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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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굳이 이 책의 저자와 노전대통령을 영웅시할 생각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진솔함과 담담함은 읽는 이의 가슴을 후비는 듯하다.

 

과거 누구처럼 누구누구가 자신을 좋아했다느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인물을 언급하며) 자신이 그를 감화시키고 그의 사과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당사자 둘만이 아는 비밀이었다는 식의 허황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충분히 훌륭한 인물이며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한 사람인 것 같다.

 

이 책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흥미로운 사건들은 나오지 않는다.
너무도 담담하고 차분하게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기록했을 뿐이다.
마치 김훈의 글을 읽는 것처럼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문장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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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뿐 아니라 부산변호사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특히 노 변호사는 부산변호사회 재무이사를 세 번이나 할 만큼 모두를 위한 일에도 열심이었다. 나이든 분들이든 젊은 분들이든, 변호사들은 다 그를 좋아했다. 좋은 시절이었다.
-p.36

 

경찰이 동의대사건에서의 안전소홀 책임을 제대로 반성하고 교훈으로 삼기만 했어도 용산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p.85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공약은 당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국민들의 지지여론이 높고 양대 후보가 함께 제시했던 공약인데도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장애가 생겼다. 공수처의 수사대상 때문이었다. 대통령 주변 측근과 친인척, 청와대 주변 권력형 비리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 기본 대상이다. 그 외 고위 공직자들도 모두 망라된다. 국회의원도 당연히 포함됐다. 국회에서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p.328

 

당일 걸어서 노란 선을 넘는 대통령 내외분의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대통령은 그 선 앞에서 소감을 말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 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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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행성 (1956) - [초특가판]
프레드 M. 윌콕스 감독, 레슬리 닐슨 외 출연 / 맥스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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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설정을 빌려 온 작품이라고 한다.
외딴 곳의 지배자인 박사와 그의 아름다운 딸, 그곳을 찾아 온 외부의 사람들...

 

지금 보면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투명 괴물이라는 설정이 SF도 호러도 아닌 어정쩡한 이야기 같을 것이다.
하지만 SF에 대한 명확한 장르 구분이 없었던 당시를 생각하면 매우 신선하고도 심오한 소재였다고 생각한다.

 

 


(거의 70년 전에도 횡행했던 과장광고 포스터. 영화의 내용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지금 보면 한없이 저렴한 특수 효과지만, 보는 동안만큼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애덤스 선장역을 맡은 배우는 놀랍게도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의 레슬리 닐슨이다.

최근 시절의 코믹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고, 한없이 진지한 미남 젊은이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역시 이런 뛰어난 작품도 세월의 퇴색 앞에서는 한없이 밋밋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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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 암흑의 시대 (2disc)
마커스 니스펠 감독, 제이슨 모모아 외 출연 / 버즈픽쳐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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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거칠고 역동적인 액션은 CG로 도배된 매끈하고 얍삽한 액션들로 바뀌었고, 진정한 야수성이 느껴지던 주인공 코난의 모습은 꽃미남의 근육질 청년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문제는 단순히 아날로그 액션이나 CG액션이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마찬가지로 CG로 덧칠되었던 TV 시리즈 '스파르타쿠스'가 얼마나 멋있었는가.

 

감독의 전작인 '패스파인더'를 보고도 연출을 맡긴 제작진의 실수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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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스토커 2 - 아웃케이스 없음
임초현 감독, 계륜미 외 출연 / 스퀘어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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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비스트 스토커’는 홍콩영화사에 길이 빛날 걸작이긴 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봉조차 못한 듣보잡 영화였던 '비스트 스토커'라는 제목을 따온 것부터가 수입사의 실수이다. 제작진과 배우만 같을 뿐 정작 '비스트 스토커'와는 상관없는 작품에 뜬금없는 제목을 붙였으니 말이다.


영화 자체는 홍콩영화의 전성기인 90년대에나 어울릴 정도로 전형적이다.

경찰과 끄나풀.. 보스의 여자...

이미 닳고 닳은 소재의 이야기는 역시 닳고 닳은 줄거리를 선사한다.

형사는 과거에 정보원을 희생시킨 사건을 괴로워하지만 또 다른 정보원을 희생시켜야 한다.

부모의 빚 때문에 매춘부가 된 여동생을 위해서 경찰의 끄나풀이 된 주인공은 보스의 여자와 비극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 영화를 빛내는 것은 그런 틀에 박힌 이야기가 아니라 사정봉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호연이다.



(사정봉의 눈빛)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청초하던 그분이..)


우울하다 못해 눅눅할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와 격렬하고 긴박감 넘치는 액션 장면들도 제몫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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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
송영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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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고 있던 운동 상식의 90%는 구라였던 것일까?


책의 짜임은 짤막한 운동 상식들을 나열해놓은 뻔한 구성이다.

본문의 문장 또한 마치 신문, 잡지의 기사내용처럼 밋밋하고 식상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했던 체형 분석, 대학교에서 배웠던 운동시간과 체지방 소모의 상관관계, 각종 책과 인터넷을 통해서 얻었던 영양 지식들이 한순간에 쓰레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경악스러울 만큼 충격적이고 혼란스럽다.

도대체 외국 영화를 보면 본격적인 지방소모를 위해서 신호등에서도 제자리 뛰기를 멈추지 않고 (30분 이상 지속해야 하는 운동이 끊기지 않도록) 조깅을 계속한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그동안 내가 알아왔던 지식은 무어란 말인가..)


이밖에도 각 챕터마다, 각 페이지마다 믿을 수 없는 폭로들이 이어진다.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의 관계, 기구에 의존하는 운동의 위험성, 부위별 운동의 무의미함, 연예인 몸매의 허상...


뱃살을 빼야한다면서 열심히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사람들을 비웃었던 나 자신도 정작 그들과 오십보백보였음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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