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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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池井戶 潤)’의 ‘한자와 나오키 1: 당한 만큼 갚아준다(半沢直樹 1: オレたちバブル入行組)’은 은행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린 미스터리 활극이다.

은행원 같기도 하고 탐정 같기도 한 독특한 인물 ‘한자와 나오키’를 주인공으로 은행에서 벌어지는 비리나 정치 싸움등을 그린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이름을 내세운 일본 드라마로 더 유명하다. 짧은 드라마 방영을 위해 각색도 적절히 잘 했고, 무엇보다 그걸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당하면 되갚아준다!’는 주인공의 대사까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더욱 원작 소설에 대해서도 관심이 갔었는데, 판권 문제로 그동안 출판이 어려워보여 아쉬웠었다. 그러던게 얼마 전 해결되었는지 이렇게 만나볼 수 있게 된거다.

국내에는 드라마가 먼저 알려졌고 또 그 이름으로 유명해져서 그런지, 서로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이 시리즈가 모두 드라마처럼 ‘한자와 나오키’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1권인 ‘당한 만큼 갚아준다’는 드라마의 1~5화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빠른 전개로 보여줬던 드라마와 달리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한게 소설만의 장점이다. 은행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라던가, 거품 경제 시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대출 문제, 거기서 나타난 비리 같은 것들도 모두 잘 그렸다. 저자는 실제로 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작품에서도 잘 살아난게 아닌가 싶다.

문장력이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필력도 좋다. 다만, 보다보면 유치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진 일복식의 과장된 묘사가 ‘그렇게까지?’ 싶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드라마를 볼 때도 느꼈던 것인데,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인 줄 알았더니 소설에서도 온도차는 있었으나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건 저자가 이야기를 마치 탐정 소설처럼 써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험을 살렸다고는 하나, 그저 은행과 은행원 이야기를 써낸 것이었다면 자칫 지루해졌을 수도 있는데 그 뒤에 숨은 음모나 배신 같은 것들을 넣고 그것들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에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야기가 일종의 복수극이면서, 또한 정의 구현물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당한 만큼 갚아준다고 외치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보다보면 끝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몇몇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엔 충분한 책이었다. 드라마와는 미묘하게 다른 점들도 꽤 있으니 드라마의 팬이었다면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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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스
제시 볼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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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볼(Jesse Ball)’의 ‘센서스(Census)’는 이별을 준비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은 아내와 사별하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자가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과의 마지막 인생을 함께하기 위해 인구조사원이 되어 A부터 Z로 가는 여정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언젠가 아내가 말했던 것에서 비록된 이 여행은 그간 함께 하지 못했던 아들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기 위한 것이기도 한 한편 이제 영원히 헤어져야만 하는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그가 굳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라거나, 그를 위해 인구조사원이 된 이유, 그 여행에 어쩌면 되돌아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르는 아들을 동행시킨 것은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건지 그 배경과 이유가 잘 와닿지 않아서다.

그건 이 이야기가 소설의 형식을 하고는 있지만 일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은유에 가까운 형태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인구조사원이라는 쓸모를 알 수 없는 독특한 직업이나 A에서 Z까지 북으로 가는 여행 등도 그 자체가 의미있다기 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여정이나 그 속에서 아들과 인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나타내는 것이라고 봐야한다는 말이다. 이런 특징이 이 소설을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린왕자처럼 판타지같이 느끼게도 만든다.

Z로 가는 여정 중에는 인구조사를 위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그를 통해 다양한 인간들과 사회의 보여주기도 한다. 몇몇은 독특한 사연들이 눈길을 끌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도 이들은 전혀 깊게 파고들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을 얘기하려던 것인지 더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치 조각처럼 떨어진 이야기들을 사이 사이에서는 그들과의 만남이나 대화를 통해 아내와 아들과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는데,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듯한 그 이야기들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소년과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소설을 보면서는 딱히 아들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그게 어쩌면 별 다른 것 없는 똑같은 인간임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다만 좀 더 순수하고 인간적인 인간 말이다. 그렇기에 더 그가 마지막에 이르러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가 감성을 건드린다.

소설은 여러가지 의미도 있고 생각해볼만한 점들을 다루기도 하며, 실제에 기반한 듯한 추억들은 저자가 가진 형의 초상도 꽤 잘 담아낸 듯하다. 그러나 전에 없이 독특한 형식이나 은유적으로 그려낸 인구조사원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다 읽고나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특별한 목적으로 쓴 만큼 재미도 크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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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관하여
남원정 지음 / 렛츠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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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관하여’는 그리움을 소재로 한 소설들을 엮은 단편집이다.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고, 그 때를 떠올리며 웃음짓기도 하며, 돌아갈 수 없는 그때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건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랑했던 사람,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 혹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따뜻한 그 자체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랑과 그리움에 관한 단편 5가지를 담고있다. 나름 무거운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그렇게까지 축 쳐지지는 않는 이야기들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각자만의 감성을 담고있다.

각각이 가진 유사성은 문득 단편들이 어떤 연결성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수록작의 작풍이나 문체가 비슷하기도 하고, 보다보면 나이와 이름이라던가 독일에서의 생활(작가 개인이 독일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해서 그런 듯) 등이 왠지 겹치는 인상을 줘서다. 하지만 딱히 연작처럼 쓴 것은 아닌 듯하다.

