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세계 -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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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에스피노사(Albert Espinosa)’의 ‘푸른 세계(El mundo azul. Ama tu caos)’는 색을 소재로 풀어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인상은 참 독특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주인공의 설정이나, 그가 가게되는 곳, 그리고 그곳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죽음이 발현되는 것도 모두 조금은 붕 뜬 느낌이다.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소설은 마치 꿈이거나,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 또는 그저 비유와 상징들을 이야기같이 담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죽음을 거의 정확하게 아는 것처럼 그려진 것이나, 죽음 직전까지도 거의 건강한 것처럼 활동하는 점도 그렇고, 그렇게 짧은 생을 맞이하는데도 그곳이 유지된다거나, 그곳에서 행하는 각종 행위들, 그랜드호텔과 그곳을 유지하는 정체불명의 단체 같은 것들도 모두 그렇다.

이것들은 모두 특정 경험과 그를 통해 받은 느낌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연결한 것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결론에 담은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는 다분히 작위적이며, 그래서 말이 안되어 보이기도 한다. 당장 푸른색에 대한 얘기부터가 그렇다. 도무지 보편적인 감정이나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이 푸른 색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가 추상적인 면을 띄는 것과는 달리 메시지는 꽤나 분명한 편이다. 그건 저자가 작중 인물들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실제 나이와는 안어울리는 진중한 문장들도 모두 곱씹어 볼 만하며, 그건 삶과 죽음에 대해서 던지는 이야기도 그렇다.

물론, 작가의 생각을 문자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 삶에 대한 혜안이 있는 건 사실인데, 그건 저자 자신의 실제 겪었던 경험이 녹아있는 이야기라서 더 그런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만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쓴, 메시지를 위한 소설이다보니, 이야기 자체는 그리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일단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점은 개인에 따라 분명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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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하고 싶어
김정희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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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하고 싶어’는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사춘기 청소년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삼촌이 있다는 시골로 가게 되면서 시작한다. 앞뒤 아무 설명없이 그렇게 시작하는 게 꽤 뜬금없었는데, 그렇게 별 다른 설명없이 시작된 시골 농장 생활이 주인공의 의사를 무시한 강제적인 것이었다는 점에서 더 황당하기도 하다. 이런 서술적인 공백이 주는 당황스러움은 그대로 주인공의 심정을 담아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보니 주인공은 이제까지 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낯설고 불편함을 느끼면서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서울에 있을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거기서는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나 자기 자신을 마주하면서 점차 시골을 내 집처럼 여기게 된다.

이 과정이 꽤나 리얼하게 잘 그려졌으며, 두곳의 장단점도 나름 비교되게 잘 얘기했다. 그렇기에 불만으로 가득찼던 처음과 달리 왜 그곳이 그토록 마음에 드는 곳이 되었는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일종의 성장소설인만큼, 그런 일탈적인 경험을 통해 청소년기에 겪어야 하는 자기를 찾는 과정이나 여러가지 선택사항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 하는 점도 함께 다루는데,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겪는 주제이기도 하기에 의외로 공감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점들이 많았다.

다만, 시골 생활이 너무 갑작스럽게 시작됐다 끝나는 것이라던가, 크게 충돌하는 듯했던 부모와의 의견차이가 좀 허무하다싶이 간단하게 해소되는 것 등은 썩 매끄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관대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강압적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앞으로에 대해서도 그렇게 혼자서 앓듯 고민하지 않아도 됐지 않았을까. 그렇다보니 반대로 부모와 왜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했으며, 그게 종국엔 터질 정도로 쌓일 수밖에 없었는지 잘 와닿지가 않았다.

앞으로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도 좀 갑작스럽게 결정된 감이 있다. 나름 시골에서의 경험으로 그런 생각을 했단게 드러나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게 좀 충동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다.

부적응이나 학원 폭력을 연상케 하는 묘사도 그저 시골생활을 더 그리워하기위한 장치로만 쓰여서 괜히 과한 첨가는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물론 이야기가 종국에 하려는 메시지도 확실하고, 개별 이야기들에도 생각해볼만한 거리가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완성도에서는 역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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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0 : 최후의 결전 - 완결 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0
이문열 원작, 형민우 각색.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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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형민우 만화 초한지 10’는 항우와 유방의 마지막 싸움을 그린 시리즈 마지막 권이다.

초한지(楚漢志)는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 역사 소설의 하나다. 종산거사 견위의 ‘서한연의(西漢演義)’로 그를 저본으로 옮긴 초한지는 일종의 2차 창작물 또는 축약본이라 할 수 있다.

근본이 역사 ‘소설’인 만큼 초한지도 삼국지 못지않게 여러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해석이 붙은 판본이 나와있는데,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서한연의를 저본으로 하고 있다. 이문열의 초한지는 그런 점에서 역사서인 ‘사기(史記)’를 원전으로 했다는 게 독특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책들에 비해 오류가 미미하다고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만화는 그런 이문열의 초한지를 원작으로 만화가 형민우가 재탄생 시킨 것으로 원작의 이야기과 만화의 매력이 모두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항우와 유방이 서로의 다투는 내용이나, 그 과정에서 유방이 천하를 제패해가는 것과는 달리 항우가 스스로 고립되고 자멸해 가는 모습을 잘 그렸으며, 매력을 느끼게 할만한 캐릭터 디자인이나 만화로서의 연출 역시 좋은 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어린이용이고 방대한 분량을 짧게 요약한데다, 주요 장면을 제외한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해설로 처리하기도 했기 때문에 세세한 이야기나 묘사는 많이 죽은 느낌도 있었다.

