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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 [할인행사]
허진호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있다. 최근 개봉했던 '냉정과 열정사이'는 앤야의 이전 발표곡인 'Book or Days'란 곡으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산울림의 노래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라는 동요풍의 잔잔한 노래로 기억된다. 마치 이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노래처럼 생각될 정도로 영화의 장면장면들과 잘 어울린다.
이 영화는 극적인 사건전개도 없고, 눈물을 펑펑 흘리는 남녀 주인공도 없다. 부모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쓴 두 주인공의 사랑이나 피를 토하거나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도 없다. 하지만 마치 동양의 수묵화처럼 잔잔하게, 가슴을 적시듯이 감동이 밀려온다.
이 영화에는 특히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서로 짜증을 내던 다림에게 아이스크림을 전해주는 정원,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철구, 아버지에게 비디오 작동법을 가르쳐주다가 짜증을 내고 나가버리는 정원, 마지막에 사진관에 걸려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환하게 웃는 다림 등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고, 앞으로 볼 사랑 이야기 중 가장 감동적인 작품으로 기억하고 싶다. '약속'이나 '편지'같은 작품들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너무 단조롭고 심심한 영화가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