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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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레이스 맥코이(Horace McCoy)’의 ‘그들은 말을 쏘았다(They Shoot Horses, Don’t They?)’는 우스꽝 스러운 대회를 통해 삶의 허무를 그린 소설이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엔 지금으로선 생각하기 힘든 기묘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소설의 소재인 ‘댄스 마라톤(Dance marathon)’도 그 하나다. 이 대회는 1시간 50분 동안 서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소위 ‘댄스’를 하고, 그 후 주어지는 10분동안에 먹고 자고 싸면서 몸을 추스리는 일을 반복하는 일종의 인내 게임이다.

꼭 격하게 몸을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해서 쉬워 보일 것 같지만 잠깐의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전혀 쉴 수 없기 때문에 쓰러져버리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극한까지 사람을 몰아부치는 고문과 같은 대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뭘까. 수차례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재도전하고, 심지어 출산을 앞두고 있어 크게 부풀어오른 배를 감싸않은채로도 그러는 것은 그만큼 당시가 먹고 살기조차 막막했던 시기기 때문이다. 주최측에서는 대회 참가자들에게 우승상금 뿐 아니라 숙식도 제공했는데, 그게 사람들을 끌어들인거다.

큰 빈부격차 속에서 부자들의 유치를 위해 치러진 대회가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은 그저 댄스가 아닌 힘겨운 경주를 벌이는가 하면 볼거리 제공을 위해 결혼식까지 올리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거의 무작위로 벌어지기 때문에 소설은 끝까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꽤 좋아서 한번 읽으면 내리 읽어내려가게 한다. 사형죄의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간에 벌어진 일들을 회상하는 식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결말을 알고 보는 것에 가까운데도 앞서의 특징(종잡을 수 없다) 때문에 꽤나 흥미롭기도 하다.

이런 감상은 내가 미국의 당시를 잘 알거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대회, 인간들의 이야기 역시 실제로는 암울하기 그지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일종의 소동극처럼 가볍게 보이기도 했다.

시대상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들이 당도하게 되는 우울과 허무가 잘 와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진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지막에서야 마침내 꺼내 보인 것에 가까워서 더 그렇다. 그래서 조금은 뜬금없다.

왜 그 얘기를 받아들였느냐도 충분히 설득력있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대사로도 나오는 제목의 문장(그들은 말을 쐈지, 안 그래?) 역시 별 공감대가 없다. 만약 이게 그들이 빠져있는 감정을 비꼬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라면 대단히 성공적인 셈이다.

소설 속 인간들의 행태는 사회 비판적인 면이 많은데, 그건 지금에 대입해봐도 꽤나 유의미하다. 인간들은 여전히 그때와 별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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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 - 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은 사람들
김준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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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를 담은 책이다.

역사의 한 장면을 다룬 책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철학책에 더 가깝다. 어떻게 살아야 하며 왜 그래야하는지를 다루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소개하는 인물들이 모두 철학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더 그렇다.

그들은 역사 속에서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가 하면, 혹자는 세태에 휘둘리다 결국 신념을 잃어버리고 탈선해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기도 한다.

물론 결과만 놓고보면 탈선한 이들 뿐 아니라 신념을 지킨 이들 역시 꼭 잘 풀리기만 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잘못된 길을 간 사람들이 당대에는 떵떵거리고 살았던 예도 많다.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고, 정답 역시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들이 남긴 행보는 최소한 우리가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어떻게 생각해야 하며 무엇을 선택해야할지를 결정하게 해주는 지침이 된다.

저자는 그걸,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여전히 어리고 부족한게 많은 현대의 청년 40대들을 대상으로, 꽤 잘 풀어냈다.

책을 통해 전하는 결론이 다소 뻔해 보이기도 하다만, 그건 다르게 얘기하면 그만큼 오랜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에의해 꾸준히 얘기되어 온 대중적인 사상이라는 말이기기도 하다. 그래서 대체로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 있다.

저자는 한국사 뿐 아니라 중국사도 많이 인용했는데, 과거부터(선조들도) 많이 인용해와서 그런지 의외로 어색하지 않다. 사자성어 등에 익숙하다면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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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클래스메이트 1학기 + 2학기 - 전2권
모리 에토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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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에토(森 絵都)’의 ‘클래스메이트(クラスメイツ〈前期〉〈後期〉)’는 풋풋한 중학생들의 성장을 그린 연작 소설이다.

중학생, 참 귀여운 나이다. 갓 초등학생을 벗어나 이제 막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이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크게 웃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작은 것 하나로도 크게 마음을 상하기도 하는 여린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은 이들에게도 여러가지 고민들이 있고, 그것을 새롭게 들어선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인숙해져가며 더 고민하고 체념하거나 이겨내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이 작가는 정말이지 그런 부분을 잘 풀어낸다. 별 거 없어 보이는 일상들을 이어가면서도 그 속에 각자의 사연이 드러나도록 이야기를 짤 뿐 아니라, 그게 전혀 억지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게 전개나 연결도 잘 하며, 무엇보다 누구든 한번쯤 해봤을법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쉽게 공감도 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같은 나이대라면 몰입하게 하고, 이미 그 시절을 지난 사람들에겐 추억이 되살아나게 만든다.

