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으실 대로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주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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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좋으실 대로(As You Like it)’는, 그의 5대 희극 중 하나로, 대표 희극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모두 담겨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즉 연극 대본이다. 특이하게도 장면 묘사가 거의 없는데, 대부분이 대화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용을 따라가는데는 큰 무리는 없어, 이대로 연극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읽을때도 내내 이야기를 읽는게 아니라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문장이나 표현이 관객에게 전달하기위한 과장된 느낌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세세하게 따져보면 주인공들의 상황은 썩 좋지 않은데도 전체적으로는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도 다분히 연극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게 작품의 분위기를 통일시켜주고, 또 지루하지 않고 계속해서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사회에 대한 풍자나 비판을 담아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밝은 모습과는 조금 상반된 듯한 이 진지함도 작가는 가벼움 속에 담아냈는데, 어색하지 않게 둘을 어우른 솜씨가 꽤 훌륭하다.

다만, 그것들이 전체 분위기에 묻혀 조금 가볍게 지나가버리는 느낌도 있으며, 무엇보다 결말이 지나치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진행도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이 납득하는 과정 없이 즉시 받아들이기에 더 그렇다. 초반에 뭔가 사건이 될 것처럼 떡밥을 풀어놓지만, 그저 그것만으로 역할을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는 공작의 이야기도 아쉽다. 밝은 분위기와 해피엔딩을 위해 구태여 다른 것들은 모두 잘라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끝이 갑작스럽고 마뜩잖게도 느껴진다.

그래서 이 작품은 개작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이는 장면 설명없이 대사 위주로만 서술되어 있다는 점 또한 그렇다. 연극 연출자의 역량에 따라 극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더 이 희곡을 실제로 실연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게도 만들었다. (한번 보고 싶다.)

번역에서는 일부 실수가 눈에 띄었다. ‘어떡해’가 마땅할 것 같은데 ‘어떻게’를 썼다던가 하는 식의 자잘한 것이다.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그러나,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비유나 말놀이의 맛을 살리지는 못했고,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장도 느끼기 어렵다. 후자의 경우 가독성을 위해 일부러 한 것이라고 하고, 전자 역시 한국어와의 언어 차이로 인한 것이기는 하나, 이런 것들이 작가 특유의 매력이라고 꼽히는 것이기도 한지라 역시 아쉬움이 남았다.

주석을 충실히 붙여 이해를 높인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일부 주석 끝에 덧붙인 “(Arden)”이란 표기는 무슨 의민지 불명하다. 물론 충분히 짐작이 가는 것이긴 하나, 확실히 언급했더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신의 이름에 대한 주석도 ‘로마의 신’이란 것을 명시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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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밥 버먼 지음, 김종명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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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버먼(Bob Berman)’의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ZOOM: How Everything Moves)’ 자연과 우주의 움직임과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얼핏 보기엔 마치 SF 소설같은 제목을 한 이 책은, 실제로는 굉장히 진지하게 물리학을 다루고 있다.

‘움직임’을 주제로 한 이 책은, 때론 저자가 경험을 통해 겪은 일을 얘기하는가 하면, 과거 역사와 그 당시에 자연을 이해하던 방식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고, 현재까지 정립된 물리법칙을 통해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래서 물리라는 어려운 학문을 소개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일상과 역사, 이론을 잘 버무린 것 뿐 아니라 가볍고 흥미를 끌만한 내용(기초편)부터 시작해 우주와 양자역학에 이르는 어려운 내용(심화편)으로 이은 것도 좋다. 그래서 어려운 내용이지만 조금씩 적응해가며 볼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책 구성도 꽤나 잘 했다는 얘기다.

거기에 문장도 잘 썼다. 과학자가 쓴 책은 아무래도 지식 위주의 어렵고 딱딱한 문장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칼럼리스트이자 저술가이며 또한 기자로 활동했던 것 때문인지, 같은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냈다. 다른 것으로 빗대어 얘기하는 것도 참 적절해 보였다.

움직임에 대해서 해명한다는 주제도 정말 잘 잡은 것 같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떻게든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본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그 특징과 원리, 거기에 작용하는 물리 법칙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야기를 보다보면 들 수 있는 의문이나 그것에 대한 답도 어느정도 잘 담았고, 그래서 책을 보면서 더 큰 의문이 드는 일도 잘 없다. 이게 책을 무난하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해준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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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의 수수께끼 라디오 - 30개의 두뇌 게임 햇살그림책 (봄볕) 27
발터 벤야민 지음, 마르타 몬테이로 그림, 박나경 옮김 / 봄볕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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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쓰고 ‘마르타 몬테이로(Marta Monteiro)’이 그린 ‘발터 벤야민의 수수께끼 라디오(Um Dia de Loucos)’는 라디오 방송 대본을 재구성해 만든 수수께끼가 담긴 그림책이다.

책에는 모두 15개의 수수께끼가 나온다. 여기에는 넌센스 퀴즈 같은 것도 있고, 수학이나 논리 문제도 있으며,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면 틀리기 쉬운 단순한 문제도 있다.

