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 심은영 장편소설
심은영 지음 / 창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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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담은 소설이다.

소설에는 꽤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가정 내 성폭력, 강간, 미성년자 성범죄, 학교비리, 권력과 거기에 편승하는 사람들 등 각각을 하나씩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할 이야기가 많을만한 것들이 한데 뭉쳐있다. 그래서 안그래도 소재 때문에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소설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좀 과해 보이기도 하다. 무슨 설거지 몰아주기도 아니고, 불행이 한 사람에게만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외로 현실감이 높진 않다.

하지만, 각각의 사건 자체는 상당히 사실감이 있는데, 대부분이 현실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있어 계속 기시감을 주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도 충격적이었던 사건들은 지금 보아도 마찬가지여서 보다보면 마음을 꿀렁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저자는 사건 묘사를 꽤 잘 한 편이다.

다만, 소설로 옮기면서 일종의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그건 사건들을 하나로 잇고 등장인물들과 연관을 짓기 위해 바꾸면서 생긴 것인데, 이게 각 사건을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봤을때는 어색해 보이는 점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건의 결말과 그 이후의 이야기가 특히 그런데, 이는 현실에서의 것과 비교되기에 더 그렇게 보인다.

사건간의 연결이 썩 자연스럽거나 개연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은 소설에 너무 많은 사건을 담으려고 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소설은 학교 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일도 다루고 있는데, 이 둘 사이에는 사실 그리 큰 연결점이 없다. 그게 소설을 둘로 나뉘어 보이게 하며, 한쪽에서 다른쪽으로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 교육계의 치부를 담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정 내 성폭력에 있는데, 이런 점도 책이 뭔가 애매하게 쓰였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연호 찾기’를 미스터리로 이용한 것은 꽤 나쁘지 않았는데, 이것 역시 좀 억지스럽게 풀어내는지라 그렇게 좋지만도 않았다.

소설로서는 분명 아쉬운 점이 많지만, 사회적인 내용들은 꽤나 의미가 있었다.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도 분명한 편이다.

이런 일들을 겪고도 여전한 현실을 보면 괜히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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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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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도 유메(辻堂 ゆめ)’의 ‘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片想い探偵 追掛日菜子)’는 독특한 캐릭터로 선보이는 가벼운 추리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오이카케 히나코’는 쉽게 말하자면 금사빠다. 누군가의 매력에 금새 빠져버리는 그녀는 그를 최애로 삼고는 그에 관한 것들을 신경써서 긁어모은다. 아마 공부를 그렇게 했더라면 서울대도 문제 없을 정도로 우수했을거다.

그녀의 애정은 좀 광적이라 때로는 사생팬에 버금가는 짓을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 언젠가 큰 사고를 치진 않을까 주변 사람의 걱정을 사기도 하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가 팬으로써 갖고있는 철학이 독특한데다 은근히 낯을 가리기도 하는지라 최애와 일정 거리 이상을 둔다는 거다.

하지만, 그녀의 최애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사건에 휘말리고, 그걸 두고 볼 수만은 없는 히나코가 관여를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이 소설은, 내용이나 구성 면에서도 히나코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많이 의존한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일개 고등학생이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건들에 연관이 되느냐 하는 것부터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은 놓칠 수도 있었던 것을 어째서 그녀는 꽤뚫어 볼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라던가, 사건이 끝난 후엔 마치 리셋하듯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 역시 그렇다.

이 모든게 다른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덕질감성을 가졌으며, 금사빠이자 금사식인 하나코란 존재 덕에 전개되고 또 해소된다. 히나코는 주인공이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셈이다.

그래서 때로는 좀 황당하기도 하다. 좀처럼 상상도 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이며 끝내는 에피소드의 마무리가 그렇다. 히나코가 왜 그렇게 끝내는지 갖다대는 이유는 상당히 감정의 핀트가 어긋나있어서 좀처럼 공감하기가 어렵다.

이건 히나코를 더욱 4차원으로 튀어 보이게 만들어 그녀의 독특한 캐릭터성을 더 강화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게 꼭 단점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그녀만의 독특함이 이야기와 잘 어울릴 뿐더러, 전개와도 잘 맞물리기에 더 그렇다. 개성있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를 통해 소설이 완성되도록 잘 구성한 것은 확실히 칭찬할 만하다.