주요 인물인 항우와 유방에 대한 묘사도 그렇다. 얼핏 보면 단순히 항우는 악인이고 유방은 선인 것 같지만, 잘 보면 의외로 항우가 원칙과 의리에 충실한가 하면, 유방은 실리를 위해 의리나 약속마저 저버리는 파렴치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먼 후손인 삼국지의 유비도 비슷한 캐릭터였던걸 생각하면, 참 피는 못속이는구나 싶어 웃음도 난다. 그러고보면 유방의 캐릭터 디자인은 묘하게 양아치처럼 비치기도 하는데 어쩌면 작가가 그런 면모를 반영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흥미로운 개개인의 이야기나 일화등은 채 맛을 음미하기 어려울 정도로 찰나에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개별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에 몰입하기 어렵다. 요약판이 지닌 한계인 셈이다.

물론, 애초에 요약판인걸 알고 보는만큼 감안할 만은 하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도 잘 정리된데다, 작화도 괜찮아서 초한지를 즐기는데도 무리 없다. 그래도 역시 자잘한 부족함들은, 요약판이 아니라 장편 연재만화였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을 남긴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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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쿠키처럼 - 한입에 쏙 들어가는 물리학
이효종 지음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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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쿠키처럼’은 어렵고 복잡한 물리학을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물리는 어렵다. 그 개념과 원리도 그렇고, 그게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한 증명이나 그걸 이용하기 위한 공식도 모두 그렇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물리란 세상의 진실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천체의 구조나 세상을 이루는 물질에 대한 것 등만 봐도 ‘과거의 상식’을 돌아보면 과학이라기엔 꽤 황당한 게 많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이 전혀 쌩뚱맞았던 것은 아니다. 나름 당시 상황에서 나름 자연을 세밀히 분석하고 그에 걸맞는 이론을 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걸로 무엇을 설명할 수 있는지, 그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변화하게 되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은 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다. 이런 점은 과학 상식이라기 보다는 과학사에 더 가까운데 책은 이 둘을 서로 적절히 섞어서 잘 풀어냈다.

저자는 유튜브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로서 가볍게 볼 수 있게 짧막하게 정리한 이야기로 과학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도 기본적으로는 거기에서 온 것인데, 대신 일종의 ‘쿠키 영상’ 같던 유튜브와는 달리 여러가지 과학 상식들을 연결하고 묶어서 크게 5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목표가 목표다보니 깊은 내용까지는 들추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주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잘 담아내기도 했다. 그를 통해 여러 과학 상식들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각 장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덧붙인 부록도 좋았다. 주제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일상과 연관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앤트맨과 와스프’를 과학적으로 해설한 내용은 정말 재미있었다. 과학적인 면모를 담았다고는 하더라도 가상의 이야기인만큼 많은 부분에서는 판타지에 가까울지 알았는데, 의외로 훨씬 더 과학적으로 그럴듯한 이론들이 담겨있어 놀라웠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그만큼 끌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름 부담없게 썼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접할 수 없는 개념이나 수학적인 얘기도 많아서다. 그래도 적정선에서 잘 조절하기도 했고, 과학사와 함께 풀어냈기 때문에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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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건축가 해부도감 - 고대부터 현대까지 64명의 위대한 건축가로 보는 건축의 역사 해부도감 시리즈
오이 다카히로 외 지음, 노경아 옮김, 이훈길 감수 / 더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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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다카히로(大井 隆弘)’, ‘이치카와 코지(市川 紘司)’, ‘요시모토 노리오(吉本 憲生)’, ‘와다 류스케(和田 隆介)’의 ‘세계 건축가 해부도감(世界の建築家解剖図鑑)’은 건축가와 그들의 작품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일종의 건축가 인명 사전으로,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주요 건축가들과 그들의 활약, 대표 작품 등을 실었다. 그걸 시대별로 묶었을 뿐 아니라 각 장 내의 순서도 역시 시대에 따르도록 배치했는데, 그게 조금은 건축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역시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건축가들과 건축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거다. 보다보면 획기적이라 할만한 소재나 공법이 등장하기도 하고 전에 있었던 것을 조금씩 변형해 발전한 것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를 통해 건축물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나 당시의 건축 기술과 디자인적인 유행 같은것도 엿볼 수 있다.

조금씩 곁들인 건축사적 이야기도 꽤 재미있다. 건축가는 아니지만 고대의 건축에 대해 짧막하게 소개한 것도 좋았는데,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어떤식으로 변해왔는지, 또 그 배경은 무엇인지 같은 상당히 흥미롭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정보가 많지는 않다는 거다. 무려 64명이나 되는 건축가를 다루기 때문에 각각에 대해 자세히는 다루지 않으며 크고 중요한 내용을 소개하는 정도로만 간략히 다룬다. 그래서 ‘분석’이란 이름은 조금 무색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건축물에 대한 정보가 적은 것도 조금 아쉬웠다. 그건 물론 이 책이 건축 분석 도감이 아니라 건축가 분석 도감이기 때문이기는 하다만, 그래도 대표 작품에 대해서라도 좀 더 얘기해줬으면 좋았겠단 생각도 들었다. 도감인 것 치고는 간략하게만 담은 그림도 좀 아쉬웠다.

그래도 여러 건축가와 그들의 활약을 나름 잘 정리했고, 찾아보기 쉽게 건축가 뿐 아니라 작품명으로도 색인을 제공하는 것도 맘에 든다. 인명사전으로서는 꽤 괜찮은 편이다. 특히 기존의 ‘건축가 인명사전’(1997년 일본 출판물. 한국에는 발행되지 않음)과 달리 현대의 건축가들도 포함하고 있다고 하니 기존의 책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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