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자작 감행 - 밥도 술도 혼자가 최고!
쇼지 사다오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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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지 사다오(東海林 さだお)’의 ‘혼밥 자작 감행(ひとりメシの極意)’은 소소한 일상의 먹거리에 대해 썰을 풀어놓는 음식 에세이다.

책에는 딱히 거창한 이야기가 없다. 먹는 음식도 (물론 일본 기준이기는 하지만) 대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며, 가격도 부담없는 수준이다. 가끔 무리해서 먹는다고 하는 것도 2~3만원 정도에 그친다. 그런 점이 묘하게 서민적이어서 친근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그런 것들을 무엇 하나 습관적으로 먹어 넘기지 않고, 그 음식이 담고있는 맛이나 매력을 한껏 받아들인다. 보고있으면 참 어떻게 그런 소소한 것들을 저렇게까지 즐기고 또 행복해 할 수 있는건지 새삼 놀랄 정도다. 단지 이야깃거리를 꺼내기 위해서 쥐어 짜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 음식들을 즐기고 있다는게 느껴지는지라 읽고있는 나 자신도 제법 훈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그런 자신의 행복을 위해 때로는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방식으로 먹기도 한다. 조리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거나, 먹는 방법을 바꾸거나, 때로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도 한다.

그것들은 어떻게 보면 ‘굳이?’ 싶은 작은 차이기도 한데 또 보고있으면 묘하게 흥미롭기도 하다. 다음에 나도 그 음식을 먹게된다면 한번 시도해볼까 싶어진달까. 이야기 뿐 아니라 그걸 어떻게 전달할지도 생각해서 담아야 하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 그런지 확실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좋은 듯하다.

이 책은 당초 주간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발췌해 엮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각각의 이야기들은 짧고 읽기에도 편한 편이다. 편집도 거기에 한몫해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만을 따르지 않고 널리 쓰이는 용어를 병기 한 것이나, 조금 생소할 수 있는 것들에 주석을 달아둔 점 등이 센스있다.

연재글이었던 만큼 때때로 그 시기의 화두거리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하는데, 그에 대한 정보는 없어서 언제적에 있었던 무슨 일을 두고 꺼낸 얘기인지는 알기 어렵다. 주석 달기가 여의치 않았다면, 검색이라도 해보게 원 연재일이라도 표기해줬으면 싶어 괜히 아쉽다.

책 제목이 ‘혼밥…‘이고, 저자 자신도 그런 말을 하기는 한다만 딱히 혼밥에 매여있는 책은 아니다. 음식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 그런 경험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재미있게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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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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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위저(寐語者)’의 ‘제왕업(帝王業) 下’는 제왕의 패업을 이뤄 나가는 이야기의 완결편이다.

역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한 사람의 시점으로 그리기 때문에 조금은 무협지같은 느낌도 있다. 주인공들의 위업을 보여주기 위해 이들을 상당한 능력자로 그리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주인공인 ‘왕현’은 때때로 시대와 어긋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쁘게 말하면 시대를 읽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인데, 반대로 좋게 말하면 시대를 앞서 간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녀에게 다행인 것은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권력도 있었다는 거다.

어쨌든 그런 그녀이기에 더욱 기왕 주인공인 그녀가 이야기의 주축에 서있지 않다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이는 특히 상권에서 두드러졌었는데, 성장하면서 나아지기는 한다만 그래도 여전히 ‘소기’라는 주인공의 옆에 선 인물이라는 느낌이 가시지는 않는다.

당연히 ‘남편을 패왕으로 세우는 이야기’라고 보는 관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소기 그 자신이 너무나도 뛰어난 무력과 지략, 정치력을 갖고있어 패왕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여러번 보여주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둘의 로맨스에도 꽤 분량을 할애해서 그런지 인간적으로도 크게 그릇됨이 없고 남자로서도 매력적인 것으로 그렸는데, 정략결혼으로 시작했음에도 호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 붙인듯한 그런 묘사들이 반대로 더 왕현의 존재감을 작게 만들기도 한다.

남성을 주인공으로 그리자니 좀 식상하고, 그렇다고 여성인 왕현을 패왕으로 그리기엔 시대와 너무 맞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절충해서 나온 게 지금같은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용만 보면 전쟁에서부터 정치, 음모, 사랑까지 상당히 많은 것들을 잘 담았다. 하지만 그런 방대함에 분량이 못미치는 면이 있어 때때로 허전함도 느낀다. 그게 이 소설을 조금은 십수권짜리의 축약판처럼 보이게도 한다.

제목이 ‘제왕업’이지만 왜 제왕의 패업을 이루어야만 하는가도 그렇게까지 설득력있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작중에서 언급하는 이상이나 긍정적인 모습들이 그에 대한 해답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만, 그건 정복자의 입장에서나 통하는 말이지. 그 때문에 멸망당한 나라와 민족들에게도 과연 그들의 패업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였을까.

