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팝콘북
이부키 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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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부키 유키(伊吹 有喜)’의 ‘컴퍼니(カンパニー / Company)’는 직장과 가정의 문제로 절망의 바닥까지 떨어졌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에는 크게 2명, 바닥에 떨어진 인간이 나온다. 가정 문제를 겪는 중에 퇴출을 전제로 발레단 홍보 일을 떠맡은 ‘아오야기 세이이치’가 그 하나고, 올림픽 선수라는 프로젝트의 트레이너로 일하다 갑작스런 일로 좌초되어 경력은 물론 회사내의 위치까지 위험해져버린 ‘세가와 유기’가 다른 하나다.

이들은 모두 일종의 절망을 안은채로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발레단에 흘러와 마지막이 될지 모를 홍보 이벤트를 위해 일하게 된다. 그러면서 ‘세계의 연인’이라는 발레리노 다카노나 무대에서 좀처럼 실력발휘를 하지 못해 묻혀져있는 미나미, 2군 아이돌에서 1군으로 날아오르려 하는 나유타 등 각자의 문제와 사정을 안고있는 사람들을 만나 부대끼면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발레를 소재로 하는 소설이라지만 막상 발레 이야기나 묘사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데도 소설을 보고나면 마치 한편의 발레를 본 듯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그 과정을 정말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때론 답답하다 느낄 정도로 이상한 행동과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런 것 조차도 한편의 잘 짜여진 기승전결을 위한 장치였다고 느껴질 만큼 만족스러웠다.

이는 이 소설이 기본적으로 선한 과정과 결말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노력한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은 소정의 결실이 주어진다는 걸 보여준다는 얘기다. 그래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느낌도 있는데, 그래도 그건 전혀 어처구니 없는 황당함이 아닌 동화같은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일본소설이라그런지 때론 감정을 너무 자제하는 건 아닌가, 좀 더 드러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신파 등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등장인물같의 감정을 미묘하게 묘사한게 꽤 마음에 들었다. 이건 이야기의 결말과 함께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그려보게도 해 묘하게 남는 여운을 주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번역이 좀 걸린다는 거다. 예를 들면, 말투가 그렇다. 일본은 한국과 반말과 존댓말을 쓰는 것에서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데 이걸 그냥 단순하게 번역해 버린 듯하다. 그래서 같은 사람과 얘기하는대도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왔다갔다해서 지금 뭐하자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각자의 성격을 생각해 적절히 맞춰줘야지, 솔직히 일본의 반말/존댓말 문화를 생각해가며 책을 읽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내용을 이해하는데야 무리가 없었으나, 조금만 더 신경썼으녀 더 좋았을 것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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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1
이라하 지음, 하지현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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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간호사 출신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정신병동의 모습을 그린 만화다.

경험을 살렸다고 해서 자기가 겪었던 것을 그대로 만화로 그렸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정신병동에서 봤던 환자들의 병세나 그런 병세를 가진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 지를 참고한 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증세는 비슷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나 혹은 주변 사람이 유사한 병을 겪은 적이 있다면 마치 자기가 겪었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만화는 우리가 흔히 접하기 어렵고, 그런데도 묘한 소문은 여러번 들어 편견도 가지고 있는 정신병동의 실제에 가까운 일상을 그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보다보면 그 동안 잘못 생각해왔던 것도 조금은 해소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정신병도 외상처럼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질환의 하나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더 두드러지는데, 그건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깊게 다루기보다는 핵심만 보고 넘어가는 식으로 짧게 다룬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핏 ‘어? 약 먹으면 그렇게 금세 좋아지는 거야?’ 싶기도 했다.

