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강형원 / 남도출판사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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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아담 스미스의 경제이론 보이지 않는 손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요, 또한 엄청난 추리걸작도 아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손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는 따위의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수작이다. 한국추리소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혀오던 것이 두가지 있다. 우선은 사건의 엽기성으로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려고 한다는 지적과 그리고 과도한 성적묘사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에서는 섹스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그닥 선정적이지도 않고, 매우 짜임새있게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다.

줄거리는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다소 뻔한 소재이다. 의외의 첫희생자, 두번째 죽음, 계속되는 죽음과 각각의 사건들의 연관성... 역시 마지막에 밝혀지는 의외의 범인.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국내작가의 작품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하면, 배경의 동시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고풍스러운 대저택이나 화려한 대도시의 빌딩숲이 아닌 한국식 이름을 갖고있는 주인공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주택가에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친숙함이 소설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주식과 증권투자클럽, 시체의 사망시각판단에 관한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자세한 설명이 오히려 작품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문학작품에서 읽기에는 왠지 거북한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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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은 내밥 1 - 실전문제 해설집 토익은 내밥 시리즈
조은아 지음 / 반석출판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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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토익은 내밥'이라는 제목은 다음카페의 샤를르님만 쓸 수 있는 표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다른 저자가 '토익은 내밥'이라는 이름으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홍역을 치르고...했던 마당에 이제와서 똑같은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우스운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종합토익'같은 일반적인 제목도 아닌데 말이다. 박철수씨(샤를르)의 '토익은 내밥'은 토익학습에 있어서 전설같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1부 문제집의 우선 출간, 곧이어 저작권문제로 절판, 도서관에 있는 '토익은 내밥'은 그 어느 토익책보다도 너덜너덜해지고, 끊임없이 복사,제본되어 토익스터디그룹을 떠돌았다. 지금에 와서 보면 조금 어설픈 문제들이긴 하지만 적어도 당시에는 가장 유용한 교재였기 때문이다.

혹시 제목에 혹해서 구입할지 모르는 독자들에게 미리 말해두지만 이 책은 비록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되기는 했지만 박철수씨의 '토익은 내밥'과는 다른 책이라는 것이다. 완전히 맹탕인 허접한 교재는 아니다. 하지만 '토익은 내밥'이라는 제목이 조금 낮간지러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의 구성은 L/C모의고사 10회분이다. 고득점자들의 수준에 맞춘다고 속도있게 녹음되어 있긴 하지만 여러 면에서 별루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지금 한두 권씩 갖고 있을 김대균, 이익훈, 토마토 모의고사를 한 번 더 공부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문제집, 테입, 해설집... 가격대비 효과면에서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현재 이 책이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토익계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다. 현명하고 영악한 학습자들의 온당한 선택,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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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 현민시스템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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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은 대표적인 흥행작가이다. '쥬라기 공원', '잃어버린 세계', '타임라인'등 수많은 걸작들을 써낸 작가답게 그가 대학원시절에 학비를 벌기 위해서 집필했다는 '긴급한 때에는'(원제: 'A Case in Need') 과학적 상상력이나 최신 하이테크가 등장하지 않는 의학스릴러임에도 불구하도 커다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뻔하지만 민감한 주제인 낙태를 소재로 해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다.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었고 이 책을 두 권이나 구입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와 '낙태'라는 제목으로 말이다.(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똑같은 책을 사모으는 취미가 아니다.)

이러한 후진적인 출판계의 만행(?!)은 시드니 셀던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처럼 유명작가의 경우에는 늘 있어온 일이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짜증을 넘어 화가 치민다. 서점에 가보면 도대체 몇 종류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제목으로 각각의 출판사를 통해서 나와있고, 알라딘을 둘러봐도 이런 오래된 작품들의 경우에는 원문제목을 표기하는 일을 가끔 소홀히 한다.

어쨌든 오프라인서점들과 출판사들이 원하는대로 제한적인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다. 과연 그들이 신나게 떠들던대로 진정으로 독자를 생각하는 출판문화가 확립될 것인지, 양서를 마음껏 공급할 것인지는 앞으로 독자들이 지켜봐야 할 일이다. 솔직히 무슨 기대를 하겠느냐마는 말이다. 온라인서점의 대규모할인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따위의 제목바꾸기 짓거리나 해대던 집단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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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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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상속녀와 유산, 그와 결혼한 야심만만한 매력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의외인 점은 이런 통속적인 스토리에서 꼭 등장할 법한 남자에 대한 시기와 비난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평범한 소설이라면 주변의 인물들이 '처녀의 유산이 목적이 아니냐!?'는 식으로 한마디씩 했을텐데 말이다.

<끝없는 밤>은 정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둘의 만남과 결혼, 사랑이야기만 계속된다. 마치 부유한 재산과 상류층의 암투,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드니 셀던의 작품들처럼 말이다. 시드니 셀던의 화려함과 박진감, 적나라한 재미는 느낄 수 없지만 그런대로 무난히 읽어내려갈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역시, 고작 수십페이지를 남겨두고서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진다는 점이 너무 미진한데다가 크리스티의 후기작품답게 지루한 배경, 심리묘사가 등장하는 점도 불만이다. 사건이 터지고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해결해나가는 간결한 재미의 초기작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매우 못마땅한 작품이다.

제목 또한 유별나게 의미심장하다. <ABC살인사건>, <예고살인>처럼 이야기의 핵심을 간단하게 요약해주는 제목이 아니라 '끝없는 밤'이라는 범인의 심리와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끝없는 밤>은 취향에 따라서 선호하는 독자의 부류가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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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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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역자후기를 읽어보면 <예고 살인>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첫째, 둘째를 다투는 걸작이라고 한다.(개인적으로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크리스티의 최대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명백한 과장이다. 역자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번역할 때마다 꼭 '최고의 작품'이라는 식의 표현을 덧붙이기 때문이다. 그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쥐덫>등 참으로 많기도 하다. 하긴 그만큼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고르게 뛰어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예고 살인>을 평가하자면 나름대로 재미있고 뛰어난 작품이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최고의 반열에는 들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시작은 기가 막히다. 조그만 동네의 신문에 살인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게임으로 생각했던 동네사람들이 모여들고... 예고된 시간에 살인이 일어나는데, 죽는 것은 갑자기 침입했던 괴한 자신이다. 경찰은 초반에 외부인의 범행을 추리하기도 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성향으로 볼 때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작품의 시작부터 다양하고 개성있는 등장인물(마을사람들)을 자세하게 소개해놓고, 그들이 모인 자리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외부인의 소행이라니 말이다. 마지막의 범인이 역시나 의외이긴 하지만, 가장 범인이 아닐 것같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크리스티식 공식에는 충실한 편이다. <예고 살인>은 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결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 중 1,2위를 다투는 걸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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