평소에도 ‘하나의 중국’이라는 것은 일종의 제국주의 사상이라고 생각하여 썩 좋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이들의 제왕업도 그와 유사한 면이 있어보여 좀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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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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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위저(寐語者)’의 ‘제왕업(帝王業) 上’은 권력의 한 복판에 휘말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가상역사 소설이다.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웹소설로 시작해 2007년에 출간 후에도 꾸준히 재판되며 인기를 끈 작품으로, 드디어 장쯔이를 주연으로 한 드라마 제작이 결정된 드라마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2020년 초 절강위성TV에서 ‘강산고인(江山故人)’이란 이름으로 방영될 예정인데, 그 전에 미리 원작을 접해볼 수 있도록 출간이 된 것이 참 시기적절한 것 같다.

가상의 역사를 다룬 이 소설은 나름 독특한 점이 있다. 그 하나가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거다. 정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지만 무인 세력이 권력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여성이 정략결혼의 도구로 소모되는 것 등을 생각하면 시대상을 짐작할만한데, 그런 시대가 배경이라면 육체적으로 약한 여성을 아무래도 활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외적인 힘 앞에 무력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그럴때면 상대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언변을 통해 위기 상황을 빠져나가곤 하는데, 저자가 그걸 꽤 잘 그려서 억지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방대한 역사를 다룬 것인데도 1인칭으로 그린것도 좀 독특하다. 역사소설에서는 잘 택하지 않는 서술 방식인데, 그건 1인칭으로 그리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한 인물의 서사를 일관되게 따라갈 수 있다건 장점이어서, 더 쉽게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감정이입 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게 쌍방에 입장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좀 더 주인공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그럴듯하게 들리게 한다. 위기에 닥쳤을때 안타까워하고 극복하길 기원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소설은 과거의 역사, 그것도 중국의 역사를 그린 것이며 일종의 궁중소설이기도 하기 때문에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생소한 용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수에 한자를 병기해 놓기는 했지만, 주석까지 잘 달아놓은 것은 아니라서 모르는 얘기가 나오는 중간 중간 멈춰서게 만들기도 한다. 다행히 그런 부분이 많지는 않아서 해당 부분만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생략된 부분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때론 과감하다고 할 정도로 많은 시간들은 몇마디 문장과 기술만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게다가 자세하게 다루는 부분에서도 가볍게 언급만 하고 상세 내용까지는 다루지 않는 것들이 있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인물의 서사나 감정, 생각이나 주변 상황 등을 제대로 그리지 않은게 그렇다. 그래서 설명이 좀 부족한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는데, 이것도 1인칭 시점이다보니 갖는 한계가 아닐까 싶다.

대신 이야기의 전개는 상당히 빠르다. 십수권에 달하는 분량이 아닌데도 방대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다. 주인공의 상황도 널뛰듯 급변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세밀한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장면 위주로 담은 듯한 이런 모습은 이 작품이 글보다는 영상물에 더 적합하다고 느끼게 한다. 자연히 각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해보게 되는데, 실제 드라마에서는 이것들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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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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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허니맨: 양봉남을 찾아서’는 만남과 인연, 오해 등을 사람찾기라는 소재로 풀어낸 로맨스 소설이다.


책은 ‘로맨스 미스터리’라는 조금은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흔히 미스터리가 결합된 장르를 칭할때처럼 ‘미스터리 로맨스’가 아니라 ‘로맨스 미스터리’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미스터리에 더 중점을 두고있다는 얘길까. 아니면 반대로 로맨스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로맨스라는 미스터리를 다루었다는 말일까.

실제로, 로맨스는 의외로 미스터리가 많은 분야다. 소위 ‘그린라이트’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대체 어느 선부터가 그린라이트일까. 때로는 확실하다고 생각해 다가갔다가 거하게 물을 먹기도 하고, 반대로 아니다 싶어 생각을 두지 않았는데 후일에 사실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듣는 경우도 있다.

소설 속 세 여자가 제주도로 양봉남을 찾기위해 떠난 것도 그것을 해소해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얼핏 사소해보일 수 있는 이 장난같은 일을 제대로 해치우면서 마침내 당시의 남자를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한편, 이 ‘추억의 남자 찾기’는 일의 일환으로 겸사겸사 시작한 것이기도 해서 그와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또 이전에 알던 사람과 재회하기도 하고, 몰랐던 타인과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면서 로맨스란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해본다.

이것들은 비록 소소하다 할 수 있는 얘기들이지만, 각자 따로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잘 어우러져 있어 보는 맛이 있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그리기도 했고 때론 웃음을 자아내기는 장면도 있어 의외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 만큼 이야기가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지만 그렇게 번잡하지도 않다.

