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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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의 내용 자체는 훌륭하다.
하지만 굳이 하늘은 파랗고, 산은 푸르다는 내용을 알기 위해서 물리학과 생물학 이론을 속속들이 알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좀 더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이 책의 어려운 전문용어들과 과거의 사례들을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셜록 홈즈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다. "범인은 너닷!")

이런 사례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수없이 목격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는 허름한 옷차림의 거부에게 무례한 호텔 종업원 이야기도 있다.(하지만 어쩌면 이는 서비스업이라는 호텔의 특성인 '품격'을 고려한 반응일지도...)
그리고 본문에서처럼 유인원 화석의 발견이 수십 년이나 지나서 사기로 드러났다는 사례 같은 경우는 뉴스에서 너무도 자주 보이는 일들이다.
그때 당시 대영박물관 관장도 주요 연구소들도 그 화석을 진품으로 인정한 상태였다.
마찬가지로 줄기세포 사건으로 세계를 뒤흔들었던 황우석 박사 사건도 온라인을 통해서 몇몇 젊은 과학자들이 의문을 표시했지만 묵살되기 일쑤였다.
결국 우리 평범한 독자들도 뛰어난 두뇌의 과학자들처럼 가치귀착이라는 힘에 조종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의 내용은 이런 것들이 전부다.
굳이 비싼 책을 구입해서 읽지 않더라도 학창시절 윤리 시간에 졸지만 않았다면 '극장의 우상'같은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사랑을 고백하라는 조언은 마치 쌍팔년도 시대의 연애 조언을 읽는 것 같다.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부분인 금전적인 보상보다 성취감이나 이타심에 의한 동기부여가 훨씬 효과적임을 증명하는 실험 사례들이다. 보상이 코카인처럼 중독적이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뻔한 사실이지만 막상 자세하게 알게 되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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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는 '여성'의 사진을 받은 남성 고객은 웃고 있는 '남성'의 사진을 받은 남성 고객에 비해 대출 신청을 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효과의 영향력이 "대출 금리를 4.5퍼센트 포인트 인하했을 때와 맞먹는다."고 한다. 물론 광고 사진에 예쁜 여성 사진이 있다고 해서 그 금융 상품이 더 나을 리 만무하건만 어쨌거나 남성들은 여성 모델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에 따라 대출 신청을 한 것으로 추측됐다.
-p.110

우리가 제품의 본질과 별 관계없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되돌아보라. 영업자가 믿을 만하다거나 광고 문구가 솔깃하다고 정말로 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p.110

그런데 문제는 보상 자체에 있지 않다. 보상의 '가능성'을 너무 빨리 제시할 때 이런 파괴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동기부여 연구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와 분석에 따르면 보상에 대한 기대감은 보상 달성 자체보다도 더 강력하게 쾌감중추를 자극한다고 한다. 과학경시대회에서 우승한 아이를 디즈니랜드에 데려가는 것과 "과학경시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면 디즈니랜드에 데려가 주마."라고 미리 말해두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중독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이타중추를 억누르는 것은 바로 이 '기대감'이라는 요소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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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마인드 시즌 5 (6disc)
에드워드 앨런 버네로 감독, 쉐마 무어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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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함께 시작된 5시즌은 하치에게 큰 고난을 안겨주고, 하치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이별을 선택한다. 헤일리와 잭을 언제 돌아올지 기약 없는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떠나보낸다.

습격사건 이후 하치는 상부로부터 능력을 의심받고, 내부승진으로 팀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과 일을 그만두는 것 중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그래서 하치는 모건을 더욱 더 몰아붙인다.
결국 모건은 부장으로부터 팀장의 자리를 받게 된다.
로시는 하치에게 의미심장한 충고를 던진다.
타고난 리더인데다가 금방 리더의 자리에 적응해나가는 모건을 나중에 임시팀장 자리에서 어떻게 내려오게 하는가 하고 말이다.

