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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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는 작가 스스로 필생의 대작이라고 자평할만큼 한 권, 한 권 그 완성도가 뛰어나고 빼어난 재미를 갖춘 작품이다. 전쟁이야기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는 최근의 이야기에서는 조금 더 치밀하고 풍부한 자료까지 보완되는듯 하다.(아무래도 조금 더 최근의 역사니까, 관련 자료를 구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출간된 10권이 모두 명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로마인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카이사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4, 5권이라고 생각한다. 로마의 역사를 통틀어서, 인류의 전 역사를 되짚어보더라도 보기드문 귀재의 소유자인 카이사르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로마와 주변 국가들의 운명을 이끌어나가는 것을 보노라면... '로마인 이야기'가 역사평설이 아닌 무슨 환타지 소설이 아닐까?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이다.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 4권에서는 3권의 후반부에 잠깐 등장했던 카이사르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을 그리고 있다. 끝없이 닥쳐오는 고난과 위기를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재기발랄하게 헤쳐나가는 카이사르를 보노라면,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연인'이라는 표현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굉장한 사람들이 역사의 한복판에 서서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볼 때에는, 역사의 주인은 민중이다.라는 표현이 왠지 초라한 자기위안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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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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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여기저기로부터의 추천으로 현각스님의 '만행'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참 쉽게 읽히는데다가 재미도 있고, 스님하면 떠오르는 무겁고도 심각한 분위기 없이도 발랄한듯한 가벼움과 진지함을 갖춘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부터 살아오면서 느낀 여러가지 깨달음들, 만남과 이별... 불교에 입문하게 되는 과정.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부제목에서처럼, 현각스님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통해서 나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양인 특유의 경쾌하고 과장된 분위기가 조금 거슬릴 법도 하지만, 진심이 담겨있는 글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독자들은 현각스님이 불교책을 번역하는 것보다는 마더 테레사수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진정한 구도자의 길이라고 생각하는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인류를 위해서 봉사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봉사하는 것이 될테고, 우리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졸부(?)들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성금을 기탁하는 방식으로 봉사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성별, 나이, 종교를 가리지 않고 누구라도 꼭 한 번씩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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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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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코스트너의 걸작(?)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주요부문의 상을 휩쓸고 있을 때, 빌딩 밖에는 인디언들이 모여서 반대시위를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뉴스의 기사내용이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에서야 조금씩 깨닫게 된다. 백인주인공이 착한 인디언들 편에 서서 나쁜 인디언들을 물리치는데, 그 착한 인디언과 나쁜 인디언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이었나?하는 의문도 생긴다.

얼마 전에 읽었던 현각스님의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1권의 전반부에서도 인디언의 멸망에 관해 토론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의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밖히셨듯이 미국이라는 국가도 인디언의 멸망이라는 '원죄'의 위에서 성립된 국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그에 관한 심도깊은 사상적 배경이나 역사적인 의의 등을 논하기 이전에, 백인들에 의한 인디언 멸망이 얼마나 참혹하고, 잔인했었는지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참담한 심정이었다. 눈물이 난다기 보다는 분통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수백년 전에는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으나 지금은 소수민족으로 전락해버린 인디언들은 그때의 비극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반세기 전의 가혹했던 일제시대를 너무 빨리 잊어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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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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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들이 몇몇 있다.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듯한 글이 매혹적인 전여옥씨의 저서들은 통쾌하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현재 이 땅에 살고있는 여성들의 처지와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서 무책임하게 테러리스트가 되라고, 느끼고 탐험해보라고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각종 전문가들이라는 지식인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장 아쉬운 점들 중의 하나가 그런 것들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 땅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는 독자들이 느끼는 현실과의 어긋남, 허황된 공상 따위들 말이다.

이주향씨도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에서 실제 가정에서는 거의 있을 법하지 않은 극단적인 부부관계를 설정해놓고는 남녀차별, 불평등을 토로한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남성들이 진지한 페미니스트들의 온건하고 정당한 주장마저도 좀 배운 여자들의 잔소리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오숙희씨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를 읽었을 때의 충격이란... 돈과 일에 관한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한 충격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세이노 칼럼'을 읽었을 때의 감탄과 비슷하다. 허황되고 무책임한 충동질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이면서도 매우 유용한 이야기들이었다.

여성인 저자가 여성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이 정도 수준의 글을 쓸 수가 있구나!하는 남성중심적인 입장의 감탄이 들기도 한다.

솔직하게 돈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오숙희씨가 그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들, 폼나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으라는 것등 전체적으로 '세이노 칼럼'의 주제들과 공통되는 점이 많다. 돈과 일에 관한 교훈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되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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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 - 내 안의 나를 바꾸기
양창순 지음 / 현대문학북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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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저 가벼운 읽을거리에 지나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일씨가 심리학과 정신의학에 관한 유익하면서도 꽤 재미있는 여러 에세이를 출간한 뒤,우후죽순으로 정신과 전문의들이 책을 써내고 있다. 물론 이 책이 그러한 시류에 편승하기 위해서 쓴 책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책값이 약간 아까울 정도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들 뿐이다.

김정일 이후에 출간된 비슷비슷한 주제와 소재의 책들 중에서 가장 유익했다고 생각되는 저서는 김형섭씨의 '자신있게 살고 싶다면 실패의 기억부터 지워버려라'라는 책이다. 이 책이 수많은 정신과전문의들의 저서들 중에서 가장 감명깊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가장 실망스러운 이유는 '내 안의 나를 바꾸기'라는 부제와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라는 거창하면서도 심오하고 의미심장한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내용 때문이다. 난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김형섭씨의 저서처럼 진지하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깊이있는 내용을 담은 책이길 기대했다. 원제목과 부제목은 독자들로 하여금 당연히 그러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저자 자신의 신변이야기, 살아온 인생담과 대중문화등을 통해서 맛보는 정신의학의 단편들 정도이다. 나름대로 재미있게 썼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실망한 허접스러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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