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0
다니엘 살미에리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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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살미에리(Daniel Salmieri)’의 ‘산책(Bear and Wolf)’은 제목처럼 곰과 늑대의 산책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한 겨울, 아무도 없을 것처럼 하얀 눈에 덮이고, 초록도 짐승들도 보이지 않는 숲속을 조용히 걷던 곰과 늑대는 서로 마주치게 된다. 서로 다른 듯 닮은 회색 늑대와 까만 곰은, 잠시 서로를 마주본다.

보통 생각하는 건 이둘이 피터지게 싸우는 것일거다. 야생에서 한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존재고, 그렇기에 그런 둘이 마주쳤다면 서로 자웅을 가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을 조용히 산책하던 둘은 그런 다툼따위는 사소하다는 듯 당초 하려던 조용한 산책을 마저 계속하기로 한다.

쓸쓸한 겨울 숲속을 홀로 거닐다, 서로를 만나 함께 산책을 하고, 마침내 갈림길에 다다른 둘은 처음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마치 다 안다는 듯이 조용히 안녕을 말하고 서로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새싹이 트는 꽃피는 계절에, 겨울에 그랬던 것처럼 홀로 산책하다 만난 둘은 전에는 미처 함께하지 못했던 따듯한 온기와 함께 오는 봄을 만끽한다.

별 다른 대사나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그림책은 묘한 감동을 준다. 사소하게 배치된 모든 요소들이 그렇다. 짐짓 강렬한 다툼을 일으킬 것 같은 늑대와 곰이 한가로이 계절을 거니는 것도 그렇고, 별 말 없는 둘이 산책을 하며 묘하게 피어나는 관계도 그러하며, 차가운 겨울을 지나 꽃피는 봄이 되어 다시금 만나 전과 같으면서도 또한 다르게 따듯한 산책을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 겨울과 봄을 회화적으로 대치해 그린것도 좋았다.

딱히 멋스런 말이나 문장이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따뜻하고 매력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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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침착하지 못하고 충동적일까? - 여러 가지 사례를 만화로 소개하는 성인 ADHD 안내서
후쿠니시 이사오.후쿠니시 아케미 지음, 이호정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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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니시 이사오(福西勇夫)’와 ‘후쿠니시 아케미(福西朱美)’의 ‘성인 ADHD 안내서 : 나는 왜 침착하지 못하고 충동적일까?(マンガでわかる大人のADHDコントロールガイド)’는 제목 그대로 성인을 위한 ADHD의 이해와 대처법을 소개하는 안내서이다.

ADHD 자체는 지금에 와서 그리 낯선 이름은 아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얘기할 때 꼭 한번씩은 언급되는 병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널리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의외로 이를 아이들에게만 한정해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미 다 자란, 심지어 사회 생활을 하고있는 성인에게는 딱히 해당이 없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DHD는 뇌 기능 이상의 일종이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아직 발견된 바 없기 때문에 나이나 상황에 ADHD 여부가 갈리지는 않는다. 성인이어도 분명히 ADHD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ADHD로 인해 어려움을 겪느냐, 또는 주변과 어울리며 잘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를 체감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다시말해, 이제까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생활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지 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엔 (이제껏 문제가 없다고 믿었으므로) 자신의 성향이나 노력 따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자신을 탓하기도 하는데, 그게 우울증 등의 낳는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치료와 대처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이 책은 그런 ADHD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잘 담아냈다. 이 책이 실제로 도움이 될 사람은 ADHD 증상을 겪는 사람일 것이란 걸 생각하면, 책에 잘 집중하지 못하기도 하는 그들을 위해 일부를 만화로 그린 것도 칭찬할 만하다.

ADHD와 그 증상, 그리고 치료와 대처법을 주제별로 분류해 담은 내용도 좋은 편이다. ADHD를 겪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하더니, 실제로 책에서 말하는 증상들은 나 스스로나 주변에서 많이 봤던 것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증상들을 하나씩 보면서 ‘혹시…‘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했다.