이야기에 걸맞게 거기 담긴 추리도 비교적 가벼운 편인데, 추리의 기본적인 요소는 꽤 잘 갖추었다. 그래서 추리소설로서도 나름 볼만하다.

다만, 일본인에게만 유용한 트릭은 역시 아쉽다. 일본 애들은 유독 일본 지리나 지역 문화, 일본어에만 있는 특징을 이용한 트릭을 좋아하더라. 대게 추리소설은 설사 그런 요소를 사용하더라도 가상의 시공을 배경으로 하거나 이야기 중간에 그에대한 설명을 넣음으로써 소설만으로도 독자가 추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두는데, 얘들은 그냥 대놓고 ‘실제 일본’을 아무 설명없이 집어넣고는 일본인이 아니면 아무 의미없을 추리를 펼쳐서 보면 진짜 한숨밖에 안나오게 만든다.

이건 괜한 번역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참, 이걸 번역가를 탓해야 할지 거 애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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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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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도쿄 타워(東京タワー)’는 도쿄에서 살아가는 두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두 주인공 ‘토오루’와 ‘코우지’는 독특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연상의 여자와 사귀고 있다는 거다.

단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정도의 연상이 아니다. 띠동갑을 넘을만큼 상당한 차이가 나는 연상, 즉 어머니뻘이다. 당연히 그녀들에겐 각자의 남편이 있고 그 남편과 함께 구려가는 가정도 있다. 이들의 사랑은, 말하자면, 불륜인거다.

나이차가 크고 두 사람의 만남에서의 경제적인 부분을 대부분 여자쪽에서 부담한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원조교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상대방에게서 뭔가를 받는 것을 더욱 꺼리기도 한다. 자신들의 관계는 결코 그러한 것이 아니라고, 그러한 것처럼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단지 나이차가 나는 것 뿐 아니라 가정이 있는 상대와 관계를 한다는 점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당연히 주변에 그리 떳떳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상대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젖어 헤어나오질 못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불륜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한 형태로 보이지 않고,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파멸로 내달리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이들이 무려 수년간의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전혀 성장하지를 않기 때문이다.

토오루와 코우지가 보여주는, 각자가 사랑을 대하는 방식이나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방법은 극과 극이라 할만큼 다르다. 그런데도 묘하게 동류처럼 보이는데, 그건 둘 다 미숙하고 또한 어리석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과 관계를 하면서 정신은 그대로인채 몸만 자란 것 같달까. 중요한 결정마저도 그러한 면모의 연장선에 있어서 이들의 미래가 썩 밝지는 않으리란 것을 짐작케 한다.

주인공들이 ‘어리다’고 느낄정도로 극단적인만큼 공감할 부분도 적다. 그건 성숙한 여성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인데, 소설이 막 성년이 된 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것인만큼 그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유추해볼만한 이야기를 살짝 내비치기도 하지만, 상상만으로 채우기에는 너무 베일에 쌓인 부분이 많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행동 역시 의문을 남길때가 많다.

책 제목이기도 해서, 소설 내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토쿄 타워’ 역시 조금 쌩뚱맞다. 마치 PPL 광고처럼 느닷없이, 맥락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을 보면 애초부터 ‘도쿄 타워’ 자체에 별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제목으로까지 쓸 거였으면, 적어도 이들이 함께하는 추억중에 도쿄 타워와 이어지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어서 그것 때문에라도 종종 도쿄 타워를 쳐다본다는 식이었다면 좋았으련만, 세심하지 못함이 아쉽다.

한마디로 냉정하게 말해서, 이야기 자체는 썩 좋다하기 어렵다. 로맨스 역시 공감할 점이 적다. 별 다른 반성이나 후회, 성장도 없는 내용은 소년들의 치기어린 젊음을 담아낸 것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려하기 그지없는 문장은 그 자체로 읽는 맛을 준다. 한편의 긴 장편 시같은 면모는 묘하게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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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시스터 12 - 수상한 블로거 벽장 속의 도서관 17
시에나 머서 지음, 김시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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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머서(Sienna Mercer)’의 ‘뱀파이어 시스터 12: 수상한 블로거(My Sister the Vampire: Stake Out!)’는 프랭클린 그로브에서 벌어지는 뱀파이어 조사 소동을 그린 뱀파이어 시스터 시리즈(My Sister the Vampire Series)의 12번째 책이다.

