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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옐로사전
일본 무라카미월드 연구회 지음, 김선영 옮김 / 새물결사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 오타쿠들의 마니아근성이란 정말 놀랍고도 감탄스러운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만화, 작품의 주인공에 깊숙히 몰입하여 철저하게 쪼개에 분해하고 분석하고 체화(!?)한다.
그렇기때문에 유명한 작품이 출간된 후에는 꼭 분석집이내 설정스토리같이 그 작품에 관한 온갖 정보와 뒷이야기, 분석과 독특한 팬들의 시각등을 정리해놓은 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무슨무슨 연구회, 무슨무슨 동호회에서 쓴 책들 말이다.
불후의 명작인 '슬램덩크'나 '드래곤 볼'같은 만화책도 팬들이 힘을 모아 출간한 연구집이 출간되어있다. 자세한 분석과 일반독자들이 놓치기 쉬운 사실들, 독특하고 삐딱한 시각으로 조명해본 작품세계등 말이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옐로사전'을 펼칠 때만 하더라도 그런 멋진 분석집을 기대했었다. 적어도 제목의 하루키라는 브랜드에 먹칠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개인적인 소망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너무 기대가 컸다기 보다는 전혀 엉뚱한 기대였단 말이다.
제목에 걸맞게 방대하긴 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내용이었다. 혹시나 이 책을 구입하려는 독자가 있다면, 약간의 시간을 내어서 인터넷을 뒤지거나 신문기사들을 스크랩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적어도 책값은 굳는 거니까 말이다.
꽤나 여러 곳에서 모은 자료들이긴 하지만, 하루키의 팬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본 적이 있는 내용들인데다가 그리 색다르거나 독특한 시각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역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사실은, 하루키를 알고 싶으면 하루키가 쓴 작품을 읽는 편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직접 그의 작품을 접하고 느끼는 편이 더 나을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