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칼 - [초특가판]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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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데뷔작이지만 그의 개성과 재능이 전부 담겨있는 수작이다. 
정확히 50년 전의 작품이라 촌스러운 화면과 느릿느릿한 전개는 어쩔 수 없지만 로만 폴란스키 감독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성적 긴장감과 시종일관 짖누르는듯한 불안감이 영화 내내 계속된다. 


권태로운 부부와 함께 요트에 타게 된 히치하이커 청년과 부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항해를 시작하지만, 남편과 청년간의 자존심 싸움이나 청년과 부인간의 미묘한 감정이 흔들리듯 이어진다. 
그런 긴장감은 청년이 칼을 꺼냄으로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감까지 더해져서 더욱 관객의 숨결을 조이는듯 계속된다.


(폐쇄되지 않았지만 고립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꼭 뭔가 있을 것 같고 무슨 일인가 터질 것 같은 압박감이 계속되는 '물속의 칼'은 29세 감독의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그렇게 에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까지 불안감과 긴장감은 일관되게 계속된다.


화려하고 현란한 요즘 영화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 지금이라도 만들려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나 못만드는, '물속의 칼'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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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한국 알부자들의 7가지 습관 -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김송본 지음 / BF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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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똑같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수많은 부자학들과 다를 것이 없다. 

결국 돈을 어떻게 모으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작가가 이리저리 주워듣고 읽은 내용들을 그럴듯하게 엮어놓은 책이다.


저자는 머릿말에서부터 독자들을 실망시킨다. 
돈이 허망하다는 식의 이병철 회장의 말을 언급한 것이다. 정상에 있는 사람이 정상의 자리가 덧없다고 말하기는 쉽다. 더구나 사카린 밀수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니... 저자의 순진함이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왜 우리는 21세기가 되었어도 돈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것일까. 탐욕은 정당한 것이며, 돈에 대한 욕망이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게다가 실제로 돈의 흐름을 공부했다면 장사는 신용이 제일이라는 식의 말은 쉽게 못할 것이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힘과 지식,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거대화 등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실전에서 신용이란 말이 얼마나 하찮아질 수도 있는지 잘 알 것이다. 
새벽에 먼저 출발한 장돌뱅이가 뒤에 오는 장돌뱅이가 미끄러지도록 징검다리에 얼음물을 부어놓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한쪽에서는 신용과 성실을 운운할 수 있을까 싶다.


안정적 직장을 바라는 공무원 지망생들을 무기력하다고 폄하하는 부분에서 저자의 경험 부족은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요즘 시류를 생각할 때 그들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텐데 어떻게 함부로 무기력을 운운할 수 있을까.

심지어는 아는 게 많을수록 창의력이 떨어진다는 식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가치도 없는 내용이다. 지금같은 지식시대에 아직도 이런 망발을 내뱉는 사람이 있다니 기가 차다.
그렇다면 왜 세계의 거대 기업을 이끌거나 일구어 가는 리더들 중에 명문대 출신이 많은 것이란 말인가. 지금 당장 세계 부자 순위만 살펴봐도 지식과 창의력이 역의 관계보다는 정비례 관계에 가까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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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 호퍼 1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다 히로토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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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복수를 위해 살인청부회사에 들어간 주인공 스즈키. 그 회사 사장의 아들이 아내를 죽인 범인임을 알고 어떻게든 접근해보려 하지만 지나치게 나약하고 소심한 스즈키의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사장의 아들이 죽어버리고 푸시맨이나 자살전문킬러같은 살인자들이 등장해서 스즈키와 엮이기 시작한다. 결국 액션만화의 주인공치고는 너무도 약하고 무능력한 스즈키는 킬러들의 아전투구에 휘말리게 된다.


'그래스호퍼'의 장점이라면 전혀 일본만화답지 않은 결말에 있다. 어찜보면 지나치게 뻔하고 갑작스러운 엔딩일 뿐이다. 하지만 악인들이 비극을 맞이하고 실타레처럼 얽힌 사건들이 모두 해결된 다음에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칼에 맞거나 날아온 총알에 맞아 죽는 일본 만화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적에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따위 결말을 보지 않아도 된다.


어수선한 전개나 다소 갑작스러운 해결은 3권의 짧은 분량때문인지 아니면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놓아서 3권밖에 안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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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2-12-09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있고 한게 아니라, 고타로가 그냥 시나리오 작가로 들어갔나보네요.

sayonara 2012-12-10 18:2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가요. 어쨌든 짤막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
 
[블루레이] 화차 : 초회 한정판
변영주 감독, 김민희 외 출연, 미야베 미유키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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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없이 본래의 줄거리에 충실한 스릴러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났고 감독의 연출력도 흠잡을데가 없었다. 
특히 주인공 이선균의 연기는 나름대로 인상적이었는데, 소심한듯 망설이는 것처럼 어눌하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울컥해서 흥분한 어조로 버벅대며 불만을 쏟아내는 연기만큼은 이선균이 최고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요즘 작품답지않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물 흐르듯이 스릴이 이어지는, 그렇게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그런 점이 특히 좋았다. 

특출나게 인상적인 명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광기넘치는 등장인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종일관 숨죽이고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누구냐 넌)


(넌 누구냐고)


다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PPL이 징글징글하게 많다. 커피숍, 아이스크림, 빵집, 음료수, 건설사 등 정말 수도없이 많은 간접광고가 나온다. 아마도 주연배우들의 무게감이 떨어졌다거나 해서 제작비를 충당하기가 쉽지 않았었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잠복중인 형사가 굳이 심각한 얘기를 나누면서 바나나우유를 쪽쪽 빠는 폼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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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스탠바이 캅
아담 맥케이 감독, 마크 월버그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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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코미디가 대부분 그렇다. '미스터 빈'처럼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닌 이상, 문화적 차이, 언어적 차이 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저 스크린 앞에서 눈만 멀뚱거리는 지루한 관객이 될 뿐이다.

하지만 취향이 맞는다면 정말 박장대소하며 웃고 또 웃을 수 있다.


'디 아더 가이즈'도 그런 미국식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제대로 현장에 투입된 적 없는 책상물림 파트너 테리와 엘렌이 NYPD의 슈퍼스타 콤비 댄슨과 하이스미스를 대신하면서부터 소동이 시작된다.


(NYPD의 슈퍼스타 콤비)


(NYPD의 덤 앤 더머 콤비)


총격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테리의 과거 사건에는 메이저 리그의 수퍼스타가 카메오 출연한다.

브룩 쉴즈도 깜짝 출연하는데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못알아볼 수도 있다.


X방울이 찌릿할 정도로 흥분되지 않느냐는 말에 "고환암 걸렸냐?"라고 대답하는 식의 미국식 말장난은 다소 썰렁할지 몰라도 덤 앤 더머 콤비의 좋은 형사 나쁜 형사 전략이나 성적인 개그 장면은 정말 배꼽이 바지도록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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