왈라키아 아카데미에서 돌아온 아이비는 다시 이전처럼 올리비아와의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줄 알았으나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떠나있던 동안 올리비아가 새로 사귄 친구 홀리 때문이다.

여러이유로 그녀가 맘에 들지 않는 아이비는 괜히 부닥치게 되고, 그런 아이비가 마뜩지 않은 올리비아와 사이가 어색해지고 만다.

거기에 뱀파이어들을 까발리려하는 블로거까지 등장해 짜증나게 한다. 그가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줄 뿐 아니라, 뱀조관(뱀파이어 조사 관광객)들까지 끌어모아 마을에서조차 좀처럼 편하게 지낼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비는 어떻게든 블로거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소설은 크게 2가지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자매와의 우정이고 다른 하나는 뱀파이어들의 노출 위기이다. 이것들은 모두 아이비와 올리비아에게 중요한데, 때로는 그게 다른 것에 가려져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면 설사 의도치 않았다고해도 상대방은 거기서 소홀함을 느끼고 상처를 받게 되는거다.

그걸 해소하는 방법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고 사로를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 그걸 소설은 잘 그려냈다. 둘의 마음이 어긋났다가 다시 봉합되는 것도 그렇고, 그 과정에서의 일을 통해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한다. 거기에 별 무리가 없어서 술술 잘 읽히고 이들의 생각과 마음에도 쉽게 공감이 간다.

거기에 블로거 사건도 잘 비볐다. 둘 간의 관계가 의외로 밀접하기 때문에 괜히 왔다갔다하며 따로 노는 듯해지는 것도 없고, 한쪽의 진행이 다른쪽으로 이저여 진행을 돕기에 흐름도 자연스럽다.

물론 그렇다보니 꽤 힌트가 많이 나와서 수상한 블로거를 찾아가는 미스터리한 맛 같은 건 없다. 그러나, 그게 이야기의 주요한 점도 아니고, 둘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아기자기해서 나쁘지 않다. 이제까지의 것들을 그러모아 정리하며 만들어내는 마무리도 괜찮고, 그를 통해 보여주는 따뜻한 결말도 작은 미소를 짓게한다.

인간보다 힘과 능력이 훨씬 뛰어난 뱀파이어를 그리면서도 자칫 인간에게 들킬세라 소심히 행동하는 점은 의외로 코믹해서 이야기를 가볍게 즐기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다음 내용을 슬쩍 일러주며 끝나는데, 그 와중에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되고, 그것을 또 어떻게 해결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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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걸스 6 - 어린 스파이들, 믿을 건 우리 자신뿐이다! 스파이 걸스 6
앨리 카터 지음, 김시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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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카터(Ally Carter)’의 ‘어린 스파이들, 믿을 건 우리 자신뿐이다!(United We Spy)’는 대망의 마지막 대결을 그린 ‘스파이 걸스 시리즈(Gallagher Girls Series)’의 6번째 책이다.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생각보다 빠른 마지막이다. 마지막인만큼 꽤 엄청난 스케일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말하자면 그건 스파이들에게 있어서는 끝판왕급이라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과연 마지막 대결에 걸맞는다 싶다.

물론, 그만큼 거리감도 있기 때문에 나같은 보통 사람들에겐 세부 이야기가 피부에 잘 와닿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이전의 역사들을 참고해서 생각보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풀어내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식으로 일이 계속 진행된다면, 어쩌면 정말로 실현가능하지 않을까 싶게 만들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그정도로 큰 사건을 다루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긴장감이 없다는 거다. 그건 어쩌면 주인공 무리와 그들의 활약에 비해 사건이 너무 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런 심각한 일이 터진다면 겨우 그런식으로 쉬쉬하며 사건을 해결하려 들리가 없지 않겠는가. 대다수가 그걸 은근히 바래마지 않는게 아니고서야 말이다.

