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새 아시아 문학선 22
메도루마 슌 지음, 곽형덕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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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도루마 슌(目取眞 俊)’의 ‘무지개 새(虹の鳥)’는 1995년 오키나와의 풍경을 그린 사회 소설이다.

주인공의 직업이나 그런 상황에 이른 과정, 그리고 무지개 새를 찾는 심리적 상태 등 전체적으로 꽤나 우울하다. 가까운 현대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지만 다분히 디스토피아적이라는 얘기다.

소설은 미군이 들어와있는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그들이 저지른 짓으로 인해 벌어지는주민들과의 마찰이라던가, 그로부터 빚어지는 사회 모습 등 시사적인 이야기들도 담았다. 얼핏 큰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주인공 가족과도 여러가지 면에서 관련이 있어서 모든 이야기들이 큰 그림에서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 사건을 두고 내뱉는 일본인들의 여러 심정이나, 미군과 기묘한 관계를 맺고있는 오키나와민의 이야기를 통해 모순적인 심정 등을 그려내기도 했으며, 그러면서 미군과 전혀 상관없는 일본인들만의 관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주인공의 시점에서 그리기도 했다. 미군과 별 다를 바 없는, 어떻게 보면 훨씬 더 심한 짓들을 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그들이 미군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과 겹쳐지면서 묘한 비꼬기 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그 일들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자기 연민과 합리화를 보이는 주인공까지 있어 어쩌면 한편의 블랙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일본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기반으로 쓰인 소설이다만 한국 사람으로서도 썩 낯설지가 않은데, 그건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생각보다 감정입도 하게 만든다. 굉장한 사회 이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그 후에도 계속 문제를 일으켰는데, 일본만 봐도 그 후 2003년, 2005년, 2007, 2008년 계속해서 성폭행 문제가 붉어졌다. 그런데도 미군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저절로 씁쓸한 표정을 짓게 된다. 한국도 (어쩌면 일본보다 더) 그래서 더 그렇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무지개 새 일화를 얘기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 됐던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 결말을 희망적으로 해석하기도 하는가보다만 내게는 죽음이 아니고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어떤 수렁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미군의 얘기를 뺀 가쓰야 개인의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암울한 이야기는 거기서 대체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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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몬스터! 어깨동무문고 6
명형인 지음 / 넷마블문화재단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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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몬스터!’ 시리즈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린이 클라라와 몬스터의 우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다름’에 대해서 다루는 어깨동무문고의 하나인만큼, 이 시리즈 역시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 더불어 지내는 것을 담고있다.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클라라이지만, 사실 좀 더 생각해보면 그건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클라라 못지않게 외모와 문화 등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겉모습은 물론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거지까지가 모두 다른만큼, 서로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그래서 때로는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멀리하거나 하지 않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왜 그런 것인지를 서로 조금씩 알아가면서 차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해 나가야 하는지를 교과서적으로 준다.

그러면서 클라라가 소리를 잘 못듣기 때문에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는지를 코믹하게 표현한다던가, 클라라에대해 잘 모르기때문에 실수하는 몬스터의 말과 행동을 과장되게 그림으로써 자칫 안좋아 보일 수 있는 상황도 너무 쳐지지 않고 유쾌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시리즈는 각 권이 각자 다른 내용을 담고는 있지만 사실상 이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그건 첫권인 ‘클라라를 찾아온 몬스터’가 일종의 프롤로그처럼 쓰여졌기 때문이다.

주요 내용은 대부분 2권인 ‘학교에 간 몬스터!’에 나오는데, 여기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과 어울릴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꽤 유익하다.

