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자 이야기
아리시마 다케오.오가와 미메이 지음, 박은희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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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모자 이야기’는 ‘아리시마 다케오(有島 武郞)’와 ‘오가와 미메이(小川 未明)’의 대표작을 모은 동화집이다.

한국과 일본은 근대의 기억때문에 서로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서로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은 기묘한 관계이기도 하다. 소위 ‘까’ 뿐 아니라 지나친 친일파라 할 정도인 ‘빠’도 많다는게 그 단적이 예다.

그건 서양 뿐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주변에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유독 일본의 문화와 감성이 한국인의 그것과 잘 맞아서 그렇다.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네 이야기같고, 그래서 쉽게 감정이입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 역시 그렇다. 동화이기 때문에 더욱 감성적인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이 중요하고, 그래서 그게 어긋나면 ‘대체 왜?’ 싶으면서 갸우뚱 하게 되는데 이 책에 실린 동화들엔 그런 점이 거의 없다.

특히 아이들의 일화를 그린 ‘아리시마 다케오’의 동화들은 더욱 그렇다. 어렸을 때 대다수가 겪어봤을법한 감정이나 상황을 그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맞아’ 혹은 ‘나도 그 비슷한 적 있어’ 싶은 기억을 끄집어낸다.

선과 악 어느 것에도 치우쳐있지 않아 오히려 어느쪽으로든 쉽게 흔들리기도 하고 그래서 나중에는 곱씹으며 쓴맛을 느끼기도 하는 아이 특유의 감정 묘사도 잘 했다.

마치 어렸을 때의 실제 경험을 그린듯한 이 이야기들은, 대신 보통의 동화라면 품고있을 깨달음이나 교훈 같은 면이 좀 덜한 편이다. 끝도 (경험담이 대게 그렇듯) 똑 부러지게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오가와 미메이’의 동화는 그와 정 반대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신화나 우화의 모습을 한데다, 끝맺음도 확실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것도 좀 더 뚜렷하다.

책에는 비록 대표작 몇개만 실려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작가들의 매력이 전해진다. 기회가 있으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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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 쏙닥쏙닥 - 개념을 만화와 애니로!
아우라디자인연구소 그림, 강주원, 골든벨 R&D 발전소 기획 / 골든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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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 쏙닥쏙닥’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기 전자에 관한 개념을 알 수 있도록 한 책이다.

전기 전자에 대해 알려면 그에 관한 개념 뿐 아니라 공식이나 화학, 물리 지식까지 어느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모든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비로소 전기가 발생하고, 우리사 사용하는 전자기 회로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지만은 않은 분야인 게 사실이다. 그걸 이 책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도입해 접근 난도를 낮추려고 했다.

그리고 그건 나름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그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 분야는 아무래도 설명 뿐 아니라 관련 기기나 회로도, 수식 등도 많이 쓰이는데, 만화는 그걸 보여주는 역할로도 쓰인다. 그래서 실용적으로 꽤 괜찮은 접근이기도 하다.

책은, 전기 전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쓴 것인 만큼, 기본적인 것들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전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자기적 현상이나, 회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걸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간단한 것에서부터 하나씩 추가해가며 설명한다. 조금씩 지식을 쌓아가며 따라가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쉬운 건 전기 전자의 기본 개념과 그 상세 내용을 만화에 녹여내 담은 게 아니라, 만화를 삽화같은 수준으로만 사용했다는 거다. 이게 꽤 의도적이어 보이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각자에 맞는 대화문이 아니라 거의 설명지문을 그대로 나누어 붙인 수준에 불과해서다. 그게 만화를 보고 있지만 만화를 보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며, 세명의 케릭터가 나와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 역시 묻히게 만든다.

만화와 함께 강조했던 애니메이션의 수준도 낮다. 설명 음성 없이 단순히 추가 설명 등이 있는 화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단순한(없어도 큰 상관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동영상 캡쳐한 듯한 것만이 이어져서 딱히 이게 인쇄본보다 더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만들어줄 것 같지도 않다.

거기에 오타까지 많다. 중요한 수식과 그 설명에도 잘못된 내용이 있는데다, 그 중에는 다른 책을 보고 배끼면서 잘못 쳤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오타도 있어서 당황스럽게 만든다. 책을 볼 때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이 이게 오타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면 좀 그렇지 않을까. 해당 내용에 대해서 배우려고 책을 보는 것인데 그럴려면 책이 제대로 쓰인 것인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니, 그럼 나는 어디가서 이게 맞는지를 배워와야 하나.

책이 추구하려던 방향 자체는 나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낮은 완성도는 그것들이 전혀 빛을 보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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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않고 살 수 있다 -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수학적 사고의 힘
박병하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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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수학을 일상과 속임수라는 재미있는 주제로 담아낸 책이다.


논리와 증명으로 완성된 공식을 활용해 해를 얻어내는 수학은 어렵고 낯설다. 한국 사람은 학생 시절에 학업을 위한 수학만을 배우며,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간단한 덧셈 뺄셈 외에는 딱히 수학이라 할만한 것을 일상에서 접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일상에서의 수학 이야기, 특히 속임수에 관한 것을 말하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비껴갈 수 있는지를 수학적 사고를 통해 이야기한다니 과연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연결지어서 할지 사뭇 궁금했다.

그리고 그 부분은 나름 괜찮은 편이다. 할인이라는 너무도 자주 접하는 것부터 시작해 도박의 함정이나 확률과 통계, 그리고 평균에서 빠지기 쉬운 속임수 등을 보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따져 풀이한 것은 흥미롭고 재미도 있다.