세 여자를 통해 조금씩 다른 로맨스의 일면을 동시에 다루는 것도 꽤 좋았다. 로미의 경우 워낙에 특이한 그녀의 캐릭터에 기댄면이 있어 일반적이지 않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점을 잘 담고 있어서 소홀하게 갖다 붙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셋이 모두 로맨스로 고민을 하는 것은 또한 각자의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거기에 약간의 미스터리를 섞은 것도 나쁘지 않았다. 미스터리는 각 장 시작부분에 있는 짧은 이야기가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게 소설의 거의 끝까지 미묘한 긴장감을 갖게 한다.

생각해보면 꽤 구성을 잘한 것 같다. 세 여자와 그 외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어서 각각의 분위기를 달리하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밝고 가벼우면서도 은근한 스릴러 느낌까지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니까 말이다.

이야기를 꿀벌의 특징을 담은 15개의 장으로 나누고 그에 관한 꿀벌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도 그렇다. 꿀벌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읽을만 할 뿐 아니라, 양봉남 찾기라는 소설 테마와도 어울리고, 각 장의 내용과도 맞닿아 있어 의미심장하기까지 했다.


아쉬운 것은, ‘미스터리’로서는 그렇게 만족스러웠다고 하기 어렵다는 거다. 소설 속 미스터리 사건이 의외로 단순한 편이며, 그게 미스터리인 것도 사실상 작가가 의도적으로 숨겨서 그런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그 실체가 드러나는 후반까지는 딱히 이야기에 별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이런 점이 세 여자들의 로맨스 이야기와 미스터리 사건이 좀 분리되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왜 ‘로맨스 미스터리’인지도 잘 모르겠다. 딱히 미스터리에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로맨스라는 미스터리를 그렇게 시원히 풀어낸 것 같지도 않아서다. 그냥 약간의 가벼운 미스터리가 담긴 로맨스 소설 같달까.

그렇다고 그래서 나빴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코지 미스터리’를 연상케 하는 이 가벼움이 꽤 좋았다. 만약 이보다 더 무겁거나 진지했다면 ‘양봉남 찾기’나 나름 개성 강한 캐릭터,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 등이 좀 빛 바래 보였을 것 같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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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지 1 패시지 3부작
저스틴 크로닝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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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크로닌(Justin Cronin)’의 ‘패시지 1(The Passage)’은 뱀파이어로 멸망한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린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또 뱀파이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또 뱀파이어다. 또 디스토피아고, 또 아포칼립스다.

그래서 자칫 식상할 수도 있는데,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다. 작가가 자기만의 개성으로 그것들을 잘 버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작품을 흥미롭게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뱀파이어라는 존재의 정의다.

보통 뱀파이어라고 하면 판타지에 그 기원을 두는 것이 많다. 영생하며 피를 갈망한다는 특징 때문에 때론 신이나 악마와 연결짓기도 하고, 현대 과학으로는 논리적인 해설이 곤란해서 아예 본성이 그러한 고대의 생물이나 괴물로부터 일부 형질을 전달 받고 유전을 통해 변질되면서 우리가 지금 흔히 아는 것과 같은 뱀파이어란 종으로 정착했다고 썰을 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종의 기원을 바이러스에 두고, 생물실험을 통해 최종적으로 그러한 형질이 완성되었다는 이 책의 접근법은 조금 신선하다. 이 SF적인 풀이는 이 소설을 좀 더 현실 위에 쌓아올린 듯한 이야기로 보이게도 한다.

그러나 그 완성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소설에서 그리는 뱀파이어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능력 같은것이 전혀 과학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자는 그걸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단지 바이러스와 인체의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이 보여주는 작용을 그저 미스터리처럼 던져놓았을 뿐이다.

당연히 이야기 역시 그렇게 SF적이지 않다.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 때문에 이 소설을 SF로 분류하기도 한다만, 기본적으로는 판타지에 더 가깝다고 봐야한다. 뱀파이어와 유사한 괴물을 다루는 일종의 크리쳐물로 그러한 설정들을 현실세계로 끌어오는데 SF를 이용한 정도로 보는 게 적당하다.

저자는 현실성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대신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한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더 집중했다. 그리고 그걸 꽤 잘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 사건에 연관되게 되는지나, 아포칼립스가 일어나는 과정도 분량을 충분히 써 조금씩 쌓아감으로써 자연스러운 흐름이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그게 다음 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

순수하게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진 일로 써낸 것도 그 결과와 사태 후 겪게 될 고난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게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점들이 꽤 마음에 들었다.

때때로 어색하게 끊어지는 문장은 조금 아쉬운데, 저자의 개성인가 싶기도 하다만 한국어와는 영 어울리지 않아서 굳이 살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소설은 흐름이 조금 느리다고 느껴지기도 할만큼 분량이 많다. 그래서 한국어판은 글자 크기를 다른 책보다 더 작게 했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서 2권으로 분권했다. 그 중에서 1권만 본 것이므로, 아직 소설 전체를 평하기는 섵부르다.

‘패시지 3부작(The Passage Trilogy)’의 시작을 연 패시지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또 2부로는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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