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폭스
시드니 셀던 지음 / 보람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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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드니 셀던이 워낙 인기가 있던 시절, 그의 작품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은 시드니 셀던이 쓴 각본이나 희곡을 평역한 작품들이었다. 그런 식의 이야기들은 여러 면에서 허술하고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누군가 시드니 셀던의 작품을 한번 읽고 그 이야기를 다시 옮겨 쓴 것처럼 맥이 빠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레드폭스'라는 작품도 아마 그런 평역작이었던 것 같다. 성인용 소설이라는 표시를 따로 표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새빨간 표지와 조악한 인쇄품질, 엉성한 구성상태 등으로 볼 때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성인들의 은밀한 상상력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통속소설이다. 냉전이 한참이던 시절 러시아정부에서는 우연히 미국 영부인과 똑같이 생긴 여배우를 발견하고 바꿔칠 생각을 한다. 제목의 '레드 폭스'는 그녀의 암호명이다. 머리를 염색하고, 맹장수술을 하고 발음을 익히는 것은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성생활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시드니 셀던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흥미진진하고 적나라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 학생들이 읽기에는 야하기도 하고 말이다.

마지막에는 멋드러진 반전과 의미심장한 결말이 있다. 시드니 셀던은 진정 '재미'를 아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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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퍼디션 - 아웃케이스 없음
샘 멘데스 감독, 톰 행크스 (Tom Hanks)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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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에 이르는 길'이라는 뜻의 제목부터 심상치않은 대작이다. 감독은 갱스터영화의 껍데기를 빌어서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말을 했다.

젊었을 때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사라진, 중후하게 늙은 폴 뉴먼과 코미디언출신이면서 연기파배우로 우뚝 선 톰 행크스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다만 앞머리를 뽑아버렸다는 주드 로의 기괴한 모습이 너무 아쉽다. 솔직히 영화에서 그리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지도 못했는데 꽃미남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그 정도까지 노력을 해야했는지 말이다.

범죄조직의 보스와 부하의 관계이면서 아버지와 아들같았던 보스와 설리번은 보스의 어리석은 친아들 때문에 함께 파멸에 이르게 된다. 그 와중에 더욱 돈독해지는 설리번과 그의 아들 마이클의 애정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대부'와 같은 웅장한 위압감이나 '좋은 친구들'같은 지독한 현실감같은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작품이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 드러나는 부자간의 사랑과 아버지의 헌신적인 희생같은 것들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중에 가장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매우 차분한 분위기의 작품인데, 빗속에서 보스의 부하들고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차분하면서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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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 늘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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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 이탈리아 이민계의 이야기, 범죄조직에 관한 이야기 등 받아들이는 독자의 입장에 따라서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역작이다.

처음 프란시스 F 코폴라의 영화로 이 작품을 접했을 때 완벽한 서사성과 줄거리에 큰 감명을 받았었다. 하지만 원작을 읽고 나니 그 '완벽함'의 많은 부분이 원작자으로부터 빚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족과 조직의 이야기,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한편의 작품 속에 아우르는 영화감독의 솜씨도 대단하다. 하지만 단지 돈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대부'를 쓰게 됐다는 마리오 푸조의 사연이 더 소설처럼 느껴진다.

비토 꼴레오네('코를레오네'보다 훨씬 어감이 좋다)와 마이클 꼴레오네... 그밖의 형제들과 누이, 어머니, 가족과 적들... 우리나라의 '토지'와 비교한다면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판 '토지', 현대판 '뿌리'로 기억하고 싶은 작품이다.

많은 독자들이 영화 '대부'보다는 소설 쪽에 무게를 두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쪽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서사성과 치밀함은 소설 쪽이 훨씬 낫지만 원작에서는 살아움직이는 주인공들의 고뇌와 증오, 애증같은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아마 독자로서의 상상력이 부족히기 때문이겠지만)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중후한 카리스마의 마론 브란도, 흔들리는 눈빛의 카리스마 알 파치노.

