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의 가능성에 도전한다
김정기 지음 / 조선일보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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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1%의 가능성에 도전한다'라는 제목부터 매우 도전적이고 성공지향적인 느낌이 풍긴다. 김정기씨의 자전적인 에세이인 이 책은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답게 자신감이 넘치는 저자의 태도, 갖은 고난과 어려움들을 극복해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기존의 자서전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비교적 담담한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부분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주인공의 사연들을 강조하기에 바쁘고 스스로를 영웅시하고 미화하는게 좀 지나쳐서 오히려 감동을 반감시키는 경우도 있다.(예를 들자면 '정미애의 복을 부르는 생활법'같은 책들...) 그런 면에서 볼 때 비교적 차분한 '나는 1%의 가능성에 도전한다'의 내용은 기존의 강도높은 성공담에 중독되어 있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약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전체 분량의 반 정도 되는 내용만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반은 저자의 인생관과 생활태도를 서술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고전적인 동양사상을 논하기도 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거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의 평범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의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하기 때문에 결코 평범하고 식상하게 들리지가 않는다.김정기씨 또한 우리나라의 사회제도, 교육체계에 대해서 무척이나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틀을 바라보기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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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1 - 종말의 시작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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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드디에 '로마인 이야기' 11권을 출간했다. 지난 10권은 지금까지의 연대기적 서술에서 잠깐 벗어나 로마제국의 사회간접자본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느꼈을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실망했던 10권이었다. 너무 지나친 상상일테지만 시오노 나나미가 갑자기 로마제국에 관한 본격적인 학술서를 쓰려고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번 11권은 많은 독자들이 기다리던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콤모두스와 그 이후의 군인황제들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시기를 가리켜 '종말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많은 역사가들이 평가하듯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이후의 시대는 로마인들에게 암흑과도 같은 시기였다. 브래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가리켜 '명상록'이라는 저술덕분에 과대평가되었던 무능한 황제라고 부르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도 그런 점에서는 동감인듯 하다. 카이사르를 비롯해서 아우구스투스이후의 뛰어난 황제들이 많았지만 후세인들에게 아우렐리우스가 가장 인상깊게 각인된 계기는 '명상록'이라는 저술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카이사르라면... 누구였더라면...이라는 식으로 이전의 황제들과 비교하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전쟁수행능력을 혹평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의 다른 장점들과 제왕으로서의 능력, 인간적인 매력도 꼼꼼히 짚어준다.

그리고 2000년도에 화제가 되었던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장면들을 실제 로마인의 전투와 비교하는 부분도 있는데, 별다른 고증없이 만들었던 영화의 난장판같은 장면을 가리켜서 체계적이고 군기잡힌 전술이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의 망가진 로마군들을 나름대로 잘 묘사한 것이 아닌가하고 평가하고 있다.11권 역시 시오노 나나미의 세심한 연구조사와 탁월한 글솜씨로 매우 재미있는 역사평설이었지만, 이후의 로마역사를 어떻게 다룰지 매우 궁금하다. 애정이 갈 수 없는, 경멸할 수 밖에 없는 로마인들의 행동을 말이다. 말 그대도 암흑과 종말의 세상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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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알
황세연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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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언급합니다.)'디디알'이라는 소설 전체가 작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해서 여러가지 엽기적인 사건들에 휘말려들게 되는 내용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마치 스즈키 코지의 '링'을 연상시킨다.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주위의 사람들, 그들이 공통적으로 목격하게 되는 도끼를 든 사나이, 한 사람씩 차례차례 죽어가고 미쳐버리는 사람도 생긴다. 결국 최후에 남은 여선생과 소설가인 주인공이 그 의문을 풀게 되는데.. 피해자들이 단체로 노래방에 가서 즐겼던 DDR게임에 범인의 원한이 새겨져 있던 것이다. 어린시절에 도끼를 든 범인에게 살해당한 가족들의 원한 말이다.결국 두 주인공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는데, 소설가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잔혹하고 하드고어한 묘사, 끊임없이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흡입력있는 전개... 대체적으로 일본의 '링'을 모방한듯 하면서도 그에 못지않은 재미를 보여주는 공포소설이다. 하지만 마지막의 결론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전체적으로 이끌어왔던 공포분위기를 허탈하게 만든다. 작가 본인이야 나름대로 무리없이 끝맺었다고 생각할테지만 소설이 전개되면서 펼쳐놓았던 수많은 의문점들을 단 한가지도 해결하지 못한채 흐지부지 끝내버린다. 매우 뻔뻔하게 그 의문점들을 나열하면서 답해줄 수 없다고 하는 작가를 볼 때 소설가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이나 상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독자들은 모르고있었지만 범인은 피해자의 사돈의 팔촌의 조카의 막내딸의 시아버지였다'는 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버리는 싸구려추리소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작가에게 지독한 배신감마저 느낀다.

