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폰트라헤임의 엘프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3
박창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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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센폰트라헤임의 엘프들(Senpontraheim’s elves)’는 꽤 완성도 높은 북유럽 신화 풍의 판타지 동화다.


작가의 처녀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소설은 9년 전 저자가 무려 10살일 때 출간했던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것을 일부 개선해서 낸 두번째 판이다.

‘이건 좀…’ 싶은 이야기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상식을 벗어난 행동 등으로 인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엇나감을 보여준다거나 이야기 흐름이 제대로 짜여있지 않을 채 장면만이 나열된 느낌이 드는 것들이 꽤 많다. 그런 것들은 아무리 읽어도 그래서 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재미또한 없어 두번다시 찾지 않게된다.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꽤 완성가 높은 편이다. 배경에서부터 등장인물의 설정, 그리고 그들을 보여주는 이야기까지 꽤 짜임새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걸 10살짜리가 썼다니. 새삼 감탄을 하게 된다.

당초부터 북유럽 신화를 좋아해 그와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던 것도 꽤 잘 이뤘다. 일부는 북유럽 신화에서 그대로 차용해오기도 했는데, 거기에 자기만의 설정과 이야기도 잘 얹어서 새로운 느낌도 잘 냈다.

오래 전 옛날을 연상케 하는 고전적인 중세 판타지에 현대적인 것들도 꽤 많이 섞여있는데, 고정관념없이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설정이 신선해서 나쁘지 않았다. 몇몇은 아이만의 ‘의식의 흐름’이 들어있는 것 같아 웃음을 자아내게도 했다.


몇 장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면을 꼼꼼하게 채워넣은 삽화도 나름 매력이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꽤 눈에 띄긴 했다. 패턴 채우기는 꽤 잘 한 반면 형체가 깔끔하지 않은 그림도 그렇고, 몇몇 설정에 (신화적인 동화라는 걸 고려해도) 의문이 남는 것이 있으며, 이야기 역시 뜬금없어 보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엔 상당부분 10살 아이가 쓴 것이라는 일종의 버프가 실려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책을 통해 신선한(경계없는) 상상력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꽤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랬던 작가가 자라면서 그 빛을 잃고 한국의 흔한 면학생이 되버린 것 같아서 꽨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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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 1 : 수살우체국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2
고타래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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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 1: 수살우체국’은 집배원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SF?

의아한 마음에 다시 보게된다. 프롤로그를 마치 무협지처럼 시작하질않나, 그 뒤에도 꽤나 본격적인 집배원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도로명 주소 체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거리가 어쨌네, 우편물이 어쨌네, 시간이 어쨌네, 담당 구역이 어쨌네 하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내가 책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건가 다시 한번 표지를 훑어보게 된다.

본업은 일단 킬러라는데, 주저리 주저리 떠들면서 주의가 산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주인공은 어떻게 보아도 천상 집배원인 것만 같다.

이게 소설의 배경을 지극히 현실적인 위치로 끌어내리는데 한 몫 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뮤턴트라는 것은 다분히 X-MEN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걸 이능력이 아닌 요괴나 몬스터처럼 묘사해 (섞어찌개같은 느낌을 풍기기도 하나) 나름의 차이를 둔 것은 썩 나쁘지 않았다.

6, 7권 정도의 시리즈로 기획했다는 이 소설은 생각보다 배경 설정이 충실한 편이다. 왜 하필이면 우체국 집배원인가 하는 것도 그렇다. 이게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다만, 그 기대가 향한 곳이 SF 보다는 액션 판타지에 더 가깝기에 SF 소설로서는 좀 미묘해 보이기도 한다. 이후 시리즈가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봐야겠다.

소설로서 아쉬운 것은 잘 읽히지가 않는다는 거다. 여러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는데 더해서, 했던 얘기를 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었던 데를 실수로 다시 읽는 것 같고, 덕분에 멈칫하게 된다. 앞서 주인공이 ‘주의가 산만한 것 같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설마 이걸 컨셉으로 민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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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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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는 구렁텅이속에 있는 소녀와 엄마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첫인상과는 꽤 딴판인 소설이다. 표지도 그렇고, 장르도 그러해서 어느정도 무거운 주제를 담고있더라도 나름 가볍게 즐길 수도 있는 소설이 아닐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기는 커녕 가정폭력과 페미니즘을 거의 대놓고 쓰다시피 했다. 소설의 시작부터가 그렇다. 마치 노예처럼 부려지며 감금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엄마 서영과 골칫거리로만 여겨지는 딸 지하의 이야기는 떨쳐내려 해도 찐득하게 들러붙는 어둠처럼 기분나쁨을 안긴다.

그렇다고 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이야기가 마냥 허황된 설정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 소설 속 내용들이, 비록 부분부분들이 뒤섞어놓은 것 같긴 하나, 뉴스 등으로 접했던 사건사고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는 말이다.

억압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자연히 소설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가로 흘러가게 되는데, 저자는 이 부분을 조금 재미있게 구성했다.

‘순간이동자’와 ‘조용한 세상’이라는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소설이라는 매개로 긴밀하게 엮여있는 두 이야기를 이용해 예상외의 미스터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두 이야기를 적당히 끊으며 오가는 것도 나름 잘해서 어떻게 이어질지 흥미를 일으키며, ‘순간이동자’가 상상에서나 가능할법한 판타지라는 것이 소설을 전체적으로 조금은 가볍게 만들기도 한다.

