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와 폴의 한국말 레슨
니나 지음 / 문학사상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니나와 폴의 한국말 레슨'은 미국인 남편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 위주로 재미있게 엮은 책이다. 그런데 저자의 글솜씨가 어찌가 재치있고 뛰어난지 읽는 내내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등장하는 주인공인 폴과 그의 부모님, 다른 가족들도 모두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

특히 폴의 두꺼운 얼굴은 체면과 남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쩜 그렇게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예의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는지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평소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단 한마디 말로 굴복시키는 폴의 엉뚱함과 딸의 한국계 남자친구가 한국말을 못한다고 구박하는 아버님을 향해 어머님이 내뱉은 한마디다.

'무슨무슨 레슨'이라는 제목에서처럼 한국말 또는 영어를 배우는데는 적합한 교재는 아니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웃을 수 있는 재미만으로도 제몫을 톡톡히 하는 책이다. 유치하거나 조악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제대로 웃어본 적이 최근 거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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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 Vol.1 - [할인행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우마 서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킬빌1'은 각종 영화관련 사이트, 그리고 여기 알라딘도 대부분의 평가자가 호평과 극찬을 아끼지 않는 작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뭐가뭔지 모를 작품이다. '펄프 픽션'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부산스러운 연출은 이야기 속으로의 몰입을 어렵게 하고 정신산만할 뿐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드코어'(또는 '하드고어')한 것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니가 보고나서 실망하는 건 또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이소룡과 이연걸의 매끈한 액션과는 달리 엉성하게 난무하는 칼부림과 우마 서먼, 루시 리우의 부자연스러운 일본어 발음(둘 다 극중에서 본토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이니까 당연한 것일테지만), 사방으로 흩날리는 피보라와 피분수, 뎅강뎅강 잘려나가는 팔, 다리, 머리통...

잔인한 장면들 때문에 시종일관 가슴 졸이며 보느라 이야기에 제대로 몰입하지조차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칼을 하사받는 장면에서는 '왠 커피CF 배경음악인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리 멋진 액션이라고 내 취향이 아니라면 그저 '무의미한 칼부림'에 지나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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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밭에 무얼 심지?
최영순 지음 / 해토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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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핏 보면 '광수생각'의 아류인듯한 작품이지만, 단정한 그림으로 불교를 표현한 명상만화다.

주절주절 긴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고 몇 컷의 그림과 짤막한 몇마디를 통해 독자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또록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난 이미 속세에 너무 찌들었기 때문일까? 이 정도의 잔잔한 감동에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안쓰러울 뿐이다.

마치 자극적이고 진한 맛의 초콜렛과 콜라에 길들여져 밋밋한듯 깊은 맛의 녹차와 한과의 맛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감동적인 그림을 보면서도 '이미 다 아는 얘기 아냐', '여기저기서 귀가 닳도록 들은 얘기들 뿐이잖아'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읽어볼 참이다. 극적인 드라마를 기대하지 않고 그저 차분하게, 마음을 비우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고, 그냥 한번 또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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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퀼리브리엄 - [할인행사]
커트 위머 감독, 크리스찬 베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의 반응은 무척이나 참담했다. 비평가들의 혹독한 비난과 처절한 수준의 흥행기록.

하지만 먼저 평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컬트'의 반열에 올라야 마땅한 SF걸작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다. 깐깐한 영국신사의 외모를 지닌 이 배우는 몇몇 작품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는데 대표적으로 '아메리칸 사이코'를 들 수 있다. 싸구려 액션물인 이 작품에서도 정말 경이로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친구와 아내의 죽음에 무표정하게 대응하던 모습에서 점차 인간적인 면을 깨달아가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는 표정이란... 아마 로버트 드니로라고 해도 이렇게 멋진 연기를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다.

총기액션인 '건-카터'라는 것도 싸구려 홍콩영화와 쿵후영화를 모방한 티가 역력하지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절도있고 멋지게 그려졌다.

'매트릭스'처럼 새로운 액션이나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저그런 줄거리를 보상하고 남을 정도로 크리스찬 베일, 숀 빈 등의 연기는 멋이 있었고 위압적인 세트에서 벌어지는 액션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DVD로 볼 수 있어서 매우 다행스러웠던 작품이다. 좌우가 다 잘려버리는 VHS에서는 화면을 종횡무진하는 액션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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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앤 레오폴드
제임스 맨골드 감독, 맥 라이언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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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일반적인 평가는 '그저 그렇다'였다고 한다. 맥 라이언의 익숙한 연기도 그저 그렇고, 시간여행과 사랑이라는 소재도 그저 그렇고, 이야기 전개와 결말도 그저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고 또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휴 잭맨의 19세기 귀족 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 작품을 찍기 위해 에티켓 학교에 다니면서 발음과 몸가짐 등을 익혔다고 한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아니면 본래 타고난 연기력 덕분인지 '고지식한듯 예의바른' 귀족 신사의 모습을 그럴듯하게 재현해냈다.

개똥을 치우라는 경찰의 말에 근엄하게  난 못한다고 대답하는 장면, 이웃집 꼬마와 피아노를 치며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 따발총처럼 토스트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장면, 함께 식사하던 케이트가 일어설 때마다 벌떡 일어나는 예의바른 모습 등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다.

비록 내가 남자지만, 외국의 한 여성 평론가가 "거부할 수 없는 휴 잭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라고 평가한 부분에 적극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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