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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산책
돈 슈나이더 지음, 김정우 옮김 / 사람과책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조만간 백수의 길을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번 훑어본 책이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저자의 절절한 사연과 암담함 심정에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정말 실업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저자가 표현한 ‘절벽산책’이라는 표현은 현재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 너무나도 절묘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절벽 위를 걷는 사람에게는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 이야기의 결말이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이전에 다니던 직장보다는 훨씬 못한 ‘목수’라는 직업을 택했고, 거기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불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활방식이 아닐까? 비록 조금 못하고 부족하지만 어쨌든 지금 하는 일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보는 것이다.
대기업과 사회적 지위, 많은 연봉에 대한 미련을 접고 지금 하고 있는 구멍가게, 리어카 상인, 포장마차라도 만족하면서 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서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국가가 사회가 불경기이기 때문이라고 믿으면서, 지금 당장 먹고 살 수 있는 것을 감사히 여기면서 말이다.
‘절벽산책’은 참으로 서글프고 현실적인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