용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의 단점들만으로 전체적인 내용의 가치를 평가절하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쓴맛 단맛 감칠맛이 영업안에 있더라>에는 저자가 경험으로부터 배운 소중한 교훈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삼성타워라는 업체의 간판만 보고 경쟁그룹(제일제당)이 운영하는 곳일 거라고 미리 짐작해버린 것같은 어이없는 실수가 소개되기도 하고, 부도를 예방하는 것도 영업이라고, 폭넓게 사고하는 방식을 강조하기도 한다. 평소에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 차근차근 일하는 것의 중요성같은 뻔한 내용도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접목하여 설명함으로서 그 무게감을 달리한다. 굳이 영업을 지망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읽고나서 나름대로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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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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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의 비극'이라는 제목에서 연극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는 연상을 할 수 있겠지만, 연극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이다. 그리고 살인사건들이 마치 연극무대위의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3막의 비극'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통념적이고 상식적인 사건의 진행방식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떠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다음에 비슷한(또는 똑같은) 방식으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면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첫번째 살인사건이 중심사건이고 두번째의 범행은 첫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이거나 부수적인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3막의 비극'에서는 그러한 점이 오히려 독자를 향한 도전으로 제시된다.

오프닝의 파티에서 잠깐 소개된 포와로는 사건이 한참동안이나 진행되도록 나오지 않는다는 점, 어설픈 주인공들이 깔끔하지 못하게 이리저리 사건을 쑤시고 다니면서 추리를 전개하는 점(그러한 이야기가 진행되는동안 얼마나 포와로를 그리워했는지.)이 다소 아쉽고 불만스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트릭과 치밀한 전개를 보여주는 '3막의 비극'은 크리스티의 걸작 중의 한편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부분에서 포와로가 내뱉는 위트 넘치는 말은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개인적으로는 애거서 크리스티 최고의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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