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
정세희 지음 / 제일출판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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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갑숙씨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히트한 이후에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출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서평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상술에 의한, 상술을 위한, 상술의 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뽀샤시하게 화장 잘 한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에 도발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 그리 심오하지도 길지도 않은 분량의 두께...'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라는 제목에서 MBC의 특별프로그램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식의 비장하고, 의미심장한 내용들을 기대했던 것은 전부 나의 착각이었다. 어느 정도 한계는 있을테지만 조금은 진지하고, 애로배우로서 색다른 시각의 성담론을 기대했던 게 큰 잘못이었던 것 같다.

'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왜 이제야 벗을 수 있다는 건지, 당당하게 벗어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전에는 적어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공개적으로 성적인 주제를 이야기하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의 시대는 그렇지 않게 자유로워졌다는 뜻일까?

남자편력기 수준의 줄거리, 개인적인 신세한탄 정도의 이야기를 읽고있자니까, 제목에 관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굳이 이 책을 사볼 것 없고, 주변에 널려있는 야시시한 여성잡지 몇 권 읽어보길 바란다. 여기 내용과 비슷한 소재들을 다루는 코너가 있으니까 말이다. 주인공만 다를 뿐 그 내용이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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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래리 엘리슨과 오라클 신화
마이크 윌슨 지음, 김욱송 옮김 / 영언문화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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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엘리슨은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인 오러클사의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한번은 언론에 의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맞먹는 파워를 지닌 인물로 다뤄진 적이 있고, 그에 대항하는 경쟁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CEO 래리 엘리슨과 오라클 신화'는 그 무난한 제목의 수준에 맞게 한 전문작가가 엘리슨회장의 일대기와 사업에 관한 여러 사건들, 그의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그로부터 짐작하는 성격등을 신문기사수준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언젠가 월간시사잡지 '신동아'에서 이 책의 요약본과도 같은 내용의 래리 엘리슨 소개기사를 읽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특별히 뛰어나고 감명깊은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나고 부실한 부분도 없는 무난한 수준의 인물소개서라고 생각한다.

여러 번의 결혼과 이혼, 스포츠맨으로서의 취미, 그의 불같은 성격과 사업감각등. 관심있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고, 혹시나 오러클에 관한 리포트나 논문을 쓸 일이 있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그저 신문기사나 잡지기사정도의 수준이니까 잭 웰치의 자서전에서처럼 심도깊은 이야기나 감동적인 도전기를 원한다면 읽고난 후에 불만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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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자
이희재 지음 / 자유시대사 / 199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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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의 아름다운 여자는 패션과 미용에 관한 안내서답지 않게 매우 삭막한 편집과 디자인의 책이다. 새하얀 겉표지와 앞표지 가운데 덩그러니 찍혀있는 저자 이희재의 흑백사진은 산뜻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아닌 좀 차갑고 뻣뻣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책을 펼쳐봐도 괜찮은 삽화 한 장 없이 짤막한 주제들을 위주로 간단간단하게 미용과 다이어트, 패션등에 관한 내용들을 언급하고 있다.

요즘의 화려하고 이쁜 책들과 언뜻 비교해보면 너무나 무성의하고 투박하게 만든 조악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 책 진짜 패션모델이 쓴 책이 맞는감?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하지만 자고로 책이란 그 화려한 표지나 편집이 아니라 알차고 유익한 내용으로 승부해야 하는 법. 최근에 쏟아져나오는 현란하기만 하고 속은 공허한 인기스타들의 미용관련서적들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알차고 실속있는 책이다.

간단한 화장법, 시간과 장소에 맞는 옷의 코디법, 다이어트와 식사법등은 연예인이나 전문모델들의 세계에서나 유용한 내용이 아니라 실생활을 살아가는 주부들, 아가씨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의외였던 부분은 육식의 중요함을 언급한 챕터인데, 외국모델들과 같이 일했을 때의 피로감을 이야기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육식위주의 식단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전문영양학자들이나 의사들에게는 꽤나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합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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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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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이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필드상을 수상한 일본의 히로나카 헤이스케씨의 이야기이다.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쑥쓰러운 분량과 스타일이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자서전에 가까운 책이다.

공부에 흥미도 없고 별다른 재능조차 없는 평범한 아이였던 것 같은 저자가 학문의 즐거움을 조금씩 깨달아가면서 대학자로 성장하는 이야기. 극적인 사건이나 현란한 심리묘사같은 것도 없고, 흥미진진한 전개도 없는...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알고 보면 공부만큼 재미있는 게 또 없다고 소근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그토록 가치있는 이유는 학문의 즐거움을 깨달아가는 과정과 그 기쁨에 찬 저자의 심경들을 과장되지 않고 차분하게 잘 그려냈다는 점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잔잔한 성찰과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낙제생이 대학자가 되었다는 식의 광고문구로 독자들을 현혹하고 있는데, 조금은 과장된 표현인듯 하다. 어린 시절에 낙제 한 번 안맞아본 학생이 어디 있나? 그 반대로 어릴적에 잘나가지 않았던 사람이 누가 있고...?

이 책의 광고문구가 내게는 자꾸만 저자가 어린 학창시절에 조금 부진했던 걸 갖고, 둔재학생이 투지와 끈기만으로 학문적 업적을 이뤄낸 것처럼... 그런 식의 과장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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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학계의 노벨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9-11 22:07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김영사 전반적인 리뷰 知之者不如好之者요, 好之者不如樂之者니라.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2005년 9월 13일에 읽고 나서 떠오르는 구절이었다. 論語의 옹야편에 나오는 문구로 모르는 이가 없을 구절이다. 사실 배움의 끝은 없기 때문에 앎 자체에 집중을 하면 그것은 집착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물 흐르듯이 배움 그 자체를 즐기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카드빚 탈출하기
태드 크로포드 지음, 이종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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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후기를 펼쳐보면 이종인씨는 놀라운 흡입력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표현은 진실로 과장된 구절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정말 과장된 칭찬이다. 카드빚과 관련없는 독자들은 심드렁하게 읽어나갈 내용이고, 현재 카드빚에 허덕이고 있는 독자라면 느릿하게 미적거리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에 짜증이 날 것이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어찌 이런 책을 차근차근 읽을만한 기분이 들겠는가.

카드빚이 없는 독자라면 별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지리하게 늘어놓은 '카드빚 탈출하기'는 A4용지 한 장으로도 요약이 가능하다. 그런 교훈을 굳이 책 한 권의 이야기로 만들어놓은 작가의 재능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니꼬운 느낌마저 든다.

왜 주인공은 그 힘들고 어려운 고난에서 우연히 '머니 멘토'를 만나는 행운에 당첨되었을까? 이런 우연은 소설의 시작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사연은 계속해서 줄줄이 이어지는 행운으로 풀려나간다. 손님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가 쫓겨난 식당에서 다시 일하는 행운을 얻게 되고, 우연히 친구의 극단에서 일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이런 식의 소설에 무슨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인가. 실제상황의 독자들에게도 그런 행운들이 연달아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보도 셰퍼의 '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같은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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