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대장 샘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4
이루리 지음,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 그림 / 북극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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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리’가 쓰고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João Vaz de Carvalho)’가 그린 ‘지각 대장 샘’은 늘 지각하는 선생님 샘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늘 지각하는 선생님 ‘샘 이기픈 무른 마르지 안나니’의 ‘지각 이유’는 매번 새롭고 엉뚱하다. 갑자기 악어가 나타나 가방을 물로 하수구로 들어가 그걸 되찾기 위해 실랑이를 버렸다고 하는가 하면, 화단에서 사자가 나타나서 얼굴을 핥고 안아서 재우느라 자장가를 불렀다고 하기도 하고, 강에서 엄청난 파도가 밀려와 책가방을 보드처럼 타고 다리를 건넜다고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 일도 없어 제 시간에 수업 시간에 도착한 샘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잡고 있는 놓아주지 않는 침팬지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이번엔 샘이 침팬지는 교실에 살지 않는다며 교실에서 나가버린다.

이 책은 ‘존 버닝햄(John Burningham)’의 그림책 ‘지각대장 존(John Patrick Norman McHennessy, the boy who was always late)’의 역전 버전같은 책이다. 실제로 존과 샘은 학교로 가는 도중 거의 같은 일을 마주치게 되고, 그의 얘기를 아이들(존의 경우 선생님)은 전혀 믿어주지 않는다.

작가는 여러가지 면에서 지각대장 존을 오마쥬 했다. 심지어 쓸데없을 정도로 긴 이름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만약 원작을 봤다면 둘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은근한 재미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많은 면에서 원작을 재현하지만, 그렇다고 단지 그것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등장인물이 바뀐만큼 이야기도 세세한 부분에서는 꽤 많은 차이가 있다. 그렇다보니 원작보다는 전개가 좀 어색한데, 이 것은 원작을 모르고 읽어도 조금 걸리는지라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개와 결말이 다른 것은 이 그림책이 하려는 이야기가 원작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는 원작에서는 다다르지 못했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면 훨씬 아름답고 평화로울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보면 등장인물 뿐 아니라 결말까지도 역전 버전답구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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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투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5
이미성 지음 / 북극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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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디언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그의 능력은 어떻게 보면 보잘 것 없다. 고작 포포 열매 씨앗을 뱉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리, 그러면서도 정확하고 또한 세게 뱉을 수 있다. 동물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거리에서도 뿔을 부러뜨리고 몸에 맞춰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전국이 쳐들어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왁투는 그 능력으로 적장을 쓰러뜨리고 크게 활약한다. 마을의 영웅이 된 것이다. 왁투는 한껏 고취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은 전쟁으로 남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바쁘고, 계속되는 화려한 환대를 상상했던 왁투는 기대와는 다른 대접에 왠지 모르게 심술이 난다. 그래서 그는 그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심통을 부리는데 사용한다.

길 가던 거북이를 쏘아 뒤집는다던가, 새 둥지를 떨어뜨리고, 개가 밥을 못먹도록 밥그릇을 밀어낸다거나, 연 줄을 끊기도 하고, 더 나아가 물 항아리를 깨거나 낚시줄을 끊고 벌집을 떨어뜨리는 등 전차 심술의 수위도 높아져 간다. 급기야는 사람들이 애써 복구하고 있는 마을을 엉망 진창으로 만들기에 이른다.

결국 모두에게 원망을 사고 쫒기게 되는 왁투. 이제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어렸을 때 누구나 장난처럼 해봤을 씨 뱉기를 소재로 한 아기자기한 상상력에, 이국적인 문화와 풍경, 그리고 이야기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림이 곁들여진 이 그림책은 그저 ‘애들용’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다.

이야기도 좋다. 짧은 내용 안에 담느라 거창한 갈등이나 극적인 해소, 뭐 그런 걸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소소한 이야기가 왠지 웃음짓게 만들면서도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교훈적인 면도 있다. 그리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게 만드는 마무리까지.

상상력과 그걸 담아낸 이야기, 그리고 그걸 보여주는 그림까지 모두 맘에 든다. 흑백 위주로 그리고 일부만 색을 칠하여 강조가 되도록 한 표현도 좋다. 그 안에 사용한 상징도 감탄이 나온다.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이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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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 국가.법.리더.역사 편 - 불통不通의 시대, 교양을 넘어 생존을 위한 질문을 던져라 차이나는 클라스 1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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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는 JTBC에서 방영중인 동명의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번 ‘국가·법·리더·역사 편’에는 이 4가지를 주제로 한 총 9의 강연이 들어있다.

이것들은 이미 기존에 방송을 통해서 얘기했던 것들인데, 방송이 선생님이 나와 질문하고 가르치고 하는 수업 형식을 하고 있는데다 예능적인 면이 있어 중간에 농담도 하고 했었다면, 책은 그런 ‘방송을 위한 요소’를 빼고 마치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는 것 같은 형태로 주요 내용만을 요약해서 적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방송을 책으로 엮는 경우 대본집처럼 간추리기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기보다는 이렇게 형식을 조금 바꿔 정리한 것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한다’는 원 방송의 특징도 살리는 데다, 책으로서도 훨씬 적절하기 때문이다.