3권에서는 이제 좀 더 친해진 클라라와 몬스터가 함께 노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불편함이 있다어도 조금만 배려하면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몬스터를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는 또한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이더라도 중요한 것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거나 배려하는데 모자라다. 오죽하면 아이들은 잔혹하다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그건 원래 그런 성향이어서 그러는 것이라기 보다는 경험이 없고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작은 이해를 더해줄 것이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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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우도
백금남 지음 / 무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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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우도’는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나타낸 동명의 그림 10장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소설의 소재인 ‘십우도(十牛圖)’는 이름처럼 소를 소재로 한 10개의 그림으로, 주로 사찰 법당 외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소를 찾던 동자승이 마침내 찾아 데리고 돌아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마음과 깨달음 등을 소와 일원상으로 그리는 등 비유적인 표현한 것이라 그 진짜 의미는 따로 살펴보아야 한다. 말하자면, 십우도는 그 풀이를 큰 그림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가이드인 셈이다.

그 내용은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것이라서 그런지 썩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그걸 좀 더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소설로 다시 풀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일종의 종교서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단지 그 뜻을 담은 소설을 쓴 것 뿐 아니라, 소를 잡는 직업꾼인 백정 일가를 등장시켜 소를 쫒는다는 표면상의 모양새도 거의 그대로 재현해냈다. 그러면서 인간적인 고뇌를 담기위해 마치 한으로 점철된 듯한 삶을 점해줬다. 백정 가문에 맹인으로 태어나는 것도 그렇고, 수년에 걸쳐 열과 성을 다해 도살법을 익혔지만 정작 중요할 때 실패해 버린다던가, 그게 비난이나 증오,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거기에 일제 수난과 6.25까지 겹치니, 그 마음이 폭발하지 않는게 더 어려워 보일 정도다.

그런데, 그런 인생을 살면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이나 그렇게 쌓인 업과 울분을 해소하는 것이 썩 잘 그려진 것은 아니다. 그걸 이해하게 만드는 인간 드라마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부분에서는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는 이 소설이 비록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쓰여진 것이긴 하나 어디까지나 십우도를 풀이하고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불교적인 사상이나 깨달음을 얻는 장면도 있는데, 그 과정이나 계기가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 나라면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안들어서다. 어쩌면 이런 간극이 깨달음이라는게 왜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십우도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소설 흐름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이야기 중간 중간에 독백이나 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이 스님이나 불교 수행을 했던 사람들이라서 자연스러운 듯 나오지만, 마치 선문답을 하는 것 같아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십우도를 이렇게 소설로서 써낸 것 자체는 나름 감탄할 만하다. 비유적인 소 이야기도 백정 5대를 통해 실제와 연결된 이야기로 만들어 낸 것도 잘 했다. 그러나 책을 다 보고 나도 십우도의 의미나 가르침을 알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십우도의 해설서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얘기다.

이건 반대로 소설이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로 나름 잘 풀어내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불교의 십우도 그 안에서만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 나오는 등장인물들간의 대화도 좀 떠보이고, 소설로서의 재미도 떨어진다. 일반인들 보다는 불교도들이 보기에 더 적합할 것 같다.

소설과 해설 그 중간에 미묘하게 위치하고 있다는 것, 그게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다. 이는 내가 불교에 대해서 깊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미 수행 경험이 있거나 공부를 한 사람들이 볼 때는 또 어떨지 궁금하다.

편집에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십우도 그림이 없다는 거다. 각 장을 시작할 때 귀퉁이에 실은 조그만 그림으로 살짝 엿볼수만 있는데, 단지 소재로만 삼은게 아니라 그 내용도 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림도 제대로 된 것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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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위장 생물 배틀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2
위장 생물 배틀 편집부 지음, 기타무라 신이치 외 그림,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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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생물 배틀 편집부’에서 만들고 ‘기타무라 신이치’, ‘모리마쓰 테루오’가 그림을 그린 ‘최강왕 위장 생물 배틀’은 놀라운 의태 생물들을 담은 책이다.

