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백천수 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0
손서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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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백천수 씨’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일탈과 그를 통한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이 왜 하필 ‘착한 아이’인지 모르겠다. 소설 속 백천수씨는 소위 ‘착하다’고 하면 의례 떠올리는 그런 인물상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벗어나 있느냐 하면, 그것도 또한 아니다. 그가 못내 뱉어내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기도 하는 것을 어떻게 보면 ‘착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성은 소설의 다른 등장인물에게서도 볼 수 있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일이 꼬이고 안좋게 흘러가기도 하는 것을 보면 어째 착하다는 걸 반쯤은 비꼬듯 욕처럼 사용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각자가 나름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우연히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 모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저자는 꽤나 흥미롭게 잘 그렸다.

단지 현재의 이야기 뿐 아니라 과거 어느 시점에서 벌어졌던 일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것도 좋았는데 이게 두 이야기가 모두 어떻게 진행되고 연결될지, 그래서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더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거의 마지막까지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첫 인상과는 달리 소설 속에 담아낸 주제들이 상당히 진지하고 무거운데, 단지 생각해볼만한 거리일 뿐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과도 닿은 면이 있어 더 그렇다.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기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게 그렸다.

책에는 주 주제 외에도 인종이나 문화, 정체성, 테러같은 것들도 많이 들어있는데 이것들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갈등을 부추기거나 이야기를 급진전 시키는데에만 소모적으로 쓰이는 느낌이 드는 건 아쉽다.

따져보면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도 있어서, 굳이 설명을 덧붙이자면 앞뒤를 맞춰볼 수 있겠으나, 완성도에 부족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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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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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즈미 다카시(魚住 孝至)’의 ‘미야모토 무사시: 병법의 구도자(宮本武蔵 「兵法の道」を生きる)’는 진짜 미야모토 무사시의 생애와 그가 남긴 사상을 담은 책이다.

‘미야모토 무사시(宮本 武蔵)’는 천하제일검으로 대변되는 캐릭터로 유명한 인물이다. 여러 작품에서 그의 캐릭터를 재창조하면서 당대 최고의 싸움꾼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는데, 그는 단지 싸움에만 능했을 뿐 아니라 그를 통해 일종의 득도의 경지에 이르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가 남겼다는 오륜서(五輪書)는 그걸 집대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그 오륜서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를 위해 먼저 무사시의 생애를 살펴보는데, 오륜서에 담긴 여러 내용들이 그가 살았던 시대나 생애와 연관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륜서가 단지 그가 정리한 싸움법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철학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이미 무사시의 생애가 다양하게 그려진바 있기 때문인지 저자는 이를 전기처럼 나열한게 아니라 진짜 무사시의 생애는 어떠했을까를 되짚어 보는 식으로 구성했다. 그만큼 무사시의 생애가 어떠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지 근현대의 소설 뿐 아니라 과거의 기록까지도 의심하면서 년도나 당시 역사기록을 비추어봤을 때 무엇이 더 사실에 가까운지 추측했다. 그럼으로써 비록 소설 등에 비하면 좀 밋밋하기는 하나 훨씬 더 현실적인 역사 속 무사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다만, 무사시의 생애를 그리는 것이 이 책의 주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내용이 상당히 엉성한 편이며, 그에 반해 년도나 지역, 인물명, 고유명사 등은 잔뜩 나오기 때문에 이 당시 역사를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썩 읽기 편하진 않다. 이 점은 꽤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오륜서의 내용은 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읽어볼만 할 듯하다. 당시의 싸움 방식(유행)에서 어떤 검술을 펼칠 수 있는지나 소위 무사도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적과 대치했을 때의 대응법이나 마음가짐 등은 다분히 철학적이어서 자기계발서의 일종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생각하기에 따라 현대에도 유용한 가르침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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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Feel 상상 고래 10
이윤주 지음, 이종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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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Feel)’은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느낌을 흥미롭게 그려낸 SF 소설이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의 어느 날, 우연히 설계에서 어긋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인간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인공지능에 의해 오히려 지배를 받게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이 소설의 상황 자체는 사실 그렇게 특별할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식상하다 할만큼 많이 우려먹힌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그렇고 그런 아류작으로만 그치지 않는 것은 ‘느낌’이라는 것을 인간만의 특징으로 설정하고 인공지능들이 그것을 탐하게 만든 아이디어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아이디어가 엄청 기발한 것은 아니다. 인간성이 쉽게 나타나기 힘든 배경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든 그것을 지켜나가는 소수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한편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하는 식의 이야기는 SF의 왕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야기를 통해 그것을 얼마나 그럴듯하고 공감할 수 있게 그려내는가가 중요한데, 이 소설은 그것을 꽤 잘했다.

거기에는 필 7 단계의 설정이 주요했는데, 마치 인간이 자라면서 알아가는 감정을 단순한 것부터 복잡하고 사회적인 것까지 나열한 것 같은 이 7가지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끌어줄 뿐 아니라 왜 인공지능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가도 손쉽게 설명해준다.