수록작들은 그리움을 테마로 해서 그런지 공통적으로 장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것들은 비록 큰 굴곡이 있거나 하진 않아 심심하게 흘러가기는 하지만 그 대신 마치 누군가의 실제 경험을 담은 것처럼 사실적이어서, 시대상이라던가 하는 세세한 것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와 감성들은 꽤나 쉽게 공감이 가기도 한다. 누구든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다룬 것이기에 더 그런 듯하다.

이야기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뭐가 심각하게 모자란다거나 하는 것은 또 아니다. 그래서 과하지 않게, 대신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인상을 준다. 보다보면 은근히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장면을 그려내기도 하는데, 그런 것도 이야기와 어울려서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회상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에 비해 현재와 회상의 경계는 모호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보는 데 조금 불편하긴 했다. 다른 소설과 달리 문장을 일부러 띄어 나누는 것도 좀 독특했는데, 혹시 이런 읽힘도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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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
김영현 지음 / 웨일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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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는 인간의 이야기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그려보는 책이다.

이 책은 인간과 직업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는 책의 하나다. 책의 컨셉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다만, 대게는 그것을 기록이나 역사의 흐름 안에서 다루는게 많은데 이 책은 그들 각각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그렸다는 점이 나름 독특하다.

먼저 각 직업인이 1인칭 시점으로 말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보이고, 그 다음에 해당 직업에 대한 역사 등 관련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꽤나 이 책을 가볍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각각의 직업이 서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것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원시인 이야기를 한 다음에는 그런 그들의 동류 중 유독 말이 많았던 종에 대해 얘기하고, 그런 그들에게서 나온 이야기꾼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그래서 각자는 별개의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흐름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각각의 직업은 시대 순으로 배치된 것도 아니고, 해당 시대에만 존재했었던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화가가 그렇다. 화가는 과거 초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 존재하고, 아마 미래에도 존속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눈 것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무리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칭찬할만한 점은, 저자가 모두 경험하거나 인터뷰를 할 수는 없었을텐데도, 무려 70개나 되는 각 직업인의 입장을 꽤나 그럴 듯하게 그려냈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을 통해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해왔나를 살펴보고, 그런 인간이 어떻게 변화해왔나도 자연히 알 수 있게 한다.

아직은 없는 직업들을 가상으로 생각해서 그린 3장 ‘미래로 가는 남자’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단순히 상상으로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현재도 조금 기미가 보이는 것들로 구성해서 더 그럴듯했다.

마지막 인류를 ‘노인’으로 그리며 이야기를 마무리 한 것도 꽤 괜찮았다. 다만, 기본적으로 기술 발전과 그를 이용하는 인류의 성향을 긍정적으로 보고 그린 것이기에 과연 어떨까 싶기도 했다. 어쩌면 그건 일부 돈 많고 권력있는 사람들만의 미래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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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의 하루 - 강남스타일 미대생 스토리
김진국 지음 / 지영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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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의 하루: 강남스타일 미대생 스토리’는 잠실과 압구정 등의 강남을 중심으로 한 미술대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소설의 형태를 하고는 있지만 의외로 보다보면 이게 소설인지 좀 헷갈리기도 한데, 그건 이 소설이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을 중점에 둔 것이 아니라 강남의 부유하고 그래서 나름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즐기려하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그런 그들의 생각, 그리고 그런 그들이 만들어낸 당시 그 곳의 세태를 더 주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이야기를 위한 대사나 장면 묘사가 아니라 단지 그들이 뱉어내는 대사나 그런 것들을 통해 그려내는 장면 그 자체를 위해 해당 장면이 들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미대생인 유라와 그 친구들이 살펴보는 미술 관련된 내용이나 그에 대한 그들의 레포트 같은 것이 그렇다. 딱히 이야기 상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자세하고 꼼꼼하게 담아내서 더 그렇다.

클럽에서 어떤 식으로 논다던가, 그 곳에서 벌어지는 부킹 등의 일, 남녀가 서로 만나 즐긴다던가 그러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얘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는 사이에 벌어지는 남녀간의 기싸움이나 차별 혹은 폭력같은 이슈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것들 역시 단지 그것 자체만을 드러내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들이 이야기와 연결되지 않고, 장면 장면이 분리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소설로서의 재미는 없다. 그 보다는 상시의 사회상, 특히 강남 일대를 주 무대로 하는 젊은이들의 세태를 그려낸 글 같았다. 미술 관련한 이야기를 꺼낼때는 미술 컬럼같고, 사회 이슈들을 거낼때는 사회 컬럼 같기도 하다. 이런 기조는 거의 끝까지 유지되서,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문체는 무려 24년 전인 1995년에 나온 것이라고 하기엔 꽤 잘 쓰지 않았나 싶다. 그리 익숙하지 않던 강남 젊은이들의 생활과 문화를 잘 그려낸 것도 치켜 세워줄만 하다. 솔직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린 만큼 조금은 노골적인 성애 장면도 나오는데, 당시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혀 자극적이진 않다. 심지어 분량이나 묘사 역시 많지 않아서 관능미는 느끼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인 유라의 행동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딱히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소설은 아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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