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 네더로 가는 지옥문 마인크래프트 공식 스토리북
무르 래퍼티 지음, 손영인 옮김 / 제제의숲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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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 래퍼티(Mur Lafferty)’의 ‘마인크래프트: 네더로 가는 지옥문(Minecraft: The Lost Journals)’은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네더 지역을 소재로 한, 세번째 공식 소설이다.


‘네더(Nether)’는, 불과 용암 그리고 검붉은 네더랙으로 가득찬,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는 차원이다. 그만큼 위협적인 몹들도 많이 있어 준비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소설은 두 주인공 앨리슨과 맥스가 그곳으로 급작스레 모험을 떠났다가 소정의 목적을 이루고 돌아오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군데군데 지워진 일기나 마법사의 존재를 미스터리처럼 풀어놓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 함께하며 서로 협력하면서 난관을 해쳐 나가는 것도 꽤 잘 그렸다.

그러면서 이야기 안에 마인크래프트 고유의 설정이나 요소들도 정말 잘 담았다. 마인크래프트는 샌드박스와 크래프트, 서바이벌을 적당히 섞어놓은 게임으로 애초부터 현실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게임적으로만 기획해 넣은 요소들이 많다. 예를들면, 땅이나 돌 등을 채굴해서 해당 블록을 얻는다던가, 그것들을 작업대에서 조합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든다던가, 블록을 공중에 띄워놓는가 하면, 블록을 배치해 순식간에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다던가 하는 것들이 그렇다.

그래서 이걸 현실처럼 그리면 자칫 엉뚱하고 이상해 보일 수 있는데, 소설을 볼때는 그렇게 어색하게 튀는 느낌이 거의 없다. 물리법칙이 우리내 현실에서 당연한 것처럼, 마인크래프트의 설정들이 소설 속 세계에서는 당연하게 느껴지도록 이야기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모험 이야기도 꽤 괜찮다. 때로는 사고를 저지르는 아이들의 행동이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그런만큼 자신을 돌아보고 실수는 인정하며 새로운것을 알아가며 성장해가는 것도 더 확실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부가 지워진 일기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그 뒷얘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괜찮았다.

독자가 마인크래프트를 꽤 안다는 걸 전제하고 이야기를 쓴 것은 어떻게 보면 장점이지만 또한 단점이기도 했는데, 게임 설정을 하나씩 설명하느라 늘어지거나 흐름이 막히는 일은 없지만, 게임으로 미리 접해보지 않았다면 대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더 해골에게 맞아 계속해서 나빠지는 이상 상태가 되었을 때 뜬금없이 우유를 찾는 게 대표적이다. 이건 게임의 ‘시듦(Wither)’이란 상태 효과와 그것을 없앨 수 있는 우유의 회복 기능을 담은 것인데, 현실에선 어림도 없는 데다, 보통은 게임에서도 현실성을 살려 ‘해독제’ 같은 걸 회복수단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마인크래프트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번역 실수를 의심할 정도로 황당해 보인다.

이런 점은 특히 이 책이, 현실과 마인크래프트 세계를 분리해서 생각했던 기존의 공식 소설이나 우드소드 연대기와는 달리, 마인크래프트 속 세계가 현실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더 두드러진다.

게임에 익숙하고 여러 지역을 탐험하며 다양한 비밀들을 접해본 사람들 뿐 아니라, 일반 독자나 아직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주석이라도 붙여놨으면 좀 나았으련만.


게임을 원작으로 한 소설인데 삽화가 없는 것이나 내용과 썩 잘 어울리진 않는 제목도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는 나름 기승전결을 깔끔하게 맺은 편인데, 아직 모든 것을 다 풀어놓지는 않은 것처럼도 보였다. 엘리슨의 부모나 할머니가 그렇다. 혹시 다음에도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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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색 색연필로 완성하는 Real 풍경화
하야시 료타 지음, 김재훈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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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료타(林 亮太)’의 ‘5색 색연필로 완성하는 REAL 풍경화(林亮太の色鉛筆で描く)’는 기본색 색연필만으로 멋진 풍경화 그리는 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여기서 기본색이란 ‘색의 3원색’을 말하는 것이다. ‘색의 3원색’은 섞을수록 명도가 낮아지는 감산혼합 방식의 원색으로 시안(Cyan), 마젠타(Magenta), 옐로(Yellow)로 구성되어있다. 보통 여기에 검은색을 더해 CMYK로 묶어 부르며 컬러 인쇄에서 주로 활용한다.