‘크리미널 마인드’가 5시즌에 이르는 동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하고 폭력적인 범죄들이 수없이 등장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즌의 그 어떤 범죄도 예전만큼 충격적이지는 않다.
대신 인간의 악마성과 비정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 비해서 사건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잔혹해진다.
초반 시즌이라면 단순 납치 감금 사건이었을 범죄가 납치여성들을 출산시키는 범죄로 발전하고, 단순한 교살 사건에서 더 나아간 안구 강탈 사건이 일어난다.
4화에서는 BAU팀의 예상마저 뛰어넘는 악질적인 악당도 등장한다. 소외감이나 박탈감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재미로 살인을 하는 살인마다.
인터넷이 그저 단순한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시대의 범죄를 세밀하게 묘사한 에피도 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살인 장면을 바라보는 팀원들의 충격 받은 표정이 그들은 여전히 악행에 익숙해질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특이하게도 이 에피에서는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의 말이 격언으로 등장한다.

또한 BAU팀의 프로파일링이 몇 번이나 빗나간다.
남자로 가정하고 진행된 프로파일링이 용의자가 여자로 밝혀지면서 뒤집어진다거나, 범인이 소리나 냄새 같은 외부의 영향으로 범행 패턴이 바뀌기 때문이다.
범인을 체포한 뒤에 비로소 또 다른 사건이 시작되고, 다시 프로파일링을 해야 하는 사건도 벌어진다.

게다가 범죄의 독특함뿐만이 아닌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잘 드러낸 에피도 있다.

벌써 다섯 번째 시즌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크리미널 마인드'는 할 말이 많은 시리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섯 시즌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에피, 소녀 납치 사건이 있다.
여기서 마법 같은 프로파일링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8년 전 유괴된 아들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의 집념과 그녀를 믿고 도와주는 JJ를 비롯한 팀원들. 돌아온 아이들과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100편이 넘는 에피소드 중 그 어느 에피소드보다 감동적이고 진한 눈물이 흐르는 이야기다. 마지막에 오열하는 한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번 시즌의 100회 특집 에피에서는 하치와 연쇄살인범 포옛의 대결이 막을 내린다.
두말할 나위 없이 시리즈 사상 가장 극적이고, 가장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 100회 에피는 앞으로 시리즈의 전환점이 될 만큼 의미심장한 사건이 벌어진다.
하치는 국장으로부터 퇴직 권고를 받고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이 시리즈는 워낙 주연 배우들의 하차가 잦아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조마조마하고, 긴장감이 느껴진다.) 



(엄청난 비극이...)

이번 시즌에서는 '크리미널 마인드' 시리즈의 꽃미남 캐릭터 담당 리드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마도 다리 부상때문인듯 하지만 가끔씩 JJ한테 뱀파이어 소설 '트와일라잇'도 못 읽어봤냐고 면박당하는 식으로 개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
피해자의 가족에게 눈치 없는 말을 꺼내서 뻘쭘해지는 역할이 많아서 좀 안타깝다. 



(이렇게 모이는 것도 마지막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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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씽킹 - 핵심을 꿰뚫는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6
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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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는 이 책에 베스트셀러인 '티핑포인트', '괴짜경제학', '경제학 콘서트'보다 훨씬 전부터 경제학 원리를 쉽게 가르치는데 노력해 온 내용이 담겨있다고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일단 몇몇 사례는 참으로 기발하기 그지없다.
왜 DVD와 CD는 크기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케이스는 DVD가 더 큰 것인지, 왜 우유팩은 사각형인데 음료수 캔은 원통형인지, 왜 여성 모델들의 몸값이 남성 모델들보다 훨씬 비싼 것인지...
저자는 간단명료하면서도 기가 막힌 대답들을 내놓는다.
기본적인 경제학 이론인 '공유지의 비극'으로 닭과 다르게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와 소련이 무너진 뒤 캐비어 값이 오른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탁월하다.

 


(짭짤하기만 하고 맛은 없드만.)

하지만 터무니없이 간단한 질문들도 많다.
교통사고가 나면 반대 차선까지 막히는 이유나 왜 공원에 열린 나무의 체리는 익기 전에 사라지는가? 하는 질문들은 초등학생이라도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다.

 


(솔직히 솔찮은 구경거리 아닌가.)

