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자살인가 타살인가 - 대우패망비사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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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업들의 탄생과 부침, 몰락에 관한 이야기는 그 어떤 스릴러물보다도 흥미진진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약 20년 전에 출간되었던 '거대기업 스토리'를 읽었을 때 그 어떤 픽션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재미를 느꼈었는데, 세계적인 규모로 보자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겠지만, 국내대기업이 몰락하는 과정도 해외일류기업들의 이야기만큼이나 드라마틱하고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깊이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일반신문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글임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합당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호평과 혹평,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당시의 사태를 기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읽는 독자들의 생각에 따라서 자살과 타살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김우중과 정부, 둘 다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그에 따르는 적절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최고경영자로서의 책임, 대우그룹의 청산과정에서 수준이하의 일처리솜씨를 보여주고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는 한심함을 보여주었던 정부기관들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그 자리에 없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떠한 책임도 지지않을 수 있었던 경영자들, 과거 대우가 잘 나갈 때는 비리와 잘못에 침묵하고 옹호하던 전문가들... 그 누구 하나 책임없는 사람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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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관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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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관 살인사건'은 대부분의 독자가 아는 것처럼 미스마플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크리스티 초기의 간결함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예상치못한 사건전개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일단 목사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유력한 용의자가 초반에 자수를 하고, 또 다른 조그만 사건들이 터지고, 사기꾼일당이 말려들고... 그런 식으로 부산스럽게 일이 해결되어 나간다. 이 모든 엉망진창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사람은 물론 미스마플이다.
살인사건이라는 무난한 소재를 택한 것도 그렇고, 논리적인 범위가 허용하는 안에서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결말 또한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주인공탐정(미스마플)이 잠깐 헤매다가 갑자기 '그렇군! 난 바보였어!'하면서 머리를 탁 치며 해결하는 부분은 이미 셜록 홈즈, 포와로등이 많이 써먹는 전형적인 행동패턴이다.
하지만 그러한 무난한 설정들이 지루하다거나 틀에 박힌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추리소설의 정석에 따른 충실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미스마플식 추리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성이 원래 그런거지.'하는 식의 설명도 자주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관 살인사건'은 '오리엔트 특급살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는 못미치지만 나름대로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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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기억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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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기억한다>라는 제목을 갖고있다고 해서 코끼리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동물원을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오래전의 일을 기억하는 능력을 갖고있는 동물인 코끼리와 같은 증인들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처음 추리를 의뢰받고 또 포와로와 함께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올리버부인이 등장한다. 마치 크리스티 자신의 분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명망있는 추리작가이다. 범죄에 관련된 소설을 쓴다고는 하지만 독자들이 범죄에 관해서 물어보면 당혹스러워하고, 늘 틀에 박힌 찬사에 틀에 박힌 대답으로 일관해야 하는 인기작가의 일상을 짜증스럽게 생각한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그리 커다란 재미를 느끼지 못한 작품이다. <코끼리는 기억한다>는 초기작품들에 비해서 그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데 일단 흡입력있는 오프닝이 없다는 것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놀라운 트릭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한 인물이 과거의 사건을 추적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물론 평범한 시작이라고 해서 끝까지 평범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문장의 구성도 지리한 대화의 연속이고 간결하고 템포빠른 전개를 볼 수가 없다. 친구와의 여학생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선생에 대한 짝사랑과 환상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라던가, 살인자의 정신병적인 성향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다른 사례들을 나열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루하기만 하다. 크리스티여사가 초창기의 산뜻한 전개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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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중국경제
중앙일보 특별취재팀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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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과연 중국의 세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중국열풍이 심하게 불어닥치고 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각종 신문에서는 중국을 특집으로하는 기획기사들을 앞다투어 소개하고, 이를 단행본으로 펴내고 있다.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이 중앙일보사의 <니하오 중국경제>이다.

대부분의 중국관련책들이 막연하게 거대한 중국의 영토와 인구만을 중점적으로 부각하거나 케케묵은 대륙인기질따위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신문사들의 중국관련서적들은 나름대로 세심하고 포괄적으로 다루려고 노력했지만 '니하오 중국경제'는 막연한 장점들 뿐만이 아니라 단점들과 문제점들까지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이 책에 쏟은 신문사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저자진의 서문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매일경제나 한국경제같은 경제전문신문들의 서적들보다도 훨씬 유용했다.

중국의 각 지역들을 도시 중심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의 경제와 산업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은 물론 앞으로 중국진출을 꾀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기초정보도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무작정 크기만 한 나라가 아니라 그 넓은 땅덩어리안에서도 다양한 계층과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크고도 작은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의 노동시장을 단순한 저임금노동력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국내에 알려져있는 정보와 실상이 얼마나 다른지 깨닫게 된 점등이 매우 유용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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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영혼의 순례 - 심영섭의 영화 일기
심영섭 지음 / 세상의창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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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김성곤교수의 영화평을 모은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었다. 보통관객의 한사람으로서 영화를 볼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날카롭게 지적해주었고, 조금 오버했다.싶은 부분도 나름대로 매우 재미있는 해석이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재미를 이어가기 위해서 또 한번 펼치게 된 책이 심영섭씨의 '영화, 내 영혼의 순례'이다. 시네포트라는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접하는 그의 인상은 매우 똑 부러지는듯한 감상과 작품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려는 평가가 시청자인 나에게는 좋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TV에서 보던 그러한 장점들이 '영화, 내 영혼의 순례'에서는 다소 지나친 것 같다. 그저 영화를 보면서 웃고, 떠들고, 감동하는 평범한 관객들이 읽기에는 다소 난해하고 현학적이기 때문이다.(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반론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표현을 바꿔야 하겠다. 개인적으로 나의 수준이 조금 낮은 것이라고.) 수없이 등장하는 심리학적인 전문용어들과 영화 속 인물들의 내면과 그 안에 또 감추어진 내면을 끄집어내어 설명하려는 의도가 조금 골치 아프게 느껴진다.

나이트 샤말란감독의 '언브레이커블'을 전작인 '식스 센스'의 안티버전으로 이해한 것도 기가 막히긴 했지만, 그저 전작의 재탕이라는 정도의 설명이 적당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김기덕감독에 대한 평가가 그닥 호의적이지도 않으면서 그토록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도 개인적으로는 탐탁치않은 부분이다. 한국영화계에서 김기덕감독이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서는 너무 많은 분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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