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일러스트 에디션)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김은상 지음, 배민경 그림 / 멘토프레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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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일러스트 에디션)’은 지난 3월 출간되었던 텍스트 에디션에 아름다운 삽화를 더한 버전이다.

출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책을 이렇게 다시 낸 것은, 그만큼 작가가 동화와 같은 그림이 책에 함께하길 열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이면서도 동화처럼 다수의 삽화를 넣은 지금의 일러스트 에디션이 나오게 되었는데, 둘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불안한 삶의 편린을 그린 이 소설은 솔직히 생각과는 꽤 달랐다. 제목도 그렇고 고양이도 보통 힐링의 느낌이 있는데, 그와는 달리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서 고양이의 존재는 약간의 위로같은 의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크진 않고 오히려 현실의 부정적인 면과 대비되면서 더욱 암울함을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고양이와의 교감을 그린 아름다운 동화같은 소설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소심하고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는, 그래서 때론 오해를 사기도 하는 남자를 선택한 것은 굉장히 적절했는데, 그 자체로 이런 이야기와 잘 어울리기도 할 뿐더러 그가 왜 그런 삶속에 빠지게 되었는가에도 설득력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비유적인 표현이나 과거와 현재, 현실과 정신세계를 오가는 듯한 몽환적인 이야기 전개도 그의 불안정한 정신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았다.

흘러가는 이야기 조각들의 경계가 그렇게 선명하지만은 않아서 더 그런데, 그러면서도 각각이 흩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잘 풀어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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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오브테라피 - 당신,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 컵오브테라피 1
Matti Pikkujämsä.Antti Ervasti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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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마티 피쿠얌사(Matti Pikkujamsa)’와 심리치료사 ‘안티 얼바스티(Antti Ervasti)’가 만든 ‘컵오브테라피(CupOfTherapy)’는 힐링이 되는 그림과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이미 꽤 알려진 동명의 브랜드를 책으로 만든 것으로, 화장품이나 옷, 액세서리 등을 통해 보았을 그림과 짧막한 글을 함께 실은 일종의 그림책이다.

그림은 마치 판화를 연상케 할만큼 단순하면서도 특징적인데, 그만의 개성이 있어 매력적이다.

그림에는 한번쯤 생각을 해보게 하는 문구나 장면, 상황들이 담겨있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책에서는 거기에 짧막한 글을 더해서 그림만 담겨있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 내용을 좀 더 풀어낸 느낌이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다양하다. 당장은 개개인의 마음이나 태도에 관한 것부터, 주변 사람과의 관계나 소통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있다. 그런 것들에 공통적으로 담겨있는 주제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때로 끊임없이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보는가 하면 흔하게 남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과연 그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걸까. 혹자는 그런 관점이 있어야만 발전하고 나은 나가 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어쩌면 나를 자 자신 그대로 받아들지 못하고, 남과 대립하고, 때론 사소한 것에 집착기도 하게 하는 그런 것들은 우리를 더욱 행복에서 멀어지게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렇게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을 언급함으로써 과연 무엇이 더 나은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사회적인 이슈나 인생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이게 정말 맞는걸까 고민할만한 것들에 작은 조언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읽으면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준다.

심리치료사가 만든 책이라 개중엔 이미 들어봤을만한 것들도 꽤 있다. 그래도 그 가치가 바래지는 것은 아니며, 그림과 함께 볼 수 있어 좋기도 하다.

다만, 그림의 문구는 번역하지 않고 영어 그대로 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제품에서도 동일한 그림을 쓰고있으니 어쩌면 프랜차이즈의 일관성을 위해 그대로 둔 것 같기도 하다만, 애초에 프랜차이즈라고 번역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정히 그래야겠다더라도 각주 방식으로 하는 방법도 있는데 아예 안해버린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림이 단지 글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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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숨겨진 얼굴 -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부터 은밀한 섹스 토이까지
라이나 스탐볼리스카 지음, 허린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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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 스탐볼리스카(Rayna Stamboliyska)’의 ‘인터넷의 숨겨진 얼굴(La face cachée d’internet)’은 현대인이 알아두면 좋은 보안 이슈들을 다룬 책이다.

제목이 ‘인터넷의…‘인 건 그만큼 현대 생활이 인터넷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당장 휴대폰만 해도 그렇다. 소위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단지 가지고다닐 수 있는 전화기에서 벗어나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되어있으며 끊임없이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는 물건이 됐으니 말이다.