거기에 더해 이야기 자체에도 15개의 오류가 있다. 이것들은 수수께끼처럼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기 때문에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이야기를 꼼꼼히 살펴보고 찾아야 한다.

이야기는 이 두가지를 담기 위해 쓰였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단순하고, 썩 좋지도 않지만 수수께끼가 가득하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선과 색으로 이루어진 그림은 굉장히 독특한데, 원래 라디오 방송으로 했던 것이라서 그런지 내용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그저 조미료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수수께끼는 꽤 흥미롭고 재미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풀기엔 좀 거시기한 것들도 있었다. 거기에는, 독일의 고전 문답이나 독일어의 특징을 문제로 만든 것도 있고, 일부 문제나 답이 잘못된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오류’로도 이어진다. 작가는 맞는 얘기라고 썼던게 후에 틀린걸로 밝혀져 오류도 실제로는 15개가 아니라 16개로 늘어났는데, 해답에는 여전히 15개만 있는 걸로 나온다.

두뇌 게임을 표방하는 책인 것인 걸 생각하면 이런 오류는 좀 치명적이다. 굳이 원문을 그대로 번역해 담기보다는, 한국 문화에 맞게 바꾸고, 실수도 좀 더 꼼꼼하게 검증해 수정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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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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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토미히코(森見 登美彦)’의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聖なる怠け者の冒險)’은 착한일을 하는 괴인과 그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유쾌한 모험 소설이다.

이 소설은 굉장히 특이하다. 등장인물의 면면부터가 그렇다. 대놓고 주인공이라는 ‘고와다’는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게으름뱅이이고, 화제의 중심에 있는 ‘폼포코 가면’은 너구리 가면에 보기만해도 더워보이는 망토를 걸친 수상한 괴인이다. 거기에 쉽사리 길을 잃어버리는 탐정 조수 ‘다마가와’에, 사건은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면 풀린다는 과와다에 버금가는 게으름뱅이 탐정 ‘우라모토’, 악당같은 외모에 미묘한 거짓말을 하는 수수께기의 ‘고토 소장’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인물이 없다.

소설은 그런 그들이 하나의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며 벌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케릭터들의 설정이 그렇다보니 매 사건 하나하나가 나도모르게 웃음이 터질 정도로 유쾌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소설을 보는 내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소설은 하치베묘진과 야나기코지 등 실존하는 교토 지명과 축제 등을 사용했는데, 그게 조금은 일본 문화를 알려주는 소설같은 느낌도 들게한다. 그만큼 작가가 얼마나 교토 지역과 그 지방의 문화를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교토에 대해 전혀 모르면 그런 부분은 대충 읽고 넘어가는 수 밖에 없어서 조금 아쉬운 느낌도 있었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는 실제로도 있을법한 사건을 그리지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게 조금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느낌도 들게했다. 하지만, 인물의 특징과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나, 그게 조금은 복선처럼 짜여져 있는 것도 꽤 괜찮았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어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은 분명 주인공이라 할만한 중요한 활약을 하긴 하나, 워낙에 게으름뱅이라, 고작 그정도 활약으로 주인공으로 해되 되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 작가식으로 말하자면, ‘주인공이면 그래야 한다고 누가 정했어?’려나.

판타지라 그런지 묘사나 표현등이 다분히 만화적이어서, 마치 글로 쓴 만화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침 딱 어울리겠다 싶은 만화 작가가 있어, 읽다가 가끔씩 그 작가의 스타일로 장면을 다시 그려보기도 했다. 실제로 만화화해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보는 내내 유쾌해서 좋았다. 재미도 있고, 마치 휴가처럼 가볍게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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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르프로마진 - 나의 끝나지 않는 하루
김세홍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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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르프로마진’은 김세홍의 단편 4개와 중편 1개를 엮을 소설집이다.

각 소설은 모두가 인간의 어떤 우울한 감정을 담고있다. 쓸쓸함, 오해, 불필요한 기싸움이나 찌들어버린 일상에 대한 갑갑함 같은 것 말이다.

심지어 작가는 그것들을 굳이 해소시켜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하물며 작은 위로도, 소심한 응원도 없다. 대부분이 그저 한껏 드러내어 보여주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 또 그것들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찾을지는 모두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썩 좋지 않은 감정들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불편하다. 누구든 한번쯤은 빠져봤을 법한 나름 익숙한 감정을, 많이 보아온 상황과 이야기로 다루기에 더 그렇다. 부정적인 감정에 이입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로르프로마진’이란 책 제목과, ‘당신의 클로르프로마진(CPZ, 최초의 신경안정체)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이라는 책소개가 별로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 때문에, 뭔가 클로르프로마진이 될만한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것이든, 신나는 음악이든, 또는 시원한 맥주나 따뜻한 소주든 말이다.

이야기 자체가 나빴다고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머릿속에 남는 불쾌한 잔여감은 썩 기분이 좋지 않다. 특히 우울증 등 감정에 기복이 있는 사람에겐 별로 권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행복해서 날아가버릴 것 같다면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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