마지막 책장을 덮었지만, 이 두 명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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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 [할인행사]
오우삼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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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아놀드 슈워츠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이라는 두 액션스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SF영화의 각본으로 씌어진 이야기라고 한다. 제임스 카메론('터미네이터', '타이타닉')이나 레니 할린('클리프 행어', '롱키스 굿나잇') 수준의 감독이 감독을 맡아서 그런 영화를 찍었다면, 뭐,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SF영화가 한편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두 남자의 정체성과 대결, 맞수간에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정신적 유대감 등을 표현하는데는 홍콩시절 '영웅본색'과 '첩혈쌍웅' 등을 연출한 오우삼 감독이 제격이었다. 오우삼 감독은 니콜라스 케이지, 존 트라볼타 등을 비롯한 멋진 배우들과 함께 한편의 오페라와도 같은 우아하고 담백한 액션걸작을 탄생시켰다.

말 그대로 '우아함'을 느낄 수 있는 두 주인공의 몸가짐과 서로의 역할을 바꿨을 때의 연기 등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멋있다. 마치 주윤발, 장국영, 이수현같은 8~90년대의 홍콩배우들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마지막의 하이라이트인 장례식장의 대결과 보트추격씬이 아니라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저택에서의 총격전이다. '오즈의 마법사' 주제곡인 'Over the Rainbow'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총격전은 '액션미학'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게 한다.

DVD라서 화질도 좋고 사운드도 좋았지만 아쉬운 점은 별다른 supplement가 없다는 점과 할인행사 품목이라면서도 가격이 그리 싸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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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없는붕어빵 2004-06-1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둘의 연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감탄의 감탄을 하며 봤었던 기억이나네요..
그 인상이 지워지지가 않아 하나 소장하려고 와보니 마침 세일을 하니..넘 기분좋네요..이 영화를 두세번정도 봤었는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넘 좋았던것 같습니다..글 잘 읽었습니다..^ㅅ^

sayonara 2004-06-1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영웅본색'과 함께 오우삼 감독의 최고작이 아닌가 합니다.
만약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라볼타의 역할이 뒤바뀌었다면 또 다른 분위기의 걸작이 나왔을텐데 말입니다.
 
업 클로즈 앤 퍼스널 SE [dts] - [할인행사]
존 애브넛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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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라는 뜻의 '업 클로즈 앤 퍼스널'(Up Close & Personal)의 로맨스적인 재미는 전적으로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풋내기 커리어우먼이 냉혹한 사회에 데뷔해서 좌충우돌하지만 자신을 이끌어주는 멋진 남자를 만나 티격태격 하다가 결국은 사랑으로 맺어진다는 줄거리는 케케묵은 옛날방식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건방지거나 멋지게 보이지 않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차분한 연기도 멋있었고,(솔직히 '위대한 개츠비'나 '은밀한 유혹' 등에 나오던 레드포드의 연기는 너무 뺀질뺀질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생길 정도였다. 물론 그만큼 멋드러진 배우이긴 하다.) 어설픈 신인에서 점차 원숙한 매력을 지닌 여성으로 발전해가는 미셀 파이퍼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업 클로즈 앤 퍼스널'의 이야기는 두남녀주인공의 어색한 첫만남, 상대방에 대한 호감, 조그만 오해와 화해, 아기자기한 갈등과 결혼 등 고전적인 스타일의 뻔한 러브스토리다. 하지만 너무 드라마틱하지도 않게, 지나치게 극적이지 않게 연출한 존 에브넛감독의 실력이 돗보인다. 바닷가에서 밀입국하다 죽은 사람들을 처음으로 취재하는 장면, 감옥에 취재갔다가 폭동으로 갇히게 되는 장면, 넓은 풋볼경기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짐이 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남미로 떠나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 등 하나하나가 강렬하지는 않지만 감동적인 장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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