조금 재미있었던 건, ADHD의 대처법이 의외로 일반에서도 통용되는 자기관리법과 많이 닮았다는 거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하려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본적인 목표가 같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책에서 다루는 대처법들은 꼭 ADHD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익혀두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번역이 썩 마뜩잖다는 거다. 전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는데야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만화의 일부 대사는 상황이나 인물에 맞지 않은 것들도 꽤 있어서 어색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더러 있었다. 좀 더 한국어에 맞게 정리하고 다듬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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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정시
리훙웨이 지음, 한수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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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훙웨이(李宏偉)’의 ‘왕과 서정시(国王与抒情诗)’는 문자를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처음 이 소설을 펼쳤을 때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었다. ‘문자’를 소재로 했기에,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영어나 라틴어를 소재로 한 여러 인문학이나 소설 등에서 그 공감할 수 없는 언어적 또 문화적 간극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어 문자인 한자를 소재로 했다면, 이 소설 역시 끝에 가서는 도저히 함께하지 못할 어떤 간극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됐던거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런 요소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물론 중국인이 나오고, 중국을 배경으로 하며, 중국 문자와 중국 문화가 여럿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들을 깊게 파헤치고, 그 사소한 것 하나로 이어지는 큰 차이를 이야기의 주요 내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걱정했던 것 보다는 답답해 하거나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야기는 꽤 묘한 느낌을 주는데, 그건 소설의 배경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겨우 몇십년 후의 미래를 그린 것이어서 그런지 인물들의 이야기는 지금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한편 소설 속에 등장하는 기술이나 그로인해 바뀐 사회상은 꽤나 먼 미래를 상상케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설의 주요 소재로 문학이나 전통 문화가 등장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미래를 그린 SF이면서도 묘하게 과거나 현재가 함께 혼잡하게 섞여있는 느낌을 준다.

자살한 작가의 사유를 찾는다는 것에서 조금은 미스터리적인 성격도 띄는데 이것도 소설을 계속해서 흥미롭게 보게 만들었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맞는지 조사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하는 것들이 묘하게 탐정소설을 연상케도 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이 꽤나 철학적인 면도 있어서 그것을 두고 곰곰히 따져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책의 챕터 구성이나 문장은 꽤 재미있는 시도처럼 보였는데, 이 점에서는 처음 걱정했던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가 좀 드러났던 것 같다. 원작의 특징을 제대로 살릴 수는 없었던 것 같달까.

이는 일부 번역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는데, 중국어는 한국어와 달리 언어 자체에 존댓말과 반말이 없어서 그런지 일부 문장이 어색한게 눈에 띄었다. 언어 차이로 인해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고도 할 수 있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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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예언의 시작 편 1 : 야생으로 전사들 1부 예언의 시작 1
에린 헌터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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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헌터(Erin Hunter)’의 ‘전사들 1부 예언의 시작 1 야생으로(Warriors: The Prophecies Begin #1 Into the Wild)’는 야생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시리즈의 시작을 그린 소설이다.

장대한 시리즈의 첫 시작인 이 책은 집고양이인 러스티가 우연히 야생 고양이들인 ‘전사들’에 대해 알게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간과 함께 생활하던 동물이 야생으로 복귀하는 이야기를 그린 것들은 대게 인간의 시점으로 쓰여진 것이나 야생으로 돌아가면서 끝나는 것들이 많은데, 이 시리즈는 야생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게 흥미롭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과연 야생 고양이의 생활이나 문화를 얼마나 흥미롭게 그려낼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말 그대로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적인 판타지가 진하게 녹아있기는 하지만, 흥미와 재미 면에서는 기대 이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는 곳 바로 옆에 인간들은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던 강맹한 고양이들이 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도 그렇고, 그들끼리 규율을 정하고 따른다거나, 사냥과 전투를 넘어 정치를 하기도 하는 등 야생 고양이의 세계를 정말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종족 이름이나 각자의 이름도 그렇고, 문화적인 면도 여러 면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떠올리게 했는데 그런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세계 못지않게 이야기도 매력적이어서 점차 성장해가는 어린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뒷 이야기를 위해 떡밥을 뿌리는 것도 어떻게 해소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이 의문들은 1권에서 모두 해소되지 않는데, 이게 아쉬움도 남기는 한편 2권에 대한 기대감도 들게 했다.