한편으론, 실제로는 꽤 오랜 기간 입원했음을 알 수 있는 표현도 있어, 정신병이라는게 한번 생기면 쉽게 낫지도 않고 재발할 수도 있어 모종의 두려움이 들기도 하며, 그러니 더욱 병을 키우지 말고 증세가 약할 때 빨리 처방을 받는게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저스툰에서 연재 중인 동명의 웹툰 1~14화를 간추려 담은 것이다. 출판을 위해 여백을 줄이는 등 일부 편집을 하기는 했지만, 웹툰의 형식은 그대로 유지했기에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는 않아 조금 아쉽다. 대신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덧붙이기도 했고, 연재분에는 없는 특별 만화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도 추가해서 나름 단행본으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동물을 의인화해서 그린 이야기도 나름 볼만하고, 그러면서 정신병동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익한 면도 있어 나름 마음에 든다. 이야기도 조금은 단순 패턴의 반복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각각의 이야기가 조금씩 걸쳐있게 만들어 이어지는 느낌을 준 것은 꽤 괜찮았다. 다만, 그림은 첫 작품이라 그런지 표정 묘사 등에 아쉬움이 좀 있었는데, 단순한 그림체라 다행히 엄청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고, 경험이 쌓이면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인터넷에서 살 경우 인터넷 서점에 따라 부록을 주는 곳도 안주는 곳도 있으니, 할인혜택과 함께 부록 여부도 참고해서 구매하기 바란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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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수지를 위하여 - 수다쟁이 가족들의 괴상한 잠 이야기
릴리 레이나우스 지음, 마르게 넬크 그림, 정진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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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레이나우스(Reeli Reinaus)’이 쓰고 ‘마르게 넬크(Marge Nelk)’가 그린 ‘잠 못 드는 수지를 위하여(Suusi ja kadunud uni)’는 잠자기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이 담긴 그림책이다.

네 살짜리 수지는 가족 중 그 누구보다 빨리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그 날은 가족들이 모두 깨어 각자의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쉽게 잠에 들지 못했고, 가족들은 그런 수지를 위해 잠자는데 도움이 되는 옛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놓지만, 그 어떤 이야기도 수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떤 것은 무서워서, 어떤 것은 불편해서다. 하지만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어느새 졸음이 몰려오고, 곧 언제 그랬나 싶게 잠에 빠져든다.

잠 못자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해주는 이야기는 정말 다양하다. 양을 세는 것에서 부터, 금방이라도 해를 끼칠 것 같은 괴물은 물론, 신비한 능력을 행사하는 요정도 있다. 개중에는 인간도 있다. 그들은 잠에 들지 않은 아이가 있으면 찾아와 각자만의 방법으로 잠에 들게 만들거나 또는 해를 끼치기도 한다.

책에는 그 중 몇가지가 실려있는데, 그걸 아이에게 들려주고 아이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걸 질문하고 하는게 잘 담겼다. 그리고 그것들을 듣고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져서 몽롱해하다가 잠이드는 것도 이런 이야기들이 어떻게 효과가 있는 것인지를 잘 설명한다.

실제 물건과 그림이 섞여있는 일러스트는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지 않았는데, 그래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듯한 모습을 나름 나쁘지 않게 표현한 듯하다. 마치 여러 이야기를 듣다 잠에 빠져 뒤썩인 꿈을 꾸는 수지의 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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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스탠드 - 발칙한 그들의 일심동체 일촉즉발 19금 라이프
MC제이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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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스탠드’는 동명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MC제이가 성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들을 풀어 담은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은 굉장히 기묘한 위치에 있다. 좀처럼 언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부끄럽고 감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화로 자리잡아 버렸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런 책이 나온게 더 반갑다.

성에 대해 얘기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이라거나 퇴폐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대다수가 수면위로 올리지 않는, 하지만 늘 일상속에 함께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얘기할 뿐이다.

저자 자신도 상당히 절제했다. 성 얘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한두가지 정도는 깊은 내용도 나오기 마련인데, 혹시라도 그게 과할까 싶어서 스스로 미리 쳐낸 느낌도 든다. 그래서 섹스를 얘기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건전한 편이다.

책에는 꽤 다양한 성 이야기가 실려있지만 그렇다고 이게 지식서나 교육서, 자기계발서 같은 건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에 더 가깝다. 그래서 개인 성향에 따라 이건 아니다 싶은 내용이나 표현도 더러 있다.

