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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 - 시드니 셀던 자서전
시드니 셀던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시드니 셀던은 자신이 단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만 기억되는 것이 억울했는지, 이 자서전에서는 ‘벌거벗은 얼굴’로 데뷔를 하기 이전의 어린 시절과 영화계 생활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나는 소설을 쓸 자신이 없었다’는 말까지 내뱉는다.
이 자서전은 마치 소설 ‘포레스트 검프’를 읽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포레스트 검프가 온 몸을 던져 굵직굵직한 현대사를 관통했던 것처럼 시드니 셀던도 대공황과 갱스터, 브로드웨이 시대, 매카시 열풍 속을 통과한다.
열일곱 살에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시드니 셀던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한 사건의 연속이다.
열두 살 때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려졌던 첫 희곡이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끝난 사연, 사업실패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1년만에 영웅이 되어 귀환한 아버지, 의욕적으로 모든(!) 일에 임했지만 너무 짧았던 대학생활, 연예계에 지원했다가 엉겁결에 가족들의 성까지 셀던으로 바꿔버린 일...
하지만 이런 일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더욱 흥미진진한 일들이 계속된다.
시간에 ?기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완성해낸 할리우드의 첫 시놉시스 작업, 하룻밤을 꼬박 세워 얼렁뚱땅 써내려간 대타 스토리를 스튜디오에 팔아치운 일, 군 복무 중에 써낸 시나리오가 대박을 터뜨린 일, 악명 높은 마피아 벅시 시걸의 여자를 건드린 일, 순간적으로 느꼈던 강렬한 인상에 반해서 무명의 청년 커크 더글라스를 캐스팅한 일, 매카시 선풍에 휩쓸려서 당해야 했던 설움, 유부녀와 엮였다가 총을 든 남편의 방문을 받은 일, 세기의 미녀 마릴린 먼로와의 데이트...
시드니 셀던의 인생에는 이처럼 극적인 에피소드들이 끊이지 않는다.
마치 시드니 셀던,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인생처럼 말이다.
그 파란만장한 삶의 원동력은 시드니 셀던 스스로가 갖고 있던 왕성한 호기심과 무모하다싶을 정도의 도전정신이었다.
과연 현실세계에 시드니 셀던만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력적이고 다재다능한 인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확실히 시드니 셀던은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식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는 진정 ‘타고난 엔터테이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