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 1 - 사도의 습격
GAINAX 지음, 사다모토 요시유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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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최근들어서 시들해지고 잊혀져버린 에바의 인기를 생각할 때, 그리고 반면에 건담시리즈는 그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립하면서 계속 확대재생산을 해나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볼 때, 많은 사람들이 패로디와 오마쥬로 이루어진 에바의 세계는 불완전한데다가 영속적이지도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때는 건담의 인기를 넘어서 새로운 세대의 애니를 대표한다고 평가받았었지만 당시의 강렬하면서도 폭풍과도 같았던 인기와 관심이 불과 몇 년만에 사그러든 지금의 처지를 생각할 때, 정말 허무함을 감출 수가 없는 심정이다. 에바에 그리도 신선한 독창성이 없었단 말인가? 정말 다른 사람들의 말대로 패로디와 오마쥬로 치장한 겉만 번드르르 한 작품이었던가?

어쨌든간에 한동안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던 그 강렬했던 추억만으로도 최고의 애니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역시 애니메이션이었을 때 진정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밋밋한 흑백그림에 활자로 새겨진 대사들만으로는 주인공들의 비장미 넘치는 대사들을 제대로 음미할 수도 없을 뿐더러, 살아 움직이는듯했던 에바의 힘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처음 애니를 통해서 에바를 접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이제는 너무도 무뎌져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에바가 소개되었을 때 어떤 관계자가 에바의 메카닉을 보고는 악당로봇이 참 멋지게 생겼군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지금까지의 애니와는 무언가 다른 신선하고도 비장함이 넘치는, 획기적인 걸작이었다.

하지만 역시 에바는 애니였을 때가 가장 좋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실망스럽다고는 하더라도 원작애니가 워낙 출중한 작품이라 기본 이상은 된다. 강력하게는 아니지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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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캘린더 - 2002년도 탁상용
문학수첩리틀북스 / 문학수첩 리틀북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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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시리즈나 '스누피'시리즈 처럼 '해리 포터'도 결국은 한 시대를 풍미한 뒤에 결국은 그 시대를 대표하고야 마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될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1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부터 가장 최근에 출간된 4권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이면서도 고른 분포의 인기를 누려오면서 각종 관련 서적과 장난감들, 아기자기고 귀여운 팬시상품들, 결국에는 다음 순서로 당연한 절차인 영화화에 이르까지 그 영향력과 인기의 범위를 끊임없이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변이 없는한 이러한 대단한 인기는 완결편인 7권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해리 포터 캘린더'도 수많은 관련상품들 중의 하나인데, 나름대로 부실하지 않고 꼼꼼하면서도 귀엽게, 한마디로 '해리포터'의 주독자층인 아이들이 딱 좋아할 정도로 잘 만든 제품이다. 비록 처음엔 신기해하면서 관심을 갖고 이리저리 들춰보다가, 두어달만 지나면 책상 한구석에서 잊혀진듯 조용히 남은 1년을 처박혀있어야 할 운명일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램이 있었다면 영화의 주인공들을 주제로 했더라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싶다. 약간은 어벙해보이는듯한 소설 삽화의 주인공들보다는 똘망똘망 귀여운 꼬마들인 영화의 주인공들 말이다. 다른 여러 독자들도 비슷한 생각인 걸 보니, 개인적인 취향만은 아닌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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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 한국고전문학선 12
전영진 엮음 / 홍신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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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하늘아 하늘아'라는 사극을 통해서 '한중록'의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인기배우였던 하희라와 정보석이 각각 혜경궁 홍씨와 사도세자로 출연했던 드라마였다. 그 작품에 등장하는 사도세자의 행동이 어찌나 난폭했던지... 궁내의 시녀들을 겁탈하고, 신하의 목을 잘라서 들고다니는 걸 보고는, 저런 사이코왕자가 왜 안죽고 있나.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결말에 가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갖쳐 죽음을 맞을 때에는 인과응보라고, 당연한 결과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감상도 TV드라마에 의해서 길들여진 편견일 뿐이었다고 생각하니 좀 씁쓸하기 까지 하다. '한중록'을 읽고 가장 감탄한 부분의 헤경궁 홍씨의 탁월한 글솜씨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뒤덮고 있는 애통한 분위기 하며, 행간행간마다 스며들어있는 저자의 애절한 심정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눈물을 흘리면서 '한중록'을 써내려갔거나, 이 글을 통해서 마음 속 깊숙히 쌓여있던 울분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른 자료들을 통해서 '한중록'과 당시 궁궐내부의 사정을 알아 본 결과로 짐작할 때, 글을 쓴 의도가 그렇게 감성적인 이유는 아니었던듯 하다. 자신의 남편인 사도세자를 정신병자로 몰고가면서까지 왕을 변호하고, 처가를 보호하려는 에세이였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남편까지 욕해가면서 처가의 가족을 변호해야 하는 혜경궁 홍씨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하고 비참했을까? 제 아무리 왕족이라 하더라도 역사 속에서 한 인간의 존재는 이토록 미약하고 보잘 것 없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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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비
윤정란 지음 / 차림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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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비'는 조선시대를 거쳐간 수십명의 왕비들을 간략하지만 심도깊게 소개한 역사서이다. 대학 리포트 한 편 분량의 각 챕터와 연대기순으로 배열한 무난한 편집과 적당히 수준 있으면서도 너무 어렵거나 학구적이지만은 않은 내용이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극 드라마를 통해서 너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과 오해들이 '조선의 왕비'에서 자세하게 해설되어 있는데, 요즘 세대들이 '태조 왕건'이나 '여인천하'같은 드라마를 통해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을 볼 때 이런 책이 출간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희빈에 관한 편견들과 혜경궁 홍씨의 책에서 볼 수 있었던 주장들과는 전혀 다른 사실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부인 강씨를 시작으로 구한말 명성왕후 이후의 비극적으로 소외되어갔던 왕비들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자료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찾아보려고 하면 꽤나 시간이 걸리고 손품을 팔아야 하는 일이다. '조선의 왕비'같은 이런 종류의 책은 본격적인 역사서로도 함량미달인데다가 역사소설처럼 극적인 재미도 갖추지 못한 책이다. 하지만 시의적절하게 꽤나 유용하기도 하고,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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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디자인하는 여자
이주향 / 조선일보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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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씨가 전작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의 성공에 힘을 얻었는지 비슷한 소재와 분위기, 방향으로 출간한 책이다. '운명을 디자인하는 여자'라는 색다르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내용이 문화비평서인지 만화비평서인지, 그 성격이 모호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글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 패미니즘, 아직도 불평등한 지위에서 지내야만 하는 여성들의 권리에 집착하는 작가의 모습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 시대의 대한민국땅에서 그 정도의 논지와 전투력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 자신이 냉철하고 기계적인 분석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호감어린 시선으로 모든 사건과 사물을 보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가 만화를 보는데 있어서도 분석하고 쪼개어 평가하기 보다는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애정이 느껴진다. 그런 분위기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재미있고 인상깊에 읽어내려갔고 말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바라는 점이라면, 조금은 더 담담하고 차분하게 만화를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과연 만화가들이 철학자가 판단하는 것만큼 그렇게 심오하게 생각하고 그렸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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