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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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벤더(Aimee Bender)’의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The Particular Sadness of Lemon Cake)’은 독특한 능력을 지닌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인 ‘로즈’가 가진 독특한 능력 때문이다.

그녀는 음식을 먹으면 그것을 만드는데 관여한 사람들, 멀게는 식재료를 만든 사람부터, 유통을 위해 가공한 사람, 가깝게는 그걸 요리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왜 그녀만이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걸까. 혹시 착각인 것은 아닐까. 단지 기분의 문제라거나, 어쩌면 정신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었기에, 스스로도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로즈는 자신의 능력에 의문을 갖기도 하고 그걸 따라가는 독자 역시 왜 그런지 생각해보게도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보면 그걸 아는 것은 물론 그런 능력 자체도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즈의 능력은 설사 그녀가 알기를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그것을 마주하도록 만드는 장치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느닷없이 다가오는 타인의 날것에 가까운 감정은 그것 자체로도 기분 나쁠 수 있어 문제가 될만하나, 그게 가까운 사람의 은밀한 것이라면 훨씬 심각해진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까 하는 것에서부터, 그 사람과 터놓고 얘기할지나, 다른 사람에게 발설할지까지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개개인의 은밀한 비밀을 다루기 때문에 다소 판타지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신비롭거나 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때문에 좀 무거운 편이다.

그걸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솜씨가 꽤나 좋다. 전체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중간 중간의 장면들도 꽤나 인상에 남는데, 그게 이야기의 이면을 보여주기도 하기에 더 그렇지 않나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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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고양이 클로드 1 - 추방된 황제 외계 고양이 클로드 1
조니 마르시아노.에밀리 체노웨스 지음, 롭 모마르츠 그림, 장혜란 옮김 / 북스그라운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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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마르시아노(Johnny Marciano)’, ‘에밀리 체노웨스(Emily Chenoweth)’가 쓰고 ‘롭 모마르츠(Robb Mommaerts)’가 삽화를 그린 ‘외계 고양이 클로드 1: 추방된 황제(Klawde: Evil Alien Warlord Cat #1)’는 재미있게 볼만한 SF 창작동화다.

SF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소재가 외계 생명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외계 지적 생명체로, 바이러스나 미생물 같은 정도가 아니라 집단으로써 문명을 이루고 충분히 소통할만한 언어를 갖춘 생명체가 SF에선 흔히 등장한다. 이렇게까지 넓은 우주에 그런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는 것은 좀 믿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상력을 통해 그려진 생명체들은 때론 극단적으로 발달되거나 비약된 신체를 갖고있기도 한데, 의외로 인간이나 지구 생물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아무래도 그 편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좋기 때문이다.

그런 점은 이 소설도 다를바 없다. 겉보기에는 고양이와 똑같은 생명체인데, 지적 능력이나 그를통해 축적한 과학력은 어마무시해서 지구인들은 아직 상상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들도 수월히 만들어 낸다. 예를들면, 순간이동 장치같은 것 말이다.

이야기는 그를 통해 지구로 ‘추방’된 전 황제가 한 가족에게 ‘클로드’란 이름을 얻어 같이 살게 되지만 다시 황제로 돌아가려는 꿍꿍이를 버리지 못하고 되돌아가기 위한 장치를 만들고, 그 와중에 클로드를 데려왔던 아이 ‘라지’와 생각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걸 클로드와 라지 각자의 시점에서 그린 이야기가 교차되는 식으로 풀어냄으로써 한쪽에서의 이야기가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 보였는지나,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을 때 다른 쪽은 뭘 하고 있었고, 그게 자연스럽게 둘의 이야기가 완성되도록 만들었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둘이 서로를 오해하며 코미디를 자아내면서도, 묘하게 각자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런 경험들이 하나씩 쌓이며 정을 느끼기도 하며, 소심하고 회피하는 것에 익숙했던 라지에게 용기를 주고 한발짝 나아가는 것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게 외계 고양이의 이야기나 라지의 시골 자연 캠프 이야기 등과 잘 버무려져,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과 완성도가 좋다.

꼭 긍정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개성있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당 고양이 캐릭터도 좋아서, 다음에는 또 어떤 소동극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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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7 잠뜰TV 본격 추리 스토리북 7
루체 그림, 한바리 글, 잠뜰TV 원작 / 서울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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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7: 서바이벌 게임 살인사건’은 동명의 방송 컨텐츠를 소설화한 시리즈 일곱번째 책이다.

