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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
KABBU 지음 / 도전과성취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매주 한두권씩의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만큼 돈이 아까웠던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의 완성도가 너무 허접한 정도는 아니지만 알라딘의 독자서평을 읽고서 대단한 기대를 했었기 때문이다. 한 줄 한 줄, 한 장 한 장이 전부 옳은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이미 가벼운 일본식 처세술책, 기존 자기계발서적의 고전들에서 귀가 닳도록 들어온 이야기들 뿐이다. 그것도 막연하게 뜬구름 잡는 것 같이 어영부영 써내려갔을 뿐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실천방법 같은 것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뭐, 그렇기 때문에 책의 끝부분에 장황하게 추천도서들을 적어놓은 것일테지만 말이다.)
열정적, 낙관적, 창의적, 잠재의식...따위의 뻔한 이야기들만 엮어놓았을 뿐이다.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만 커다란 글씨체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고 정작 결단을 내리는 방법,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방법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저자가 졸면서 집필을 했거나 대강 불러주는 원고를 비서가 타이핑했을 것이다. - 78페이지의 '투자수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거라고 생각한다'는 식의 오타도 상당히 많이 보인다.-
40대에 요절한 친구의 장례식장에 젊은 시절에 사귀던 애인이 찾아왔다는 식의 일화를 소개하고는 일과 여가를 구분해야 한다는 식의 뜬금없는 이야기를 갖다 붙인다. 아이디어만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한 뒤 기업을 공개하여 수백억의 돈을 모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우라는 듯이 소개하고 있지만 현재의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이 국가경제에, 기업세계에 기여한 것이 뭐가 있는가? 최근들어 들리는 이야기라고는 누구누구가 구속되었다는 것이나 돈을 날린 것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잘못일 뿐이라고 호기롭게 말하는 벤처사장들의 에피소드들 뿐이다.
또한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면 사람과의 사귐과 로비, 기교에 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은 그렇지 않은 백만장자를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미래산업의 정문술씨와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씨같은 사람들이 과연 그런 식으로 기업을 키워왔던가!?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은 전체적으로 앞뒤안맞는 내용에 일본의 처세술책들을 가볍게 배껴서 요약한듯한 내용이 너무나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알라딘의 독자서평이 아무리 호평과 칭찬일색이더라도 시중의 베스트셀러 끝자락에조차 오르지못한 책을 구입한 돈 9천 5백원이 너무나도 아까운 경험이었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전부 명서는 아니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채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좋은 책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몇 편의 서평에 솔깃해서 홀딱 책을 구입하는 이런 식의 모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던 탓에 실망도 컸나보다. 2002년 최고의 비강추도서로 임명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