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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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은 컨셉을 잘 살린 코지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허실시’라는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다. ‘허실’이란 지명 자체는 실제로도 있기에 헷갈릴 수도 있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것 같은 그런 도시는 실제로는 없는 거다. 그런데도, 소설을 보는 순간만큼은 허실시의 존재감과 사실감이 확실하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는 흐릿하면서도 뚜렷한 배경을 만들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다는 설정을 꽤나 잘 한 셈이다.

당연히, 그렇게 느끼게 하는 건 기본적인 설정이 아닌,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각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면서도 꽤나 일관되게 이 도시를 구체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수록작들을 관통하는 배경과 인물 설정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그것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자칫 그냥 그런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을텐데, 그게 다른 이야기들과도 관계를 갖게 됨으로써 단편적이지 않은 이야기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이것이 단편집, 그것도 특정 주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각기 다른 작가들이 써낸 일종의 엔솔로지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특징은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결코 작가들에게 연작의 느낌을 살리라면서, 순서대로 작품을 쓰고, 이전 작들을 참고해서 쓰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느정도는 동시에 쓰여졌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각각의 이야기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과 인물을 공유하도록 짜여진 것은, 그만큼 기획에 신경썼다는 것으로 보여 새삼 감탄하게 된다.

물론, 개별 작품의 재미도 상당하다. 어쩌면 일상에서 맞딱뜨릴 수도 있을만한 코지 미스터리를 표방하면서도,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정통 미스터리의 기본들을 잘 사용하고 있어서 이야기는 물론 그것이 짜맞추어지는 것을 보는 재미도 꽤 나쁘지 않다.

기담괴설엔 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사뭇 궁금한데?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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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김수연 지음 / 엘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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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수록작 중에는 다소 뻔한 것도 있다. 소위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는 그런 류의 것 중에 대단히 공식에 따른 것 같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상했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장르는 그런 맛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뭉갠 면이 있기 때문에 해석이 갈릴 수도 있다만, 그 중에는 독자가 장르물을 볼 때 기대하는 엔딩도 분명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서로 다른 소재와 색을 띈 이야기를 보여준 것도 좋았다. 덕분에 어떤 이야기를 볼 때도 이미 봤던 것같은 기시감을 느끼게 하며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소재 때문에 가볍고 유쾌하게 볼만한 판타지가 있는가 하면, 꽤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것도 있는 등 이야기의 무게감도 서로 다른데, 결국엔 모두 사랑 이야기로 귀결이 되면서 이런 사랑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소설집 전체가 사랑 이야기라는 통일감을 가진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솔직히 엄청 대단하다 할만한 이야기가 있는 것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도 딱히 안타깝다 할만큼 부족한 것도 없다. 이야기는 모두 나름의 읽는 맛이 있고, 사랑 이야기 특유의 슬쩍 미소짓게 만드는 미묘한 감정도 남긴다.

어떻게 보면 그냥 무난무난한 소설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특히 좋았고 뭐는 별로였다고 쉽게 꼽지 못할만큼 전체적으로 무난한 읽는 재미를 준다는 점이 개인적으론 맘에 든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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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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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은 소녀 첩보원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어린 소녀들을 첩보원으로 쓰겠다는 생각은 대단히 합리적이다. 소녀들이 갖고 있는 육체적인 한계, 사회적인 위치, 그로인한 만들어질 수 있는 빈틈 등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효율적인 첩보원은 없겠다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것을 자원으로 보고 논리적으로만 생각한 것일 뿐, 그 소녀들도 사람이는 것을,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고, 언니고, 누나이며, 또 동생이기도 하다는 것을 망각한 생각일 뿐이다.

심지어 첩보원, 그러니까 간첩은 적진에 깊게 침투하여 동화됨으로써 그들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한다는 특성상 적군에게 요주의 인물일 뿐 아니라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무리)에게까지 끊임없이 신뢰 문제를 증명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양쪽 진영 모두에서 반기지 않는 제3세력에 가까운거다.