사실 이것도 스파이의 세계에서라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낌새를 소설 내에서는 은근히도 내비치지 않기 때문에 딱히 고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다보니 반대로 이들이 마주한 사건의 크기가 실제로는 그 정도로 충분히 대처할만한, 말하는 것보다는 작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작가가 사건을 그리 현실감있게 전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이야기도 뜻밖의 맥거핀이 아쉬웠다. 설마 그런식으로 할 거라고는 전혀 기대치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뿌린 여러가지 떡밥들은 의외로 많은 가능성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게 과연 어떤 전개로 갈지 흥미롭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분기를 정한 이후에는 나머지들을 충분히 해소해줘야 하건만 그러질 않는다. 딱히 설명도없이 그냥 미해결인채로 버려진단 얘기다.

이게 만약 다음 이야기로 이어질 거였다면 나름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음권에서 벌어질 반전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을 마무리하면서 그런식으로 내버려둔 것은 역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건 또 너무 간단하게 털어버린다. 상당히 무게가 있던 것을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고 땡처리하듯 후닥닥 해치워 버린다거나,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듯 기껏 꾸며놓더니 얼마 가지도 않아 뒤집어버리기도 해서 좀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아쉬운 점들을 나열해보니, 마치 아직 좀 더 길게 이어가려고 했던 것을 사정이 있어서 급하게 마무리 짓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완성도가 썩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흥미롭지 않다거나, 읽는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활약하는 것이라던가, 위기에 빠지고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나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나름 볼만하다.

하지만 설정과 캐릭터도 꽤 매력적이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봤던 시리즈였어서, 그 마지막이 이렇다는데 더 아쉬움이 남는 게 아닌가 싶다.‘앨리 카터(Ally Carter)’의 ‘어린 스파이들, 믿을 건 우리 자신뿐이다!(United We Spy)’는 대망의 마지막 대결을 그린 ‘스파이 걸스 시리즈(Gallagher Girls Series)’의 6번째 책이다.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생각보다 빠른 마지막이다. 마지막인만큼 꽤 엄청난 스케일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말하자면 그건 스파이들에게 있어서는 끝판왕급이라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과연 마지막 대결에 걸맞는다 싶다.

물론, 그만큼 거리감도 있기 때문에 나같은 보통 사람들에겐 세부 이야기가 피부에 잘 와닿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이전의 역사들을 참고해서 생각보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풀어내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식으로 일이 계속 진행된다면, 어쩌면 정말로 실현가능하지 않을까 싶게 만들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그정도로 큰 사건을 다루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긴장감이 없다는 거다. 그건 어쩌면 주인공 무리와 그들의 활약에 비해 사건이 너무 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런 심각한 일이 터진다면 겨우 그런식으로 쉬쉬하며 사건을 해결하려 들리가 없지 않겠는가. 대다수가 그걸 은근히 바래마지 않는게 아니고서야 말이다.

사실 이것도 스파이의 세계에서라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낌새를 소설 내에서는 은근히도 내비치지 않기 때문에 딱히 고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다보니 반대로 이들이 마주한 사건의 크기가 실제로는 그 정도로 충분히 대처할만한, 말하는 것보다는 작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작가가 사건을 그리 현실감있게 전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이야기도 뜻밖의 맥거핀이 아쉬웠다. 설마 그런식으로 할 거라고는 전혀 기대치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뿌린 여러가지 떡밥들은 의외로 많은 가능성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게 과연 어떤 전개로 갈지 흥미롭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분기를 정한 이후에는 나머지들을 충분히 해소해줘야 하건만 그러질 않는다. 딱히 설명도없이 그냥 미해결인채로 버려진단 얘기다.

이게 만약 다음 이야기로 이어질 거였다면 나름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음권에서 벌어질 반전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을 마무리하면서 그런식으로 내버려둔 것은 역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건 또 너무 간단하게 털어버린다. 상당히 무게가 있던 것을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고 땡처리하듯 후닥닥 해치워 버린다거나,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듯 기껏 꾸며놓더니 얼마 가지도 않아 뒤집어버리기도 해서 좀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아쉬운 점들을 나열해보니, 마치 아직 좀 더 길게 이어가려고 했던 것을 사정이 있어서 급하게 마무리 짓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완성도가 썩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흥미롭지 않다거나, 읽는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활약하는 것이라던가, 위기에 빠지고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나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나름 볼만하다.

하지만 설정과 캐릭터도 꽤 매력적이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봤던 시리즈였어서, 그 마지막이 이렇다는데 더 아쉬움이 남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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