일상적인 주제로 시작해 지극히 수학적인 내용으로 이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작점 덕분에 더 깊은 수학 이야기에도 관심이 갈 뿐더러 그렇게 담아낸 이야기들 역시 볼만하기 때문이다.

그 덕인지 본격적인 수식이나 공식이 등장했을 때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일상 속 속임수를 따져본다는 컨셉이 그렇게 잘 지켜지지는 않았다는 거다. 딱 컨셉대로인 것도 있기는 하나, 개중에는 이게 속임수와 무슨 상관인가 싶은 게 있는가 하면, 물꼬를 틀기 위해 말하는 속임수와 수학 이야기가 전혀 상관없어 연결이 억지스러워 보이는 것도 있다.

수학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페미니즘으로 빠지는 것도 나쁘다. 제시한 상황이 공감할만큼 명확히 ‘편견’이나 ‘차별’이라고 할만한 것도 아니었던 데다가,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꺼낼 이야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개인 의견따위는 접어두고, 좀 더 일상 속 수학 이야기에나 집중했으면 더 좋았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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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도쿠 500문제 중급 - IQ148을 위한 슈퍼 스도쿠 슈퍼 스도쿠 시리즈 12
오정환 지음 / 보누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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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도쿠 500문제 중급’는 사람의 손으로 공들여 만들어진 스도쿠 퍼즐 500문제를 담은 퍼즐집이다.


스도쿠는 현대인들이 가장 쉽게 많이 접하고, 또 그만큼 즐기며 사랑하는 퍼즐 유형 중 하나다. 그건 이 퍼즐이 단 1개의 기본 규칙밖에 없을 정도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도쿠에는 한두개쯤 있을법한 예외조차 없다.

그래서 퍼즐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손쉽게 배울 수 있으며, 퍼즐을 풀어 답에 이르거나 그 답을 검증할 때에도 의문이나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수학적으로 참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퍼즐이라는 얘기다.

겨우 3x3 박스 9개 외엔 다른 요소가 없는데도 사실상 퍼즐의 총 갯수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 해마다 여러권의 스도쿠 퍼즐집이 나오는가 하면, 인터넷 등을 통해 무료로 배포하기도 한다.

심지어 스도쿠 퍼즐은 기계적으로 손쉽게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규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수를 채우고, 그 중 일부를 가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막상 풀어보면 그렇게 재미있지가 않다. 스도쿠의 재미는 가로, 세로, 박스 내 숫자 관계를 따져보며 새로운 수의 위치를 찾아내고 그것이 다른 칸에 영향을 끼치면서 연쇄적으로 퍼즐이 완성되어가는 짜릿함을 즐기는 것인데,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가능한 경우의 수를 대입해보고 정답을 찾아내는 ‘무차별 대입 공격(Brute-force attack)’식의 지루한 노가다가 필요한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 손을 거쳐 만든 스도쿠 퍼즐을 담은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어려운 퍼즐을 만났을 때에 막히는 것은 마찬가지나, 빈 칸에 넣을 수 있는 후보들 사이의 관계와 논리를 통해 담을 알아낼 수 있으므로 그걸 찾아 풀어내는 재미나 퍼즐을 다 풀고나서의 만족감도 좋다.


책 편집은 퍼즐과 답만을 빽빽히 채워넣은 형태인데, 단순하지만 500문제나 수록하고도 크게 부담없는 책 부피와 가격인 것은 그 덕이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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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자
류광호 지음 / 마음지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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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자’는 점점 현실의 고민거리가 되어가는 다문화 문제를 주제로 한 소설이다.

한국 사람은 다문화가 낯설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비록 여러차례 꽤 큰 규모의 귀화인들이 있기도 하였으나 두 문화가 섞이는 방식이 아니라 한쪽으로 흡수되는 형태였으며 그렇게 섞인 후 지금에 이르러서도 단일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에 이슈가 되고있는 다문화라는 건 사실상 경험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주민과 마찰이 벌어졌을 때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쉽다. ‘이래서 XXX은…‘라거나 ‘하여튼 XXX들은…‘라는 식의 발언이 그렇다.

그렇다고 이주민을 배척할 수만도 없다. 애초에 예전의 쇠국정책처럼 그들의 유입을 막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출산율 등의 문제와 겹쳐서 더 그렇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이주민이 아니라면 어떻게 채울 수 있느냐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이 책은 그런식으로 현재 한국을 둘러싸고 나오고 있는 다문화와 관련된 여러 현상이나 주장 등을 꽤 잘 보여주고 있다. 책 내용 중 반 정도는 거의 그를 위해 할당했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래서 소설이라기보다는 여러 인사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한 책처럼도 보인다.

소설 부분에 해당하는 종훈의 이야기와 한성주 사건의 서사가 약해서 더 그렇다. 이럴때 즈음에 미스터리를 품은 사건이 터져서 흥미를 돋워주면 좋겠다 싶을 때 그런 이야기가 딱 등장하기도 하고, 사건을 조금씩 풀어내면서 사회적인 내용도 함께 말하고 그 한편으로 종훈을 중심으로 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섞는 구성 같은 것도 나쁘지는 않으나, 말 그대로 구색만 갖췄을 뿐 소설로서의 맛까지 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애초부터 한국의 다문화 이슈를 다루면서 그걸 같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화두를 던지는 목적만으로 썼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꽤 목적에 적합하게 잘 썼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문화 외의 이야기도 함께 하는데다, 무엇보다 그것들을 소설이라는 형태를 담아낸 만큼 소설로서의 재미도 좀 챙겼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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