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아트북 : 현대 픽셀 아트의 세계
그래픽사 편집부 엮음, 이제호 옮김 / 아르누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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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사 편집부(グラフィック社編集部)’의 ‘픽셀 아트북: 현대 픽셀 아트의 세계(ピクセル百景: 現代ピクセルアートの世界; Pixel Vistas: A Collection of Contemporary Pixel Art)’는 여러 픽셀 아트를 담은 일종의 화집이다.



픽셀이란 작은 점 하나를 의미한다. 그것들을 하나씩 찍어서 완성하는 그림인 픽셀 아트는 그 작업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감탄이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픽셀 아트는 컴퓨터 그래픽에서 비롯된 것인데, 원래는 전혀 지금처럼 특정한 느낌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컴퓨팅 파워와 디스플레이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만 했던 제약에 가까웠다. 320x240, 640x480, 4컬러, 16컬러 같은 것들이 그런 것들 중 하나다.

그런 제약 속에서, 때로는 인간의 시각적인 특징을 이용하기도 하고, 팔레트를 바꾼다든가 하는 식의 기술을 사용하기도 하면서 최대한 고품질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들은 절로 그걸 접하는 사용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느끼게 만들었었다.

지금은 4K 이상의 해상도와 32bit를 넘어선 10bit HDR 색감까지 쓸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이런 식의 노력은 필요없게 되었지만, 당시 그래픽에 받았던 감동은 사라지지 않아서 일종의 예술적 표현으로써 살아남아 독자적인 장르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으니, 픽셀 아트가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픽셀 아트는 컴퓨터 그래픽의 제약에서 비록된 것이기 때문에 그 진짜 매력은 역시 컴퓨터를 통해 보았을 때 분명하다. 픽셀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서, 이건 분명히 기계적으로 그려진 게 아닌 사람이 하나 하나를 직접 선택해 찍은 것이라는 것을 느낄 때, 작으면서도 풍부한 표현을 담고있고, 단순화 되었으면서도 구석까지 세밀하게 그려진 것을 보았을 때 그것을 찍어낸 것에 감동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픽셀 아트를 인쇄된 것으로 보는 것은, 역시 그런 감동까지는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보는게 썩 나쁘지 않았는데, 몰랐던 픽셀 아트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다 그걸 찍어낸 작가의 이야기를 보는 것도 괜찮기 때문이다. 픽셀 아트를 소개하는 책으로서는 충분히 괜찮다는 말이다.

픽셀 아트에 관심이 있다면, 꼽을만한 픽셀 아트와 관련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은 꽤 흥미롭게 볼만하지 않나 싶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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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 텔레포터
정해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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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과거에 대한 후회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 설사 어떤 제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작지만 커질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며 파문을 일으키려 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미래의 내가 나에게 와서 중요한 무언가를 전해주려 한다는 이 소설의 기본 플롯은,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좀 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소설이란 전혀 사용한 소재의 신선함이나 뻔함으로 그 자체가 어떤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똑같은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그걸 어떤 식으로 변조하거나 혹은 이야기에 적합하게 사용했는지에 따라 좋을지 나쁠지가 크게 갈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꽤나 시간여행 요소를 잘 사용했다. 단지 그것이 주요하게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이는 과거의 주인공의 경험, 그리고 그것이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미래라 할 수 있는) 현재로 이어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당초 이 이야기에 담으려고 했던 메시지와 잘 연결해서 이야기 구성에 꽤나 괜찮게 느껴진다.

특히 자연스럽게 소설에서는 그리지 않은 좀 더 세부적인 상황이나 뒷 이야기 등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심지어 그것이 독자가 어거지로 논리를 맞추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땅히 그럴만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좋았는데, 그만큼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면서 상황과 전개에 대한 설득력 또한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판타지로 그려진만큼 조금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요소도 있었는데, 그걸 에필로그를 통해 해소한 것이라든가, 되돌아보면 여러면에서 적절한 제목을 붙인 것 역시 좋았다.

전하려는 메시지도 굉장히 뚜렷하면서, 이야기 자체의 구성과 재미 역시 괜찮아서, 이 정도면 꽤나 잘 만들어진 소설이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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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킹즈 QUEEN OF KINGS
탁윤 지음 / 이층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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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킹즈’는 중세스런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생각보다 익숙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워낙에 로맨스와 판타지가 조합된 소위 로판물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주류라 할 수 있는 중세스런 서양 판타지 느낌의 로판이라서 더 그렇다.

소재도 마찬가지여서, 창세 또는 건국에 얽힌 신화라든가 그와 얽힌 신비한 힘, 그리고 그것이 이제는 거의 없어져 일부만이 갖고있다는 것 같은 것도 상당히 클리셰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도 그렇다. 사생아라는 출신, 그렇지만 정당하다 할만한 혈통 역시 물려받았으며, 그 때문에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르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노골적인 무시와 왕실을 둘러 싼 음모 뿐,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어서 혈혈단신으로 버텨내야 한다. 이런 기본 설정도 꽤나 익숙한 것이다.

이렇게 (괜찮고 무난하기에 자주 써서) 익숙한 것들을 조합했으니 그럼 평타 이상은 하는 이야기냐 하면, 그건 좀 애매하다. 잘 몰입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캐릭터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첫인상이 부정적인 것으로 바뀌고, 그게 다시 반전되서 호감이 된다는 것 자체는 그렇게 나쁜게 아니다. 이런 뒤집기 기술은 작가가 캐릭터를 다르게 재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데다, 캐릭터 자체도 단순하지 않게 만들어줌으로써 이야기도 좀 더 뒤엉킨, 그래서 예상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뒤집히기에 합당한 과정과 이유는 분명하게 납득할 수 있도록 그려야만 한다. 예를 들면, 사실은 오해였다는 식으로 말이다. (지겹지만, 줄기차게 쓰이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변화는 그 속도가 쫌 너무 빠르다. 과정 자체가 그럴 뿐 아니라, 그 전에 마땅히 그럴만한 캐릭터라는 복선이 깔리는 것도 아니라서 갑작스러워 보이고 잘 납득이 안된다. 그래서 로맨스 쪽으로는 좀처럼 몰입을 할 수가 없다.