총 24명인 1학년 A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명씩 돌아가면서 하는 연작 소설로 쓴 구성도 좋았다. 이게 예상외로 여러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사연의 집중도다. 몇몇 아이들만을 주인공 무리로 설정할 경우엔 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가 집중된다. 그래서 도저히 보통으로선 겪을 수 없는 사연이 한 사람에게 쌓이게 되고, 그게 등장인물을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공감도를 떨어뜨린다. 대게의 순정만화 주인공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 아이들은 많아야 두어개 정도의 사연만을 갖고있어 흔하고 평범하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사건도 훨씬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은 어떤 사건이 벌어져서 커지고 해소되는 과정이 연이어 있지도 않으며 투명하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소설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신적인 관점으로 기술하거나 뛰어난 인물을 등장시켜야만 한다. 이 소설은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를 연작으로 실었기 때문에 실으면서 그걸 자연스럽게 처리했다. 한 아이의 시점에서 있었던 사건의 뒷 이야기를 다른 아이의 시점에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이야기는 서로 독립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면 때문에 전체 이야기는 또한 하나로 이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게 이 소설을 몇몇 아이만이 중심이 이야기가 아니라 1학년 A반 클레스메이트 전체의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새로운 학교, 학년, 반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에서 만남의 만족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남기는 마지막까지로 이어지는 소설의 구성은 그래서 굉장히 꽉 차 있다는 느낌을 들게한다. 풋풋한 아이들의 가벼운 이야기 뿐 아니라, (수위를 많이 낮춘 것 같긴 하지만) 때론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 덕에 아이들의 고민이나 성장도 더 잘 와닿는다.

수가 많다보니 몇몇 아이는 마치 징검다리처럼 그냥 건너가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상당히 감탄하며 봤었는데,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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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진화한 공룡 도감 너무 진화한 도감
고바야시 요시쓰구 지음, 고나현 옮김 / 사람in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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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요시쓰구(小林 快次)’가 감수하고 ‘가와사키 사토시(川崎 悟司)’가 그린 ‘좀 더 진화한 공룡 도감(もっと やりすぎ恐竜図鑑)’은 공룡의 독특한 특징에 초점을 맞춘 공룡 도감이다.


‘너무 진화한 공룡 도감‘의 후속작인 이 책은,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전의 책과 크게 유사하다.

그래도 수록한 공룡이 대부분 다르고 같은 공룡을 실었더라도 전의 책과는 다른 일러스트와 설명을 실었기 때문에 전에 보지 않았던 것처럼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공룡들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 일러스트와 설명도 여전히 좋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다.

책은 공룡들은 종류별로 묶어서 실음으로써 비슷한 특징이 있는 공룡들은 이어서 볼 수 있게해 왜 그 공룡들이 같은 묶음으로 분류되는지를 알게한다.

거기서 공룡들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 것이 더 빛이 나는데, 얼핏 비슷해 보이면서도 왜 객체차가 아닌 다른 종으로 분류한 것인지도 잘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만큼 특징을 잘 살린 일러스트가 적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징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해서, 보다보면 설명이 부족한 점도 느끼게 된다. 목소리에 대해서 언급하지만 뭘 보고 그렇게 판단할 수 있었는지는 얘기하지 않는다던가, 가장 키가 크다고 소개한 공룡 다음에 더 큰 공룡이 나와서 전체 크기와 키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없다던가 하는 점 등이 그렇다.

일러스트도 화질이 썩 좋지 않다. 단지 일부만 안좋은 식으로 품질이 고르지 못한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안좋아서 선명한 일러스트가 오히려 손에 꼽을 정도다. 작은 그림을 억지로 늘린듯한 일러스트들은 대부분 흐리게 뭉개져 있어서 그림을 보는 게 주요한 재미 중 하나인 도감의 가치를 좀 떨어뜨린다.

시리즈 자체는 매력적인데, 다음 책에서는 좀 보완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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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선언
김정주 지음 / 케포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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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선언’은 비밀스런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이다.

책 속에 담긴 10개의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10개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단편들 같으면서도 이것이 저것과 이어지고, 저것은 다시 그것과 이어지며 큰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진다. 연작소설이면서 하나의 장편 소설로서의 구색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나 그 사이에 있는 연결점이 그리 뚜렷하지는 않다. 그래서 때론 왜 굳이 이런 이야기로 이었는지 의아하게 만들기도 하고,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굳이 이어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받게 한다.

더욱 아쉬운 것은 작가가 책 속 문장도 불친절하게 썼다는 거다. 포장하자면 마치 유행하는 랩 가사처럼 운율이 있고 그래서 시 같기도 하다는 것이다만, 다르게 보면 아 다르고 어 다른걸 이용한 말장난같은 문장들이 너무 빈번하여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으며, 그런 것들이 글을 불필요하게 어렵게 만든다. 한마디로 잘 안읽힌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게 그런 성격인 인물의 에피소드나 특정 상황에서만 적당히 쓰인 게 아니라는 거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다. 게다가 그저 문장만 그런 게 아니라 내용도 그러해서 결국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건지 난해하다. 주제처럼 보이는 게 있기는 하나 그저 그걸 위한 소설이었다고 하면 너무 쓸데없는 사족이 너무 많은 게 되버리고. 음;

분명 실험적인 소설로서는 나름 성과가 있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래서 좋은 소설이냐 하면 그건 또 다른 얘기다. 독자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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