인공지능들이 각 필 단계에서 보이는 행동들은, 애초에 그것이 인간의 것을 표현한 것인만큼, 인간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무엇이 더 나은 인간인가 하는 걸로도 이어진다.

설정과 이야기가 꽤나 괜찮게 짜여진 셈이다.

아쉬운 것은 후반부 연출이 별로 좋지 않으며, 결말에 이르는 이야기도 그리 매끄럽지만은 않다는 거다. 이건 이렇게 표현했다면 또 이 부분엔 좀 더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면 어땠을까 싶은데, 그러지 않다보니 생각보다 의아함을 남기거나 급전개처럼 보이는 부분이 의외로 눈에 띈다. 엔딩도 솔직히 적당히 얼버무린 느낌이 없지 않다. 이런 점들은 그 전까지의 빛나던 것들을 조금은 바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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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2 : 기묘한 여름 방학 - 중학교 수학 1-2 개념이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 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2
권혁진 지음, 신지혜 그림, 김애희 감수 / 유아이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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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2: 기묘한 여름 방학’은 툴리아라는 환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함께 수학을 배울 수 있도록 한 학습 소설이다.

툴리아 1권은 아직 소설이 시리즈인지 명확하지 않아서 더욱 이야기가 급박한 느낌이 있었던데다, 처음부터 수학 학습을 염두에 둔 소설인 것 치고는 막상 소설 내의 수학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서 소설과 수학 양쪽 모두 미묘한 아쉬움을 남겼었다.

그래서인지 2권에서는 다루는 수학 개념의 양을 1권에 비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늘렸다. 양이 늘은만큼 이야기보다 수학을 더 우선시한 느낌이 들 정도로 중간 중간 수학을 다룬 내용이 많이 나와서, 소설을 보며 수학도 익힐 수 있는 책이라기보다는 수학 교과서에 이야기를 덧입힌 책같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1권을 보면서 수학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2권의 변화는 이러한 변화는 반갑게 볼 만하다.

그러나, 이 책을 소설의 일종으로 보는 사람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수학의 양이 늘어난 만큼 반대로 이야기의 비중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학적 세계라는 툴리아의 세계관이 어느정도 희석해 주기는 하지만 중간중간 보여주는 수학이 이야기와 딱 어울리지는 않는 다는 것도 아쉽다. 여러 단계에 걸쳐 ‘수학을 이런 식으로?’ 싶을 정도로 변형해서 사용한 게 아니라, 대부분이 교과서 속 수학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도형에 길이나 각도가 표시되어 있고 그를 통해 합동을 따진다거나 하는 것이 그렇다. 이것은 이야기를 마치 시험지 지문처럼 수학 문제를 위한 서술처럼 느껴지게 하여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크게 떨어뜨린다.

교과서 내용을 충실하게 담았기 때문에 반대로 교과서나 한국의 테스트 위주 교육 과정에서는 익히기 어려운 수학의 기본 개념이나 수학적 사고, 그리고 그러한 것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요소가 적다는 것도 아쉽다.

문제 풀이는 교과서에서도 충분히 다루고 있으므로 소설에서는 교과서에는 부족한 것들을 더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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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건국,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푸른숲 역사 퀘스트
이광희.손주현 지음, 박양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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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건국,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는 가볍고 재미있게 조선 건국을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은 2017년 ‘라임’에서 ‘조선 건국의 진짜 주인공을 찾아라’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책의 재판본으로, ‘푸른숲 역사 퀘스트’라는 시리즈를 만들면서 다시 낸 듯하다.

이 책에서 먼저 칭찬하고 싶은 것은 구성을 잘 했다는 거다. 박사가 나와서 질의응답식으로 답변을 해준다는 것도 그렇고, 구어체 문장에 코믹한 만화를 섞은 것도 좋아서 흔히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상도 있는 역사를 굉장히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박사가 과거의 인물들을 호출해서 인터뷰를 한다던가 역사 인물들의 대화를 재구성한다던가 하는 것도 그렇지만 만화도 꽤나 적절하게 들어있다. 이 책의 코미디 요소는 주로 만화에 포함되어있다고 할 수 있는데, 과장도 하고 패러디도 섞어서 그린 만화는 이 책을 가벼울 뿐 아니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조선 건국의 진짜 주인공은 누군가 하는 핵심 질문도 잘 다루었다. 대표적인 후보 세사람을 거론하고, 이들이 어째서 진짜 주인공에 어울리는가도 잘 풀어내었으며,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조선 건국의 전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자연히 알수 있게 했다.

역사를 단순히 조금 다른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는 것 뿐 아니라 그걸 토론 주제로서 다룬 것도 좋았는데, 책을 보면서 ‘내 생각은…‘이라는 걸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역사를 좋아하다면 내용 자체는 이미 다 아는 것들이겠다만, 그래도 괜찮게 볼만큼 구성이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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