번역도 나쁘지는 않은데, 다만 일부 의아한 문장이 눈에 띄긴 했다. 영어와 한국어의 언어 차이로 인한 정확히 번역할 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어색하게 직역해 버리기보다는 조금 의역을 하더라도 매끄럽게 다듬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름 번역은 조금 다른 의미로 아쉬웠다. 전사들의 이름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그것처럼 그 자체가 의미도 담고 있는데, 그걸 그냥 소리나는대로 읽어 표기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좀 사라진 것 같아서다. 종족 이름은 별족, 바람족처럼 번역을 했는데, 기왕에 이름도 ‘늑대와 춤을’이나 ‘주먹 쥐고 일어서’처럼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전사들’은 이미 엄청 유명하고 그만큼 사랑도 많이 받은 시리즈다. 본편만해도 무려 7부까지 써졌고, 그 외에 특별판이나 만화로도 만들어진바 있으니 웬만하면 전사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게 이번에 가람어린이에서 새롭게 출간한 것이다. 안그래도 보고싶은 작품 중 하나였는데, 마침 좋은 기회에 접하게 된 셈이다.

전사들은 이번 출간으로 1부만 벌써 3번째 나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부디 이번에 가람어린이에서 7부까지는 물론 특별판이나 가이드까지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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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편)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2억 우주님 시리즈
고이케 히로시 지음, 아베 나오미 그림,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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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히로시(小池 浩)’가 쓰고 ‘아베 나오미(アベナオミ)’가 만화를 그린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 만화편(マンガでわかる! 借金2000万円を抱えた僕にドSの宇宙さんが教えてくれた超うまくいく口ぐせ)’은 저자의 동명의 저서에 독자들의 의견을 받고 만화를 덧붙여 다시 써낸 책이다.

‘만화편’이라고해서 마치 책 전체가 만화로 구성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글이 훨씬 많다. 만화는 각 챕터의 시작을 여는 역할을 하며 또한 실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종의 예시나 체험기 같은 모양새를 띄기도 한다. 그런만큼 각 챕터의 주제를 잘 보여주기도 한다.

짧은 만화 후에는 저자의 본격적인 강의가 나오는데, 현실과 종교적인 면모 사이에 있는 ‘우주님’ 이야기는 꽤 볼만했다.

우주님은 기본적으로 ‘자기 긍정’을 통해 나아짐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유사한 이야기는 그 동안에도 많았기에 낯익은 느낌이 많이 든다.

이런 류의 이야기가 갖는 위험성 역시 마찬가지로 갖고 있다. 저자가 하는 이야기 자체만 보거나, 그것에 편협하게 취할 경우 상식에서 벗어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선불의 법칙’이 그렇다. 이야기를 곡해하면 자칫 과소비를 옹호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 자체는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보는내내 꽤 유쾌하고 어느정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우선 ‘우주님’을 내세운 종교같은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단지 비유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먼저 현실을 초월한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는 ‘긍정의 힘’ 류의 이야기들과 조금 달라 보였다. 실제로 저자가 말하는 ‘우주의 법칙’에는 현실적인 면모가 반영된 게 꽤 많기도 했다. 그래서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실천적인 방법의 하나처럼 보이기도 했다.

거만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하는 ‘우주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것도 좋았다. 모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밖에도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나와 티격태격하면서 주인공을 훈계하고 나은길로 이끌어주는 전개도 나름 볼만했다.

책에서 말하는 것 같은 극적인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멘탈 케어를 위해서도 도움될 내용이 많으니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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