적은 컬러만을 이용해 혼합해서 다양한 색을 구현하는 것이 저자만의 특별한 점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반대로 널리 쓰이고 있는 방식을 저자가 풍경화를 그리는 것에 적용한 것에 가깝다.

3원색을 혼합하면 이론적으로는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어 아주 어두운 색이나 밝은 색 등은 제대로 표현이 안되기도 한다. 그래서 3원색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검은색과 흰색을 더해 총 5가지 색연필을 사용하고, 거기에 겹쳐서 쌓은 색들을 섞어주기 위한 블렌더와 하이라이트를 주기 위한 디자인나이프를 추가로 사용한다.

좋은 것은 그것들을 이용해 풍경화를 그리는 방법과 과정, 그리고 그 실례를 정말로 잘 정리해서 담았다는 거다. 마치 샐로판지를 덧대며 색을 만들어 내듯이 시안으로 시작해, 마젠타, 옐로, 블랙 순으로 색을 어떻게 쌓아야 하며, 흰색과 블렌더를 이용해 색을 다듬고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디자인나이프로 빛을 표현하는 것까지 하나 하나를 정말 잘 보여준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도 수준이 높아 보다보면 절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다만, 3원색 색연필을 이용해 색을 조합하는 방식의 한계 때문에 색이 깔끔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좀 부연 파스텔톤을 띈다. 이런 특징이 하늘 등을 표현한 것에선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필요하다면 즐겨 쓰는 색을 추가로 더 사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적은 색을 사용하다보니 조금은 색을 어떻게 낼 것이가 하는 점이 강조되는 면도 있지만, 작품의 전체 구조를 잡는 방법이나 명암은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같은 풍경화를 그릴때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것들도 꽤 잘 담고있다. 그래서 꼭 미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좋을 듯하다.

저자의 색연필을 이용한 풍경화 작법은 기존보다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조금은 ‘밥 로스(Bob Ross)’를 떠올리게도 한다. 저자처럼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 즐거운 풍경화 그리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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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어다 이마주 창작동화
리사 룬드마르크 지음, 샬롯 라멜 그림, 이유진 옮김 / 이마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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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룬드마르크(Lisa Lundmark)’가 쓰고 ‘샬롯 라멜(Charlotte Ramel)’이 그린 ‘나는 상어다(Haj-Jenny)’는 다름과 개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홉 살 옌니(Jenny)는 반에서 가장 말이 없는 아이다. 선생님은 그런 옌니에게 여러번 말을 걸면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야기하고 하기를 원하지만, 옌니는 손을 들고 나서 큰 소리로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어울리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는다. 그 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좋다.

하지만 어른들은 옌니에게 늘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것을 바란다. 정말로 그렇게 하는 것만이 옳은 것일까.

유유히 바다를 헤엄치는 상어처럼 조용하지만 용감하고, 남들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을만큼 강하며, 크게 말하는 대신 크게 생각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어떻게하면 문어처럼 높이 손들고 크게 말하면서 자신을 강조하지 않아도 나는 나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바다의 상어와 문어로 비유하고, 상어와 공감하는 소녀 옌니의 이야기는 조금 판타지적인 면이 있지만, 의외로 우리 주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얘기다. 당장 우리도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왔던 말들이지 않던가.

이건 심지어 커서도 계속된다. 자기 회사처럼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한다느니, 도전정신을 갖고 열정적으로 하라던가, 소위 아침형 인간이 어쩌니 하는 것들도 그렇다. 물론 세세하게 따진다면 조금씩 상황이 다르기야 하겠지만, 제시하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굴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정도에서 벗어나고 잘못된 것처럼 만들다는 것에서 일맥상통한다.

이런 기조는 때로 마음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소극적인 아이들의 자존감이 낮은 것은 어쩌면 소극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것이 잘못된 것처럼 구는 어른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연 모든 아이들을 같은 방식으로 다루면서 똑같이 되길 요구하는 게 정말 옳은 것일까. 한가지 정답을 정하는 것이 아이들의 다양성을 해치고 차별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해준다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더 건강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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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우라 - 박삼중 스님이 쓰는 청년 안중근의 꿈
박삼중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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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우라’는 큰 꿈을 꾸었던 안중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렇다고 안중근 전기냐고 하면 그건 또 애매하다. 안중근 자신이 쓴 자서전 ‘안응칠 역사’와 기타 자료등을 참고로 소설 형식으로 쓴 2장이 그런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 외 절반 가까이는 그런 안중근을 쫓고 기리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조금은 에세이 같기도 하다.