의태란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와 비슷하게 위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른 생물을 속이기 위한 것이므로, 대게 포식자보다는 포식을 당하는 생물에게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소위 ‘은폐 의태’라는 거다. 나뭇잎이나 줄기로 위장하는 곤충들이 많이 알려져있다.

이런 생물들은 대게 일반적인 모습에서부터 위장할 것과 비슷하게 생긴게 많으며, 거기에 팔다리 또는 눈 같은게 달려있는 식이라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한 방향에서의 장면만 담은 사진에서는 그런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 책에는 그렇게 찍은 의태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을 함께 담아서 실제 모습은 어떤지와 얼마나 놀랍도록 의태하는지를 잘 알 수 있도록 했다.

책에는 널리 알려진 곤충 외에도 ‘이런 생물이 있었어?’ 싶을 정도로 신기한 녀석들도 많이 실려있다. 특히 애초에 위장을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은 여러번 봐도 신기하다. 그들에게 있는 털이나 돌기, 혹은 파인 것 같은 모양은 위장했을 때 더욱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외의 기능은 없어 보여서 어떻게 그런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위장 생물 중 일부는 전혀 위장이 될 것 같지 않은 모습과 완벽하게 위장된 모습 두가지를 모두 갖춘 녀석들도 있는데, 그들의 위장은 마치 변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숨는 것을 잘하는 생물들은 모았다는 점을 살려, 그들을 용의자처럼 취급하고 식별한 단서를 제공하는 ‘공개수배’ 식으로 책을 꾸민것도 재밌다. 그렇게 흥미를 끄는 것 뿐 아니라 생물 도감인만큼 기본적인 정보나 생테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얘기하므로, 관련 지식을 얻을 수도 있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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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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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다양한 작품들을 모아둔 단편 소설집이다.

나름 요새 유행하는 스타일의 소설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원하는 게 뭔지 몰라 이것 저것 준비해봤어’ 라는 식이라는 얘기다. 보면 묵직한 것에서부터 가볍고 유쾌한 것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덕분에 한권으로 여러 맛을 느껴볼 수 있다.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닌 듯 한데, 생각밖의 장점이 된 셈이다.

단편인만큼 수록 소설들은 대체로는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는 편이다. 특히 몇몇은 각각이 가진 아이디어가 눈에 띄어서 단편으로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작가 스스로는 ‘묵은지가 된 도넛’이라며 재때 선보이지 못해 무색해진 소설이라며 자조하기도 하지만, 나 개인부터가 딱히 시대나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서 그런지 딱히 나빠보이진 않았고, 나름 재미있게도 볼 수 있었다.

반대로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잘 와닿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내게는 ‘불용’과 ‘인류낚시통신’이 그랬다. ‘불용’은 그 자체로 좀 난해하게 읽혔다. 얼핏 보면 상실과 망각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처지나 심정에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인류낚시통신’은, 뒤의 작가의 말을 보면, 패러디 소설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아직 원전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러디물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대신 표리부동해 보이는 행동을 보이는 인간들과 현대사회, 그리고 인간의 가치에 대한 모순을 담은 일종의 블랙코미디 같았다. 그런 점에서는 썩 나쁘지 않았는데, 이런 소설을 쓸 만큼 높게 평가하는 원전은 대체 어떤 소설일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조만간 읽어보고 비교해봐야 할 듯하다.

나는 대체로 해설이나 작가의 말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전문가의 해설은 너무 시선이 다르고 난해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작가의 말은 대체로 감사를 전하는 글이라 딱히 읽지 않아도 그만이라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작가의 말은 작품에 대한 썰을 푼 것이기도 하고, 가볍고 유쾌하게 적어내서 그 자체로도 꽤 읽을만 했다. 이런 글이라면 매 소설마다 덧붙어도 괜찮겠단 생각도 든다.

작가 자신은 쉴 요량으로 막 찍어낸 것처런 이 소설집을 얘기한다만, 그래도 수준급이다. 재미도 있고 몇몇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꽤 괜찮은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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