편집은 주제를 의식해 붉은 속지를 사용한 것이나 팟캐스트의 내용 일부를 붙인것도 나름 괜찮았는데, 오타나 잘못된 문장이 일부 있었고 무엇보다 불필요한 첨가글이 많아 자연스런 읽기를 좀 방해했다. 특히 걸핏하면 나오는 ‘?’는 대체 왜 붙인건지 모르겠다.

본인이 코미디를 지향하고, 이 책도 웃으며 볼 수 있는 ‘유쾌한 외설’이 됐으면 좋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코미디로서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수위 조절을 잘 해서 불쾌하다 할만한 것 역시 없었다.

보통은 얘기하지 않고, 그래서 본인의 경험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여러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가볍게 넘겨가며 볼 수 있는 것은 꽤 좋았다. 팟캐스트도 좀 그런 분위기 같은데, 그게 책에도 좀 이어진 것 같다. 팟캐스트도 여전히 찾아 들을 수 있으므로, 시간 나면 한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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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소녀 1
모쿠미야 조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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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쿠미야 조타로(木宮 条太郎)’의 ‘수족관 소녀(水族館ガール)’는 갑작스레 수족관으로 파견 근무를 나가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들을 담은 일종의 직업 소설이다.

갑작스런 수족관으로의 파견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좌천과도 같은 것이다. 심지어 그게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 그러니 일은 어렵지, 근무처에서도 곱지 않은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성격적인 것에 도움을 많이 받은 때문일까. 어렵게만 여겼던 수족관의 일에도 점점 적응해가고, 그곳에도 조금씩 애정을 갖게 된다.

이 소설은 얼핏 봤을때는 꽤 가벼운 소설처럼 보인다. 주인공 버프를 상당히 받아 썩 어렵지 않게 일을 해치워 나가면서 주위를 놀라게 만들고, 그러면서도 일에 진지해 별 다른 연애는 없었던 멋진 남자를 만나 연애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펼쳐보면 의외로 수족관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많이 다룬다. 우리가 흔히 ‘구경’하러 가는 수족관이 아니라, 생물을 전시하는 수족관으로서의 의의와 역할이나, 그것을 운영하면서 겪는 일, 그리고 한가로울 것 같은 수족관에서 매일 바쁘게 해야하는 관리 업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비록 그렇게 깊게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은 수족관에 대해 더 알 수 있다. 특정 직업에 대해 다루는 직업 소설로서 면모를 꽤 충실히 수행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주인공과 주인공이 만나는 수족관 식구들과의 이야기도 잘 풀어내서 인간드라마로서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이 두 부분은 서로 적당하게 잘 어우러져 있어서 어느쪽을 메인으로 두고 보아도 좋을 정도다. 그래서 딱히 수족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번역은 좀 아쉽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하지만, 가끔 쌩뚱맞아 보이는 문장도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돌고래도 고등어에 해당한다.”는 문장이 그렇다. 괄호치고 ‘(저항력은 있다)’라고 덧붙여 놓기는 했지만, 그것까지 봐도 도통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일본의 말장난이거나 수족관에서 쓰는 표현인 모양인데,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걸 알아먹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밖에도 앞뒤 문장이나 상황에 안맞는 표현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 중에는 그저 단순히 직역해논 건 아닌가 싶은 것도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이럴 때 일러스트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싶은 장면이 꽤 있는데, 소설 안에는 삽화는 하나도 없는 것도 조금 아쉬웠다.

2011년에 ‘아쿠아리움에 어서오세요(アクアリウムにようこそ)’란 제목으로 처음 쓰였던 이 책은, 이 후 제목을 바꾸고 재간을 거쳐 현재는 (일본 기준으로) 4권까지 발매되었으며, 2016년에는 NHK에서 동명의 7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야기 자체는 이미 어느정도 검증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보통은 보지 못할 수족관의 안쪽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흥미롭고, 너무 무겁게 다루지 않는 인간드라마도 꽤 괜찮다. 가볍게 즐기기 좋으므로 부담없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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