저자가 어떻게 안중근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인 스님인 그가 가톨릭 신자인 안중근에게 매료되게 만든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안중근과 별로 상관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저자는 그걸 꽤 꼼꼼하게 적어냈는데, 그건 거기에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안중근은 일본의 전쟁 범죄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쓰러뜨린 한국의 애국지사로서의 모습이다. 당연히 그가 이토를 저격한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서 찾고, 자연히 그의 짦은 인생도 그와 연관하여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만약 그것 뿐이었다면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 남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일본인에게는 더 그렇다. 어떻게 보면 그는 그저 침략국의 수많은 저항인물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존중을 받은 것은 그만큼 그가 인간적으로도 성숙했고 그의 대한민국 독립을 넘어선 동양 평화라는 꿈이 모두의 마음에 와닿는 얘기여서가 아닐까 싶다. 당장 ‘나도 때리지 않을테니 너도 때리지 마라’는 말 부터가 그렇지 않나.

그래서 그의 사상이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를 정리해 담으려던 동양평화론 역시 완성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남긴 발언 등으로 보았을 때 시대를 앞섰다고 할만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이었을 것을 짐작케 한다니 더 그렇다.

지금은 더 이상 힘(군사력)으로 타국을 침범하고 빼앗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그와는 달라도 비슷한 일들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국가대 국가간에는 물론이거니와, 작게는 회사와 개인, 개인과 개인간에도 일어난다. 전(전쟁)보다 오히려 교묘해진 것 모습들은 답답한 한숨을 쉬게 만든다.

만약 지금의 시대에 와 평화를 꿈꾼다면, 그는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릴까. 새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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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방 이야기 - 그녀의 일기
나나로 지음 / 처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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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방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키스방에서의 일을 담은 에세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되겠다. 그만큼 실제로 그 일을 해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나름 잘 담았다.

그렇다고, 엄청 특이하거나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건 아직 한국 사회가 성 문화에 대해서 보수적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저자가 건전한 키스방을 다녔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전한 키스방이라는 것은 비교적 원칙에 충실한 곳이라는 얘기다. 키스방이란 약간의 터치를 허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키스만을 서비스하는 곳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불법 업소와는 다르다. 애초에 성매매 특별법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업소였던 만큼 성행위는 물론 유사성행위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겉으로만 ‘키스방’이라고 내걸었을 뿐 실제로는 유사성행위, 더 나아가 성행위까지 하는 곳도 꽤 있는가본데, 저자가 일했던 곳은 단지 ‘매니저’에 따라 달랐을 뿐 업소에서 그런 걸 권장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보니 유흥업소 이야기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 일단 일해보게 만들려는 속셈으로 자세히 얘기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은 속는 느낌으로 시작하게 된다던가, 돈 때문에 오게 되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얘기 같은 것들이 그저 잠시 영화에서 보았던 어두운 면들을 떠올리게 할 뿐 납치 감금과는 거리가 멀어 그렇게 심각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직업이나 업소 자체에서 특별한 게 없다보니 자연히 책의 대부분은 여러 매니저와 손님들이 보여주는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힘겨운 인생살이 같기도 하고, 또 반대로 젊음의 무책임한 가벼움을 그린 것도 같다. 어떨땐 마치 혐오극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세상은 넓고 변태와 또라이는 다양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실소나 어이없음을 머금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마치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현대인들의 심리적 갈증도 꽤 잘 보여준다. 막말로 오죽하면 저런 곳까지 찾아갔겠는가. 긍정적인 관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기본적으로 키스방의 일화를 그린 이 책은, 시선을 약간 바꾸면 유흥업이라는 유혹에 대항하는 저자의 싸움을 그린 것처럼도 보인다. 애초에 돈 때문에 이런 일을 하게된 것이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면 어느새 키스방을 선택한 이유(수위가 낮다)는 잊고 성매매 종사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왜 소위 ‘기왕 배린 몸’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실제로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 유혹에 진 일화도 풀어놓는데, 그런 게 키스방이 왜 ‘들어가는 문’으로 일컬어지는지를 알게 해 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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