폰만이 아니다. ‘사물인터넷(IoT)’이 퍼지면서 인터넷을 통해 상태를 보거나 조작할 수 있는 물건들도 많이 늘어났다. 전부터 널리 쓰였던 CCTV 뿐 아니라 이제는 냉장고, 에어컨, 보일러, TV, 조명까지 의외로 생활가전 대부분에 사물인터넷이 적용되었다.

이것들은 원격지에서도 조작이 가능한만큼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심각한 개인정보 노출을 초래하기도 한다. 가정용 CCTV를 볼 수 있는 웹 주소가 노출된다던가 하는 문제만 해도 꽤 자주 일어나지 않던가. 이것들은 인터넷에 접속되어있는 계속해서 그런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흔한 예에서부터 어나니머스로 유명한 해커들의 이야기, 그리고 실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다크 웹까지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 한번쯤을 읽어보면 좋은 보안 이야기들을 담고있다.

생각보다 특수한 이야기들이 많다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별로 와닿지 않을 수 있겠다만, 보안이란게 한번 뚤리고 나면 그 피해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알아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아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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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 인공지능과 인간이 창조한 인류
서석찬 지음 / 델피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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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Eden)’은 영원한 삶을 소재로한 SF 소설이다.

‘영원한 삶’은 인간의 가장 마지막 욕망이다.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들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를 실현해보곤 한다. 꼭 판타지에서 뿐만이 아니다. SF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비로 가득차있는 판타지와 SF가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현실적인 상상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그린, 영원한 삶을 얻는 신인류도 그렇다. 필멸할 수밖에 없는 육신을 가진 생명체가 대체 어떻게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게 되는지를 꽤 그럴듯하게 그렸다는 말이다.

육체를 가진 생명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일종의 로봇같은 신체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테세우스의 배 문제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렇게 새로 태어난 신인류가 어째서 저열한 복사판이 아니라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것인지도 나름 설득력있게 그렸다.

이 부분에선 예전에 읽었던 신화 SF 소설이 많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 소설이 상세는 생략해서 조금 판타지같았던 것과 달리 이 소설은 기술적이고 생물학적인 상세 묘사를 더해서 좀 더 현실감을 살렸다. 트랜스미션 시술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과정도 임플란트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그렸기에 무리해 보이지 않았다.

기왕 등장한 인공지능과 테세우스의 배 문제를 2부로 나누어 풀어낸 것도 좋았다. 그를 통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다루었으며, 그게 이야기에 나름의 굴곡을 만들어내기에 더 흥미롭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소설로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세세한 묘사보다는 이야기 진행에 중점을 두었기에 축약본같은 느낌이 드는게 그 하나다. 그래서 조금은 SF 설정과 세계관이 이야기를 뒷받침한다기보다, 그것들을 풀어내기 위해서 이야기를 덧붙인다는 느낌도 든다. 여러 인물들이 나오지만 캐릭터성을 느끼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조금 긴 SF 단편을 보는 것 같달까. 2부를 통해서 전달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도 좀 뻔하다.

대신에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기에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기존 작품들에서 따온 듯 낯익은 것도 많지만, 이 작품만의 재미도 있다. 지인중에 실제로 AI로라도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그것을 자신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는 듯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래서 내겐 더 볼만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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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일러스트와 헤세의 그림이 수록된 호화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은경 옮김 / 아이템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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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는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된 교육이 빗어내는 문제는 꼬집는 수작이다.

소설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누가 보아도 인정할만한 수재다. 여러 학문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내니, 몇명밖에 안뽑는다는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는 그 자신이 그만큼 오랜시간 학문을 갈고 닦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중요한 건 과연 그게 정말로 원해서 하는 것이었냐 하는 거다.



* 소설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단호히 아니라고 할만큼 한스는 다른 활동을 좋아했다. 집에 틀어박혀있기 보다는 산책을 하고, 낚시대를 직접 만들어 물고기를 낚으며, 수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제대로 즐기거나 누리지는 못했는데, 그에겐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그놈의 학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때때로 밝아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어둡고 칙칙한 빛깔을 띄는데, 그건 소년의 마음이 언제나 억압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깐의 숨 돌릴 여유와 만남이 그에게 가져다줬던 그 밝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그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은 단지 그의 소심함 때문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그에게 그러한 삶을 강요한 교육과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 자전적으로 쓴 이 소설은 19세기 말에 있었던 이런 문제들을 꽤나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웃긴건 그게 전혀 낯설지가 않다는 거다. 지나친 교육열이나 그로 인해 정작 아이들이 더 소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들이 외면당하는 것은 물론, 한계까지 몰린 끝에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까지, 여러면에서 한국의 교육현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죽음으로써 모든 것에서 해방된 것 처럼 그린 이야기의 결말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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