강연의 내용은 이미 방송을 볼 때도 생각했던 것처럼 꽤 유익하다. 때론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 주기도 하며, 조금밖에 모르는 것은 좀 더 알 수 있게 해준다.

주제도 현 시사와 어울리는 것들을 잘 골라 묶었다. ‘나라’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현재 한국의 세태와 나아갈 길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주지 않을까 싶다.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하므로 방송에서 사용했던 화면의 일부를 가져와 삽화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이건 그렇게 좋아보이지만은 않았다. 분량 문제 때문인지 사용했던 화면을 모두 실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적절한 장면을 딱 집어내 실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방송과 비교해보면 더 적절한 장면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있어서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좋았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방송으로 다시 보는 것도 괜찮지만, 책으로 보는 것은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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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
구소은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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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는 제주에서 미야케지마로 삶을 위해 떠났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디아스포라 소설이라고도 하는데, ‘디아스포라(διασπορά / diaspora)’란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 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기존에 살던 곳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본토를 떠나 다른 곳에 항구적으로 정착한다는 점이 유목이나 난민과는 좀 다른데, 전쟁으로 여러 곳으로 흩어져 살아야만 했던 한국 사람들을 잘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소설 속 가족들도 그렇다. 이들은 개인의 바램이나 영화를 쫒아 이주를 한게 아니었다. 그저 일제강점기라는 국가의 이상 사태에 휘말려 여러 고초를 겪게되자 어쩔 수 없이 떠밀렸던 것이었다.

심지어 그 후의 일 마저도 썩 평탄하지만은 않다. 이들이 겪는 일들에는 때로 분노가 차오르기도 하고, 어쩔땐 슬픔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담담하게 기술해나간 것 치고는 의외로 짠내나는 이유다.

감정에 크게 젖지 않는 것은 작가의 성향으로 보이는데, 그게 조금은 이 이야기를 실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그건 작가가 그만큼 이들의 이야기를 세세하고 꼼꼼히 써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300여쪽밖에 되지 않지만, 읽기에는 600여쪽 정도는 되어 보였다.

4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를 크게 둘로 나누어 전개한 것도 꽤 괜찮다. 각각은 할머니와 손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두 이야기는 묘하게 서로 분위기가 다르면서도 또한 잘 어울렸다.

이들이 겪은 고초들은 시대가 남긴 아픔이었기도 하지만, 그들이 끝내 디아스포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단순히 그 뿐만이 아니었다는 게 우리에게 못내 부끄러움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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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역 폭발사건
김은미 지음 / 제8요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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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역 폭발사건’은 신주쿠역에서 서쪽 출입구 부근에서 일어난 폭발을 시작으로,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경과를 그려낸 소설이다.

제목만 보면 범죄 소설같지만, 막상 열어보면 그보다는 가상역사소설에 가깝다. 현대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에게 닥친 이야기가 과거 일제강점기 때부터 어떻게 이어져온 것인지를 양쪽을 번갈아 보여주며 그렸는데, 이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또한 흥미로워서 꽤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가상역사를 다루는 만큼 저자의 과거의 이야기는 거의 작가의 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했던 사실과 맞물리도록 역사를 잘 이용했고, 그래서 작가의 이야기가 꽤나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일부분에서는 초능력을 보이는 등 판타지적인 면도 있어서 생각보다 가볍게 뜨는 느낌도 있는데, 그렇다고 억지스럽게 밀어붙이거나 그걸 과하게 이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거부감이 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살짝 삐긋하면 또 느낌일 달랐을 것 같은데 작가가 조절을 잘 한 것 같다.

이야기도 꽤 볼만하지만, 처음에 신주쿠역 폭발사건을 던져두고 시작한 것도 꽤 괜찮았다. 전반에는 왜 이렇게 사건과는 상관없는 얘기들만 해대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보다보면 현재 진행중인 이야기가 앞서서 던져뒀던 이야기로 어떻게 연결될지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어떤 면에서 봐도) 사실 별 거 아니지만, 이게 소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했다.

후반의 마무리는 조금 아쉽긴 했다. 물론 충분히 가능한 전개이기도 했으나, 오랜세월 변함없었던 집착과 그걸 실행할 수 있는 힘을 생각하면 너무 쉽게 해소된 느낌이 있어서다. 그렇게 오랬동안 갈망했던 걸 손에 넣을 기회가 왔다면, 심지어 더 이상 많은 시간과 기회가 남은게 아니란 걸 안다면, 인간이란 비록 멍청할지언정 단순하고 원초적으로 달라붙는 종이 아니던가. 그래서 과연 그렇게 쉽게 놓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그렇게 되는 과정이나 이유가 조금만 더 설득력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야기는 소설인데도 여러 면에서 영화로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많이 들게 했는데, 몇몇 아쉬웠던 부분이나 좋았던 점들도 배우들의 연기가 붙으면 더욱 맛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영화화가 된다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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