돌아보면 이를 통해 전해주는 트릭같은 느낌이 이 책이 꽤 괜찮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개별적인 내용이나 이야기만 놓고 보면 썩 잘 만들어졌다고 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정폭력, 페미니즘, 성장, 희망같은 주요 이슈들이 이야기에 녹아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게 크다. 개연성이 부족하달까. 너무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보니 단지 언급하려고 꺼낸 이슈같다는 느낌도 들고, 주인공들의 성장이 확 와닿지도 않는다.

이건 희망에 대한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나름 그럴듯 하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왠지 현실성 없이 공허한 자기계발서처럼 먼 곳에서 울리는 느낌이라서다.

이야기도 나름대로 볼만은 했고, 주제도 나쁘지 않았으며, 하려는 이야기도 잘 알겠는데… 막상 공감은 그렇게 막 못하겠달까.

그게 이 책을 뭔가 아쉬운 소설로 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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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의 붓다 - 깨달음의 이야기
데즈카 오사무 지음, 정상교 옮김, 하타 슈헤이 해설 / 바다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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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 슈헤이(羽田 周平)’의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手塚治虫のブッダ救われる言葉)’는 ‘데즈카 오사무(手塚 治蟲)’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붓다(ブッダ)’를 다룬 책이다.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이 책을 쓴 사람은 전혀 데즈카 오사무가 아니라는 거다. 실제로는 마치 참여한 것처럼 살짝 표기해둔 하타 슈헤이의 책이라고 봐야한다.

그걸 일본에서는, 마치 이 책 자체를 데즈카 오사무가 쓴 것처럼, 데즈카 오사무의 이름만 표지에 박아두는 등 마케팅이 지저분해서 이에 불만을 통하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어 판은 그림과 해설을 표지에서부터 명확하게 표기했으며, 본문 전에 이 책은 어디까지나 해설서를 번역한 것이라는 것도 밝히므로 양반인 셈이다.

만화의 해설서인 만큼, 이 책은 만화를 본 이후에 보는 게 좋다. 책 속에 원작의 컷이나 대사 등을 일부 수록하기도 했지만, 정말로 아주 일부만 수록했기 때문에 수록분만으로는 어떤 장면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작 컷 밑에 덧붙인 해설글에서 일부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나, 그것도 충분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이는 이 책이 데즈카 프로덕션에서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꽤 아쉬운 점이다. 마케팅으로 데즈카의 책처럼 내놓기도 했었으니 더 그렇다. 적어도 이야기하는 부분 정도는 다 실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내용도 생각보다 만족스럽지는 않다. 만화에서는 부족했던 불교적인 내용이나 상황을 설명해서 나름 해설서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나, 그렇다고 불교를 깊게 다루는 것은 아니며 만화를 면밀하게 분석한 것 역시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뜬금없어 보이는(또는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 나올 때도 있다. 그게 이 책을 생각보다 가볍게 만든다.

편집도 아쉽다. 이야기 순서를 따라가지 않으므로 얘기하는 장면이 원작 만화 어디(몇권 몇쪽, 또는 몇화 등)에서 나온 것인지 표기했으면 좋았으련만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만들어진 책은 아니란 느낌이다.

이런 덧붙임 정도의 해설이었다면 차라리 영화 코멘터리처럼 이야기를 따라가며(즉, 만화를 보며) 해설도 같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는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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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Strong Words - 말대꾸 에세이
딥박 지음, 25일 그림 / 구층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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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STRONG WORDS’는 보면 재미있고, 읽다보면 공감이 가며, 다 보고나서는 절로 이마를 탁 치며 감탄하게 되는 에세이다.

‘말대꾸 에세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한 이 책은 다수의 말장난으로 이뤄져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이나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처럼 약간의 차이만으로 크게 달라지는 말의 묘미를 정말 잘 살려서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걸 이렇게!’라며 감탄하게 한다.

더 대단한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이 단지 말장난을 위한 말장난이 아니라는 거다. 앞뒤가 제대로 연결되는데다 뜻마저 함축적으로 잘 표현해주기 때문에 저자가 결론적으로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뇌리에 박힌다. 그런 덕분에 대부분이 짧은 글들인데도 불구하고 딱히 분량이 너무 아쉽다던가 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거기에 책 속 글들은 대부분이 크게 공감이 간다. 주변의 흔한 것들로 부터 비롯된 것들을 다루기 때문에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기에 느꼈던 것들까지 기똥차게 대변하며 속시원히 긁어주기도 하니 마음에 들지 않을수가. 너무 억지스럽게 교훈적인 마무리를 하려고 들지 않는 것도 좋다.

너무 칭찬 일색인데, 그만큼 나와 잘 맞아서 그렇다.

그만큼 취향을 타는 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특히 말장난은 의외로 질색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도 있다. 무사태평하게 출간된 게 아니라 나름 우여곡절끝에 이렇게 나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말장난의 방식의 수준도 준수하고, 그렇게 만들어낸 문장에 담아낸 내용도 대중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만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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