이야기의 전개랄까, 그런 진행 밑에 깔린 기본 설정 같은 것도 그런 면이 있다. 애초에 아무런 추종세력도 없이 여러 왕의 위에 서는 엽합국의 여왕에 올라선다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최소한 꼭두각시로 이용해 먹으려는 세력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닌가. 그래서 모두의 노골적인 무시와 협박을 받는다고 하면서도 막상 하는 짓이라곤 꽤나 온건한(?) 짓 밖에 없다는 것은 좀 우습기도 하다. 왕실의 암투라는 게 이렇게까지 온건한 거였나.

주인공의 심정과 행동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관념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충분히 활용해서 상황을 해쳐나가는 것도 아니고, 주도적이지도 않고, 결단력이 있다거나, 하물며 순수하거나 착한 것도 아니어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자꾸 멈칫하게 된다.

좋게 본다면 현실적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만, 부정적으로는 캐릭터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것처럼도 보인다.

부가적으로 문장도 좀 아쉬웠는데, 번역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자가 서양 소설 플랫폼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한국어 문장이 좀 어설픈 번역본같은 느낌이 있다. 캐릭터성과 안맞는 대사는 좀 깬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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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재미있는 물리 - 계산식 하나 없는 발칙한 물리 수업
미사와 신야 지음, 장재희 옮김, 송미란 감수 / 미디어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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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신야(三澤 信也)’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재미있는 물리: 계산식 하나 없는 발칙한 물리 수업(東大式やさしい物理: なぜ赤信号は世界中で「止まれ」なのか?)’은 일상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물리 법칙들을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쉽다는 거다. ‘가능한’이라거나 ‘최대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로 쉽다. 기호화된 수식이나 계산법 같은 것도 없고, 물리 이론 역시 특별한 용어 대신 일상적인 수준의 어휘를 이용해 충분히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장단점은 분명하다. 가볍다는 거다.

그래서 잘 읽힌다. 거기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나 물건 등에 있는 물리를 소재로 선택한 것도 한몫한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다루다보니 ‘정말로 왜 그럴까’라고 흥미를 갖기 쉽고, 그것을 너무 자세한 것까지 파고들지는 않은 선에서만 다루기 때문에 읽으면서 막히는 부분이 없다. 그래서 마치 가벼운 상식을 읽는 것처럼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대신, 깊이는 얉다. 앞에서 상식처럼 읽을 수 있다고 했던 것은 물론 비유적 표현이었지만, 어느정도는 실제로도 그런 측면이 있다. 즉,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수료한 현대인이라면 이미 알고있을만한 내용들이 다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준다기보다는 기왕이 알고있던 과학상식이 올바른지 확인해보는 느낌도 좀 든다. 여러 과학지식을 살펴보는데 관심이 있고, 그래서 새로운 것을 더 알고싶어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반대로 새롭게 물리에 관심을 가져보려는 사람에게는 물리에 겁을 먹지않고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에 꽤 적당하다. 내용도 그렇고, 가볍고 쉽기 때문에 조금은 ‘더 깊은 거는 없나?’하는 일종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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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1218 보물창고 23
강숙인 지음, 김시습 원작 / 보물창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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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말 그대로 금오신화 읽기를 담은 책이다.




김시습이 지은 금오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금오산에서 지은 새로운 이야기라 하여 금오신화(金鰲新話)라 이름붙은 이 책은 다섯편의 작품을 담은 일종의 소설집으로, 걸출한 시인이었던 그가 특별히 써낸 소설이라는 점이나 최초의 한문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자주 언급되곤 한다.

수록작들은 모두, 생육신으로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지나왔던 깁시습 본인의 이야기가 다분히 담긴, 자전적인 내용들로 이뤄져 있어서 그가 계유정난과 조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은 금오신화를 한글로 옮긴 것 뿐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 사이에 김시습 본인과 그에게서 소설 공부를 받는 동자승 하나를 등장시킨 이야기를 집어넣어 꽤나 노골적으로 금오신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얘기하기도 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책은 조금 학습서같은 느낌도 들긴 하는데, 당초에 자신의 심경을 소설로 적어냈던 김시습과 같이 그런 내용도 소설의 형태로 적어 마치 죽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연이어 읽을 수 있게 한 구성이 좀 재미있다.

금오신화의 수록작들은 꽤나 노골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잘못 이해하기는 어렵긴 하나 원문이 한문소설이었다는 점과 여러편의 시가 함께 실려있다는 점 때문에 한글로 옮긴 것임에도 그렇게 잘 읽히지는 않는다.

어느정도 의도를 갖고 쓴 이야기라 그런지, 꽤 흥미로울만한 소재와 전개를 하고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기도 한다.

책에서는 김시습이 시나 직접적인 글 대신 소설을 택한 이유를 이야기가 가진 힘 즉 재미 때문이라고 제시하는데, 충분히 현대화된 문장으로 다시쓴 이야기를 통해 그걸 직접 느끼게 하기 보다는 그러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해설부분을 통해 학습하듯 알게 한다는 것은 (책의 제목을 생각하면 더욱)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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