저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아이디어들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경제학적'이라는 것이 무작정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어린 아이라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문제들도 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는 상위권 대학의 등록금이 저렴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형적인 사례인지 특별한 경우인지 소위 말하는 상위권 BIG 3 대학 중 두 곳은 학비가 무척이나 비싼 사립 대학교다.
그 이유는 아마도 터무니없이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해당 대학을 졸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맥의 효용이 막대함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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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의 소비자들은 생산자들이 벌어들이는 추가 수익의 두 배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그럼에도 관세 폐지가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관세의 편익은 (생산업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반면 그에 따르는 비용은 전 국민이 아주 조금씩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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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1 진격의 거인 시리즈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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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는 거인들을 피해 높은 담을 두르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100년을 살아왔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안전한 담벼락 안의 삶에 익숙해진 채 가축같은 삶을 살아간다.
가끔 거인을 상대하기 위해 담 밖으로 나가는 조사단 병사들의 무의미한 희생이 되풀이된다.
언젠가 높은 담벼락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단으로 구박을 받는다.

 

(압도적인 힘의 거인에 대한 무력감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진격의 거인'은 '2011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뭔지...?!) 1위에 선정된 대작으로 '몬스터'와 '히스토리에'같은 작품을 처음 펼쳤을 때의 묵직한 감흥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다.
"100년 동안 벽이 붕괴되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 당장 붕괴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식의 명대사가 넘쳐난다.

 

(이보다 더 훌륭한 명대사들이 넘쳐난다.)

지금 당장의 상황이 안전하다면 가축처럼 갇혀 살아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매번 헛되이 목숨을 버려가며 밖으로 돌진해 나가는 사람들은 과연 미친 짓일까?
현실에 안주하려는 인간과 도전을 위해 밖으로 뛰쳐나가는 인간의 대비를 진지하게 그린 이 작품은 명백한 걸작이다.

도대체 만화왕국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만화 잡지사의, 가장 잘 나가는 편집인은 도대체 무슨 귀신에 씌어서 이 작품을 비웃었던 것일까?
단행본이 5천원이 아니라 5만원이라도 꼭 구입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작품인데, 어쩐 일인지 무척이나 빨리 출간되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걸작에 가슴이 벅찰 정도다. 내가 너무 나이를 먹은 것일까?
더 이상 '드래곤 볼'이나 '슬램덩크'같은 걸작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는 나는 과연 시대의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취향의 만화광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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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번영,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윌리엄 A. 서든 지음, 최은정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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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Fortune Tellers를 빗댄 'Fortune Sellers'라는 제목이 참으로 재치 넘친다.

솔직히 이 책에 대한 엄청난 기대에 비하면 내용은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각종 언론 매체와 책을 통해서 넘쳐나는 미래 예측들에 질린 나머지 이 책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예측들은 기후 예측이나 경제 전망, 주가 예측같은 사이비 점성술 수준의 예측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미 케케묵은 예측오류인 맬서스의 인구론은 뭐 하러 굳이 끼워 넣었나 싶다.(이미 충분히 웃음거리로 쓰였다.)

논리적인 사고 과정과 과학적인 연구 상황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진지한 미래 예측에 관한 내용은 별로 없는 편이다. 대부분이 극단적이고 경박한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을 언급하지만, 이미 '미래의 충격'은 출간 된지 40여 년 전의 저작으로 유효기한(?)동안 어느 정도 제몫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하긴, 어쩌면 '미래의 충격'이 그 정도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앨빈 토플러의 대표작은 '제3의 물결'이 꼽히는 것일지도... 물론 저자는 '제3의 물결'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예측들을 어떻게 가려내야 할까.
저자는 꼼꼼하고 치밀한 과학적인 근거를 살펴보고, 그 방법론의 타당성 심지어는 예측가의 신뢰도와 그의 이전 실적들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미드 'X-파일'의 잘 차려입은 남자(Well-manicured Man)가 스컬리에게 했던 명대사,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분이 귀한 말씀 내리셨지...)

어떻게 보면 시간이 지난 후에 과거의 일들을 비웃기는 참으로 쉬운 일이다.
하지만 미래의 흐름은 단순한 평행선이 아니며 구성원들의 조그만 행동 하나에도 그 방향이 크게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조심스럽게 말해야 할 것이다.(물론 이 논리는 저자가 예측가들을 비판할 때 그대로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폭발하는 글 솜씨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꼽냐?". 비웃기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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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충격'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유일한 차이점은 전자가 비소설이라는 분야로 잘못 포장되었다는 점이다. 종말론적인 예측을 파는 것은 엄청난 돈벌이가 되는 일로, 이런 책은 수백만 부가 팔리며 지금도 저자와 출판사 모두에게 부를 가져다주고 텔레비전 시청률과 신문 구독수를 높이고 있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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