소설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다양한 이유로 소녀 첩보원, ‘래빗’에 들어오게 된다. 누구는 일제의 강점을 겪은 후 강화된 애국심을 이유로, 또 누군가는 전쟁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가족의 복수를 위해, 혹은 일의 대가 때문인가 하면, 어쩌면 단지 고아가 되었다는 이유로 쉽게 쓸만하단 상층부 사람들의 판단으로 임의 배정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소설은 그런 소녀들 중 일부를 조명해서 그들의 험난했던 삶과 전쟁을 꽤 잘 그려냈다.

단지 ‘소녀 첩보원’이라는 역사적인 소재에만 기댄게 아니라 조금씩 서로 다른 입장과 선택을 그려낸 것도 좋고, 완전히 창작해낸 이야기에 가까우면서도 실제였더라도 어색하지 않을법한 서사를 들려주는 것도 역시 긍정적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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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물리찾기 1 부엌에서 물리찾기 1
청유재 사람들 외 지음 / 북스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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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물리찾기 1’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물리를 얘기하는 책이다.

물리는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지만, 막상 찾아보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도 손쉽게 찾을 수가 있다. 사실 세상은 모두 물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하는 행동들, 경험적으로 아는 지혜같은 것들도 모두 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리들 중에서 부엌과 관련된 것들을 모은 것으로, 아이들이 각각을 처음 접했을 때 할법한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왜 그런지 제대로 알면 새삼 더욱 신기할만한 것들까지 다양한 질문과 답을 제공한다.

질문은 모두 일상이라는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 정도에서만 던지는데, 그런 덕분에 책은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그 진리를 파헤쳐 들어가는 것도 꽤나 재미있으며, 겉만 슬쩍 핥는 게 아니라 나름 깊은 부분까지 다루기도 하기에 유익하기도 하다.

소위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유행처럼 생겨나면서 여러 정보들을 전달해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혀 엉뚱한 얘기를 하고도 수정하려고도 하지 않는 걸 보면 실망스럽기도 한데, 책은 그런 게 없다는 것이 장점이 아닐까 싶다.

가볍게도, 진지하게도 볼만하다.

아쉬운 것은, 일부 삽화들이 너무 저질이라는 거다. 심지어 저자가 원본을 갖고있을 채팅 캡쳐 같은 것까지 도트가 뭉개져 보기 불편하다. 단지 이미지가 아니라 글씨가 있어서 더 그렇다. 좀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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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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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노 요루(住野 よる)’의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腹を割ったら血が出るだけさ)’는 독특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제목이 참 독특하다. 하긴, 무려 고등학생 때 썼다는 데뷔작부터가 좀 그랬다. 자칫, 그게 일종의 루틴처럼 새겨져 일부러 그런 제목을 짓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단지 제목만 다분히 어그로스러운 게 아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도 계속해서 뭔가를 건드리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 이건, 단지 캐릭터의 개성이라는 것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무언가다.

그래도 어떻게든 함축을 해본다면, 소설 속 캐릭터들은 모두 어딘가 뒤틀려있다. 누구는 속이 그렇고, 누구는 겉이 그러하며, 또 어떤 사람은 그 중간에서 이도 저도 아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처치곤란인 상태로 뒤틀려있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들은 책을 펼치자마자 절로 ‘아! 그 작가의 소설이구나!’하고 느끼게 한다. 작가색이 꽤 뚜렷한 셈이다.

이건 자칫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쉽다. 말이 좋아서 개성적인거지, 도무지 캐릭터와 서사에 이입하거나 공감할 수 없어 난해하기는 커녕 자칫 황당함까지 느끼게 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본 특유의 감성까지 더해지면, 때론 극단적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욱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일반에서 벗어났기에 더욱 독특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를 선보이면서도, 공감 한계는 넘지 않도록 미묘하게 선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반대로 소위 대중적 것과는 좀 다른, 소수라고 무시할 수도 있는, 전혀 잘못된 것이라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어 자기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래서 반발을 살 수도 있으며 뭔가 엇나간 것 같지만, 쉽게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뿐 저 안에 담고 있었던 속마음 같은 것을 마치 나도 그런 사람이라는 듯이 꺼내는 이야기가 묘하게 공감이 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제목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다른 의미를 지닌 관용어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꽤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잘 지은 제목이란 걸 알 수 있는데, 한국어판은 그걸 그냥 단순 직역을 해버려서 단지 어그로성 제목인 것처럼만 느껴지는 게 아쉽다. 어떻게든 의역을 해야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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