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 [할인행사]
허진호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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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있다. 최근 개봉했던 '냉정과 열정사이'는 앤야의 이전 발표곡인 'Book or Days'란 곡으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산울림의 노래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라는 동요풍의 잔잔한 노래로 기억된다. 마치 이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노래처럼 생각될 정도로 영화의 장면장면들과 잘 어울린다.

이 영화는 극적인 사건전개도 없고, 눈물을 펑펑 흘리는 남녀 주인공도 없다. 부모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쓴 두 주인공의 사랑이나 피를 토하거나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도 없다. 하지만 마치 동양의 수묵화처럼 잔잔하게, 가슴을 적시듯이 감동이 밀려온다.

이 영화에는 특히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서로 짜증을 내던 다림에게 아이스크림을 전해주는 정원,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철구, 아버지에게 비디오 작동법을 가르쳐주다가 짜증을 내고 나가버리는 정원, 마지막에 사진관에 걸려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환하게 웃는 다림 등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고, 앞으로 볼 사랑 이야기 중 가장 감동적인 작품으로 기억하고 싶다. '약속'이나 '편지'같은 작품들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너무 단조롭고 심심한 영화가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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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S.E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조엘 코엔 감독, 스티브 부세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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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고'는 저렴한 출연료의 재능있는 배우와 감독의 뛰어난 능력만 있다면 그리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이토록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 않아도 이리저리 꼬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멋진 솜씨를 보이는 코엔 형제의 최고 걸작이라고 할만하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시작하는 천연덕스러운 거짓말부터가 코엔형제의 유머를 잘 나타내준다. 이후 이어지는 꼬이고 꼬이는 이야기는 배우들의 개인기나 설정으로 웃기는 영화들과는 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자신이 디자인한 우표를 투덜대면서 밤에 출동하는 만삭의 아내를 위해 계란후라이를 해주는 남편, 시종일관 쫑알대다가 결국에는 불쌍한 최후를 맞는 칼,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꼬여만 가는 사건에 발을 동동 구르는 제리, 그리고 옆집 아줌마처럼 친구의 인생상담을 하기도 하고 속상해하는 남편을 다독이기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날카로운 안목을 갖고 있는 만삭의 경찰서장 마지 등 모두들 가만히 뜯어보면 너무 재미있고 웃음이 나온다. 문제는 사람이 죽어가고 총질에 피가 흐르는데도 웃기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유머는 끝까지 변치 않는데, 범인을 체포한 마지가 호송하는 경찰차 안에서 "착하게 살아야지. 죄를 지으면 안돼지"하면서 듣지도 않는 범인에게 말하는 장면은 '어떻게 저런 동네 아줌마같은 사람이 범인을 잡았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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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5-10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고'를 보실 때 명심해야 할 점이 하나 있어요. 영화가 시작할 때 이 작품은 실화라고 하고, 이에 따라 많은 영화소개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소개하곤 하는데... 사실은 그게 코엔 형제의 농담이라는 거죠.
 
피어닷컴 S.E (DTS)
윌리엄 말론 감독, 스티븐 도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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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을 대충 서플먼트 넣어서 2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다면 얼마나 팔릴까? '피어닷컴'은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고, 처절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무섭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영화다.

인터넷을 이용한 공포라는 아이디어는 신선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링'이나 '폰'처럼 제대로 만들지 않는다면 얼마나 허접해질 수 있는지 이 영화는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쓸데없이 잔인하기만 한 장면들은 무섭다는 생각보다 그저 역겹고 짜증난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깜짝깜짝 놀라는 장면도 몇개 없다. 마지막까지 계속 밋밋함으로 일관하는데 결말에서 밝혀지는 악의 축(?) 또한 뻔한 스테레오 타입의 악당이다.

'타이타닉'의 주인공 잭역을 거절했다던 스티븐 도프의 영화 고르는 안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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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스 크리퍼스 2 - 아웃케이스 없음
빅터 살바 감독, 레이 와이즈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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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23일동안... 그저그런 속보이는 설정은 제외하고, '지퍼스 크리퍼스2'는 정말 실망했던 영화다.

허수아비괴물은 그럴듯했다. 시작부분의 아이가 당하는 장면에서도 언뜻언뜻 보이는 괴물의 실루엣이 앞으로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고장나고, 한두명씩 희생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지루해진다. 괴물은 열심히 살육하고 학생들은 이리저리 쫓기는데, 그 과정이 별로 흥미진진하다거나 공포스럽지 않다. 그저 깜짝깜짝 놀라는 정도지만, 그런 것은 '공포'라고 할 수 없다.

마지막에 작살총으로 괴물을 잡는 장면은 무슨 낚시질을 하는 것 같다. 전혀 공포스럽지도 않고 박진감 넘치지도 않는다.

더구나 엔딩에서 막연하게 3편을 암시하는 할아버지의 의미심장한 눈빛... 물론 흥행에 성공했으니 3편이 나올테지만 별로 보고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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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싸가지 (1disc) + OST 포함 한정판
신동엽 감독, 하지원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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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쉽게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물론 영화를 찍는 내내 스텝진과 출연배우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테지만 말이다.)

애초에 형준역에 권상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었다던데 그랬더라면 완전히 ‘동갑내기 과외하기’ 속편이 되었을 작품이다. 어쨌든 이렇게 무성의하게 생각없이 만든 영화가 요새 너무 자주 나온다.

남녀 청춘 스타 두명을 주연으로 포진시키고 김용건, 이응경, 김창완 등 연기력이 좀 되는 중견배우들을 조연으로 등장시킨다. 게다가 김지훈, 김상혁, 세바스찬 임혁필 등을 카메오 출연시킨다. 줄거리도 너무 뻔하다. 처음에는 악연으로 만나서 티격태격하던 두 남녀가 어느새 사랑을 느끼고 마지막에는 눈물도 조금 보이면서 감동적인 해피엔딩을 이끌어낸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계속 봐왔던 패턴의 등장인물과 줄거리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고, 초반에는 코믹연기를 마음껏 뽐내던 하지원이 후반부로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영화의 맥이 탁 풀려버린다.

원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영화보다는 나았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영어자막이 영어공부에는 좀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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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1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사랑 싸가지 엄청 기대했었는데,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어요-_-; 처음부터 기대를 안 하고 봤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sayonara 2004-05-1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런 수준의 비슷비슷한 영화가 너무 많이 나와서 간혹 진짜로 재미있는 작품이 개봉해도 '뻔하겠지' 생각하고 놓칠까봐... 그게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