그리고 수많은 사진들과 자료그림들을 등장시키면서 워낙 실화에 가깝게 전개시켜놓아서 마지막에 작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언급도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그런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게임기는 DDR이 아니라 PUMP였다. PUMP를 DDR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는 골수 DDR팬들에게는 상당히 기분나쁜 실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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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의 영웅
한화증권 사이버증권팀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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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의 서평 중에서 '공신력있는 대회를 통해서 높은 수익률을 낸 고수들의 투자노하우가 매우 자세하게 정리되었기 때문이다'는 언급이 있는데, (트집을 잡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어떤 부분이 그리도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것인지 묻고 싶어지다.개인적으로 평가하건데 '머니게임의 영웅'는 한화증권 사이버증권팀의 자화자찬과 어설픈 신문기사수준의 내용으로 얼기설기 엮어져 있는 책이다. 책의 첫 1/3은 한화증권배 수익률대회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다. 자신들의 수익률대회가 업계의 선두격이며 가장 공신력이 있다는 식의 자화자찬, 그리고 그 대회가 배출한 스타들에 대한 바람잡이내용정도이다.

'머니게임의 영웅'의 중심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고수(사이버 전사)들의 투자방법을 설명해놓은 부분은 실제로 적용할 수 있을런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설프게 대충 설명되어 있다. 집필진도 그 점에 관해서는 깨달은 바가 있었던지 '고수들의 방법은 고수들의 방법이고 각자 자신만의 투자법을 개발해내야 한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다. '코넷아이디 대박'으로 유명한 박정윤씨의 투자법에 관한 설명을 예로 들어 보겠다. 그의 특기라고도 할 수 있는 떠올리기와 짝짓기(그룹짓기)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대략 그 개념에 관해서만 정의해놓고는 끝이다. 마치 그의 강연회에 참석해서 졸다가 필기하다가 한 내용같다. 실제 박정윤씨의 투자법을 배우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내용이다. 화재사건때문에 소방주에 주목했다고 언급하지만, '인천호프집 화재사건 이후로 소방제품관련회사의 주식을 주목하게 되었고, 거래소의 XX회사, 코스닥의 OO회사 중에 XX회사에 투자했다'는 식의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고 본다. 어째서 '머니게임의 영웅'의 내용이 두시간짜리 강연회의 내용보다도 한참 부족한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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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서두칠,한국전기초자 사람들 지음 / 김영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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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히 감동적이고 흥분되는 이야기였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 갖은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고서 성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커다란 감흥을 선사한다. 더구나 국내에는 그런 종류의 자서전들이 꽤 많이 출간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감명깊었던 책들은 이명박씨의 '신화는 없다', 윤윤수씨의 '내가 연봉 18억원을 받는 이유'등이 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한 기업체가 회생불능이라는 판정을 받은 뒤 다시 재기하기 까지의 이야기는 또다른 기쁨을 준다.

크라이슬러, IBM, GE...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외국의 유수기업들이 한때 회생불능의 위기에 빠졌다가 그것을 멋드러지게 극복해내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그들이 성공을 한 주역으로는 리 아이아코카, 루 거스트, 잭 웰치등 뛰어난 경영자들이 있었다.

한국전기초자가 이뤄낸 도전과 성공의 드라마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부실기업의 재기담이다. 다른 사람들은 한국전기초자사람들 모두의 공이 컸다는 식으로 서두칠사장의 능력을 애써 폄하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나라 기업계의 대표적인 병폐라고 생각한다. 놀라운 실적을 올린 CEO가 요구하는 스톡옵션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거나 조직의 기분을 무시하는 개인의 돌출행동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때로는 한 개인의 능력이 전체 구성원들의 힘보다도 클 때가 있는 법이다. 서두칠사장이 혜성같이 등장해서 기존의 직원들을 데리고 놀라운 업적을 성취한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굉장한 것이다. (NBA 시카고 불스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필 잭슨감독이 LA 레이커스의 감독으로 부임해서 3회연속 우승을 일구어냈듯이 말이다. 이전의 감독이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같은 쟁쟁한 팀원들을 갖고도 못해냈던 일이다.

또한 서두칠회장은 '중성자탄'이라고 불리던 잭 웰치처럼 무자비하게 감원을 단행하지도 않았다. 일본기업가들의 표현대로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회생불능의 기업이 세계 2위의 기업으로 도약한 이야기가 의기소침한 나에게 충고하는 것 같다. 일어나라고! 다시 시작해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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