원작이 게임처럼 진행되는 컨텐츠였다보니, 배경이나 인물 설정 등은 보통의 이야기같으면서도 진행은 마치 엄격하게 단계가 구분된 게임같아서 그 전환이 좀 어색하게 느껴졌던 게 이 소설 시리즈의 공통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모두가 기절하고 장소가 바뀌며, 그 사이 뭔가가 벌어진다는 초반의 단순했던 장치를 그대로 들고와서 오랫만에 익숙한 어색함을 느끼게도 한다.

그나마 이번 이야기에서 전작보다 나았던 점이 있었다면, 이번 소설의 이야기는 애초에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거다. 겉으로도 일단 60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을 표방하고 있는데다, 뒤로 가면서 세부적인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런 전개도 딱히 이상할 게 없는 설명같은 것들이 덧붙기 때문에 강제적인 스테이지 분리라는 너무 고전적인 게임식 장치를 다시 가지고 왔으면서도 생각보다 거부감은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그것이 이야기를 크게 바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컨셉과도 안맞고 긴장감도 덜하다다는 단점은 있다. 왜냐하면, 이런 전개는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이다. 범인의 정체와 범행 트릭, 그리고 그에게 감춰진 뒷 이야기 같은 것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찾아내려는 사람들과 숨기려는 범인간의 두뇌싸움같은 게 보여야 하는데 그런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야기가 범인 색출에 더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정작 후반까지 이야기의 흐름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에메랄드 포레스트’란 게임이 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종의 게임으로서 플레이가 중요했기에 이런 점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원작 컨텐츠와 달리 소설화된 책에서는 아무래도 완성도란 점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이야기 주요 소재라든가 캐릭터 설정 같은 건 나름 괜찮아서 하나씩 드러나는 이야기들을 보는 재미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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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주인
강희찬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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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주인(義理主人)’은 영·정조 시대와 홍국영을 새롭게 그려낸 역사 소설이다.

정조는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왕 중 하나다. 그것은 그가 소위 ‘조선의 르네상스’를 만들어 냈을만큼 대단한 왕이었던데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그 자신까지 상당히 특징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갖고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의 주변에도 주목할만한 인물들이 많이 있었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홍국영’에 주목했는데, 알려진 그의 서사와 평가에 조금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활약과 몰락의 격차가 큰 것부터가 그렇다. 그가 성공에 취해 눈이 멀고 타락해버려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면 쉽고, 실제로도 그는 대게 그런 식으로 그려지곤 하는데, 저자는 그게 썩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조선의 당시 상황도 그렇다. 이후의 몰락을 생각하면 과연 그때가 르네상스라고까지 할만큼 좋기만 했을까 의심스러울 만하다.

그런 점에서 이 두가지, 배신자 홍국영이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삶과 어쩌면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었을지 모르는 당시의 조선을 그리는 것은 꽤 잘 해낸 편이다.

물론, 홍국영을 주인공으로 삼은만큼 그를 좀 미화해서 그린 듯한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하고, 그렇기에 이후에 이어질 그의 행동을 더 의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당시를 그린 것은 나름 흥미롭게 볼만하다.

역사 소설이라고 해서 너무 딱딱한 고어체를 고집하지 않고 가능한 현대어를 사용한 것도 좋아서 이야기를 보다 잘 따갈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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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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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는 꽤 독특한 SF 단편들을 담은 소설집이다.


좀 익숙하지 않다. SF 소설이라고 하면 보통 사용하는 소재도 아니고, 그런 흐름으로 이야기를 끌고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SF란 상상력이 중요한 장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특정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가의 소설들은 꽤나 신기한 곳을 향해있는 것 같아 독특하고 개성있다.

그렇다고 단지 독특한 소재를 개성있게 사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너무 그랬다가는 자칫 뭔 소린지 알 수 없는, 작가 혼자만 멋지다고 할만한,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이상한 이야기가 되기 쉬운데, 저자의 이야기들은 꽤나 그에 근접해 있으면서도 충분히 독자가 따라갈 수 있는 선에서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써 여전히 대중적인 SF 소설의 위치에 서있다.

그래서, 좀 너무 마이너하고, 그래서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보면 다 머릿속에 들어와있고, ‘그러게, 왜 그런 생각은 못했지?’라거나 ‘그럴싸한데?’라며 묘한 감탄을 자아내게도 한다.

그렇다고 충분히 대중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꽤 즐기는 듯한 언어적인 요소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대단하다’고는 느낄지언정 순수하게 ‘재미있다’는 말은 선뜻 나오지 않는다. 이건, 상당히 잘 쓰긴 했지만, 호불호는 좀 갈리겠는데? 싶달까.

다행히도,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았다. 안그래도 소위 판무 소설처럼 찍어낸 듯 판에 박힌 설정의 SF에는 조금 물리기도 했던지라, 이 책은 꽤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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